열국지 31-40
# 列國誌 31
** 焚書坑儒 (책을 불태우고 선비들을 생매장하다)
(* 상아에 관한 후속편은 잠시 뒤로 미루고 극악무도한 秦始皇의 폭정과 어지러운 시대상, 亡國의 길로 들어선 秦나라 말기에 혜성처럼 나타나는 인물들 (項羽와 유방, 유방의 책사 張子房<張良>等, 楚漢誌의 序幕을 장식하는 인물)에 관하여 먼저 약간의 간을 볼까 한다.^^)
이즈음, 秦始皇은 만리장성을 빨리 완공시키라고 닥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방궁을
대대적으로 증축하기 시작한다.
새로 증축하는 궁전은 그 규모가 얼마나 컸던지 正殿만 하더라도 東西가 2 백 보에
남북의 길이는 50 장(丈 : 성인 1인의 키)에 이르렀고 궁전의 다락에서는 가히 千 여 명이 주연을 할 수있을만큼 넓었다. 뿐만 아니라 궁전과 궁전 사이는 回廊 (복도)으로 연결하여 흙을 밟지 않고서도 다닐 수 있게 하였으며 궁전을 짓는데 필요한 석재는 멀리 陰山에서 조달해 왔고 모든 목재는
千 里가 넘는 荊州 의 깊은 山에서 운반해 왔다.
이렇듯 광대하고 거창한 아방궁을 증축하다 보니, 이곳에 부역하는 노역부만 70 萬 명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백성의 노역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朝廷에는 수많은 중신들이 있었음에도 어느 누구 하나 감히 始皇帝에게 工事의 중단이나 부당함을 諫言하는 충신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제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했다가는 그가 누구든, 그대로 끌려 나가서 단 칼에 목이 날아가기
때문이었다.
조정의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시황제를 둘러싸고 있는 신하들은 오직 듣기 좋은 소리만을 일삼는 奸臣輩 들 뿐이었다.
秦始皇 34년,
어느 봄날.
이 날도 시황제는 아방궁에서 중신들과 더불어 주연을 즐기고 있었는데, 醉興이 도도해져 오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70 여 명의 博士들이 입을 모아 시황제의 성덕을 찬양한다.
"옛날에는 秦나라의 영토가 千里를 넘지 못했사온데, 폐하께옵서 神靈明聖하시와 해내(海內)를 모두 평정하시와 오늘날 만백성은 전쟁을 모르고 안락하게 살 수 있게 되었사오니 이는 모두가
폐하의 聖德의 은혜인 줄 아뢰옵니다. 폐하께오서는 부디 日月과 더불어 만수 무강하시와
만백성들이 태평 성대를 길이 누릴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始皇帝는 지극히 흡족하여 70여 박사들에게 일일이 술잔을 내렸다.
그중에 한 사람, 제나라 태생인 석학(碩學) 순우월(淳于越)이 머리를 조아리며 建議한다.
"臣이 아옵건대, 그 옛날 殷 왕조와 周 왕조가 천 년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王의 子弟 들을 각 지방의 侯主로 封하여 왕실을 튼튼히 지켰기 때문이었사옵니다. 그런데 폐하께옵서는 侯主 制度를 철폐하시고 郡縣制度를 실시하심과 동시에 아무런 戚分도 없는 사람들을 지방관으로 임명하셨으니, 그들이 과연 먼 훗날까지 皇室에 충성을 다할지 매우 의심스럽사옵니다. 폐하게서는 그 점을 깊이 살펴 주시옵소서."
그것은 군현 제도의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비판이었다.
始皇帝는 그 말을 듣고 저으기 놀라 승상 이사를 불렀다. 기존에 유지되던 侯主 制度를 郡縣制度로 개혁한 장본인이 승상 이사였기 때문이다.
始皇帝는 승상 이사에게 물었다.
"淳于越의 건의를 들어 보건데, 秦皇朝를 오래도록 누리려면 郡縣 제도를 侯主 제도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경은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
승상 이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역사의 변천을 모르는 부류의 愚見에 불과한 주장이옵니다. 殷나라 周나라 時代에는 王子들을 侯主로 책봉하였기 때문에 侯主 들 간에 세력 다툼을 벌이느라고 세상이 그토록 어지러웠던 것이옵니다. 지금와서 또다시 侯主제도로 환원하신다면 10 년이 못 가 세상은 또다시 戰國 時代가 되고 말 것이옵니다. 그러나 지금은 郡縣制度를 실시하여 각 고을의 군수를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게 되었으니 폐하의 권력은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는 것이옵니다."
"으음 ~,
듣고 보니 과연 경의 말씀이 옳은 것 같구려. 權力이란 한 사람에게 집중될수록 강해지게되는 법이지."
"옳은 말씀이시옵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는 今後에는 學者들의 건의를 크게 경계하시옵소서."
"학자들을 경계하라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오 ?"
"學者들이란 본래 현실을 도외시하면서도 입만 살아서 조정의 시책에 비판이나 비방을 하지 않으면 입이 간지러워 못 견디는 족속 들이옵니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구려."
"그렇사옵니다. 그들은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며 정부를 비방하는 것을 매우 고상하게 여기는 무리들이옵니다. 그런 자들을 그냥 내버려두었다가는 나라를 亡치기 쉬울 것이니 今後에는 그들을 철저하게 단속하셔야 합니다."
"으음.."
"더구나 옛날부터 史官이라는 자들은 역사를 제멋대로 기록해 놓았기 때문에 秦나라의 기록이 아닌 역사책은 모두 불태워 버리셔야 하옵니다. 그리고 유생들이 가지고 있는 詩書나 '諸子百家'의 저서 따위도 하나같이 惑世誣民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사오니 그런 것도
모두 관청에서 몰수하여 불태워 버리도록 하시옵소서. 폐하의 政令을 비판하는 자가 있어서는
나라를 원만하게 다스려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이옵니다."
始皇帝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옳은 말씀이오. 朕의 명령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를 어찌 용서하리오."
이리하여 始皇帝는 그날부로 전국에 다음과 같은 嚴命을 내렸다.
<의약(醫藥)과 복술(卜術),농사(農事),秦 나라의 歷史를 기록한 책 이외에는 한 권도 남기지 말고 관가에서 몰수하여 모두 태워 버려라. 이 명령이 전달된 날로부터 30 일이 경과하도록 책을 제출하지 않는 자는 얼굴에 자문(刺文)을 그려 넣어 만리장성 축조 공사에 노역부로 보내도록하라.>
모든 책을 몰수하여 태워 버리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始皇帝에 대한 선비들의 비난은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 나갔다. 그러나 선비들이 반대를 하거나 말거나, 官家에서는 官員을 총 동원하여 冊을 강제로 몰수하기 시작한다.
이리하여 官家의 뜰에서는 날마다 책을 태우는 불길과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 올랐고 연기는 산과 들을 뒤덮었다.
그러나 뜻있는 선비들은 목숨보다도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책인지라, 始皇帝에 대한 비방을 더해가면서 冊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愚民 정책을 써도 분수가 있지. 성현들의 유산을 불태워 버리면 국가의 근본을 어디에 두고 나라를 다스려 가겠다는 말인가 ?"
"만고의 暴君이었던 길주조차, 冊만은 태워 버리지 않았거늘, 始皇帝 이 者는 어쩌자고 책까지 태워버리라고 하는 가 ? 차라리 내가 불에 타 죽을지언정 책만은 못 내놓겠다."
뜻있는 선비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서적 몰수에 끝까지 應하지 않았다.
선비들의 抗拒의 怨聲이 마침내 시황제의 귀에 들어갔다.
"뭐라고?
차라리 제 몸이 불에 타 죽더라도 冊만은 못 내놓겠다고?
그런 놈들은 불에 태워 죽일 것이 아니라 구덩이를 깊이 파서 모조리 구덩이 속에 쓸어 넣고 생매장을 해 버려라."
始皇帝는 무자비하고도 잔혹한 명령을 내렸다.
이리하여 전국 각처에서 끌려 온 선비들은 460 여 명에 달했다.
始皇帝는 그들을 굽어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생매장 당하기 전에 용서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冊을 내놓겠느냐, 아니면 죽겠느냐 !"
그러나 선비들은 대답하는 대신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始皇帝의 얼굴을 향하여 침을 뱉었다.
시황제로서는 난생 처음 당하는 恥辱에 몸을 떨었다.
"여봐라 ! 이 놈들을 朕의 눈앞에서 당장 생매장시켜라 ! "
이리하여 460 여 명에 달하는 고명한 학자들이 한 구덩이에 생매장 되었으니, 이는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前無後無한 그 유명한 <焚書坑儒>사건이다.
(흡사 로마의 全 市가지를 불태우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自作詩를 읊어대는 로마제국의 暴君 네로가 떠오른다.)
始皇帝는 책을 내 놓지 않은 선비들을 생매장 시키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이런 命을 내렸다.
"오늘 이후,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숨겨 둔 자가 있으면 가차없이 생매장에 처하라 ! "
그리하여 전국 각처에서 생매장 당한 선비의 數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하였던가?
이렇듯 시황제의 폭정이 심해질 수록 백성들의 마음은 그를 떠나게 되었는데..
始皇帝에게는 아들 형제가 있었다. 맏아들은 부소(扶蘇)이고 둘째아들은 호해(胡亥)였다.
太子 扶蘇는 일찍이 經書에 통달하여 학문이 깊고 厚悳하였다.
그러나 次男 胡亥는 어려서부터 酒色 雜技를 좋아하는 천하의 망나니였다.
太子 扶蘇는 아버지 始皇帝가 命을 내려, 전국에 있는 冊을 모두 불태우고 이에 불응하는 선비들은 모두 생매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리하여 대궐로 달려 들어와 울면서 諫한다.
"아바마마 !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바마마께오서 모든 冊은 불태워 버리라 하시고, 선비들을
생매장 하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
始皇帝는 태연히 대답했다.
"모든 것은 네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입만 살아서 "불X 보고 탱자탱자" 하는 격이며 朝廷에 대하여 비방만 일삼고 있으니, 그런 것 들을 살려 두어 어디에 쓰겠느냐 ?"
扶蘇는 아버지의 대답에 啞然失色하였다.
"아바마마 !
그것은 크게 잘못된 처사이옵니다.
天下가 통일되었다고는 하오나, 복속된 백성들 중에는 아직도 아바마마께 귀복(歸服)하지 않은 사람이 많사온데, 언제 어디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는 마당에 民心에 이반하는 정책을 쓰시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 않겠사옵니까 ?"
"입 닥치지 못할까? 젖비린내 나는 것이 무엇을 안다고 방자하게 주둥이를 놀리느냐 ! "
始皇帝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扶蘇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그냥 물러설 수가 없었다.
"아바마마 !
小子의 말씀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 주시옵소서. 선비들은 모두가 孔孟思想에 근거를 두고 정부의 시책을 정당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그런데도 아바마마께서는 臨機應變으로 만들어 놓은 법을 근거로 그들을 탄압하고 계시는데, 그래서는 민심의 안정을 기하기 어렵사옵니다.
그 점을 재삼 살펴주시옵소서."
始皇帝는 그 말을 듣자 全身을 부들부들 떨며 大怒했다.
"이놈아! 네놈이 언제부터 부유(腐儒 : 썩은 선비)들의 앞잡이가 되어 이처럼 요망스러운 입방아를 찧고 있느냐. 꼴도 보기 싫으니 썩 물러가라 !"
태자 부소는 호위병에게 끌려 나왔다.
그러나 시황제는 그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다시 이렇게 명령하였다.
"여봐라! ~
太子 扶蘇를 즉시 만리장성의 공사 현장으로 보내라 ! "
이렇게, 始皇帝는 자기 아들의 諫言조차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定配까지 보내라고 명령을 했으니, 그의 정신 상태가 온전 한 것인지가 적이 의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列國誌 32
** 反動의 시작
순리대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펼치는 정치를 德治라고 한다면,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적폐의 대상으로 삼고 권력을 앞세워 政敵을 핍박하는 정치는 惡政이라고 할 수있다.
("귀 있는 者는 들을지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封建王朝시대 秦始皇의 정치는 惡政을 뛰어 넘어 暴政 바로 그 자체였다.
帝王이란 백성들이 편안하고 잘 사는 정치를 펼쳐야 星君으로 불린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에 합당한 정책을 펼쳐야 하건만 秦始皇은 백성은 오직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개나 소, 돼지 같은 존재로만 취급해 왔으니, 어찌 反動이 없을 수 있겠는가?
始皇帝가 만리장성 공사와 아방궁 증축을 동시에 시공하여 백성의 怨聲이 극에 달하 고 있을 즈음,
백성들의 反動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秦始皇에게 복속되기 前의 楚나라시절, 小邑主를 지낸 陳勝과 吳廣은 秦나라에 의해 병합된 후에도 진시황의 郡縣制度 실시로 계속 소읍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小邑主 들은 아방궁과 만리장성 축조 공사에 노역부를 차출해 보내야하는 임무로 고충이 따르지 않을 수없었다.
국가적 대규모 공사로 인하여 일시에 많은 노역부를 동원해야 하는 형편인데다 시일이 지날 수록 백성들의 노역 기피가 점점 심해져서 노역부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시황제는 각 지방관 에게 다음과 같은 가혹한 엄명을 내리게 된다.
<지방관으로서 노역부의 책임 수량을 정한 날짜까지 차출하지 못하는 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가차없이 참형에 처한다.>
이로 인하여 각지의 지방관들은 노역부를 제날짜에 대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에, 진승과 오광도 노역부를 기일 안에 대기 위해 가가 호호를 이 잡듯이 뒤져, 젊은 사람이 눈에 띄면 불문 곡직하고 노역부로 끌어 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진승과 오광은 비록 출신은 초나라 사람이었지만, 새로 바뀐 秦나라의 충성스런 公僕이었다.
그들은 공출할 勞役扶 각 5백 명 씩을 강제로 징발해서 萬里長城 築造 현장으로 직접 인솔해갔다. 다른 사람을 보냈다가 노역부들이 도중에 도망이라도 가게 되면 공출 숫자를 맞추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때문에 그들이 직접 노역부들을 인솔하고 나섰던 것이다.
舊 楚나라 땅에서 만리장성 축조 현장까지는 자그만치 千里 길 이었다.
진승과 오광은 노역부들을 공사 현장까지 인솔해가는 도중 홍수를 만나, 열흘 동안이나 발이 묶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정한 날 날까지는 도저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도착 날짜를 어기면 무조건 斬刑에 처한다고 했으니, 진승은 생사에 관한 중대한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 어떡하지 ?"
진승은 날이 갰지만 노역부를 데리고 떠날 생각은 하지않고, 같은 처지인 오광에게 물었다.
그러자 오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떡하긴 ? 노역부를 데리고 어서 공사 현장으로 떠나야지."
그러자 진승은 눈을 커다랗게 뜨며 물었다.
"자네 지금 제 정신인가 ? 노역부 공출 날짜를 어기면 이유를 묻지 않고 참형을 시킨다고 했는데,
그래도 공사 현장으로 가자는 말인가 ?"
"이 사람아 ! 그런 걱정은 하지말게. 홍수 때문에 공출 날짜를 지키지 못했노라 하면서 노역부를 천 명이나 건네주면 설마 우리들을 죽이기야 하겠는가 ?"
"자네는 어리석어도 이만저만 어리석지 않네그려. 始皇帝에게 그런 변명이 통하리라 생각하는가 ? 지난번에 시달된 공문에도<노역부를 제날짜에 공출하지 못한 지방관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斬刑에 처한다>고 분명히 씌어 있지 않았던가 ? 이미 그런 명령을 분명히 내려 놓았는데, 무슨 변명이 통할 수 있단 말인가 ?"
吳廣은 그 말에 새삼스레 놀라면서 말했다.
"아닌게아니라,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우리가 공사 현장에 나타났다가는 꼼짝없이 죽게될 판이네그려.
그러면 이 일을 어떡하지 ?"
陣勝은 고뇌에 찬 얼굴로 침묵에 잠겼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번쩍들면서 말했다.
"이 사람아 ! 우리도 사내 자식으로 태어났으니, 이왕이면 대장부답게 큰 뜻을 한번 펴보아야 하지
않겠나?"
"큰 인물이 될 수만 있다면 누가 마다고 하겠나 ? 어떻게해서 큰 인물이 되자는 것인지, 좀더 자세하게 말해보게."
오광이 궁금해 하자 진승은 별안간 딴 사람이 된 것처럼 희망이 넘치는 어조로 말을 하였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들은 나라가 망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秦나라 小邑主 노릇을 해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그리고 시황제라는 자의 폭정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옛날 초나라 백성들치고 진시황에게 불만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지 않은가 ? 그러니 이번을 기회로 망해버린 초나라를 再建하는데 우리가 힘을 합하여 보자는 말일쎄, 자고로 왕후장상의 씨앗이 따로 있던가 ?
우리들도 秦始皇을 때려잡고 나라를 다시 일으킨다면 자네와 나라고 帝王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
진승은 워낙 배짱이 크고 수완이 있는 인물인지라, 즉석에서 열변을 토했다.
오광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그것 참 기막힌 생각이네, 자네가 옛날 楚나라를 復原하여 임금이라도 된다면, 나는 정승 자리 하나는 따놓은 당상이 아니겠는가 ?"
"그야 물론이지 ! 하하하..,자고로 王侯 長相의 종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일세 ! 내가 왕위에 오르면 설마 자네를 모른다고 하겠는가 ?"
"그렇다면 지금부터 정승 자리 하나를 단단히 부탁해 둘 테니, 나중에라도 잊지 말도록 해 주게."
오광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그러나 저러나 우리가 여기까지 끌고온 노역부들은 어떻게 처리하지 ?"
하고 묻는다.
陣勝은 吳廣의 말을 듣고 仰天大笑를 한다.
"하하하, 걱정도 팔자일세그려. 우리가 亡해버린 楚나라를 다시 세우려면 응당 부하들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러니 노역부들을 우리네의 병사로 만들어야 할 것이야."
그 말에 오광은 무릎을 치면서 말한다.
"과연 명안일세. 그러나 억지로 끌려오던 저들이 순순히 우리들의 부하가 되려고 하겠는가 ?"
"그것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자네는 구경이나 하고 있게."
진승은 곧 밖으로 달려나와, 노역부들을 한테 모아 놓고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은 여기까지 끌려 오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너희들은 지금 어디로 끌려가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
노역부들은 진승을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진승은 눈앞에 서 있는 노역부 몇 몇을 손으로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너희들은 지금 어디로 끌려가는지 모른다는 말이냐 ?"
"알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만리장성 축조 공사에 노역부로 끌려가고 있는 중이 아닙니까 ?"
제법 덩치가 큰 장정 하나가 퉁명스런 어조로 대답을 하였다.
"그렇다. 너희들은 지금 萬里長城 築造 현장으로 징발되어 가는 중이다. 그런데 그 곳 노역부로 끌려가면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
"열에 아홉은 죽고 돌아오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 노역부로 끌려가면 열에 아홉은 죽어 버린다. 나도 진작부터 그 점에 대해 혼자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도 楚나라 사람이요, 너희들도 楚나라 출신의 사람임이 분명한데, 楚나라 사람인 내가 秦始皇이라는 천하의 폭군을 위해 고국 동포인 너희들을 죽음의 길로 몰고 온 것은 나의 커다란 잘못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일시적이나마 秦나라의 국록을 먹어 온 관계로 너희들을 이곳까지
끌고오기는 하였지만, 양심상 고국 동포인 너희들을 더 이상 괴롭힐 수가 없어, 지금부터 너희들을 모두 석방시켜 줄 테니, 너희들은 모두들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 형제를 만나도록 하여라."
그야말로 상상조차 하지못한 폭탄선언이었다. 死地로 끌려가던 노역부들로서는 날뛰며 기뻐하여야 할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네 마음을 떠보려는 수작이 아닌가 싶어서 기쁨보다는 경계심을 앞세우며 두런두런 자기들끼리 수근거리고만 있었다.
陣勝은 노역부들의 분위기를 빠르게 살피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희들을 여기까지 끌고 온 내가 별안간 해방시켜 준다고 하니 쉽게 믿어지지 않는 모양인데, 사실이다. 나는 楚나라 名門家의 후예이다. 따라서 조상들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너희들을 秦나라 폭군에게 희생의 제물로 바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내린 결정이니 의심치 말기바란다."
노역부들을 향하여 말을 하는 진승의 표정은 자못 엄숙하였다.
그러자 늙수구레한 노역부 하나가 진승에게 묻는다.
"장군은 楚나라 名門家의 후예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느 家門의 후손이십니까 ?"
진승은 약간 주저하는 빛을 보이다가 대답했다.
"내가 워낙 못난 놈이기 때문에 조상의 이름을 함부로 내세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대들이 꼭 알고 싶어하는 모양이니 솔직히 대답해 주겠다. 너희들은 <陳秀達> 장군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일이 있는가?"
"알고 있사옵니다. 진수달 장군은 지금부터 百 여 년 前, 秦나라와 싸워 큰 전공을 세우신 名將이 아니시옵니까 ?"
그러자 진승은 크게 감격하면서 말했다.
"오 ! 나의 조부님께서 천하의 명장이셨던 것을 그대는 알고 있었구나 ! 나의 祖父께서는 그런 분 이셨건만, 나는 조부님의 위업을 계승하기는 커녕 그대들을 원수의 나라에 넘기려고 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
진승은 이렇게 열변을 토하며 참회라도 하듯,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百 여 년 전에 楚나라에는 진수달이라는 장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진승과 진수달 장군은 아무 혈연 관계도 없는 사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승은 姓氏가 같은 것을 이용하여 자기 자신을 진수달 장군의 후예라고 선포하고 나섰다. 그래야만 노역부들로부터 존경과 복종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陣勝의 연극은 보기 좋게 적중하여 노역부들 모두가 놀라움과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장군께서 저희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시려는 것은 고맙기 그지없는 말씀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장군께서는 진시황에게 처벌을 받게 되실텐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
조금 전만 하더라도 원수처럼 미워했던 그들이었건만 이제는 동지적인 입장에서 상대방을 걱정해 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음 ...,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지금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진승은 계획적으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꼬리를 흐려 버렸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이번에는 吳廣이 거들고 나섰다.
오광은 앞으로 나와 말했다.
"너희들을 일단 해방시켜 주고 나서, 진승 장군은 楚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진시황과 정면으로 싸울 계획을 세우고 계시다. 다시 말하면 진승 장군은 잃어버린 우리의 조국을 되찾으려는 독립 운동에 목숨을 바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도 나라 없는 서러움을 면하려면 모두들 진승 장군을 대장으로 모시고 獨立戰線에 참여하면 어떻겠느냐 ?"
노역부로 끌려 왔던 그들은 '독립 투사가 되어 달라'는 陣勝의 말에 크게 감동되었다.
그들은 한동안 어수선하게 상의하더니, 대표자 한 사람이 진승 앞으로 걸어 나와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이 고향을 떠나 여기까지 노역부로 끌려 온 것은 우리들의 조국이 秦始皇이라는 날강도에게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조국이란 이렇게도 소중한 것인데 진승 장군께서 우리나라의 國權회복을 위해 정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일어선다고 하시니 저희인들 어찌 집으로 돌아가 일신상의 안일만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나라가 없으면 노예 신세를 면할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까닭에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천여 명의 저희들은 장군을 수령으로 모시고 모두가 독립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원하오니, 장군께서는 저희들을 부하로 기꺼이 받아들여 주소서."
勞役扶들의 뜨거운 애국 충정에, 진승은 감격하였다.
"그대들이 독립을 위하여 나와 生死를 같이 해주겠다면, 나로서는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 그러면 이제부터 다같이 고국으로 돌아가 동지들을 규합하여 秦始皇에게 맞서 楚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을 거국적으로 전개해 가기로 하자 ! 하늘은 항상 正義의 편에 서는 법이니, 승리는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
이리하여 陣勝은 吳廣과 함께 千 여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당당하게 고국으로 돌아오니, 秦始皇의 暴政에 시달려 오던 楚나라 백성들은 '독립 운동의 영도자' 진승을 영웅처럼 받들며 열화와 같이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뜻잇는 청년들이 독립 전열에 가담하려고 노역을 피해 숨어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陣勝에게 모여들었다.
막강한 秦始皇의 大秦帝國이, 이같은 작은 反動으로 쉽게 무너진 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 아무리 튼튼한 제방도 작으마한 물이 흘러나오는 틈새 하나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그런 점에서 본다면 陣勝의 반란은 始皇帝에게는 분명히 불길한 조짐이었다.
하물며 秦始皇의 폭정에 반기를 들고 일어나려는 수많은 義士들이 秦에 의해 滅亡 當한 六國 각지에서 때만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 시기임에 있어서랴!...
# 列國誌 33
** 張良과 黃石公
그무렵 舊 한나라 땅에는 張良이라는 志士가 있었다.
그는 戰國時代인 서른세 살 때, '韓'나라의 宰相까지 지냈는데..
(엊그제 뉴스에 핀란드에 33세의 최 연소 여성총리가 탄생했다는데 장량은 무려 2000여년 전에 벌써 宰相을!...)
秦始皇에게 나라가 滅亡 當하게되자 그 길로 草野에 묻혀 살며 때를 기다리는 불세출의 才士였다.(劉邦이 項羽와 싸워 이겨 漢나라를 건국하는데 있어서 韓信, 龐統<방통>과 함께 결정적인 功을 세운, '유비의 諸葛亮' 같은 策士라!...)
어느 날.
張良이 낮잠을 자고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童子가 급히 달려와 놀라운 소식을 전해준다.
"선생님 ! 楚나라의 <陣勝>이라는 사람이 진시황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나 楚나라 수복 운동을 하고있다고 하옵니다."
"누구로부터 그런 소리를 들었느냐 ?"
"조금 전에 만리장성 勞役扶로 끌려갔다가 도망쳐 온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알았다. 물러가 있거라."
張良은 대단한 일이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속으로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리하여 숲속을 혼자 거닐며 혼자 중얼거렸다.
"오동잎 하나 떨어짐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온 것을 알수가 있다더니(梧葉一落盡知秋), 천하의 秦始皇도 이제야 그 운이 다할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나도 이제 서서히 움직여야 하겠구나."
張良이 산중을 한 바퀴 돌고 산 아래로 내려오니 마침 노인들이 酒幕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술잔을 기울이며 개탄한다.
"5 백 년 전만 하더라도 천하가 태평하여 백성들이 잘 살았다는데, 戰國時代 이후로는 세상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으니, 어떻게 이런 세상이 되었단 말인가 ?"
"太平聖代란 어떤 시대를 말함인가 ?"
다른 노인이 물어 오자 그 노인은,
"해 뜨면 농사짓고 우물 파서 물 마시며 배불리 먹으면서 격앙가(擊壤歌)를 부르던, 그런 시대가 바로 太平 聖代가 아니겠는가?. 옛날 태평 성대에는 도둑도 없었고, 백성들이 싸움터에 끌려가는 일도 없었으니, 얼마나 좋았던 시절이냐는 말일세."
그러면 지금의 秦始皇 시대와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 ?"
"생각해 보시게 ! 秦始皇이라는 者는 백성들을 法대로만 다스리고자 하는데, 그 法이란 것도 제 마음대로 만든데다가 가혹하기 이를 데 없어, 자나깨나 백성들을 들볶는데만 쓰여지고 있으니, 이 무슨 개 같은 세상인가?."
노인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張良이 옆에서 듣고 있음을 알게 되자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렸다.
張良을 염탐꾼으로 알고 지레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장량은 노인들의 어색해진 분위기를 달래 듯 노인들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노인장께서는 秦始皇의 虐政을 성토하다 말고 왜 중도에 그치십니까? 저를 염탐꾼으로 아시고 겁이 나신 모양이구려."
"아, 아닙니다. 늙은 것이 醉中에 쓸데없는 말을 잠깐 씨부려 보았을 뿐이오."
"하하하, 겁을 몹시 내시는 것을 보니, 나를 아직도 믿지못할 사람으로 보시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제가 秦始皇의 虐政을 한 번 말해 볼까요 ?"
"예?!...선생이 진시황의 학정을 .... ? "
"노인장 대신 제가 진시황의 罪狀을 말할 터이니 노인장께서는 맞는지 들어보아 주십시오."
하면서 張良은 좌중에 이런 말을 해주었다.
"秦始皇은 잔학 무도하기가 이를 데 없어 남정네들은 들에 나가 농사를 지어야하는데 짓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여자들은 길쌈을 못 하게 만들어 놓았고, 부자강리(父子强離), 부부강별(夫婦强別)이 茶飯事라, 젊은이들은 모조리 징발하여 만리장성이나 아방궁 쌓는데 노역부로 혹사 시키더니, 이제는 焚書坑儒까지 자행하고 있으니, 이와 같은 逆天之罪를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으리오 ?
그러니, 이제 우리들은 마땅히 들고 일어나 천하의 폭군을 우리의 손으로 진멸해야 할 것 입니다."
張良의 말이 끝나기도 前에 노인들은 아무 말도 없이 모두들 온 몸을 와들와들 떨더니 부리나케 일어나 제각기 뿔뿔이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장량은 그 광경을 보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아아! 秦始皇의 폭정이 얼마나 가혹하면 늙은이들 조차 저렇듯이 겁을 내고 있는 것인가 ?"
그런데, 장량의 말을 잠자코 들으며 홀로 술잔을 비우던 키가 9척이나 되어 보이는 젊은 사람 하나가 장량 앞으로 다가오더니, 장량의 손을 덥썩 움켜잡으며 말한다.
"지금 선생의 말을 들어 보니, 始皇帝는 살려 두어서는 안 될 폭군 같구려. 그렇다면 왜 그런 자를 없애 버릴 생각은 아니하고 방치하는게요 ? 만약 선생에게 그런 뜻이 계시다면, 내가 앞장서서 선생을 도와주겠소."
張良은 그 말을 듣자 그 사람을 다시 보고 크게 기뻐했다.
오래 전부터 찾던 壯士를 이제야 만났기 때문이었다.
장량은 그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修人事를 나눈다.
"우리 인사나 나눕시다. 貴公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오 ?"
壯士가 대답한다.
"저는 어려서 부터 바닷가에 살아 왔는데 남들과 달리 기골이 장대(氣骨張大)한 탓으로 사람들이
(창해공<蒼海公>)이라고 불러오고있지요. 보아하니 선생께서도 예사 어른 같지는 않은데 함자는 어떻게
되십니까 ?"
"나의 이름은 張良이고, 자는 子房이라고 하오. 韓나라가 망하기 전에 韓나라의 宰相으로 있었소. 일찍이 秦始皇을 죽이고 나라를 되찾을 생각으로 사람을 찾고 있던 차에 오늘 貴公을 만나게 되니 기쁘기 한량없구려."
"좋소이다. 선생의 뜻이 그러시다면 내가 秦始皇을 없애보도록 하겠소."
"고맙소이다. 귀공이 진황제를 없애주기만 한다면 그것은 六國의 원수를 한꺼번에 갚는 것이 되니, 귀공의 이름은 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오."
"나는 이름을 알리려고 사람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오. 다만 秦皇帝이라는 자가 백성들을 몹시 괴롭힌다기에 없애버리려는 것 뿐이오."
'창해공'이라는 壯士는 단순하고 순박한 사람이었다.
언약이 성립되자, 장량은 秦始皇의 동태를 알아보았다.
때마침 진시황은 지방을 순행하는 중이었는데, 다행히도 며칠 후에는 舊 韓나라 땅인 陽武縣을
지난다는 소식이었다.
며칠후,
張良이 蒼海公과 함께 양무현으로 가 山 위에서 내려다보니, 秦始皇의 행렬이 큰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황색 비단으로 호화롭게 장식한 온량차를 중심으로 여러 대의 비슷비슷한 수레가
앞뒤에 따르고 있었고, 前後左右에는 수 천명의 騎馬 병사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창해공이 시황제의 행렬을 바라보며 묻는다.
"秦始皇이라는 자는, 황색 비단으로 호화롭게 장식한 저 수레 속에 타고 있겠지요 ?"
"아마 그럴 것이오. 전후 좌우에 호위병의 경계가 삼엄한데 저런 경계를 뚫고 들어가 始皇帝를 능히 살해 하실 수 있겠소 ?"
"염려마오. 철퇴(鐵槌)를 휘두르며 번개같이 달려 들어가 일격에 작살을 내버리면, 호위병들이 손 쓸
사이가 어디 있겠소이까 ?"
창해공은 장담하였다.
"그러면 꼭 성공하고 돌아오시길 바라오."
"잠깐 다녀올 테니, 선생은 이곳에 몸을 숨기고 구경이나 하고 계시오."
창해공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열 자가 넘는 철퇴를 바람개비처럼 휘두르며 산을 내려가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이것을 숨어서 지켜 보는 장량은 두 손을 모아 하늘을 우러러 성공을 빌 뿐이었다.
곧이어 창해공은 진시황 순행 대열 속으로 질풍(疾風) 같이 뚫고 들어가 호위병들을 비롯하여 온량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철퇴로 때려 죽였다. 목적은 진시황을 없애는데 있었지만, 누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온량차에 타고 있던 사람 모두를 때려 죽인 것이었다. 온량차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바람에 엄숙하던 행렬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자객이다 ! 자객을 잡아라 ! "
온량차 앞 뒤의 호위병들이 순식간에 구름떼 처럼 몰려들어, 창해공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그러자 창해공은 태연 자약하게 말했다.
"좋다...나를 잡아가라. 천하의 폭군을 내 손으로 잡아죽였으니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창해공은 진시황을 죽인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오였다.
秦始皇은 워낙 의심이 많은 者라, 지방 순행을 다닐 때에는 자객들의 기습이 두려워, 온량차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태우고 자신은 뒤따르는 수레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택에 진시황은 禍를 면할 수 있었다.
秦始皇은 밧줄에 묶인 창해공을 꿇어앉혀 놓고, 불호령을 내렸다.
"여봐라 ! 이놈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朕을 죽이려고 했는지, 실토할 때까지 사정없이 고문하여 배후를 당장 밝혀내라 ! "
시황제 앞에서 창해공의 살이 문드러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무지막지한 고문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창해공은 의연한 자세로 始皇帝를 당당하게 꾸짖는다.
"이 禽獸(금수)보다 못한 놈아 ! 나는 無道한 너를 하늘의 뜻으로 罰하려 했을 뿐이다. 천하의 義丈夫인 내가, 어찌 남의 사주를 받아 네놈을 죽이려 했겠느냐 ?"
창해공은 고문으로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끝내 張良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始皇帝는 창해공을 죽인 뒤에도 배후의 인물을 색출해내고자 대사 趙高를 불러,
"朝廷의 시책을 비방하는 자들을 고변하는 자에게는 상금 일만냥 씩을 하사한다" 고 전국에 방을 써붙여라 ! "
고 명령하였다.
이리하여 秦나라 전국에는 돈에 눈이 먼 고자질꾼들로 인하여, 이웃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회오리 바람이 불었다. 또 그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 간 사람의 수가 부지기수에 이르렀다.
이렇게 밀고된 불평객들의 명단에는 장량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언젠가 주막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秦始皇의 학정을 비난한 것을 그 노인들이 돈에 눈이 멀어 告辯한 것이 분명하였다.
張良은 禍를 면하기 위해 부득이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張良은 막역한 친구인 楚나라의 名將이었던 '項燕'의 아들 項佰 <項佰 : 머지않아 등장할 項羽의 숙부>이 있는 옛 楚나라로 피신하였다. 항백을 만난 장량이 피신해 온 사정을 사실대로 이야기하자 항백은,
"걱정 말고 내 집에 얼마든지 머물게. 내가 자네를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도와주겠는가 ?"
그리하여 張良은 항백의 신세를 지게 된 어느날, '이교'라는 다리를 건너가는데, 80 세쯤 되어보이는 노인 한사람이 다리위에 앉아 있다가 張良을 보더니,
"여보게 젊은이 ! 내가 개천에 신발 한 짝을 떨어뜨렸는데, 자네가 저것을 좀 주워다 주겠는가 ?"
하고 개천에 떨어진 신발을 가르키는 것이었다.
행색은 초라하고 바짝 말라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지만 두 눈에서는 이상한 광채가 나는
노인이었다.
장랑은 개천으로 내려가, 노인의 신발을 공손히 집어다 주었다.
그러자 노인은 신발을 신다가 다시 개천에 떨어뜨리고 장랑에게 또다시 주워 달라는 것이
아닌가 ? 장랑은 두 번째도 신발을 공손히 집어다 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또 다시 신발을 떨어뜨리고 다시 신발을 주워다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장랑이 또 다시 신발을 공손히 주워다 바치니, 노인이 크게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대는 가히 내가 가르칠 만한 人才로다. 내가 그대에게 귀중한 책을 한 권 주고 싶으니 그대는 지금부터 닷새 후, 이른 새벽에 저기 보이는 저 숲속 바위 앞에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게나. 그런데 나보다 늦게 와서는 안 되네."
그로부터 닷새 째 이른 아침에 장랑이 숲속 바위 앞으로 달려와 보니 그 노인이 먼저 와 있다가 장랑을 보고 꾸짖는다.
"젊은 사람이 늙은이를 기다리게 하다니..자네를 무엇에 쓰겠나? 닷새 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세."
장랑이 두 번째는 꼭두새벽에 나갔지만, 그때도 노인이 먼저 와 있다가 다시 닷새 후를 기약하고 그냥 돌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장랑은 세 번째는 아예 전날 초저녁 부터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동이 틀 무렵, 예의 그 노인이 가죽 冠에 황금 도포를 입고 바람처럼 나타나는데... 그야말로 神仙처럼 거룩한 모습이었다.
신비스러운 생각이 든 張良이 땅에 업드려 큰 절을 하면서 말했다.
"선생께서는 소생에게 부디 가르침을 내려 주시옵소서."
그러자 노인은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黃石公'이라고 하네. 그대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네. 그대는 학문을 닦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아 볼 뜻이 있는가 ?"
張良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하늘의 뜻인 줄 알고 있사옵니다. 소생이 비록 불민하오나
어찌 하늘의 뜻을 받들 생각이 없으오리까? 선생께서는 부디 가르침을 내려 주시옵소서."
黃石公은 호쾌하게 웃으며 答한다.
"그대가 이처럼 올바른 뜻을 품고 있다니, 내 어찌 그대의 부탁을 거절하랴."
장량이 또다시 절을 하며 부탁한다.
"지금 秦皇帝는 극악 무도하여 백성이 살아가기 어렵고 천하가 어지러우니 어떻게 하든지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할 텐데, 소생은 의욕은 있으나 計略과 智謨가 너무도 부족하옵니다."
황석공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기뻐하며 말한다.
"내가 관상을 보니, 자네는 열심히 공부하면 장래에 帝王의 스승이 될 相일세. 그러한
자네를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나로서는 다시 없는 기쁨일세."
그러면서 竹簡書 세 권을 내주면서 말했다.
"이 책은 太公望 (=강태공)의 '三略'이라는 貴書일세. 이 책 속에는 經世濟民하는 온갖 방법이 모두 들어 있으니, 오늘부터 이 책을 열심히 공부하여 대성토록 하게. 세상사람들은
<孫子兵法>과 <吳子兵法>을 소중히 여기지만, 이 책은 그런 것과는 또 다른 천하를 경륜하는 훌륭한 神書라네. 자네가 이 책으로 10년 동안만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때에는 참다운 君主를 만나 그 名聲을 만고에 떨치게 될 걸세."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전심전력을 다하여 공부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물었다.
"제가 만약 성공하여, 후일에 선생님을 찾아 뵈오려면 어디로 가야 하겠습니까 ?"
황석공 노인은 그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웃으며 대답한다.
"허허허, 자네가 세상만 바로 잡아주면 그만이지, 나 같은 늙은이를 무엇 때문에 다시 찾으려고 하는가 ?"
"스승님을 찾아 뵙는 것이 제자의 도리가 아니옵니까? 선생께서는 부디 거처하시는 곳을 알려 주시옵소서"
"나는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도는 구름처럼 흐르는 물 처럼(行雲流水) 去住가 無心 한데 나에게 무슨 일정한 거처가 있겠는가?"
"그러시다면 10년 후에 선생님을 다시 만나 뵐 수 있는 장소라도 말씀을 해 주시옵소서."
"그것도 부질없는 일이야. 자네가 후일 나를 굳이 만나 보고 싶다면, 이 말 한 마디만 해 줌세.
지금부터 13년 後에 天谷城이라는 곳을 찾아가면 城門 동쪽에 황색 바위가 하나 있을 걸세.
그 바위가 바로 나라는 것을 아시게."
黃石公 노인은 그 말 한 마디만 들려주고는 바람처럼 표표히 사라져 버렸다.
# 列國誌 34
**환관(宦官) 趙高의 專橫(전횡)
宦官이란, 궁중에서 근무하는 남자 內侍를 말한다.
내시란, 달려있는 불알을 인위적으로 떼어내 性 기능을 불가능하게 만든 性 불구자를 말한다.
궁중에는 王妃를 비롯하여 妃嬪과 수 많은 宮女들이 살고 있는 바, 정상적인 사내들을 수시로 출입시켰다가는, 癡情(치정) 사건이 발생할 수있기 때문에 궁중에서 남자 시종을 쓸 때는 반드시 불알을 떼낸다음 사내 구실을 할 수 없도록 만든 고자(鼓子)를 쓰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內侍, 즉 宦官은 사내구실을 못하는 신분이다 보니, 지체가 매우 낮은 부류로 취급하는데, 현실은
그렇지않았다. 이들은 비록 신분은 낮으나 항상 王을 비롯한 貴人 들 곁에서 시중드는 관계로
그들의 勢道는 宰相조차도 무시못하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皇帝의 비서실장 趙高도 일개의 宦官에 지나지 않았지만 皇帝를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라면 丞相도 감히 어찌하지 못했다. 신분은 보잘것 없어도 실질적인 勢道는 將相 들의 뺨을 칠 정도였던 것이다.
趙高는 여자를 모른다. 아니 알기는 해도 男
根이 잘려 나가고 없으니, 비록 여자가 곁에 있더라도
어찌해 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그의 인생의 관심은 財物과 勢道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權力이란 한 번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지속적으로 貪하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일까? 趙高도 황제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하다 보니 나중에는 제 자신이 皇帝라도 된듯한 착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皇帝를 신성 불가침의 존재로 알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저나 나나 다 같은 인간일 뿐,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趙高는 황제의 일거수 일투족과 음탕한 사생활 전반을 낱낱이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밤마다 황제에게 계집을 바치는 일은 趙高의 중요한 임무의 하나였다.
그러므로 宮女들은 趙高의 눈에 들기 위해 저마다 온갖 뇌물을 가져다 바쳤다. 趙高의 눈밖에 나면 , 제아무리 천하의 美人이라도 황제의 콧김을 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로 趙高의 코는 자꾸만 높아만 가고있었다.
(皇帝는 女色에 미쳐 돌아가는 狂人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황제는 내가 아닌가?!..)
趙高가 皇帝에게 계집을 골라 바칠 때는, 계집을 발가벗겨 세밀히 신체검사를 하였다. 자신은 직접
性행위를 할 수 없어도 황제의 안전을 위한다는 구실로 젊고 예쁜 계집의 몸뚱이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만져보고 들여다 보기'를 일상으로 하고 있 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황제가 골라 바친 계집과 동침할 때도, 趙高는 房의 한편 구석에 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현대의학으로 보면 趙高는 분명 觀淫症 환자라...)
어느 사내가 계집과 하는 적나라한 성행위를 지켜 보는 사람을 옆에 두고 마음껏 즐길 수가 있을까? 그러나 秦始皇은 그런 생활을 반복하며 밤을 보내 왔다.
그는 아마도 <宦官은 오직 內侍일 뿐 사내도 사람도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고있었을까?!..
그러나 趙高는 그와 반대로,
'나는 皇帝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람이다. 황제의 운명은 오직 내 손에 달려있다'
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처럼 權力이란, 그것을 쥐고 있는 者의 虛와 實이 인간의 마음에 혼란을 일으키는 마약같은 것이었음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趙高는 어떤 일이라도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게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丞相이나 大夫를 조용히 불러,
"이 일은 이렇게 처리하시옵소서. 소인이 말씀드리는 것은 폐하의 皇命이시옵니다."
하고 말해 버리면 그것으로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趙高는 이렇게 권력 행사에 재미를 붙이게 되자, 황제가 重臣을 직접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되었다. 권력을 제 마음대로 휘두르기 위해서는 皇帝를 자신이 독점하고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 무렵에 벌어진 蒼海公에 의한 황제의 암살 미수사건은 趙高가 권력을 독점할 절호의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趙高는 어느 날 황제에게 이렇게 품했다.
"오늘은 황제 폐하께 각별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 보아라."
조고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황제 폐하께옵서는 성품이 寬仁厚德하시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계시옵니다.
燕나라의 자객 荊軻와 韓나라의 자객 蒼海公이 저지른 암살시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 원인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陛下께서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시는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사료되 옵니다. 폐하께서 그런 불순 분자들을 일체 만나 주지 않으셨다면, 그런 불상사가 어찌 일어났을 것이옵니까 ?"
始皇帝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지. 그자들이 朕을 아무리 죽이고 싶었어도 짐이 만나주지 않았다면 그런 사태도 없었겠지. 그건 네 말이 옳도다."
"폐하 ! 그렇사옵니다. 하오니, 이제부터는 외래객은 물론이고 丞相 大夫와 重臣들도 직접 만나는 것은 삼가하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외래객을 만나지 말라는 말은 이해할 수 있어도 丞相이나 重臣들 까지 만나지 않으면 政事를 어떻게 다스려 나가겠느냐? 그것만은 말이 안되는 소리로다."
그러나 趙高는 천만의 말씀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품한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황제 폐하는 언제나 <신성 불가침의 天上의 어른>이라는 권위를 보이셔야하옵니다. 승상이나 재상들이 비록 고관이기는 하오나, 그들과도 빈번히 만나시다보면 <황제의 존엄성>이 쉬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 <신성 불가침의 존엄성>을 유지해 나가시려면 누구와도 직접 만나지 마셔야 하옵니다."
"丞相과 재상 들을 만나지 않으면 누구와 政事를 논의해 간다는 말이냐 ?"
"그 점은 염려 마시옵소서. 폐하께서 승상부에 下敎하실 일이 계시면 소인이 중간에서 전달하면 될 것이옵고, 승상부에서 폐하전에 품결(稟決)할 일이 있을 경우에는 소인을 통하여 書狀으로 올리게 하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나이까 ?"
" 흐음~....."
시황제는 조고의 충언을 그럴듯 하게 생각하였다. 아무리 君臣之間이라도 얼굴을 자주 對하다보면 황제의 위엄성이 떨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음, ~ 모든 政事는 비서장인 너를 통하여 下達하고 上申하는게 좋다는 말이지 ?"
"예, 그러하옵니다. 그렇게 하셔야 폐하의 존엄성이 더욱 위엄있게 되실 것이옵니다. 또 그렇게 하셔야
자객(刺客)들의 접근도 막을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자객들에게 여러 차례 봉변을 당했던 시황제는 <자객>이라는 말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 왔다.
그리하여 자기도 모르게,
"그러면 오늘부터는 아무도 만나지 않토록 할 테니, 모든 일은 네가 중간에 서서 처리하도록 하라."
고 말해버리고만 것이었다.
趙高의 술책에 始皇帝는 자신도 모르게 말려들고 말았다.
(일개 환관의 농간에 놀아나는 秦始皇을 보면서 저런 쪼다가 어떻게 天下를 통일했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음을 첨언하고자 한다. 븅신..쪼다..여색만 밝히다보니 전후 좌우를 분간하지 못하고 간이 작아져 겁쟁이가 되어버린 불쌍한 인간!~ )
일국의 제왕이 朝廷의 대신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內侍를 통해 나라를 다스려간다는 것은 요즘 말로 지나가던 소도 하늘을 보고 웃을 일이다. 그러나 趙高는 奸智가 얼마나 발달했던지 始皇帝의 통치 방법을 그렇게 바꿔놓고 말았으니..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趙高는 그날로 승상과 재상, 대부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이렇게 선포한다.
"황제 폐하께서는, 오늘부터 모든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그러하오니 승상부에서 폐하의 재가(栽可)를 받으실 일이 있으실 경우에는 반드시 문서로 작성하여 소인에게 제출해 주시옵소서. 폐하께옵서 승상부에 下命하실 일도 역시 소인을 거쳐서 하달하실 것이옵니다. 이것은 황제 폐하의 皇命이시옵니다."
丞相 李斯를 비롯하여 모든 중신들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그냥 들어 넘기기에는 너무도 중대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丞相 이사는 몹시 못마땅한 어조로 趙高를 나무랐다.
"그대는 무슨 당치도 않은 말을 하고 있는가 ? 丞相인 나도 황제 폐하를 직접 만나 뵙지 못한다는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 "
승상으로서는 당연한 노여움이었다.
趙高는 승상의 반발이 있을 것을 사전에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더욱 공손한 어조로,
"지금 승상께서 말씀하신 대로 행정 수반이신 승상조차 황제 폐하를 직접 만나 뵙지 못하고 국사를 문서로만 상신한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인 것 같사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소인도 승상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옵니다. 그러나 황제 폐하께서는 소인더러 승상부에 그대로 하달하라는 皇命을 내리셨으니 소인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사옵니다."
趙高는 어디까지나 <皇命>을 내세웠다. 승상 이사도 '皇命'이라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황제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 이미 그 절대적인 결과를 수 없이 보아 오지 않았던가?
이러다 보니 다른 재상과 중신들도 감히 더이상 <皇命>의 부당함을 論 할 수가 없었다.
이리하야,
.
.
그날부터 승상 李斯조차 모든 국사를 조고와 상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 모든 국사가 마치 趙高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 되어 버렸다.
趙高는 아침부터 밤중까지 황제와 생활을 같이해 오면서, 황제가 뒷일을 볼 때에는 밑(똥구멍)을 닦아 주고,
목욕을 할 때에는 때를 밀어 주고, 잠자리에 들 때에는 계집을 골라서 안겨 주고, 황제의 房事가 끝났을 때는 뒷물까지(황제의 거시기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일) 시켜주었다.
이와 같은 일을 스스로 도맡아 하며 다해 오면서, 실질적인 권력을 한손에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상 이사는 조고의 간섭이 크게 못마땅 하였다. 조고의 농간으로 국사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나라를 바로 잡으려면 환관 조고를 단호하게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고를 제거할 사람은 시황제밖에 없는데, 조고의 방해로 始皇帝를 직접 배알할 기회가 없음을 어찌하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이제는 승상 이사조차도 싫든 좋든 간에 조고의 비위를 맟출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趙高가 자기한테 앙심을 먹고 始皇帝에게 엉뚱한 고자질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때에는 자기 자신의 목도 보장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趙高는 자기를 對하는 승상 이사의 행동 거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크게 만족스러워했다.
(흐음 ....,이제는 승상도 나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 )
이렇게 趙高가 황제를 등에 업고 國政을 농단(壟斷)하는 사실이 날이 갈 수록 널리 알려지게
되자, 뜻있는 선비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탄식해 마지 않았다.
"秦나라가 亡할 날도 머지 않았구나 ! "
그러나 그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놀란 사람은 정배(定配)중이던 太子 扶蘇였다.
부소는 그 소식을 듣기가 무섭게 만리장성 築營 都監인 大將軍 蒙염 에게 달려가 상의하니, 몽염도
펄쩍 뛰면서 말한다.
"국가의 政事를 일개 환관에게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太子께서는 皇帝 폐하께 급히 上疏文을 올리셔서 趙高를 당장 斬刑에 처하도록 하시옵소서. 趙高를 지금 제거해 버리지 않으면 후일 태자께서 등극하시는데 큰 어려움에 부딪칠 것이옵니다."
"고맙소이다. 이 일은 단순히 나의 등극과 관계되는 문제를 넘어 국가의 기강과 存亡에 관계되는 일이오. 따라서 皇帝의 노여움을 사는 한이 있어도 상소문은 반드시 올려야 하겠소."
이리하여 扶蘇는 始皇帝에게 상소문을 올렸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皇帝 폐하,
그간 기체후 일양 만강하시온지요? 듣자옵건대, 폐하께서는 조정의 重臣들을 일체 접견하지 않으시고 內侍, 趙高를 통해서만 國事에 관한 敎旨를 내리시는 까닭에, 이제는 丞相조차 趙高 앞에서는 머리를 못 들게 되었다고 하온데, 국가의 기강이 이처럼 문란해지면 어찌 온전히 나라를 보존해 갈 수 있사옵니까? 당장 趙高를 능지 처참에 처하시고 폐하께서 親政을 베푸시옵소서.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天下統一의 聖業도 언제 와해될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小子, 定配地에서 눈물을 머금고 삼가 諫言을 올리오니 國家 百年大計를 생각하시와 부디 용납하여주시옵소서."..
太子 扶蘇의 상소문은 황제가 머물고 있는 아방궁으로 급송되었다.
그러나...
趙高의 事前 검열이 없이는 어떤 문서도 황제에게 전달될 수 없다는 사실을 太子 扶蘇와 대장군 몽염은 알기나 하였을까?..
扶蘇의 상소문을 모두 읽고난 趙高의 얼굴에 무서운 毒氣가 솟아 올랐다.
"뭐!? 나를 능지 처참하라고 !?..."
趙高는 上疏文을 읽어보기가 무섭게 즉석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흥 !...太子면 다냐?
누가 누구의 손에 죽게 되나 어디 두고 보자.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다! "
환관 趙高의 눈에 핏발이 섰다.
# 列國誌 36
** 亡國을 암시하는 隕石(운석)
蘇州는 예로부터 山紫水明하고 기후 또한 온화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이곳에는 다른 지방에 비교하여 훨씬 더 아름다운 여인이 많다는 점이다.
趙高가 始皇帝를 꾀어, 예정에도 없던 蘇州에 들르게 한 것은 이곳 미녀들을
싫컷 안겨 주어 시황제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다.
겨울이 한창임에도 蘇州 지방은 기후가 따뜻하여, 산과 들에는 璂花 瑤草(기화요초 : 고운 풀과 꽃)가 만발해 있었다.
한겨울에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로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허어 그거 참..咸陽은 지금 추위가 한창인데 이곳에는 이처럼 온갖 百花가 만발해 있으니 武陵桃源이 따로 없구나! "
시황제가 行宮 정원의 꽃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자 趙高가 허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황제 폐하, 이곳은 기후가 좋기로 소문나 있사옵니다만, 그보다 더 뛰어난 것이 또 하나 있사옵니다."
"그것보다도 뛰어난 것이라니 그게 무어란 말이냐 ?"
"그것은 解語花를 말하는 것이옵니다."
"解語花라!?..
말을 알아 듣는 꽃이라니!? ... 처음 듣는 소리구나."
"解語花란 옛부터 이곳 蘇州의 美人들을 두고 하는 말이옵니다."
"옳커니! ..蘇州의 미인들을 가리켜 말을 알아 듣는 꽃이라 한단 말이지 ? 고것 참 ! "
始皇帝는 입맛을 다시며 趙高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趙高는
"옛부터, <蘇州의 계집을 안아보기 前에는 美人을 論하지 말라>는 말이 있사옵니다. 이런 말이
있는 것만 보아도, 이 곳 女人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래 ~?! ... 그렇다면 오늘 밤 기대를 좀 해야겠구나. 으흐흐...."
"예, 폐하!
오늘 밤 폐하를 모시게 하려고 蘇州 미인들 중에서도 50 명을 특별히 선발하여, 지금 沐浴을 시키고 있는 중이옵니다."
"호오!..., 오늘 밤을 위해서 50 명 이나 ? 50 명까지는 너무 과하지 않은가!?."
"아니옵니다.陛下의 情力으로는 50 명도 부족하실 것이옵니다."
"옛끼 이놈! 너는 朕이 물개인줄 아느냐? 물개라면 숫놈 한 마리가 백마리가 백마리의 암놈을 거느린다고 하더라만, 사람이 그렇게 까지 왕성할 수는 없지않으냐."
"폐하는 人子가 아니고 天子이시옵니다. 자고로 天子의 情力은 끝이 없다고 들었사옵니다. 밤이 짧아 50 名에게 골고루 承恩을 베푸시기 어려우시면, 내일 밤이 또 있지 않사옵니까 ?"
趙高는 始皇帝의 房事 실력을 익히 알면서도 <超人的인 정력가>로 치켜세웠다. 시황제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 <超人的인 정력가> 라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환관 趙高는 이처럼 교활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다.
이날 밤, 始皇帝가 寢殿으로 들어가자 趙高가 부리나케 쫒아오며 아뢴다.
"미인들을 지금 별실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밤이 이슥하오니, 미녀들을 入室 시키는 것이 어떠하시겠사옵니까 ?"
始皇帝는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름다운 여인이란 언제 보아도 반가우니라. 지금 들어오도록 하여라."
"오늘 밤에는 陛下 殿에 특별한 기쁨을 드리고자 미녀들을 모두 알몸으로 나오게 할까 하온데, 폐하께오서 윤허해 주시올지 매우 걱정스럽사옵니다."
"뭐 ? 옷을 벗고 모두들 알몸으로 들어오게한다고?..그것 참 매우 참신한 아이디어로구나 !"
"폐하께 보다 색다른 즐거움을 드리고자 소인이 착안한 것이옵니다."
"그래, 네가 朕을 위해 이처럼 충성을 다하고 있으니, 실로 고맙고 기특한 일이로다."
"皇恩이 망극하옵니다. 본디 女人의 참다운 아름다움은 그 육체에 있는 줄로 알고 있사옵니다. 옷을 입혀 놓으면 정작 귀중한 肉體美는 옷 속에 가려져, 오직 얼굴만 감상하시게 되시는지라 오늘 밤은 특별히 미녀들을 알몸으로 현신하게 하려는 것이옵니다."
"오호 ! 네가 알기는 아는구나. 계집이란 얼굴도 아름다워야하지만, 그보다도 더 맛이 좋게 하는 것은 女人의 육체미에 있느니라. 얼굴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정작 溫柔之鄕이 없으면 별로니라. 온유지향의 맛이 좋으려면 결국은 피부가 곱고 부드러우면서도 전체적인 몸의 균형과 맵시가 S字 形이 되어야 할 것이야."
趙高는 연실 굽신거리며 다시 아뢴다.
"그러면 지금부터 한 명씩 호명 현신(呼名現身) 하게 할 터이오니, 폐하께서는 먼저 龍眼으로 감상하시옵소서."
이윽고 50 명의 미인들이 화려한 불빛을 받으며, 한 사람씩 알몸으로 사뿐사뿐 걸어 들어와 시황제에거 큰절을 올리는데, 젊음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그 녀들은 누구 하나 아름답지 않은 이가 없었다.
"오호! ..蘇州의 미인들이 이처럼 천하의 절색일 줄은 미처 몰랐구나. 너무나도 아름다워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를 어떻게하면 좋으냐 !"
趙高가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아뢴다.
"陛下 ! 천하의 美人 모두가 폐하의 소유물이오니, 마음에 드시는 대로 골라 즐기시옵소서."
"진수 성찬이 이처럼 화려하니 무엇부터 먹을까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구나."
사실 始皇帝는 너무도 황홀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였다.
이렇게 蘇州 미녀들에게 맛을 들이자, 시황제는 지방 巡行을 중지한 채 언제까지나 蘇州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였다. 약삭빠른 趙高는 그런 눈치를 알아채고 시황제에게 품했다.
"폐하 ! 이곳은 기후가 온화하오니, 지방 순행을 잠시 중지하시고 겨울을 이곳에서 보내심이 어떠하오실지요 ?"
"으음 그래.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그러면 겨울을 여기서 보내고, 봄이 오거든 지방 순행을 다시 떠나기로 하자."
이와 같은 일정 변경에 대해 누구보다도 놀란 사람은 丞相 李斯였다.
帝王의 행행(行幸)은 지엄하기 짝이 없는 것이어서, 한번 공포된 旅程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음대로 변경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사가 諫言을 올리고 싶어도, 조고가 중간에서 황제와의 면담을 가로막고 있으니 어찌하랴!..
이사는 생각다 못해 趙高를 정면으로 꾸짖었다.
"君主의 여정을 마음대로 변경하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네. 그러하니 황제 폐하께서는 이미 공표하신 대로 지방 순행을 곧 떠나셔야 하네."
그러자 趙高는 비웃는 듯한 어조로 대답한다.
"丞相 閤下(합하) ! 法度란 백성들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황제 폐하께 어찌 法度라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사오리까?"
"그런 것이 아니라도 그러네. 황제께서 공포하신 여정을 중단하고 소주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계시면, 폐하를 영접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놓고 기다리고 있는 백성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게 되겠는가 ?"
조고는 그 말이 비위에 거슬려 승상의 얼굴을 말끄러미 올려다 보며 말했다.
"누가 무어라해도 황제 폐하께서는 이곳에서 겨울을 나실 것이옵니다. 지금 소인이 승상께 드리는 말씀은 폐하의 皇命이시오니, 그런 줄 아시고 다시는 여러 말씀 아니 하시는 것이 身上에 利로우실 것이옵니다."
趙高의 방자스러운 언동에도 승상 이사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만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두달 쯤 지날 무렵, 蘇州에 놀라운 사건이 하나 발생하였다.
어느날 밤, 하늘에서 커다란 별똥별이 긴 꼬리를 끌며 蘇州에 떨어졌는데, 그 별똥(隕石)에는
<시황사이지분(始皇死而地分)>이라는 여섯 개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이 글자는 '始皇帝는 죽고 秦나라 영토는 여러 개의 조각으로 갈라져 버린다'는 뜻이었는데, 이것은 누가 보아도 '놀라운 괴변'이 아닐 수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에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살아 있는 시황제가 죽는다고 쓰여있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 소문은 백성들 사이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삽시간에 퍼져 마침내 丞相 李斯와 宦官 趙高의 귀에도 들어오게 되었다.
"뭐?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 그 같은 해괴한 銘文이 새겨져 있다고 ?"
승상 李斯는 소문을 듣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始皇帝의 荒淫無道한 탈선 행위와 趙高의
放恣한 言動으로 미루어 보아, 亡國之兆가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趙高는 이같은 소문을 듣고, 하늘이 낮다고 펄펄 날뛰며,
"어느 놈이 그와 같은 요망스러운 유언 비어를 퍼뜨리고 있는지, 그놈을 잡아 당장 물고를 내야 한다 !"
하고 그 사실을 그날로 始皇帝에게 告해 바쳤다.
始皇帝는 조고의 말을 듣고 大怒했다.
"그런 글자가 새겨져 있는 운석이 있다면, 당장 그 운석을 가져 오너라 !"
관헌들이 총출동하여 문제의 운석을 찾아내, 始皇帝에게 바쳤다.
문제의 운석은 길이가 한 자 가량되는 말뚝같이 길고 둥근 모양이었는데, 거기에는 <始皇死而地分> 이라는 여섯 글자가 분명히 새겨져 있지 않은가?
始皇帝는 그 隕石을 보고나더니 더욱 怒했다.
"별이 떨어지다 타고 남은 운석이라면 빛깔부터가 새까마야 하건만, 이게 어디 타다 남은 돌이냐 ! 이것은 어떤 反逆 徒輩 들이 朕을 저주하려고 이런 짓을 한 것이 분명하니, 그놈을 당장 색출해 내라 ! "
始皇帝의 불같은 명령 한마디에 蘇州 관헌들이 총동원 되어 범인 색출에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검색을 하여도 범인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시황제는 그럴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 隕石이 떨어진 곳이 어느 곳이냐 ?"
하고 물었다.
"여기서 5 里쯤 떨어진 松柏里라는 마을 한복판이 옵니다."
"이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돌이 아니라, 어떤 놈이 돌에 글씨를 새겨 넣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그 마을에 있는 선비 놈들은 모조리 잡아죽여라."
시황제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명령을 내리고도 성이 차지 않는지, 한 가지를 덧붙여 命했다.
"가만,...그 마을 이름이 松栢里라 했겠다? 松栢里란 절개가 송백같이 굳다는 뜻이 아니냐 ?"
"마을 이름을 松柏里라고 한 것은 그런 뜻이 아닌가싶사옵니다."
"그 마을은 사람이 얼마나 사느냐 ?"
"깊은 산속에 많은 집 들이 흩어져 있어 자세히는 알 수가 없사오나, 대략 5 ~ 6 千 명은 될 것이옵니다."
"오냐, 그러면 앞으로 이런 不忠之事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송백리에 사는 백성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모조리 불태워 죽여라."
그리하여 송백리의 1 萬 餘 백성들은 '隕石사건'으로 인하여 하루 아침에 떼죽음을 당하니, 이것이야말로 역사상 殘虐武道하기가 짝이 없는 인간백정 秦始皇의 폭정이었다.
(* 로마제국의 暴君 네로<Nero>로부터 筆者에게 연통이 왔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자신이 始皇帝를 兄님으로 모셔야할 것 같다고^^...)
隕石사건이 마무리 된 뒤부터 시황제는 밤마다 몹시 사나운 꿈에 시달렸다.
어느 날 밤은 凶夢 시달리다가 깨어나 보니, 전신에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지 않은가?
시황제는 불쾌하기 짝이 없어서, 승상 李斯를 불러서 꿈 이야기를 물어 보았다.
"朕은 요즘, 밤마다 좋지 않은 꿈을 꾸는데 왜 이다지도 밤마다 꿈자리가 사나운지
모르겠구려."
"무슨 꿈을 꾸셨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온지요 ?"
"朕은 어젯밤 꿈에 동해 바다에서 海龍과 대판 싸우고 있는데, 때마침 하늘에서 赤龍
한 마리가 날아 내려 오더니 朕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려고 덤벼들더란 말이오. 하여, 기겁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깨어 보니 꿈이었소."
승상 이사는 고개를 무겁게 떨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흉몽임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차마, 皇帝에게 '夢'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둘러댔다.
"봄에 꾸는 꿈은 '개꿈'이라는 속담이 있사옵니다. 폐하께서는 오랫동안 지방 순행으로 인해 玉體가 피로해지신 탓인 듯 하옵니다. 꿈이란 것은 믿을 것이 못 되오니, 너무 쾌념치 마시옵소서."
"지난번에는 산 위에 푸른 雲氣가 감돌아서 朕을 불쾌하게 하더니, 어젯밤에는 적룡이 짐을 삼키려고 했으니, 푸른 色과 붉은 色이 朕과 무슨 원수지간인지 모르겠구려."
시황제는 언젠가 꿈속에서 푸른 옷을 입은 동자와 붉은 옷을 입은 童子가 玉璽(옥새)를 서로 빼앗아 가려고 싸우던 일이 또다시 연상되어,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이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계시면 마음이 침체해지셔서 꿈자리가 뒤숭숭해지기 쉬운 법이옵니다. 그러하오니 이곳을 하루속이 떠나셔서, 일단 咸陽으로 還宮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朕도 환궁하고 싶기는 하오. 그러나 지방 순행은 이미 공포해 놓은 일이니, 남은 지방도 잠시 잠시
둘러보고 환궁하기로 하겠소."
그리하여 始皇帝가 蘇州에 머무른지 석 달 만에 다시 지방 순행의 길에 오르게 되자, 趙高가 시황제 옆으로 다가와 귀엣말로 아뢴다.
"폐하 ! 平原津 別宮에서, 千 餘 명의 궁녀들이 황제 폐하의 臨御를 학수 고대하고 있다는 전갈이 왔사옵니다."
# 列國誌 38
** 嫦娥 3
(미지막 기회)
"오늘부터 너는 朕의 곁을 한시라도 떠나지 말거라. 너는 朕의 최후의 애인이로다."
시황제는 嫦娥에게 반해, 嫦娥를 <최후의 애인>이라 부르며,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嫦娥는 <최후의 애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 비밀이 탄로난 것 같아 가슴이 철렁했다.
시황제는 결코 한 사람의 女人만으로 만족할 사내가 아니지 않은가 ? 그의 주변에는 항상 수천, 수 만 명의 미인들이 대기하고 있지 않은가 !
그런 시황제의 입에서 嫦娥를 두고 <최후의 애인>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는 것은 '시황제 자신도 알 수없는 죽음에 대한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 ?'
嫦娥는 생각이 이에 이르자, 시황제를 살해할 결심을 더욱 굳게 다지게 되었다.
이윽고 밤이 되자 嫦娥는 시황제와 잠자리를 같이하게 된다.
嫦娥는 色魔에게 몸을 더럽히기는 죽기보다도 괴로웠다. 그러나 커다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을 피할 수 없었다.
(시황제를 없애기 위해 아버지까지 희생시켜 온 내가 아니던가?. 羅乙 낭군의 원수도 갚고, 수 천 ,수 만의 불행한 여성들을 구원할 수 있다면 나의 희생은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닐 것이다.)
嫦娥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을 붉히며 옷을 벗었다.
촛불 아래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숫처녀의 풍만한 몸매와 우윳빛 피부는 文字
그대로 聖女와 같은 거룩한 인상을 주었다.
"오오!... 너야말로 月中 仙女가 분명하구나 ! "
시황제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며 능글맞은 미소를 흘렸다.
嫦娥는 자신을 경이로운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 보는 시황제의 눈동자를 얼핏 보았다.
촛불에 비친 아롱진 그의 눈동자 가운데에는 자신의 알몸이 여지 없이 비쳐 보였다. 또 개기름이
번질거리는 시황제의 얼굴은 징그럽기 조차 한데 그의 입이 헤벌레~ 벌어지고있었다.
순간, 嫦娥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바로 마음을 다잡고 아에 눈을 감았다.
(나는 어차피 희생의 제물이 되기로 각오한 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수난이라도 참고 견디자.)
시황제는 알몸의 嫦娥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감상하며 감탄한다.
"네 몸은 너무도 아름답구나. 짐은 일찍이 수천 계집을 대해 왔건만, 너처럼 아름다운 육체를 대하기는 이 밤이 처음이로다."
라고 말하며, 嫦娥 쪽으로 다가와 나직히 속삭였다.
그러자 그때, 저편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폐하께서 이처럼 감탄하시기는 오늘 밤이 처음이시옵니다. 상아 아가씨는 이름 그대로 月세계에서
下降하신 仙女가 분명한가 보옵니다."
하고 속삭이듯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닌가 ?
嫦娥는 난데 없는 사람의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덮으며,
"거기 있는 사람이 누구요 ?"
하고 겁에 질린 소리를 질렀다.
설마 황제의 침실에 外人이 잠입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러자 始皇帝는 웃으며 嫦娥를 달랜다.
"아가 ! 너무 놀라지 말거라. 저 구석에 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환관이로다. 환관 조고는 밤이면
언제든지 朕의 침실에서 不寢番을 서게 되어 있느니라."
嫦娥는 그 말에 또 한번 놀랐다.
<환관은 사람이 아니다>는 말도 놀랍거니와, 남녀가 동침하여 사랑을 나누는 밀실에 불침번을 선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궁중의 법도가 그렇게 되어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상아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嫦娥는 기회를 보아 시황제에게 비방 사약을 먹여야 할 판인데, 옆에 사람이 있어 가지고서야
死藥을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상아는 이불 속에서 얼굴을 살며시 내밀어 조고를 찾아 보았다.
그러자 저편 어두컴컴한 구석에 조고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嫦娥는 용기를 내어 시황제를 불렀다.
"폐하 ! "
"왜 그러느냐."
"이 처럼 사람이 옆에 있으면 신첩은 부끄러워서 폐하를 모실 수가 없사옵니다. 바라옵건대 환관을
밖으로 물러나가게 해 주시옵소서."
그러자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조고가 시황제를 대신하여 대답하였다.
"소인이 폐하의 침실에서 불침번을 서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궁중 법도 입니다. 소인은 사람이
아니옵고, 단지 환관일 뿐이오니, 마음놓고 폐하를 모시옵소서."
嫦娥는 조고의말에 또 다시 등골이 오싹해 왔다. 조금 전에는 시황제가 <조고는 환관일 뿐이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을 하더니. 이번에는 조고 자신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면서 <마음 놓고 情을 나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趙高가 사람이 아니면 도데체 뭐란 말인가 ? 內侍가 性 불구자인 것은 알고 있지만 성 불구자도
사람인 것은 틀림없지 않은가 ? 설사 그가 유령이라 치더라도 사람이 동물이 아닌 이상, 제 三의 인물이 지켜보는 앞에서 어떻게 남녀간의 은밀한 성행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 더구나 趙高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자신의 모든 것을 지켜 볼 것인데, 어떻게 시황제에게 死藥을 먹일 수가 있단 말인가 ?)
嫦娥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趙高를 침실에서 쫒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시황제는 趙高의 존재는 완전히 무시해 버린듯,
"얘야 ! 趙高는 불침번을 서는 환관일 뿐, 사람이 아니래도 그러는구나. 그러니까 마음놓고 오늘 밤을 즐기자꾸나."
하고 말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와 嫦娥의 허리를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嫦娥는 황제의 손길을 매정하게 뿌리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신첩은 폐하와 단둘이 되기 전에는 결단코 폐하를 모시지 못하겠사옵니다."
그 말에 시황제는 怒氣를 띠며 말했다.
"예끼 이것아 ! 너는 결벽성(潔癖性)이 지나치게 강한 계집이로구나. 지금까지 수많은 계집들은 환관을 옆에 두고도 짐과 더불어 아무 말도 없이 밤을 즐겨왔거늘, 너만 그렇게 못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소리냐 ? "
"다른 궁녀들은 어떻게 해 왔는지 모르겠사옵니다. 매우 외람된 말씀이오나 신첩은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하겠사옵니다."
"뭐?!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다!?...너는 朕이 누구인 줄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 ?"
그 소리에 嫦娥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러나 이 판국에 이르러서 비겁한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
"폐하께오서는 만 백성의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한손에 쥐고 계시는 분이신 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아무리 폐하의 御命이라도, 여자로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남이 지켜 보는 앞에서 몸을 허락할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宦官을 옆에 두고서는 죽어도 朕의 은총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말이냐 ?"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여자의 덕목의 하나인줄 알고 있사옵니다. 신첩을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계집으로 취급하시려면 차라리 폐하의 손으로 죽여 주시옵소서. 신첩은 폐하의 손에 죽음을 당하는 것을 다시없는 영광으로 알겠사옵니다."
시황제는 그 말을 듣더니 별안간 소리를 크게 내어 통쾌하게 웃는다.
"하하하, 朕은 오늘 밤에야 처음으로 계집다운 계집을 만났구나 ! "
시황제는 嫦娥의 어깨를 다정스럽게 감싸안으며 감격어린 어조로 다시 말했다.
"아무리 보아도,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仙女임이 분명하다. 朕은 지금까지 수천 계집과 즐겨 왔으되, 너처럼 부끄러움을 제대로 알고 있는 계집은 처음 보았다. 여자의 수치심을 죽음으로써 지켜 나가려는 너의 뜻은 진실로 고귀하기 짝이 없도다. 이처럼 고귀한 네 뜻을 내 어찌 무시할 수가 있겠느냐 !"
그리고 이번에는 저편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조고를 향하여,
"趙高야 ! 오늘 밤은 불침번이 필요치 않으니 물러가 있거라."
하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趙高는 선뜻 물러가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폐하 ! 소인으로서는 그럴 수 없는 일이옵니다."
하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뭐가 그럴 수가 없다는 말이냐 ?"
"폐하께서 주무시는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불침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옵니다. 지난 10여 년 이래로 소인이 불침번의 임무를 직접 맡아 온 것은 그것때문이었사옵니다."
"네 충성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 밤만은 물러가 있거라."
"폐하 ! 소인이 물러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그러나 거사 후에 뒷물 처리는 누가 해드릴 것이옵니까. 嫦娥 아가씨는 실정을 잘 모르셔서 고집하시는 모양이오나, 소인이 없으면 폐하께서는 여러 가지로 불편하실 것이옵니다."
황제는 거기까지 듣다가 별안간 벼락 같은 소리를 질렀다.
"물러가라면 곱게 물러갈 일이지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으냐.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
趙高는 그제서야 허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폐하의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嫦娥를 향하여 말한다.
"嫦娥 아가씨에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폐하께서는 房事하신 후, 반드시 보약을 드시오니, 여기 준비 된 보약을 진상해 주시옵고, 뒷물은 준비된 대야의 물로 깨끗이 닦아 드리기 바랍니다."
하며 藥 사발과 대야를 자기 앞쪽에서 嫦娥가 보이도록 밀어 놓는다.
마침내 趙高가 나가고 침실에는 황제와 嫦娥, 단 둘만 남게 되었다.
"네 소원대로 趙高를 내보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오늘 밤을 즐기기로 하자."
시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굶주린 매가 꿩을 덮치듯 嫦娥의 가냘픈 허리를 굵은 팔로 감아 안았다.
嫦娥는 다시 한번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목적을 위해서는 희생을 각오하지 않을수 없는 처지이기에,
"신첩은 폐하를 흠모해 온 지 너무도 오래 되었사옵니다."
하고 말하며 난생 처음으로 異性을 온몸 가득히 받아냈다.
실로 괴롭기 짝이 없는 첫날밤이었다.
始皇帝는 놀랍도록 정력이 절륜한 사내였다. 그런데도 이성의 경험이 전혀 없는 嫦娥에게 유난히 매혹되어,
"이 세상에 너처럼 뛰어난 계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면서 嫦娥의 온 몸을 사정없이 만지고 주물러댔다. 폭풍의 시간이 멎자, 嫦娥는 침전 구석에 있는 보약에 품어온 死藥 한 봉지를 타 넣었다. 그 약은 세 봉지만 먹으면 피가 말라 한 달 안에 죽게 된다는 秘方의 死藥이었다.
嫦娥는 약사발을 시황제에게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藥은 환관이 달여 놓은 보약이옵니다. 옥체를 돌보시와 지금 곧 드시옵소서."
시황제는 밤마다 들던 보약이므로,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단숨에 마시고, 이내 잠이들어 버렸다.
그러나 嫦娥는 잠이올 턱이 없었다.
(내가 사람을 죽이려하다니.. 이래도 되는걸까 ? 더구나 내가 몸을 허락한 남자는 오직 이 사내 한 사람뿐이 아닌가 ?)
嫦娥는 잠든 시황제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에 이상 야릇한 연민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嫦娥는 흔들리는 감정을 자신의 머리를 흔들며 매섭게 부인해 버렸다.
(아니다 ! 이 사나이는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약혼자를 죽게 만든 원수일 뿐만 아니라, 수천 수만의 여성들을 유린해 온 무서운 色魔다. 죄없는 여성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 者를 죽여 없애야 한다.)
다음날 아침 시황제는 평소보다 한 시간쯤 늦게 일어났다.
趙高가 재빠르게 달려와 아침 인사를 올리며,
"폐하 ! 오늘 아침에는 기침이 매우 늦으셨사옵니다. 어젯밤 보약은 드셨사옵니까 ?"
"응, 먹었다."
"오늘 아침 따라 기침이 늦어지신 것을 보면 어젯밤은 매우 피로하셨던 모양이옵니다."
"하하하 ...., 어젯밤에는 매우 만족스러웠느니라."
"폐하께오서 매우 즐거우셨다고 하오니 소인도 기쁘기 한량없사옵니다. 지금 平原津 별궁에는 천하 절색인 궁녀들이 천 명씩이나 대기하고 있사오니, 오늘 밤에는 嫦娥 아가씨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궁녀로 모시도록 하겠사옵니다."
趙高는 어젯밤 嫦娥로 인하여 추방당한 원한이 골수에 맺혀서 오늘 밤은 嫦娥를 추방시켜 버릴 계획이었다.
솔직히, 조고는 자신이 성 불구자인 관계로 직접 성 행위를 할 수는 없지만, 밤마다 시황제의 성 행위 하는 광경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시없는 기쁨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어젯밤은 嫦娥가 그것을 못보게 했으므로 嫦娥가 밉기 그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시황제는 아직도 嫦娥에게 미련이 남아 있어서,
"오늘 밤은 다른 아이로 바꿔 주겠다고 ? 글쎄....."
하며 고개를 저었다.
趙高는 황제의 애매한 대답을 듣고 적이 당황했다.
"폐하,
이 별궁에는 絶色의 궁녀들이 얼마든지 있사온데, 무엇 때문에 嫦娥 아가씨 하나에게 그토록 애착을 가지시옵니까? 소인이 오늘 밤에는 더욱 좋은 궁녀를 선별하여 진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성기를 절단하여 환관이 된 趙高는 자신은 비록 여인과 관계를 할 수는 없어도 다른 사람의 성 행위의 현장을 지켜보며 쾌락을 느끼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더구나 그 대상이 수 많은 처녀들 중에서 선발된 궁녀들이었던 고로 趙高가 시황제의 잠자리를 직접 보고 느끼는 쾌감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황홀경이었다.
사실 황제가 누구를 좋아하든 趙高는 상관이 없었다. 매일 밤마다 궁녀를 황제에게 진상하고 두 사람의 적나라한 성 행위를 지켜 보는 것 만으로도 그는 대 만족이었던 것이다.
(남의 성행위를 보고 꽤락을 느끼는 치유 불가능한 觀淫症 환자!
불쌍한 趙高라는 인간...)
그러나 嫦娥는 그러한 자신의 취미를 황제를 통하여 일언 지하에 뭉개버렸기 때문에 趙高는 가슴 속에서 불꽃이 일었다.
(네가 감히 나를 무시했겠다 ? 오냐, 두고 보자. 내가 皇帝의 은총을 다시는 못 받게 하리라.)
이런 생각에 잠겨 있던 趙高에게 皇帝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그것은 네가 모르는 소리로다. 嫦娥라는 아이는 보통 계집아이가 아니야. 오늘 밤도 그 아이를
들도록 하여라."
그러자 趙高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폐하 ! 여인은 새로울수록 좋다고 합니다. 千 名의 궁녀들이 한결같이 폐하의 承恩을 학수 고대하고
있사오니 폐하께서는 은총을 골고루 베풀어 주셔야 하실 것이옵니다."
"닥쳐라. 잔 소리 그만두지 못힐까? 궁녀란 朕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朕이 궁녀를 위해 존재한단 말이냐 ? 朕은 嫦娥에게 아직 미련이 있어, 당분간은 그 애만 부를 것이다."
이리하여 嫦娥는 <당분간> 시황제를 독점할 수 있게 되었다.
조고는 그럴수록 嫦娥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어디 두고 보자 ! 네년은 언젠가는 내가 반드시 죽여 주리라.)
조고는 시황제를 嫦娥에게 빼앗겨 버린 것 같아서 기회만 있으면 嫦娥를 죽여 버릴 결심을 하였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었던가 ? 극심한 趙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嫦娥는 시황제를 연달아 모신 덕택에 그에게 사약 세 봉지를 모두 먹일 수 있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자 시황제의 몸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평소에 정력이 그토록 왕성하던 皇帝가, 藥 세 봉지를 다 먹고 난 다음부터는 얼굴에 노란 꽃이
피면서 嫦娥가 옆에 있어도 건드릴 기력이 없어졌던 것이다.
그러한 상태를 재빠르게 알아챈 사람은 趙高였다.
조고는 크게 걱정을 하며 황제에게 품한다.
""폐하 ! 嫦娥는 폐하의 氣를 빨아 들이는 妖女가 분명하옵니다. 그런 계집은 마땅히 죽여 없애야 하옵니다."
"으음 ...., 네 말을 들어 보니 그런 것도 같구나. 웬일인지 朕도 이제는 그애가 보기 싫어졌구나."
"그것 보시옵소서. 그러니까 嫦娥를 없애 버리셔야 하옵니다."
"죽이든지 살리든지 네가 알아서 하여라."...
그리하여 嫦娥는 暴君이자 天下의 망나니 始皇帝란 인간이 죽는 것을 보지도 못한 채,
안타깝게도 九萬里 같은 꽃다운 인생을 펴보지도 못하고 趙高라는 일개 內侍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 列國誌 39
** 秦始皇이 죽자
이어지는 趙高의 무서운 음모
始皇帝는 점점 기운이 쇠약해 지면서 마침내 팔다리를 움직일수 없게 되었다.
조고는 걱정이 태산 같아서 황제에게 물었다.
"폐하 ! 어디가 어떻게 아프시옵나이까 ?"
"별로 아픈데는 없는데, 웬일인지 자꾸만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구나."
典醫(전의)가 진찰을 마치고 난 後, 그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五臟 六腑(오장육부) 어디에도 이상이 없사옵니다. 너무 과로하신 탓으로 사료되오니 보약을 꾸준히 드시옵소서."
라고 말할 뿐이었다.
始皇帝는 좋다는 보약을 아무리 먹어도 기력이 빠져 가기는 마찬가지였다.
趙高가 수심이 가득하여 말한다.
"기력이 그처럼 없으시면 지방 巡行을 중지하시고 咸陽으로 還宮하심이 어떠하시온지요 ?"
"朕도 그러고 싶으니 함양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러 다오."
황제 일행은 그날로 平原津 別宮을 떠나 秦의 首都 咸陽으로 출발 하였다.
趙高는 황제의 상태를 승상 李斯에게 조차 알리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는 李斯는, "왜 별안간 旅程을 변경하여 還宮을 하오 ?"
하고 趙高에게 물었으나 조고는
"황제 폐하의 皇命이시옵니다."
라는 한 마디만 答할 뿐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平原津에서 咸陽으로 가려면 드넓은 사막 지대를 지나가야 한다.
때가 한여름인 7 月, 사막은 불을 지른듯 뜨거워져 숨쉬기조차 어려운 지경이었다.
사막을 강행군하기 사흘 째, 황제 일행은 沙丘 (지금의 허베이省 서북 태평대)라는 곳에 도착하였는데..
시황제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던지 조고를 불러 힘없는 목소리로,
"朕은 아무래도 죽을 것 같구나."
라고 말하니, 趙高는 황제의 두 손을 움켜 잡으며 말한다.
"폐하께서는 어인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이제 咸陽도 멀지 않았사옵니다. 還宮만 하시면 곧
쾌유되실 것이옵니다."
"아니다. 내가 내 病을 왜 모르겠느냐? 아무래도 얼마 못살 것 같으니, 後嗣를 부탁하게 丞相을 불러라."
大位繼承 문제로 丞相 李斯에게 유언을 남길 생각이었다.
趙高에 대한 신임이 아무리 크다 할지언정 국가의 重大事를 일개 內侍에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趙高는 그 말을 듣자 크게 당황하였다.
황제가 죽고 李斯가 정권을 장악하는 날이면 趙高 자신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조고는 즉석에서 이렇게 꾸며댄다.
"丞相은 조금 전에 邑內에 나가시고 아니 계시옵니다."
시황제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뭐야 ? 승상이 邑內로 나갔다고? .... 읍내에는 무엇하러 갔느냐?"
趙高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폐하의 藥을 구하러 나가신 줄로 알고 있사옵니다."
"쯔쯔쯧 ....朕이 곧 죽을 판인데 약은 무슨 藥이라는 말이냐 ?"
시황제는 혀를 차며 말했다.
"승상이 없다니, 朕의 遺言을 네가 받아 써 두었다가 승상에게 傳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시황제는 다음과 같은 유언을 불러 주었다.
<朕이 죽거든 皇帝의 자리는 太子 扶蘇에게 계승시키고, 萬里長城 築營都監 蒙恬을 軍
總司令官으로 임명한다.>
황제의 자리를 맏아들에게 물려주고, 軍事權을 유능한 장수에게 맡기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유언이었다.
그러나 조고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날벼락 같은 유언이었다. 왜냐하면 太子 扶蘇를 북방으로 定配를 보내도록 뒤에서 부추긴 사람이 바로 趙高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시황제는 유언을 남기자 곧 이내 눈을 감았다.
때는 秦始皇 37년 7월 丙寅日...
中國 역사상 최초로 天下를 統一하고 만 백성 위에 군림하며 인간 최고의 영화를 누려 오던 始皇帝가 광활한 뜨거운사막 에서 50 세를 일기로 어이없게 客死하고만 것이었다.
오래 살고싶어 不老草와 不死藥을 찾아 조선 땅에까지 사람을 보냈던 그 始皇帝도 죽음 앞에서만은 匹夫(필부)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쯤,
秦始皇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있을까?...
독자 제위의 상상에 맡기노니,
"귀 있는 者는 들을지어다"...)
불과 50 年을 살면서 인간이 누릴 수있는 온갖 영화는 다 누리고 간 秦始皇!
그는 자신의 행적을 통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갔는가?!...)
어쨌거나 일인 독재의 전제 군주가 죽으니, 그의 사후 문제는 복잡할 수 밖에 없었다.
(황제가 죽어 없어졌으니, 이제는 내가 죽을 차례가 되었구나 ! )
조고는 시황제가 죽고 나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나 奸狡한 宦官 趙高는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고 그대로 물러설 者가 아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으니, 이제는 내가 살 방도를 강구해야겠구나.)
趙高는 죽은 황제의 시신 앞에서 잠시 심각한 고민을 하더니 별안간 탁! 하고 무릎을 쳤다.
< 그렇다 ! 유서의 내용을 알고 전 할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뿐이다. 나 이외에는 황제가 죽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 그렇다면 황제를 살아 있는 것처럼 꾸며서, 그동안에 황제의 이름으로 扶蘇와 蒙염을 죽여 없애 버리고, 유서를 변조하여 胡亥를 후계자로 옹립하도록 하면, 大 秦帝國은 또다시 내 손에 左之右之될 것이 아닌가 ?>
그야말로 무서운 음모요 무서운 모사꾼이었다.
(사내 구실도 못하는 者가 대신 奸智만은 他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발달했으니..)
조고는 그런 음모를 실행하기 위하여, 비밀리에 胡亥를 불러들였다.
조고는 황제의 시신을 잠자는 사람처럼 꾸며놓고 호해를 그 옆에 꿇어 앉게한 후, 조용히 말했다.
"胡亥 공자께서는 놀라지 마시옵소서. 황제 폐하께서는 조금전에 붕어(崩御)하셨습니다."
호해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붕어라니 .... ?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인가 ?"
"몸을 만져 보시옵소서. 수족이 싸늘하게 차가우실 것이옵니다."
호해가 황제의 손을 잡아 보니, 과연 얼음장 같이 싸늘하였다.
호해는 屍身 위에 엎어지며,
"아바마마 ! 이게 웬일이시옵니까 ! "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趙高는 胡亥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 잡으며, 엄숙하게 선언하듯이 말했다.
"公子께서는 울음을 멈추시옵소서. 곡성(哭聲)이 밖으로 새나가면 큰일나시옵니다."
"아바마마가 돌아가셨는데, 어째서 울지도 못한단 말인가 ? "
"폐하께서 돌아가신 것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옵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사후 처리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황제가 돌아가신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나라에 커다란 변란이 올 것이므로,
절대로 곡성을 내셔서는 아니 되시옵니다."
그리고 품속에 간직한 옥새(玉璽)와 유서를 내보이며 말했다.
"소인이 옥새와 유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사옵니다. 공자께서는 먼저 유서부터 읽어 보시옵소서."
"보위(寶位)를 형님에게 물려주라고 하셨구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유언이 아닌가 ?"
순간, 조고는 胡亥를 실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유서의 내용은 저만이 알고 있는 일이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유서의 내용은 얼마든지 뜯어고칠 수가 있사옵니다. 게다가 옥새까지 제가 가지고 있으므로 만약 公子께서 보위에 오르시고 싶으시다면 지금이라도 太子를 제쳐놓고, 공자께서 황제로 등극하실 수가 있사옵니다."
이만큼 말해 주었으면, 호해는 조고의 뜻을 대뜸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러나 호해는 워낙 성품이 단순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모든 것을 아바마마의 유언대로 처리해야 옳은 일이지. 유서의 내용을 마음대로 뜯어고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
하고 오히려 조고를 나무라는 태도로 나오는 것이었다.
조고는 氣가 막혔다.
(이 사람은 내 뜻을 이렇게도 못 알아듣는 바보였단 말인가 ?)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호해가 단순한 바보일수록 그를 황제로 옹립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더욱
유리할 것 같았다.
그리하여 조고는 胡亥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이 유서의 내용대로 태자가 보위에 오르면 공자께서는 목숨을 보존하시기가 어려우실 것 같사온데, 그래도 좋으시다는 말씀입니까 ?"
그러자 호해는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놀랐다.
"형님이 황제가 되는데 어째서 내가 죽게 된다는 말인가 ?"
조고는 냉엄한 어조로 말한다.
"太子는, 胡亥 공자와 小人이 공모를 해서 자기를 北方으로 定配 보낸 줄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하오니 만약 태자가 보위에 오르면, 공자와 소인은 반드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자께서는 태자가 보위에 오르기를 찬성하신다는 말씀입니까 ?"
"음 ....."
호해는 마음이 크게 동요되는지 한숨을 내쉬며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조고는 이때다 싶어 다시 말을 이었다.
"공자께서 이대로 태자의 손에 억울하게 돌아가시느냐 그렇지 않으면 황제로 등극하시어 평생을 영화롭게 사시느냐,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하시렵니까 ? 이것은 오직 공자님 결심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옵니다."
"......"
"생각해 보시옵소서. 영화의 길을 버리고 죽음의 길을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옵니까 ? 공자께서
돌아가시게 되면 저 또한 죽어야 할 운명이온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소인도 이대로 죽기는 너무도
억울하옵니다."
趙高는 이렇게 호소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趙高라는 者, 현세에 태어났어도
그 누구 못지않은 Top 탤런트나 배우가 되고도 남을 X...)
胡亥는 그제서야 마음을 굳혔는지,
"사정이 그렇게 된다면 내가 보위에 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허나 그렇게 하려면 太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지 ?"
"그 점은 조금도 염려 마시옵소서. 공자님의 결심을 알았사오니 태자에 관한 문제는 소인이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승상과도 상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승상이 반대하고 나오면 어떻게하지?"
"그 문제도 소인이 책임지고 해결할 것이오니 공자께서는 저를 믿으시고 모든 것을 저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그러면 나는 그대만 믿고 있을 것이니 잘 부탁하네. 만약 내가 황제로 등극하면 그대의 은공은 평생을
두고 잊지 않겠네."
"皇恩이 망극하옵나이다."
趙高는 胡亥가 나간 뒤, 丞相 李斯를 시황제의 屍身 옆으로 모셔들였다.
"丞相 閤下 !
황제 폐하께서 조금 前에 승하하셨습니다."
"무어라!?.. 陛下께서 승하하셨다고 ?... 그런데 이런 큰 일을 당할 때까지 어째서 나에게 一言半句도 없었는가 ?"
李斯는 놀라움에 趙高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러나 趙高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태연한 표정으로 오히려 승상 李斯에게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모든 것은 皇命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을 가지고 시비를 論할 때가 아니라. 이제부터는 事後 처리에 관한 문제로 相議하여야 할 것 입니다."
승상 李斯는 趙高의 행실이 생각할수록 괘씸하여 다시 한 번 꾸짖었다.
"이런 큰 일을 나에게 아무런 기별도 없다가 이제 와서 무슨 相議를 하자는 말인가 ?"
황제가 살아 있을 때에는 황제의 비호(庇護)가 두려워 趙高를 함부로 다루지 못했던 승상이었다.
그러나 황제가 이미 죽고 없으니, 이제는 丞相의 체통을 세워보고도 싶었을 것이다.
趙高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小人의 생각으로는, 폐하께서 승하하신 사실을 지금 공포해 버리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咸陽에 도착할 때 까지는 폐하께서 생존해 계신 것처럼 꾸며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온데, 승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옵니까 ?"
"으음... 그 점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만."
"그러자면 폐하께서 승하하신 사실을 승상과 소인만이 알고 그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그래야겠지. 그건 그렇고 陛下께서 운명하실 때 遺言이나 遺書를 남겨 놓으셨을텐데, 그 문제는 어떻게 되었는가 ?"
趙高는 그제서야 품고 있던 유서를 李斯에게 건네 주며 말한다.
"유언장은 여기 있사옵니다. 승상께서는 잘 읽어 보시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시옵소서."
李斯는 유언장을 읽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유언이시네. 長子에게 帝位를 계승케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
그러자 趙高는 때를 놓치지 않고 李斯에게 말한다.
"陛下로써는 당연한 당부이시옵니다. 그러나 소인이 보기로 승상께서는 크게 슬퍼하셔야 할 遺言이 아닌가 싶사옵니다."
"내가 슬퍼해야 할 유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
"생각해 보시옵소서.
太子가 등극하시게 되면, 승상의 자리는 태자와 가까운 蒙恬장군이 맡게 될 것이 아니옵니까 ?
그렇게 되면 승상께서는 단순히 자리를 빼앗기게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九族이 滅門之禍를 당하게 되실지도 모르옵니다.
자기가 섬기던 君主가 돌아가고 새 황제가 등극하게 되면, 丞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기 어려운 법이옵니다. 그러니 遺書의 내용이 승상께 어찌 슬픈 일이 아니되겠나이까? "
이사는 그 말을 듣자 등골이 오싹해 졌다.
아닌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보더라도 君主가 바뀌면 旣存의 권력자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해 버리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사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先帝 때의 치적이 워낙 큰데 설마 나에게까지 그런 禍가 미치겠는가 ?"
그러자 趙高는 냉엄하게 말했다.
"丞相 閤下 ! 역사에는 예외가 없사옵니다."
丞相 李斯는 본래 모든 政事를 正道로 처리해 나가는 理性的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당장 자신의 生死에 관한 문제에 직면하게되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趙高는 그런 기미를 약삭빠르게 알아채고 다시 한번 덮어씌우듯이 말했다.
"太子가 登극하면 승상께서는 주살당하실 각오를 하고 계셔야 하실 것이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사는 전신에 소름이 끼쳐왔다. 그리하여 무심중에 趙高에게 물었다.
"여보게 ! 내가 살아날 무슨 방도는 없겠는가 ?"
趙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丞相께서 살아날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옵니다."
그러자 李斯는 趙高의 손을 덥썩 움켜 잡으며 말했다.
"그것이 어떤 방도인가?
어서 말을 해주게 !"
"丞相께서 원하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太子 대신 胡亥 공자가 보위를 계승되게 되면, 丞相께서는 죽음을 免하시게 되실 뿐만 아니라 丞相의 자리도 그대로 유지하실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음 ...., 그러나 그것은 先帝의 유지에 反하는 일이 아닌가 ?"
"지금 내가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판에 先帝의 遺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음 .....하긴 내가 죽고 나면 세상은 끝나는 것이니 ...."
이사는 조고의 말에 동참할 생각이 분명해지자 다음 일을 걱정한다.
"그렇게 되면 太子가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데, 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지 ?"
"胡亥 공자를 옹립하려면 太子와 蒙恬 장군은 말썽을 일으키기 前에 죽여야 하옵니다."
"뭐라? 태자와 蒙恬
장군을 죽여 없애자는 말인가 ?"
이사는 크게 놀라며 반문하였다.
그러나 조고는 무서우리만치 냉정하였다.
"내가 죽느냐 네가 죽느냐 하는 막다른 판국인데, 승상께서는 무엇을 주저하시옵니까 ? 승상께서 처리하시기 어려운 문제는 小人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소인이 빈틈없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李斯는 자기도 모르게 趙高의 두 손을 움켜 잡으며 말했다.
"나는 모른척 하고 있을 것이니 모든 일은 그대가 잘 처리해 주시오. 그대의 은공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이리하여 丞相 李斯는 완전히 趙高의 계략에 말려드는 신세가 되고말았다.
趙高는 丞相 李斯를 포섭하고 나자 곧바로 太子 扶蘇와 蒙恬 장군을
없앨 공작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