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41-50
# 列國誌 41
** 秦始皇 死亡 後의 혼란한 정국
※ ( 2019년 12월 31일, 저녁 뉴스에
눈길이 가는 소식이
있었다. 그것은 중국 西安에 있는 아직 발굴하지 않은 秦始皇의 兵馬俑坑에서 진시황 때의 유물이 또 다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趙高는 丞相 李斯를 이용하여 太子 扶蘇와 將軍 몽염을 죽여버리니 이제는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조고는 이사에게 지시하듯 말했다.
"이제는 우리를 방해할 자가 아무도 없으니, 황제의 유해를 온량차로 모시고 함양으로 돌아갑시다.
咸陽에 도착하여 喪을 발표하고, 胡亥 공자를 이세 二世皇帝로 卽位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咸陽에 도착할 때까지는 황제가 살아계시는 것처럼 아침 저녁의 수랏상도 반드시 진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사는 조고의 고압적인 태도가 몹시 아니꼬왔다. 그러나 이제는 좋든 싫든 간에 운명을 같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하여 일행은 咸陽을 향하여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시신을 실은 온량차 안에는 趙高 이외에는 아무도 출입을 못 하게 하였다. 게다가 황제의 수랏상을 생존했을 때와 똑같이 아침 저녁으로 꼬박 진상했으므로, 시황제가 죽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였다.
죽은 시황제의 屍身이 썩어가는 냄새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어 시체 썩는 냄새는 코를 찌를 지경이었다.
"아니, 어디서 이런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야 ?"
"누가 아니래 ! 며칠 전부터 고약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악취가 코를 찌르네 !"
시종과 호위병 사이에 이런 소문이 퍼져 나가자, 조고는 냄새의 구실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소금에 절인 생선 십여 대의 수레를 황제의 온량차 앞뒤로 따라오게 하면서,
"황제께서 소금에 절인 생선을 준비하라 명령하시어 , 부득이 냄새나는 생선을 가지고 가는 길이니, 모든 신하들은 냄새가 다소 고약하더라도 폐하께 대한 충성심으로 참아 주기 바란다."
하는 특별한 지시까지 내리게 되었다.
이리하여 20 여 일 만에 咸陽에 돌아오자마자 황제의 喪을 공포하고 胡亥를 후계자로 옹립 하니,
그가 바로 大秦帝國의 二世皇帝였다.
始皇帝의 命에 의하여 方士 盧生이 海東國 朝鮮 땅으로 永生한다는 불老草를 찾아 떠난 徐市를 찾을 수 없어 잠적한 太岳山에서 만난 노인으로 부터 받은 '天錄 秘結 '이라는 책이 가르키는 예언인 <亡秦者胡也)>의 뜻을 시황제는 "북방 오랑캐"로 잘못 해석하여 나라를 亡치지 않으려고 萬里長城을 쌓기 시작했지만, 후일에 알고 보니 정작 秦나라를 망친 사람은 북방 오랑캐가 아니고 시황제의 둘째 아들 胡亥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秦나라를 망친 者, 胡亥가 宦官 趙高와 丞相 李斯의 술수로 二세 황제로 등극하게 된 것이었던 것이다.
조고는 호해를 등극시킨 바로 그날 밤에도 '경축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胡亥에게 미녀들을 안겨 준다. 이렇게 호해를 미녀들의 품안에서 놀아나게 해 놓고, 황제의 권력을 제 뜻대로 휘두르려는 계획이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라.
胡亥는 본래 좀 모자라는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계집만은 지 애비를 닮아 둘째가라면 섭할정도로 좋아 하였다.
그는 등극을 하고 나자 조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인생을 즐기고 있을 것이니, 모든 國事는 그대가 알아서 처리하시오."
"皇恩이 망극 하옵니다. 그러면 모든 국사는 폐하의 皇命으로 小人이 전담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고보니, 秦나라의 황제가 누구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 되어버렸다.
새 황제가 등극하면 나라에는 할 일이 많은 법이다.
丞相과 大夫, 재상도 새로 임명 해야 하고, 시황제의 國葬도 속히 치러야 할 형편이었다.
趙高는 李斯에게 은밀히 말했다.
"황제께서는 민심을 일신하기 위해 승상을 비롯한 모든 대부와 재상들을 깨끗이 갈아 버리라는 분부가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소인이 극력 반대하여 승상만은 계속 유임하게 되셨으니, 승상은 그런 줄 아시고 오늘부터는 새 황제를 위해 倍前의 충성을 다해 주시옵소서."
趙高가 이런 식으로 나오니, 자존심이 강한 승상 이사도 조고 앞에서는 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나를 위해 그처럼 애써 주셨다니 고맙기 그지없소이다. 이 기회에 貴公도 큼직한 벼슬자리 하나쯤 얻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귀공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
어차피 두 사람이 공동 운명체가 된 이상, 피차간에 사이가 좋아야 할 것 같아서 이사는 조고의 환심을 사고자 엉뚱한 제안을 해 보았다.
불알이 없는 宦官에게 벼슬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사는 그러한 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면서, 조고의 비위를 맞추려고 일부러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다.
趙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 네가 이제야 나를 알아본 모양이구나.)
그러나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그렇지않아도 황제 폐하께서는 소인에게도 특별한 은총을 내려 주셨습니다."
"특별한 은총이라니 요? 어떤 은총을..? "
"황제 폐하께서는 소인에게 황공하옵게도 낭중령(郞中令)이라는 특별한 직함을 내려 주셨습니다."
"낭중령 ...? 우리 職制에 없는 벼슬자리가 아니오 ?"
"황제 폐하의 皇命이면 그만이지, 직제 같은 것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
조고가 약간 나무라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이사는 당황하여 손을 흔들며 말했다.
"벼슬자리를 얻으셨다니 어쨌든 축하합니다. 낭중령의 직책은 어떤 것이던가요 ?"
"폐하의 말씀에 의하면, <낭중령>은 폐하를 대신하여 무슨 일에나 명령을 내릴 수있는 직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사는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조고에게 머리가 수그러졌다.
시황제의 장례는 그가 죽은지 2 달 여가 지난, 9월에 치러졌다. 그의 시신은 그가 생전에 마련해 두었던 여산묘릉(驪山墓陵)에 매장되었는데, 장례식에 동원된 인원은 무려 30 萬 명에 달했다.
그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무덤에는 수많은 진귀한 보물들도 함께 매장하였고, 아방궁에 살고 있던 3千 궁녀들 중에서 아기가 없는 궁녀들은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순장(殉葬)시켰다.
<천하에 둘도 없이 死後에 지옥에 떨어질 놈. 이미 떨어져 뜨거운 지옥불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지만...>
명색이 궁녀였을 뿐이지 시황제와 단 한 번도 살을 섞어 보지 못한 궁녀들이 2천 명이 넘었지만, 그들은 단지
宮女였다는 이유 하나로 무참하게 산채로 생매장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秦始皇이라는 전대 미문의 專制 君主는 살아서는 죄없는 백성들을 수백 만명씩 학살하더니,
죽은 뒤에도 수천 명의 女人들을 생매장으로 끌고 들어 갔으니 秦始皇, 이 者야말로 인류 역사에
前無後無할 惡魔라할 것이다.
진시황이 죽고 나자,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불평들이 전국 각지에서 머리를 들기 시작하였다.
시황제가 살아 있을 때에 陳勝과 吳廣이 이미 大澤鄕에서 반기를 들고 일어났었으나 정작 시황제가 죽었다는 소문이 널리 알려지게 되자, 전국에 숨죽여 있던 志士와 義士 들이 빼앗겼던 조국을 되찾으려고 우후죽순처럼 들고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그 옛날 吳나라를 본거지로 삼고 무력 봉기한 항량(項梁),
항우(項羽)가 있었고, 패현(沛縣)을 근거지로 삼고 무력 봉기한 유방(劉邦)등이 있었다.
이같이 세상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권력 장악에만 급급한 趙高와 李斯의 눈에는 이런 것이 보일 턱이 없었다.
낭중령 조고가 승상 이사에게 물었다.
"태자 대신에 호해 공자가 등극 했다고 하여 세상에서는 뒷공론이 몹시 분분한 모양입니다, 불안한 정국을 어떻게하면 속히 안정시킬 수 있겠소이까 ?"
이사에 대한 조고의 말투가 어느덧 달라져 황제가 신하에게 내리는 어투로 변해있었다.
李斯는 속으로,
'어디 두고 보자. 네가 언젠가는 나의 손에 나가떨어질 날이 있을 것이다.'
라며 입술을 깨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충성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政局이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불안한 정국을 속히 안정시키려면, 현 정권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불평객들을 철저하게 숙청해 버려야 할 것이오."
이사는 옛날의 동료들을 그냥 살려 두어서는 승상 행세를 하기가 거북할 것 같아서 그런 제안을 하였다. 조고는 이사에게 반문했다.
"불평을 가진者 들을 철저하게 숙청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불평객들이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까?"
"前朝에 고관 벼슬을 지낸 사람들 모두가 불평객들이지요. 그 사람들은 新帝에 한결같이 반감을 품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 어떤 역모를 일으킬지 모르니,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자들을 모조리 없애야 한다는 말씀이오."
"승상의 생각에 저도 동감입니다."
그리고 조고는 잠시 뜸을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어 말한다.
"지금 함양에는 夢氏 性을 가진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들도 몽염 장군 관계로 현 정부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니 그들을 어떻게 처리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그들도 불평을 하는자들이므로, 후환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응당 죽여 없애야 할 것이오."
조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골치 아픈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일이오 ?"
"승상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先帝의 後宮들 몸에서 태어난 공자가 모두 서른한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舊 세력들이 그들을 업고 帝位를 찬탈(纂奪)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인데, 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실상인즉 조고가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太子 扶蘇가 보위에 올랐다면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연한
비밀로 丞相 李斯와 宦官 趙高가 결탁하여 太子와 몽염 장군을 없애고 둘째인 胡亥를 옹립한 것을
나머지 공자들도 눈치를 챘던바, 다른 공자들도 그렇다면 나도 한번....'하는 생각이 일어서 그중 일부가 舊 세력과 결탁하여 帝位를 넘겨다 보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趙高로서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기에 조고는 이번 기회에 승상 이사를 앞세워 골칫거리를 일시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이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先帝께는 매우 불충스러운 일이나, 정국의 안정과 국가의 기틀을 신속히 확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공자들도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없애 버리는 것이 상책일 것이오."
趙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上策이겠습니까 ?"
"물론이지요. 국가는 사람의 신체와 같아서, 患부는 과감하게 도려내 버려야만 건강을 제대로 유지할 수가 있는 법이오."
" ...... 승상의 말씀은 들을수록 명언이시옵니다."
趙高는 李斯가 이처럼 강경하게 주장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는 옛날 동료 고관들을 그냥 살려 두어서는 승상의 권력을 자기 뜻대로 휘두를 수 없다고 보았기에, 舊 세력을 영원히 排除시켜 버리려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폐하로부터 윤허를 받아 드리면, 승상은 불평객들을 모조리 평정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물론이오. 불만을 가진자 들을 모조리 제거해야만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오."
"좋습니다. 승상께서 이처럼 자신있게 말씀하시니, 소인이 어떻게하든지 폐하의 윤허를 받아내겠습니다."
조고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시국에 대한 불평, 불만을 가진 자들을 깨끗이 제거해 버리려면 적어도 4 ~5 백 명은 죽여 없애야 할 판인데, 그런 끔찍한 일을 李斯에게 떠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고는 속으로 크게 웃었다.
(이거야말로, 손도 안대고 코푸는 격이 아닌가? 흐흐..)
얼마 後 조고는 대궐에서 나와 이사에게 말했다.
"모든 것은 승상의 뜻대로 하시라는 폐하의 윤허가 내려졌습니다.승상께서는 이참에 정국에 불평 불만을 가진자 들을 깨끗이 제거함으로써 정국을 신속히 안정시켜 주시옵소서. 폐하께서는 승상을 누구보다도 신임하고 계시옵니다."
이에 李斯는 신바람이 나서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인물들을 모조리 체포하여 학살하기 시작했는데, 그 행태가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보같은 X...)
게다가 몽염 장군의 후환을 없앤다고 夢氏 姓을 가진 사람은 어린 아이까지 모조리 잡아 죽였고, 호해의 동생들인 31명의 公子도 모조리 죽여 버렸다.
제딴에는 敵性分子 들을 철저하게 제거해 버리면 자기 세력이 막강해 지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이사는 공자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고, 마지막으로 扶蘇의 아들 <자영>까지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자 조고가 말리며 말했다.
"자영 공자만은 죽이지 말라는 皇命이시옵니다."
"왜 자영 공자 만은 살려 두라는 말씀이오 ?"
"太子를 흠모하는 민심이 그의 아들인 자영 공자에게 쏠려 있기 때문에, 그를 죽이면 오히려 민심이
이반될 우려가 있으므로 말리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
물론 이 말은 <皇命>이라고 내세운, 趙高 자신의 생각이었다.
'자영'까지 죽여 버리면 민심이 돌아설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자영만은 남겨두어 민심의 소란을 잠재우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이다.
이런 점으로 따진다면, 학식이 뛰어난 李斯보다도 무식한 趙高의 政務 감각이 훨씬 높은것이 아닌가? 싶다. 조고는 이처럼 무서운 인물이었던 것이다.
李斯가 기존의 권력층을 싹슬이해 버린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처럼 기존 세력을 모두 일소해 버리고 새로운 자기 세력을 구축한 뒤에, 조고 한 사람만 제거해 버리면 온 세상은 자기 것이 된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사가 권력층 소탕에 열을 올린 이유가 바로 그 점에 있었고, 조고의 수모를 끈기있게 참아 온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었다.
조고는 조고대로 이사를 교묘하게 이용해 왔지만, 이사는 이사대로 조고를 이용하여 실권을 장악한 뒤에는 조고를 무슨 명목으로든지 한칼에 베어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두 사람은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불구 대천(不俱戴天)의 정적(政敵)이라할만 하다.
이사가 수많은 권력층 인사들을 한꺼번에 제거해 버리자, 민심이 크게 동요했다.
"丞相이란 職이 국정을 보살피는 게 아니고 사람 잡아죽이는 職이란 말인가? !"
"李斯가 유능한 인사들을 모조리 잡아다 죽여 버리는 것은 황제까지 몰아내고 결국은 자기 자신이 帝位에 오르려는 사전 정지 작업이 분명한 것이 아닌가 ?"
백성들 간에는 이와 같은 유언 비어가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이것은 백성들 간에 비난성 여론이기도 하였지만, 趙高가 배후에서 이와 같은 유언비어를 계획적으로
퍼뜨려 나간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런 유언 비어가 널리 퍼져나간 어느 날이었다.
趙高는 부랴부랴 황제전에 달려가 이렇게 告하였다.
"폐하 ! 큰일났사옵니다. 丞相 李斯가 반역을 도모하고 있사옵니다."
胡亥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라 ? 승상이 반역을 도모한다고 ..? 그렇다면 그놈을 당장 잡아들여 斬刑에 처하라 ! "
"皇命을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이리하여 이사는 즉시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게 된다.
고문은 처절하기가 이를데 없어서, 이사는 마침내 없는 罪를 스스로 불어 버렸다.
罪名은 무시무시한 '反逆圖謨罪'였다 !
李斯와 그의 일가족은 수레 위에 결박을 당한채, 백성들의 조소를 받으며 咸陽거리를 끌려 다니다가
마침내 刑場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 옆에 있던 아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탄식하였다고 한다.
"아들아 ! 우리가 고향에서 낚시를 다니던 때가 얼마나 좋았더냐!."
李斯를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던 백성들도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측은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고한다.
권력이 무엇이기에 권력의 세계가 이처럼 무자비한 것일까 ?
남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한 者는 장차 자신의 눈에서는 피눈물을 흘릴 각오가 되어있어야한다.
("귀 있는者는 들을지어다".)
趙高는 권력 투쟁에서 丞相 李斯에게 KO 勝을 거둠으로써 秦나라는 사실상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되었다.
그러나 '權不十年'이라 했던가?..
# 列國誌 42
** 劉邦과 번쾌 1
秦始皇이 죽고 胡亥가 二歲 황제로 등극하여 불알도 없는 宦官 趙高가 사실상 全權을 휘두르고있을 무렵, 沛縣(패현)에는 劉邦(유방)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劉邦은 어려서부터 무술에 능하여 泗上이라는 마을에 정장(亭長: 지금의 洞長 格)이 되기는 하였으나 벼슬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酒色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劉邦은 체구도 큰데다 성품도 활달하고 寬仁厚德하여 모든 사람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성품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굴 또한 龍을 닮아 특이하게 생겼다. 게다가 왼쪽 허벅지에는 72 개의 점이 있어, 그를 본 觀相家 들은 '장차 큰 인물이 될 사람' 이라고 들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劉邦 본인은 남들이 자신에 대하여 어떻게 말을 하든지 전혀 관심이 없이, 매일 술과 계집만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무렵, 그 지방에는 呂文이라는 60代의 道學子가 있었다.
呂文은 학문에 해박했지만, 특히 觀相學에 造詣(조예)가 깊어 그 지방에서는 그를 따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呂文이 어느 날 객주집 앞을 지나다가 그곳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있는 劉邦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발걸음을 멈춰섰다.
그리고,
생면부지의 劉邦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젊은이!
우리집에 좋은 술이 있는데 자네에게 한잔 대접하고 싶은데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지 않으시겠나 ?"
劉邦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다.
"노인장께서는 무슨 연유로 저에게 술을 주시겠다는 것입니까 ?"
"이 사람아 ! 늙은이가 좋은 술 한 잔 대접하겠다는 데 무슨 뜻이 있겠는가?"
"좋습니다. 저는 술이라면 워낙 사족을 못 쓰는 놈인데 좋은 술을 주신다니 무조건 따라가겠습니다."
이리하여, 呂文은 劉邦을 데리고 집으로 와서 술잔을 나누는데, 劉邦의 觀相은 볼수록 帝王之相이
분명하였다. 이에 呂文은 내심으로 결심한 바가 있는지 안방으로 들어가 마누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마누라, 지금 사랑방에 와 있는 젊은 청년과 우리 집 큰딸 아이를 결혼 시켜야겠소."
마누라는 너무도 뜻밖의 말에 기절 초풍 할 듯이 놀란다.
"이 영감이 정신이 돌아버린 모양이구려. 그 아이는 이미 이 고장 縣令에게 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청년과 결혼을 시키겠다는 거예요 ?"
"그런 약속이야 파기해 버리면 그만 아니겠소 ? 모든 것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당신은 나만
믿고 있어요."
그래도 마누라는 화를 내면서 극성스럽게 반대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건 안돼요. 현령을 사위로 맞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데 그것을 마다
한다구요 ?"
마누라가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縣令이라면 한 고을의 사또가 아니던가. 사또를 사위로 맞이하면 장인도 장모도 호강을 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나 呂文 노인의 판단으로는 사또 따위는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여보 마누라. 당신도 잘 알고 있다시피, 우리집 큰딸 아이는 보통내기가 아니오. 장차 皇后의 기상을 타고난 그 아이를 겨우 마을 縣令 따위에게 주어버리자는 게요 ?"
"그 아이가 皇后가 된다니 영감은 그 것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시우 ? 보자보자하니까 엉터리 觀相만 보아가지고 쯔쯧..! "
"에이 참 ! 이 마누라쟁이하고는..觀相學으로 보아 우리 큰 아이는 틀림없이 황후가 될 아이란 말이야 ! "
"영감의 관상 따위를 누가 믿어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 마누라는 영감의 觀相 실력을 당초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呂文 노인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헛참 !
남들은 모두 내가 보는 觀相을 최고로 알아주는데 집안에서는 영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니...쯔쯧, 하여튼 당신이 끝까지 내 의견에 반대한다면, 딸 아이를 이자리에 불러다 놓고 본인더러 결정하라고 합시다. 됐소 ?"
"맘대로 하시구려. 물어보나 마나 그 애는 현령한테 시집가겠다고 할 거예요."
두 내외는 딸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해 준 뒤에 물어본다.
"너는 현령에게 갈테냐, 그렇지 않으면 장차 帝王이 될지도 모르는 젊은이에게 시집을 갈테냐 ?"
큰 딸은 미혼의 처녀치고는 워낙 생각이 깊은 여인이었다. 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즉석에서 이렇게 대답한다.
"縣令은 싫어요. 그 젊은이에게 가게 해 주세요."
어머니가 너무도 기가 차서 호통을 친다.
"이것아 ! 네가 지금 제 정신이냐 ? 어째서 현령을 마다하고 , 유방인지 젓통인지 별 볼일 없는 일개 ' 난봉꾼'에게 시집을 가겠다는 게냐 ?"
"어머니! 제 일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사내 대장부가 女子를 모른다면, 그런 사내를 어디에 쓰겠어요? "자고로 英雄 호걸이 好色한다"는 말도 있고요.
'劉邦'이라는 청년이 아버님 말씀대로 장차 帝王이 될지 어쩔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젊은 그사람에게는 未來라는 것이 있지 않아요 ? 그러나 縣令이라는 사람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버린 사람이고요.!"
아버지 呂文은 딸의 똑 떨어지는 명쾌한 대답을 듣고 크게 감탄한다.
"과연 너는 황후깜 이 분명하다. 네 뜻을 알았으니, 이제는 이 애비가 알아서 하겠다."
여문 노인은 다시 사랑방으로 돌아와 劉邦과 다시 술잔을 주고받다가 문득,
"여보게 젊은이 ! 내게는 사랑스런 딸이 있는데, 자네가 내 딸아이와 결혼을 해 주지않겠나?
그 아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라네."
하고 말했다.
처음 만난 청년 劉邦을 사위로 맞이할 결심이었던 것이다.
劉邦은 너무도 뜻밖의 말에 어리둥절하였다.
"노인장께서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
呂文 노인은 劉邦에게 다시 금 술잔을 권하면서 말했다.
"내게는 자식으로 자매가 있는데, 큰딸의 이름은 <안(顔)>이라고 하네. 그 아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니 자네가 그 아이와 결혼을 하라는 말일쎄. 다시 말하면, 자네가 내 사위가 되어 달라는 말일세."
"노인장과 저는 오늘이 初面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보고 저한테 따님을 주시겠다는 것입니까 ?"
"자네가 궁금한 모양이니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 줌세. 나는 觀相學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일세. 자네와 나는 오늘이 初面이지만 觀相學上으로 보아 자네는 먼 장래에 반드시 제왕이 될 사람이야. 그래서 자네에게 내 딸을 주려는 것일세."
"제 얼굴이 먼 장래에 帝王이 될 相이라구요 ? 아무튼 잘 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긴 사람 팔자는 알 수 없는 것이지요. 하니 저라고 帝王이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겠지요. 帝王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저는 지금으로서는 장가갈 형편이 못 됩니다. 따라서 노인장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劉邦은 완곡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呂文 노인은 끈덕지게 설득한다.
"이 사람아 ! 자네가 장가갈 형편이 못 된다니 그것은 무슨 소린가 ? 어째서 장가를 갈 수없다는 것인지 그 이유나 한 번 들어보세."
두 사람이 술잔을 주고 받으며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뒷문 밖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처녀가 있었으니, 그 처녀는 呂文의 딸 <顔娘>이었다.
顔娘은 문 틈으로 엿본 劉邦의 얼굴이 마음에 들어
(아버지가 나의 신랑감을 정말로 잘 고르셨구나.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저 사람과 결혼해야겠다..)
고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나 劉邦은 呂文 노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지금 형편으로는 결혼할 수 없는 사유가 세가지 있습니다."
"무슨 사유인지 말해 보게나."
"첫째는, 제가 아직 학문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아직 수양을 제대로 쌓지 못해 인생의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지 못하였기 때문이고,
셋째는, 집이 가난하여 아직 妻자식을 먹여 살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뒷문 밖에서 그 말을 들은 顔娘은 크게 실망하였다. 거절을 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呂文 노인은 단념하지 않았다.
"이 사람아 ! 그게 어디 결혼을 하지 못 할 사유가 되는가? 자네 말을 들어 보니, 자네의 됨됨이가 더욱 믿음직스럽기만 하네."
劉邦은 呂文 노인에게 술을 따라 올리며 다시 말했다.
"저는 학문도, 용기도, 재산도 없는 놈인데 뭐가 믿음직스럽다는 말씀입니까 ?"
그러자 呂文 노인은 약간 나무라는 어조로 말을 하였다.
"이 사람아 ! 나는 자네의 재산을 보고 딸을 주려는 것이 아니네. 그 점은 오해하지 말아 주게."
"그러나 妻자식을 먹여 살릴 재산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 불알 두 쪽밖에 없는 저에게 무슨 까닭으로 딸을 주시려는지 저는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불알 두 쪽만 있다면 , 그것만으로도 장가갈 자격은 충분하지 않은가? .하하하 ! "
呂文 노인은 한바탕 크게 웃고 나서 다시 정색을 하며 말했다.
"내가 왜 자네를 믿음직스럽게 여기는지 그 이유를 말해 줌세. 사람이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는 법이라네. 그런데 자네는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그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청년인가 ? 보통 청년들 같으면 내가 딸을 준다고 하면 누구나 감지덕지했을 걸세. 그러나 자네는 생각이 깊어서 매사를 냉철하게 처리해 나가려고 하니, 그 또한 믿음직스러운 점이 아닌가. 자네 觀相이 워낙 帝王之相으로 생긴데다가, 생각하는 바가 이처럼 신중하니, 내가 어찌 사위로 탐을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노인장께서 보잘것없는 저를 지나치게 잘 보아 주셔서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면 나의 딸과 결혼을 하겠다는 말인가 ?"
"글쎄올시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면 자네가 믿어 줄지 모르겠네마는, 내 딸 역시 용모로 보나 평소의 행동으로 보나, 자네의 배필로 부족함이 없는 아이일세. 내가 보기에는 자네와 내 딸은 하늘이 정해 주신 배필인 것 같으이. 내가 자네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세."
劉邦은 아무 대답도 안 하고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매우 죄송스러운 말씀이오나, 제 결혼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呂文 노인은 크게 실망하며 말한다.
"그래 !?.....
내가 이처럼 간청을 하는데도 안 되겠다는 말인가 ?"
"죄송합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부득이....."
"그렇다면 2~3년쯤 기다려 주면 가능하겠나 ?"
"글쎄요. 그때 사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2~3년 후에라도 ...."
劉邦이 거기까지 말했을 그때, 별안간 뒷문이 사르르 열리더니 顔娘이 劉邦에게 눈인사를 하면서 살포시 들어 오는 것이었다.
<계속>
# 列國誌 43
**劉邦과 번쾌 2
방안으로 들어온 顔 랑은 눈을 들어 유방을 슬쩍 바라본 뒤,
"아버님 ! 소녀의 혼담에 대해서는 소녀도 한 말씀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사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呂文 노인은 딸이 별안간 사랑방에 들어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아니, 네가 어인일로 여기에 나타났느냐? 그러나, 이왕 들어왔으니 劉君에게 인사 하거라..
여보게 劉君 ! 이 아이가 바로 나의 큰딸 안(顔)일세."
하고 두 사람을 서로 소개시켜 주었다.
劉邦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처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특별히 빼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미간 사이가 넓은 것이 <보통 처녀>는 아닌 것 같았다.
처녀 顔은 유방에게 머리를 공손히 숙이며 당돌하게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소녀는 아까부터 뒷문 밖에서 두 분의 말씀을 엿듣고 있었사옵니다. 남의 말을 엿듣는 것이
예절에 어긋나는 일임은 알고 있사오나, 소녀의 일생에 관한 婚談이옵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엿들었사오니 그 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아닙니다. 이야기가 혼담이니, 당사자 본인이 엿들었기로 나무랄 일은 아니지요."
劉邦은 어색한 말투로 대답하였다. 그러나 顔랑은 도도한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계속 말했다.
"이처럼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니 고맙사옵니다.... 劉郞께서 조금전 <지금으로서는 결혼할 수 없는 이유>를 몇가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그것은 소녀와의 결혼을 거절하기 위한 단순한 핑계가 아니시온지 ? 소녀는 그점을 분명히 알고 싶사옵니다."
顔랑 처녀가 눈썹 한번 까딱하지 않고 야무지게 따지고 드는 바람에 劉邦은 어안이 벙벙해 졌다.
"천만에요. 싫으면 싫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무엇 때문에 핑계를 대가면서 거절하겠소. 다만 지금으로서는 장가갈 수 없는 사정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오. 그 점에 오해가 없기를 바라오."
顔랑은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얼굴에 가벼운 희색을 띄며,
"그렇다면 소녀는 안심이옵니다."
하고 밝은 목소리로 수줍은듯 말을 이어갔다.
"安心이라니, 뭐가 안심이란 말이오 ?"
이번에는 劉邦이 물어 보았다.
"그러자 顔랑은 별안간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아까 劉郞께서 말씀하신 사유는 결혼을 못 하실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옵니다."
"학문이 부족하고, 용기가 없고, 처자식을 먹여 살릴 돈이 없는 것이 어째서 결혼을 못 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오 ?"
" ......"
顔랑은 劉邦의 얼굴을 다정한 눈매로 그윽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는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呂文 노인이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딸에게 말했다.
"네가 劉 君에게 첫눈에 반한 모양이로구나. 학문이 없고, 용기가 없는 것이 어째서 결혼 못 할 사유가 되지 않는지, 네가 시원스럽게 대답해 보거라 ! "
劉邦은 처녀의 얼굴을 새삼스러이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가는 얼굴인데다가 성품 또한 활달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이만한 여자라면 지금이라도...)
劉邦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학문이 부족하고, 용기가 없고, 돈이 없는 것이 왜 결혼하지 못 할 사유가 되지 않는지, 낭자의 생각을 진솔하게 말씀해 주시오. 참고 삼아 꼭 들어 보고 싶소이다."
하고 말하였다.
顔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劉郞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小女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첫째, 지금으로서는 학문이 부족하여 결혼을 못 하시겠다고 하셨으나, 학문이란 것은 평생을 두고 배워도 끝이 없는 것이온바, 따라서 학문을 연구하기 위하여 일생을 독신으로 살아가신다면 몰라도 어차피 결혼을 하실거면 지금 하시나 2 ~3년 후에 하시나 마찬가지 일이 될 것이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顔랑의 명석한 사리 판단에 크게 놀랐다.
"듣고 보니 과연 그렇군요. 그렇다면 용기도 없고 돈도 없는데 그것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劉랑께서 용기가 없는 것도 결혼을 할 수 없는 사유라고 하셨습니다만, 勇氣라는 것은 어떤 일에 부딪쳐야 용솟음쳐 오르는 것이지, 아무런 일도 없을 때에 솟아나는 것은 아니옵니다.
그리고 세번째, 돈이 없어 결혼을 못 하겠노라고 말씀하셨으나, 돈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겨나는 것이옵니다. 지금은 비록 한푼 없는 처지라 하여도, 두 사람이 결혼 후에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천하를 내것으로 만들 수도 있는 일인데, 지금 당장 돈이 없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되겠나이까?"
"예 ?
두 사람이 결혼 후에 힘을 모아 노력하면 천하를 내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구요 ?"
劉邦은 顔랑의 女장부 다운 포부를 본 것 같아서 크게 놀라며 반문하였다.
呂文은 이때다 싶어서, 얼른 대답을 가로막고 나섰다.
"이 사람아 ! 나는 자네가 帝王之相을 타고난 인물이라고 이미 말한 바가 있지만, 이제사 말이지, 내 딸 역시 자네 못지 않은 帝王之相을 타고난 아이라네 ! 그러니까 내 딸과 결혼하면 자네는 틀림없이 帝王이 될 걸세 ! "
劉邦은 그 소리에 또 한 번 놀라며 묻는다.
"따님께서도 저와 똑같이 帝王之相을 타고난 여인이라는 말씀입니까 ?"
"그렇다네 ! 그래서 두 사람은 하늘이 정해주신 배필이란 뜻일세! 그러니 자네는 내 권유대로 내 딸과 결혼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 된다는 것이야 ! "
"좋습니다. 顔랑같이 훌륭한 처자를 제가 어찌 싫다고 하겠습니까?"
이리하여 이날 두 사람은 즉석에서 약혼을 하게 되었는데, 이날의 예비신부 顔랑이야 말로 후일 '呂太后'로써 天下를 주름잡은 바로 그 여인인 것이다.
劉邦과 顔랑의 약혼이 성립되자, 여문은 즉석에서 축하연을 베풀었다. 그리하여 술이 몇 순배 돌아갔을 바로 그때, 문득 대문 밖에서 몹시 큰 소리가 나는데...
"이 댁이 呂文 선생님 宅입니까 ?"
하고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呂文이 일어나 나가 보니 대문 밖에는 키가 구 척이나 되고 얼굴이 시커먼 수염으로 뒤덮여 있는 몹시 험상궂게 생긴 젊은이 하나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呂文이 觀相을 보니, 얼굴은 비록 험상궂게 생겼어도 예사 인물이 아니었다.
"내가 呂文인데 무슨 일로 내 집에 찾아왔는가 ?"
呂文이 묻자, 예의 그 청년은 머리를 꾸벅해 보이고 나서
저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는 <번쾌>라는 놈입니다. 劉邦이라는 어른이 이 댁에 계시다기에, 그 분을 찾아 뵈려고 찾아 왔습니다. 劉 大人이 이 댁에 계시거든 잠깐 만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첫인상은 험상궂게 보이지만 觀相學상으로는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 없었다.
"劉邦을 만나게 해 줄 테니 나를 따라 들어오게."
번쾌는 여문을 따라 들어와 유방을 만나자, 방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劉 大人께 인사 올리겠습니다. 저는 이 지방에 살고 있는 <번쾌>라는 놈입니다. 하는 일은 비록
개백정 노릇을 해서 먹고 살고 있으나, 나라를 일으켜 보려는 큰 뜻을 품은 유 대인을 찾아 뵈러 왔사옵니다."
유방은 번쾌의 손을 덥석 붙잡아 일으켜 앉히면서 말한다.
"오오! 이 지방에 번쾌라는 志士가 있다는 소문을 진작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나를 일부러 찾아와 주셨다니 정말 고맙소이다."
그러자 번쾌는 감격한 듯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평소에 흠모해 오던 유 대인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다시 없는 영광입니다. 유 대인께서는 혹시 陳勝과 吳廣의 무리가 진시황에게 등을 돌리고 楚國 재건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실을 알고 계시옵니까 ?"
유방은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어찌 그것을 모를 리가 있겠소. 내 비록 겉으로는 주정뱅이 행세를 해오고 있소만, 진승과 오광의 반란 사건뿐만 아니라, 진시황 사후의 전국 각지의 영웅 호걸들의 出返사실도 모두 알고 있다오."
"그러한 사실들을 속속들이 알고 계신다면, 유 대인께서는 어찌 아직도 세월을 허송하고 계시옵니까 ?"
번쾌의 질책은 은근히 신랄하였다.
"허송 세월이라! .... 하하하."
유방은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다가 통쾌하게 웃으며, 번쾌에게 술을 권하며 말했다.
"급히 마시는 물도 체하는 법이오. 매사에 때가 있는 것인데, 때도 오기전에 서두르는 것은 도로 무공(徒勞無功)이 되기 십상이라...나는 오랫동안 술과 계집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오."
번쾌는 그제서야 劉邦의 참뜻을 알아본 듯 말했다.
"劉 大人의 큰 뜻을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중을 기하다가는 때를 놓쳐 버릴 우려도 있을 것이니, 秦始皇이 죽어 천하의 주인이 없어진 이 때가 유 대인께서 일어나실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劉 大人께서 일어나신다면 저도 犬馬之勞를 다할 터이오니 천하 대세를 속히 도모하도록
하소서."
"고맙소이다. 그렇지않아도 진작부터 同生共死할 동지들을 은밀히 규합해오고 있던 중이오. 그런데 貴公이 이렇게 불시에 찾아와 나의 잠을 깨워 일으켜 주니, 나도 이제는 마음을 새로이 다잡을 생각이오.
자, 그런 의미에서 한 잔 씩 듭시다."
유방은 번쾌에게 술잔을 권하며 말했다.
"오늘은 나에게 두 가지의 커다란 경사가 있는 날이오. 오늘이야말로 나에게는 다시없는 大 吉日인가 보오."
"두 가지의 경사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첫째는, 貴公 같은 믿음직스러운 동지를 만난 것이고, 둘째는 佳人을 만나 百年之契를 약속 하게 된 것이오."
번쾌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럼, 劉 大人께서는 오늘 약혼을 하셨다는 말씀입니까 ?"
"그렇소이다. 이 어른이 바로 나의 장인 어른이시오. 어서 인사드리시오."
그때까지 입을 묵묵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呂文이 별안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장부와 대장부의 만남을 보니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것만 같네 그려. 자네들 같은 두 사람이 뜻을 같이 한다면, 무슨 일인들 이루어 놓지 못할 것인가 ? 그런데 번쾌 자네에게 請이 하나 있네."
"어르신께서 저에게 請이라니요..? "
"다름아니고, 나에게 딸이 둘이 있는데, 큰아이는 劉邦과 약혼을 했으니 작은 아이를 번쾌 자네가 맡아 주었으면 하네."
"저는 '개백정'이라고 불리는 賤한 몸입니다. 그러한 저에게 어찌 貴한 따님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밑바닥 세상을 모르는 사람은 만인의 친구가 될 수 없는 법일세. 여러 말 말고 내 딸을 맡아 주게."
呂文의 결정에 劉邦도 크게 기뻐하며 번쾌에게 장가 들 것을 권하는 바람에 번쾌는 즉석에서 呂文노인의 둘째 사위가 되기로 결정하였다.
이리하여 장차 천하 대사를 도모할 유방과 번쾌는 同壻之間이 되었다.
# 列國誌 44
** 패공(沛公)이 된 劉邦
하루에 두 명의 든든한 사위를 한꺼번에 얻게된 呂文 노인은 크게 기뻐하여 劉邦과 樊噲(번쾌)의 손을 붙잡고 감격에 겨운 어조로 말했다.
"자네들도 잘 알고 있다시피 시황제가 죽은 뒤에 胡亥가 황제로 등극 하였으나, 그 者는 황제의 재목이 못 되는 인물이네. 그러니까 사실상 지금은 주인이 없는 天下일세. 그러므로 누구든지 德이 높고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 일어난다면 일약 天下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일세. 그런데 劉邦 자네는 德과 勇을 겸비한 데다가 帝王之相까지 겸비하고 있고, 樊噲 자네는 제왕지상을 도와 큰 일을 도모하는 출장입지상(出將入相之相)이 분명하므로, 자네들 두 사람이 뜻을 같이하면 천하를 얻기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걸세. 나는 장인으로서 간곡히 부탁하노니, 자네들은 부디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하여 도탄에서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출해 태평성대로 만들어 주기 바라네."
樊噲가 그 말을 듣고 즉석에서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는 始皇帝가 죽고 나자, 이 나라의 주인이 될 만한 어른을 찾아다니다가 결국은 劉 大人을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게다가 유 대인과 동서지의(同壻之義)까지 맺게되었으니 이제부터는 劉 大人을 주공(主公)으로 모시며, 천하를 도모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樊噲의 손을 힘차게 움켜잡으며 말했다.
"오..! 그대가 부족한 나를 이처럼 생각해 주니 이렇게 고마운 일이 없네그려. 그러나 不德한 나 같은 사람이 <主公>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주제넘은 일일세. 나는 사리 사욕을 떠나 오로지 도탄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救恤(구휼)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로 잡는데 힘쓸 것이니, 자네도 나와 함께 노력해 보세.
그러자 樊噲가
"천하를 도모한다는 마음을 떠나 오로지 救國濟民하는 마음으로 일해 보자는 그 말씀은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큰일을 도모하려면 명령 계통이 확립되지 않아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부터는 형님을 主公으로 모시고, 매사를 형님의 명령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형님께서는 主公의 중책을 기꺼이 受諾하여주시옵소서."
呂文 노인은 이 광경을 지켜 보고 있다가 소리를 내어 감탄한다.
"오 ! 君臣之義가 벌써부터 아름답구나."
樊噲가 劉邦에게 다시 말한다.
"저에게는 생사를 같이할 동지들이 많사온데, 그들도 형님을 만나 뵈면 무척 기뻐할 것이옵니다."
"생사를 같이할 동지들이 많다니,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일일히 열거하려면 한이 없으므로 가장 중요한 동지 두 사람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사람은 소하(蕭何)라 하옵고, 또 한 사람은 조참(曺參)이라는 사람이옵니다."
"그들 두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가 ?"
"모두가 현청(縣廳)에서 주리(主吏)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옵니다."
劉邦은 그 대답에 조금은 실망한듯 말했다.
"뭐 ? 官祿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과 천하 대세를 함께 도모하자는 말인가 ?
그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권력 앞에서는 忠犬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천하를 도모할 수가 있단 말인가 ?"
그러나 樊噲는 자신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 점은 조금도 염려 마시옵소서. 簫何와 曺參은 비록 관록을 먹고 살아오기는 하오나, 진시황의 강압 정치에는 옛날부터 이를 갈아 오던 稀代의 志士들 이옵니다."
"비록 官吏의 신분이지만 믿을 수있고 유능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
"물론입니다. 천하의 대세를 도모하는 데 제가 어찌 믿지 못할 사람들과 손을 잡겠습니까. 소하와 조참은 지략이 풍부하고 경륜이 웅대하여 모두가 일국의 宰相 재목들이옵니다. 제가 그들로 하여금 형님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그토록 인정하는 인물들이라면 나도 기꺼이 만나 보기로 하겠네."
두 사람의 대화가 거기에 이르자, 이번에는 呂文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劉邦에게 말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쓰기에 따라서 졸장부를 대장부로 만들 수도 있고, 대장부를 졸장부로 전락시킬 수도 있는 법이네. 그러므로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 들을 전적으로 신임하고 독려하여,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 줘야 하는 법이네. 내가 듣기로 簫何와 曺參은 凡人이 아닌 듯 하니, 빠른 시일 안에 禮를 갖추어 그들을 만나 보도록 하게."
"장인 어른의 귀하신 말씀 깊이 새기고, 곧 실천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劉邦과 樊噲는 술잔을 비우며 환담을 하다가 석양 무렵에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길을 거닐고 있노라니, 저 멀리서 5 백 여명의 노역부들이 관리에게 끌려가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劉邦은 그들을 보자 분노의 빛이 솟구쳐 올랐다.
"아니, 秦始皇이 죽은 지가 언제인데 저놈들은 아직도 노역부 들을 잡아가고 있는가!? "
樊噲도 분노를 표출하며 말했다.
"秦始皇이 죽은 지가 오래되었건만, 그의 亡靈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남아서 백성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단 말인가 ! "
그러면서 유방을 쳐다 보면서,
"형님 ! 인솔자를 죽여버리고 저 들을 해방시켜 주면 어떻겠습니까 ? "
"그렇치않아도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백성들을 노역부로
잡아간다는 말인가 ! "
劉邦은 그 말을 끝내자마자 인솔자 앞으로 다가가서,
"그대는 무슨 이유로 이 사람들을 잡아가오 ? "
하고 시비조로 따져 물었다.
인솔자는 劉邦을 아니꼬운 눈매로 째려 보면서,
"이 사람들을 잡아가거나 말거나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관가에서는 이 사람들을 데려다가 여산(驪山) 시황제 능묘(陵墓) 치산 공사(治山工事)를 시키려는 것이오."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시황제가 죽은 지가 한참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노역부들을 강제로 끌어가느냐 이 말이오 ?"
"뭐 ? 네놈이 어떤 놈이데 함부로 불경스러운 말을 씨부려대느냐 ! 네놈이 내 손에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모양이구나."
인솔자는 버럭 화를 내면서 금방이라도 목을 칠 듯이 칼을 뽑아드는 것이 아닌가?
劉邦은 樊噲에게 고갯짓을 해보이며 말했다.
"누가 누구의 손에 목이 날아가는지 한 번 볼까 ?"
劉邦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樊噲의 주먹이 벼락같이 인솔자의 얼굴을 향하여 날아갔다.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번쾌의 쇠망치 같은 주먹 한방에 나가 떨어진 인솔자는 그 자리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형님 ! 인솔자를 한주먹으로 때려 없앴으니, 이제는 형님께서 저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劉邦은 노역부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말했다.
"시황제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들을 노역부로 징발해 온 것은 관리들의 커다란 잘못이었소. 이제 인솔자를 죽여 없앴으니, 당신네들은 자유요. 마음놓고 집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시오. 이후에도 당신들을 괴롭히는 자가 있으면 내가 목숨을 걸고 당신들을 도와주겠소."
한번 끌려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줄 알고 있었던 노역부들은, 너무도 뜻밖의 구원에 감격하며 劉邦에게 묻는다.
"선생은 누구시길래 저희들을 이처럼 死地에거 구출해 주시옵니까 ?"
그러자 樊噲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이 어른으로 말하면, 死地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求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劉邦 장군이시다.
금후에도 너희들을 괴롭히는 자가 있으면 언제든지 유방 장군을 찾아오라. 장군께서는 기꺼이 너희들의 救世主가 되어 주실 것이다."
유방은 노역부들을 해방시켜 주고, 번쾌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다시 술을 들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한결같이 斗酒不辭하는 호주가(豪酒家)인지라 마셔도 마셔도 취할 줄을 몰랐다.
번쾌는 술을 마시며 유방에게 말했다.
"형님께서 天下의 주인이 되시려면, 우선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근거지부터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패현(沛縣)의 현령(縣令)이라는 자는 虐政을 저질러 인심을 잃고 있으니 그 者를 쫒아내고 형님께서 우선 그 자리에 앉으시면 어떻겠습니까 ?"
유방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큰일을 도모하려면 근거지를 마련할 필요는 있지만, 그러나 현령을 쫒아내기가 쉬운 일인가 ?"
"縣廳에는 소하와 조참이 있으니까, 그들과 의논하면 현령 하나쯤 죽여 없애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동지들을 되도록 많이 규합해야 하겠지만,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것은 삼가 해야 하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바로 그때에 문득 대문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가 나서 유방과 번쾌가 함께 나가 보니 대문 밖에는 난데 없는 장정 10여 명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대들은 웬 사람들인가 ?"
그러자 장정들은 劉邦과 樊噲를 향하여 일제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린다.
"저희들은 오늘 장군님께 구원받은 노역부들이옵니다."
"아, 그래 ?...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밤중에 무슨 일로 다시 찾아왔는가 ?"
"장군님께서 도탄 속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출해 주신다고 말씀하셨기에, 저희들은 장군님의 부하가 되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이옵니다. 저희들은 신명을 기울여 장군님께 충성을 다할 것이오니, 부디 부하로 받아 주시옵소서."
劉邦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뻤다.
"자네들이 나를 따르겠다면, 내 어찌 그대들의 호의를 마다 하겠는가? 우선 안에 들어가 술이나 한 잔 씩 하면서 얘기하세."
劉邦은 장정들을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술잔을 한잔씩 돌리며 물었다.
"자네들은 모두 몇 명이나 되는가 ? "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은 10명 뿐이오나, 저희들과 뜻을 같이하는 동지는 50 명이 넘습니다. 그들도 함께 장군님 뜻에 따를 것이옵니다."
"고맙소."
이리하여 劉邦은 졸지에 일약 60 여 명의 부하를 거느리는 수령이 되었다.
수령이 된 이상 부하들을 먹여 살리는 책임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항산(恒産 : 생활할 수있는 재산과 생업)이 없는 劉邦으로서는 장정 60 여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없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樊噲가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형님 ! 이러다가는 부하들을 굶기게 생겼습니다. 패현 현령의 자리를 속히 빼앗아 해결해야 합니다."
劉邦이 번쾌에게 말했다.
"부하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현령의 자리를 우리가 빼앗을 수 밖에없다는 말에는 나도 수긍이 가네. 그러나 60여 명에 불과한 부하들을 가지고 어떻게 현령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겠는가 ?"
"그 점은 염려 마소서. 제가 빠른 시간에 簫何와 曺參을 이곳으로 불러와, 계략을 짜 보겠습니다."
이튼 날, 번쾌는 소하와 조참을 데리고 와 유방에게 인사시켰다. 소하가 유방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劉 장군님의 말씀은 樊噲 동지를 통해서 자세히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들은 오래전부터 많은 동지들을 규합해 놓고, 有德하신 어른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만약 劉 장군께서 정의의 기치(旗幟)를 높이 들고 일어나시면, 저희들도 즉각 호응하겠습니다."
"고마우신 말씀이오. 그러나 패성(沛城)을 점령하려면 武力이 필요한데 나에게는 지금 훈련 받지않은 60여 명의 장정만이 있을 뿐이니 이 일을 어떻게하면 좋겠소?."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며칠 내로 상당량의 무기를 비밀리에 보내드릴 것이오니, 장군께서는 급한대로 장정 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켜 주십시오. 훈련만 어느정도 시켜 놓으면 60 명으로도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잘 알겠소. 무기를 잘 부탁하오."
"염려 마십시오. 훈련받은 장정 들을 이끌고 밖에서 縣廳을 공격해 오고, 안에서 저희들이 호응한다면 현청 점령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劉邦은 60 명의 병력만으로 거사하기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簫何 동지 ! "
"예, 무슨 말씀입니까 ?"
"힘으로 대결하기에는 우리 군사의 수가 너무 적으니 계교를 이용하여 沛城을 무혈접수할 방도는
없겠소 ?"
"無血 점령이오 ? 참으로 좋으신 생각입니다. 싸우지 않고 점령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
"簫何 동지는 지략이 풍부하신 분으로 알고 있으니,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계책을 한번 생각해 주시기바라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簫何는 눈을 감고 오랫동안 깊은 침묵에 잠겨 있더니, 갑자기 눈을 번쩍뜨면서 손바닥을 쳤다.
"좋은 계교가 떠올랐습니다."
"어떤 내용이오 ? "
"將軍께서 縣廳을 武力으로 점령하려고 하실 것이 아니라, 현령에게 보내는 檄文을 화살에 매달아 성안으로 쏘아 들여보내십시오.
그러면 현령은 공포에 떨게 될 것이고, 백성들은 억울하게 죽지 않으려고 성문을 자기들의 손으로 열어 줄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싸움을 하지않고 城을 점령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劉邦은 무릎을 치며 소하에게 말한다.
"簫何 동지는 과연 천하의 謨士이시오. 그 檄文은 소하 동지 말고는 아무도 쓸 만한 사람이 없으니, 수고스럽지만 그 격문도 소하 동지가 써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그러시다면 劉 장군님 命에 따라 소생이 격문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簫何는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격문을 一筆揮之(글을 붓을 떼지 않고 일거에 써내려감. 名文章家와 名筆家를 이를때 씀.)로 내려쓴다.
<沛 현령은 보아라 !
天下는 秦나라의 가혹한 虐政에 시달린 지가 너무도 오래 되어 각지의 영웅 호걸들은 塗炭(도탄)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저마다 궐기를 하고있다. 이에 나 劉邦은 혼돈한 세상을 두고 볼 수 없어 드디어 정의의 기치를 들고 일어났다. 그리하여 公義에 의하여 沛主가 되어 천하를 도모하고자 하니, 현령은 목숨이 아깝거든 城門을 열고 조속히 항복하여 城안의 백성들을 戰火에서 구하도록 하라. 만약 天命에 순응치 않는다면 그대는 三族이 滅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무고한 백성들도 무참히 희생될 것이니, 萬의 하나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하라.>
正義軍 司令官
劉邦.
유방은 소하가 만든 격문을 읽어 보고, 또 한 번 무릎을 쳤다.
"과연 簫何 동지는 천하의 名文家시오. 아무리 우매한 현령이라도 이 격문을 읽어 보고는 자진해 항복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오. 그 탁월한 智略과 명석한 문장력은 아무도 따르지 못할 것이니, 나는 동지를 얻음으로써 천하를 얻은 셈이오."
"홍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면 小生은 곧 沛城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니, 좋은 날을 택하시어 격문을 쏘아 보내시옵소서. 그동안 소생은 장군님을 沛主로 맞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겠사옵니다."
簫何가 돌아가서 무기 들을 보내 오자, 劉邦은 부하 장정 들에게 매일 같이 强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그로부터 얼마간 시일이 지난 후, 어느 날 밤,
劉邦이 예의 격문을 화살에 메달아 城안으로 쏘아 보내니, 백성들이 그 격문을 먼저 주워 보고 한결같이 공포에 떨며 말한다.
"우리가 戰禍의 제물이 되지 않으려면 현령이 항복하고 성문을 열어주던지 말을 듣지 아니하면 현령을 우리 손으로 죽여 없애고, 덕망이 높은 劉邦 장군을 성주님으로 모시면 될 게 아닌가?."
"누가 아니래 ! 우리들이 살아 남으려면 현령을 반드시 우리 손으로 갈아 버려야 하네."
결국 현령은 백기를 들고 城門을 활짝 열고 유방을 맞아들인다.
결국 백성들은 劉邦을 새 城主로 받들어 모시겠다고 하니..
劉邦은 몇 차례 사양을 하다가 마지못하는 척 城主의 자리를 수락한다.
그리고 簫何, 樊噲, 曺參 등을 돌아보며,
"내가 오늘날 패공(沛公)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오로지 동지들 덕택임을 거듭 감사드리오."
하며 그들의 노고에 대하여 치하하기를 잊지 않았다.
* 번쾌, 簫何, 曺參, 등은 앞으로 등장할 張良, 韓信 等, 숱한 영웅 호걸 들과 함께 劉邦이 項羽와 싸워 天下를 제패하는데 일등공신이 된다.
#列國誌 45
※ 이제 바야흐로 列國誌의 핵심인 楚漢誌로 進入합니다.
** '力拔山氣蓋世'
<項羽의 등장>
項梁과 項羽는 진시황에 의해 亡해 버린 楚나라의 명장, 項燕장군의 후예들이다.
그들 叔姪(숙질) 간은 일찍부터 천하를 도모할 웅지를 품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통일 천하의 절대권자였던 始皇帝가 죽고 나자 전국 각지에서는 저마다 자신들이 영웅 호걸임을 자처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겠다며 일어서고 있었다.
項梁과 項羽도 그러한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項梁과 項羽는 보다 큰 야망을 품고 있었지만 사정이 허락지 않아 오랫동안 회계(會稽 : 회계산을 품고있는 지역 이름. 지금의 저장성<浙江省>紹興縣. 과거 越王 勾踐이 吳王 夫差에 포위되어 敗하였으나 20 年 간 이를 갈며 가시 위에서 자고 쓸개를 씹으며 복수의 칼날을 갈던 끝에 드디어 吳王 夫差를 격파하여 '臥薪嘗膽' <와신상담>이라는 四字成語를 탄생시킴.)라는 곳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會稽 城主 殷通이 뜻밖에도 項梁에게 만나자는 소식을 전해왔다.
項梁은 조카 項羽에게 물었다.
"성주 은통이 나를 만나자고 사람을 보내 왔는데 만나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 ?"
"城主가 무슨 일로 숙부님을 만나고자 하는지 모르겠으나, 만나서 손해볼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저쪽에서 만나자면 만나 주시지요."
"하긴, 우리가 손해볼 일은 없으니까 만나 보기로 하지."
項梁은 그날로 殷通을 찾아갔다.
은통은 항량을 정중하게 맞으며 말했다.
"시황제가 죽고 나자, 전국 각지에 내노라는 영웅 호걸들이 천하를 호령해 보려고 궐기하는 중이오. 때가 때인 만큼 나도 秦나라에 등을 돌리고 일어나 천하를 도모해 보고 싶은데, 項梁 장군이 나를 도와줄 수는 없겠소? 이 일이 성공하는 날이면 장군의 은공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요컨대 始皇帝를 대신하여 황제가 되고 싶으니 자기를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항량은 그 말을 듣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주제파악을 할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위인이구나 ! 어찌 너 같은 머저리가 감히 황제의 자리를 넘겨본다고?.내 곱창에 자극을 주고있구나..흐흐흐)
그러나 겉으로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城主께서 들고 일어나신다면 小生은 전력을 다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은통은 크게 기뻐하며 項梁의 손을 힘껏 잡으며 말했다.
"고맙소이다. 항량 장군이 나를 도와주신다면 大事는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소. 소문에 의하면, 장군의 휘하에는 項羽라는 장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오 ? "
"예, 있사옵니다. 羽는 제 조카 아이옵니다."
"아! 그래요? 항우 장군은 힘이 천하 장사인데다가 氣槪가 웅대하여 세상 사람들은 그를 <力拔山氣槪世의 項羽>라고 부른다고 하던데, 項羽 장군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오 ?"
성주 은통이 내심으로 탐을 내고 있는 장수는 항량이 아니라 그의 조카인 項羽였던 것이다.
항량은 은통의 검은 뱃속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다.
"羽는 올해 24 살이온데, 힘에 있어서는 그 애를 당할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 아이는 장차 큰 인물이 되리라고 믿사옵니다."
그러자 은통은 군침을 삼키며,
"허어!.... 項羽가 그토록 뛰어난 인물이오 ?"
"힘도 천하 장사지만, 기상 또한 웅대하오니, 亂世를 평정할 인물이 틀림 없을 것이옵니다."
은통은 그 말을 듣고 나자 항우가 더욱 탐이났다.
"項羽가 그런 인물이라면 나도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구려. 그 사람을 한 번 만나게해 줄 수 없겠소 ? "
"그러시지요.
만약 羽를 부하로 쓰신다면, 城主께서 계획하시는 일은 100% 성공하실 것이옵니다."
"그렇다니 더욱 만나고 싶구려. 장군께서 돌아가시거든 項羽 장군을 꼭 좀 보내 주시오. "
항량은 집에 돌아오자, 곧 項羽를 불러 말했다.
"城主 은통이 天下를 도모할 생각을 가지고 너를 부하 장수로 쓰고싶다며 자기에게 너를 곧 좀 보내달라고 하더구나."
項羽는 그 말을 듣자마자 버럭 화를 낸다.
"뭐라구요?
은통 같은 머저리가 나를 부하로 쓰고싶다고요 ? 아니 그래, 숙부님은 그런 놈을 그냥 두고 오셨단말입니까 ?"
"하하하,
살려두지 않으면 어떡하겠느냐. 너는 은통의 부하가 될 생각이 없다는 말이냐 ?"
"숙부님은 그걸 말씀이라고 하고 계세요 ?"
항우는 분노를 참지 못해 길길이 뛰다가,
"가만있자 ! 그런 놈을 살려 두어서는 제 마음이 풀리지 않을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그놈을 물고를 내고 오겠습니다."
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방에서 나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항량은 약간 당황해 하면서,
"羽야 ! 그놈을 죽이고싶거든 내일 나와 함께 가자 !"
하고 제지하였다."
"주먹으로 한 방만 때려 갈기면 그만인데, 무엇 때문에 숙부님까지 가시겠다는 겁니까 ?"
"나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다. 잔소리 말고 거기 앉거라. 너는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매사를 너무 서두르는 것이 큰 결점이니라."
項羽는 마지못해 그 자리에 도로 주저앉으며,
"은통 같은 조무라기 한 놈쯤 때려 죽이는데 무슨 절차가 필요합니까 ?"
하고 투덜거린다.
그러나 항량은 침착하게 대답한다.
"그런 게 아니다. 城主를 때려 죽인다면 우리에게 어떤 이익과 불이익이 있는지, 그 점을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게 아니냐 ?"
"참 그건 그렇군요. 그놈을 때려죽임으로써 우리에게 어떤 이로운 점이 있을 지가 더 중요할 것 같네요."
項羽은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결심한 바가 있는지 얼굴을 번쩍 들며 외쳤다.
"숙부님 ! 이왕이면 은통이란 놈을 죽여 없애고 그 자리를 숙부님이 앉으면 어떻겠습니까 ?
그렇게 되면, 우리도 천하를 도모할 수 있는 근거지가 마련될 것이 아니겠어요 ?"
항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생각했다. 내가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이 바로 그 점이었다. 그러나 城主를 죽이고 내가 그 자리에 앉으려면 백성들을 납득시킬 만한 大義名分이 있어야 한다."
"머저리 한 놈쯤 죽여 없애는데, 무슨 대의명분이 필요합니까 ?"
"모르는 소리 마라 ! 城主를 죽이는 데도 대의 명분이 필요하지만, 성주의 자리에 앉으려면 대의명분이 더욱 필요한 법이다. 그런 준비도 없이 어떻게 城主가 되겠다고 하느냐."
"대의 명분이야 꾸며대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
"무슨 소리 ! 대의 명분이야 말로 백성들을 위하는 내용이라야 한다. 은통이 백성들에게 미움을 사 온터에 지금은 秦나라에 逆謨까지 도모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하니 이 점을 大大的으로 내세워
그자를 없애 버리면 우리들의 행동은 단순한 城主 살해에 그치지 않고 백성들을 위한 당당한 義擧로 간주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자연스럽게 백성들은 나를 성주로 받들지 않겠느냐?."
項羽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감탄하였다.
"과연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면 숙부님은 지금 바로 저와 함께 은통을 만나러 가십시다. 그래서 제가 대의 명분을 내세워 은통을 때려죽일 테니 숙부님은 백성들의 성원을 받아 城主가 되세요. 우리가 장차 천하를 도모하려면, 지금부터 그와 같은 비상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 입니다."
그리하여 項羽는 項梁과 함께 은통을 찾아간다.
은통은 두 사람에게 환영연을 베풀면서 項羽에게 말했다.
"項羽 장군의 先聲은 진작부터 익히 들었소이다. 오늘은 이렇게 일부러 찾아와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구려."
그러자 항우는 퉁명스러운 말소리로,
"내가 일부러 찾아온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를 만나자고 했다면서요 ? 당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를 어떤 일로 오라 가라 하셨소 ?"
하고 대뜸 시비조로 나왔다.
은통은 흑곰 같은 덩치에 대들듯이 따져대는 항우의 氣勢에 그만 겁에 질려 몸을 떨며 항량에게 묻는다.
"내가 項羽 장군을 왜 오시라고 했는지 아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던가요 ?"
항량은 시치미를 떼고,
"성주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羽에게는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羽를 부르신 이유를 본인에게 직접 말씀하십시오."
"아, 그래요 ? 그렇다면 내가 項羽 장군에게 직접 얘기하도록하지요."
그리고 항우에게 말한다.
"秦나라는 이미 亡兆가 들었기에 나는 이 기회에 천하를 도모해 볼 생각인데 項羽 장군은 나를 꼭 좀 도와주기 바라오. 일이 성취되면 장군의 은공은 잊지 않을 것이오."
은통이 말을 끝내자마자 항우는 느닺없이 버럭 화를 내며...
"뭐야 ? 너 같은 쫄따구가 秦나라를 배반하고 天下를 도모해 보겠다고? 그렇다면 네놈은 배은망덕한 역적이 아니냐?
오냐! 네가 오늘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나는 너 같은 역적은 도저히 살려 둘 수가 없다 ! "
하고 벽력같은 소리와 함께 은통을 한 주먹으로 쳐 갈기니 나가떨어진 그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항우는 그길로 밖으로 달려 나가 거리를 누비고 돌아다니며 백성들에게 이렇게 외쳐댔다.
"이 고을 城主라는 자가 逆謨를 꾸미기에 나는 항량 장군의 命에 의하여 그 자를 나의 주먹으로 때려죽였소. 項梁 장군은 본시 楚나라의 名將이셨던 項燕 장군의 후예이시니 그분을 城主로 받들면 백성들은 秦나라의 虐政에서 벗어나 옛날 楚나라 때의 태평 성대를 다시 누릴 수 있게
될 것이오."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저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하여 項梁은 코도 풀지않고 백성들에 의해 城主로 추대되었다.
항량은 수많은 군중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포부를 소리높이 외쳤다.
"친애하는 楚나라 동포 여러분 ! 우리들은 秦나라의 억압에서 벗어나 楚나라를 다시 일으킬 때가 도래하였습니다. 백성들을 보호하고 楚나라를 재건하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지상 명령입니다. 나는 일개 성주로 만족하지 않고 秦나라를 때려부수고 만 天下를 楚나라로 돌려놓고야 말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백성들은 항량을 뜨겁게 환영하였다.
그리하여 항량과 항우는 은통이 거느리고 있던 군사 8 千 여 명을 일약 부하로 얻을 수있게되었다.
그 무렵,
江東에서는 <진영>이라는 義士가 2 萬 여 명의 楚나라를 재건하는 독립군을 길러 오고 있었다. 진영은 項梁이 城主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군사를 몰고 달려와 항량과 합류하였다.
게다가 인근 각지에서 뜻을 같이하는 젊은이들이 꼬리를 물고 몰려와서, 항량의 군사는 불과 몇 달 사이에 5~6 萬의 大軍으로 불어났다.
이렇게 항량이 회계 성주가 되면서 그 세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었지만 項梁과 項羽의 世評은 그리 좋은 편만은 아니었다.
더구나 은통과 교분이 두터웠던 季布와 종리매(鍾離昧) 같은 義士들은, 은통이 항우의 주먹에 맞아죽었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크게 분노하였다.
그들은 곧장 會稽(회계)로 달려와, 항우에게 서슬이 퍼렇게 따지고 들었다.
"그대는 멀쩡한 남의 고을의 城主를 때려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았으니, 그것을 어찌 義라 할 수가 있겠는가? 은통을 때려죽인 이유를 분명히 말해 보라. 그대의 행동이 옳지않으면 우리는 단연코 용서치 않으리라."
그러나 項羽는 태연 자약한 얼굴로 껄껄껄 웃고 나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은통은 國錄을 먹고 살아오면서 反逆을 도모한 者다. 세상을 바로잡아 보려는 項梁 장군께서 어찌 그런 자를 살려 둘 수 있겠는가? 秦나라는 이미 국운이 다하여 이제는 楚나라가 再起할 판이니, 그대들도 우리와 함께 秦나라를 거꾸러뜨리고 楚나라를 일으켜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대들은 구차스럽게 은통의 죽음에 연연해 하지 말고 天下 大勢에 순응하여 우리와 함께 楚나라를 일으키기로 하자. 그러면 그대들의 공적은 靑史에 길이 빛날 것이다."
項羽의 氣槪(기개)가 너무도 당당하여 季布와 鐘離昧는 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그리하여,
"실상인즉 우리들도 일찍부터 楚나라를 일으켜 볼 생각에서 지도자를 찾던 중이었소.
장군께서 이 기회에 저희들을 모두 거두어 주십시오."
"좋소이다. 백성들을구하려는 義擧에 동참해 주시는데 어찌 마다 하리오."
이리하여 項羽는 季布와 鐘離昧를 즉석에서 도기 장군 (都騎將軍)으로 임명하였다.
이로써 항량과 項羽의 군사는 10 萬 명에 육박할 만큼 불어났다.
項羽는 계포, 종리매 등과 술잔을 나누면서 말했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군사를 기르고 있는 義士들이 많을 텐데, 그대들 이외에 우리와 뜻을 같이해 줄 지사들이 또 없겠소 ?"
그러자 계초가 대답한다.
"도산(途山) 속에는 우영(于英)과 환초(桓楚)라는 의적장(義賊將)이 8 千 여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칩거(蟄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도둑질로 살아가고 있으나 그들의 마음을 돌려 대장으로 발탁하면 장군께서 대업을 도모하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입니다."
項羽는 계포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도산 속에 그런 장수가 숨어 있다면 그들을 곧 만나러 갑시다. 그들이 義를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동지가 될 수 있을 것이오."
항우는 계포와 함께 즉시 도산으로 떠났다.
그러나 守門將은 항우 일행을 營內로 들여보내 주려고 하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기에 우리 두령님을 감히 만나겠다는 것이오 ?"
항우는 그들의 軍律이 매우 엄격한 것을 보고 내심 감탄 하면서 수문장에게 말했다.
"나는 초국 대장 項梁 장군의 命에 의하여, 당신들의 두령을 만나러 온 項羽 장군이다.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당신들의 두령에게 項羽 장군이 찾아왔다는 말을 전하라."
수문장이 본부로 달려가 그 말을 전하니 우영과 환초가 직접 나와 항우를 반갑게 맞아들였다.
"장군의 先聲은 익히 들었소이다. 오늘은 어떤 일로 이처럼 깊은 산중까지 찾아 오셨소이까 ?"
우영과 환초는 위풍이 당당한 모습이, 첫눈에 보아도 대장의 재목이 분명하였다.
項羽가 그들에게 말했다.
"秦나라가 무도한 까닭에 지금 전국 각지에서 조무라기 자칭 영웅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무고한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소이다. 두 분 장수는 좀처럼 만나 보기 드문 호걸이라 들었소. 그런데 어찌하여 도탄에 빠져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할 생각은 아니 하고 이 깊은 산중에서 도둑 노릇만 하고 계시오 ? 나의 숙부 項梁 장군께서는 秦나라를 쳐부수고 옛 楚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궐기하셨으니, 두 분도 우리와 함께 새로운 王業을 일으켜 나갑시다."
환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秦나라가 亡조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막강한 군사를 가지고 있지요. 따라서 蓋世의 영웅이 나오기 전에는 진나라를 당해 낼 사람이 없을 것이외다. 장군이 義兵을 섣불리 일으켰다가 패하는 날이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터인데,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
항우는 그 말을 듣고 하늘을 보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당신네들은 나 자신이 바로 <개세의 영웅> 이란 것을 모르시는 모양이구려.
<力拔山 氣蓋世 : 힘은 산을 뽑을 정도요 기상은 세상을 덮을 만하다)의 영웅>이란
바로 나를 두고 일컬어오는 말이오. 당신네들은 아직 그런 소문도 듣지 못하셨소 ?"
환초는 눈을 커다랗게 뜨며 말했다.
"과연 역발산의 勇力을 가지고 계신지 한번 보십시다. 그래서 그것이 사실이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項羽의 실력을 알기 전에는 부하가 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항우는 또 한번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의 용력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나의 수하가 될 수 없다는 말이구려. 하하하
무엇으로 나의 힘을 시험해 보려는지, 어서 말씀을 해보시오."
환초가 대답한다.
"이 山 아래 우왕묘(禹王廟)의 정원에 세 발 달린 돌솥이 있는데 , 그 돌솥의 무게는 천 근이 넘을 것이오. 그 돌솥을 넘어뜨렸다가 다시 일으켜 세워 보시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될 일인데, 장군이 해보이신다면 우리 두 사람은 두말 않고, 장군의 부하가 되겠소.
"그 돌솥이 어디에 있는지 가 봅시다."
일행이 산을 내려와 보니 과연 우왕묘의 뜰에는 거대한 돌솥이 있었다. 높이가 일곱자에, 둘레가 두 아름이나 되는 엄청나게 큰 돌솥이었다.
"이 돌솥을 땅에 넘어뜨렸다가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말이오 ?"
"그렇소. 아무리 장사라도 아마 어려울 것이오. "이딴 것을 가지고 어렵기는..."
항우가 돌솥에 손을 대고 "낑 ! " 하고 밀어붙이니, 그 거대한 돌솥이 한 번에 땅에 넘어져 버렸다.
"어!....? "
환초와 우영은 까무러칠 듯이 놀랐다가 아직도 미덥지 않았던지,
"넘어뜨리기는 쉬워도 일으켜 세우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오."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보고 싶다면, 그렇게 해보겠소."
항우는 넘어뜨렸던 돌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마치 벽돌 한 장을 일으켜 세우듯이 손쉽게 일으켜 세웠다. 그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항우는 한 술 더 떠서,
"제자리에서 뉘었다 일으켰다 하기는 너무도 쉬운 일이니, 나의 진짜 힘을 한번 보여 드리기로 하리다."
하고 말하더니, 그 무거운 돌솥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안고 넓은 뜰을 세 바퀴나 돌고 나서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었다.
"어떻소? 이만하면 당신네들의 대장이 될 수 있겠소 ?"
환초와 우영은 항우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며 말했다.
"저희들이 장군님을 미처 알아 뵙지 못하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오늘의 무례를 관대하게 용서하시고, 저희들을 부하로 거두어 주십시오."
"고맙소. 나의 동지가 되어 준다면 나는 그대들을 대장으로 삼을 것이오."
"다시없는 영광이옵니다. 저희들에게는 부하가 8 千 여 명이 있사오니, 그들도 모두 데리고 귀속하겠습니다."
"고맙소. 그러면 막사에 들러서 그들도 직접 만나 보기로 합시다."
이렇게 하여 項羽는 두 장수와 8千여 명의 精銳兵을 한꺼번에 얻게 되었다.
# 列國誌 46
** 項羽의 女人
<虞美人>
項羽는 途山(도산)에 있는 山賊幕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桓楚와 于英, 두 장수와 함께 會稽城(회계성)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쯤 가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젊은이
하나가 황급히 달려오더니 숨가쁜 소리로,
"장군님!
사람 좀 살려 주세요 ! "
하는 게아닌가?.
항우는 말을 멈추며 물었다.
"사람좀 살려달라니 !? 무슨 일이기에 사람을 살려달라는 말이냐? ! "
"예, 다름아니오라 虞 大人(우 대인)의 따님이 말을 타고 가다가 늪(沼)에 빠져서 죽게 생겼습니다."
"옛끼 이놈 !
사람이 늪에 빠졌으면 네가 직접 뛰어 들어가 구해 내 오면 될 게 아니냐. 젊은 놈이
힘은 무엇에 쓰려는 거냐 ?"
"그게 아닙니다. 그 늪은 수렁이라 힘이 여간 센 사람이라도 한번 들어갔다가는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장군님께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 그래 ? 그렇다면 어디 같이 가 보자."
항우가 환초 우영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말이 늪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데, 처녀 하나가 말 잔등 위에서 갈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느모로 보나 위험 천만의 순간이었다. 늪 주변에는 사람이 십여 명이나 모여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뛰어 들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었다.
항우는 그 광경을 보고 사람들을 향하여 벼락 같은 소리를 질렀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당신들은 왜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인가?! "
그러자 노인하나가 항우에게 다가오며 말한다.
"이 늪은 <魔의 늪>이란 곳으로, 사람이 한 번 빠지면 살아 나온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누가 들어가겠습니까 ?"
"뭐요 ? 사람이 한번 빠지면 살아서 나오지 못한다고요 ? 그렇다면 내가 들어가보리다."
項羽는 말에서 뛰어내리기가 무섭게 늪으로 뛰어들었다.
"장군님 !
이 늪은 깊은 수렁이기 때문에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 "
桓楚가 큰소리로 만류했지만 항우는 이미 늪으로 뛰어든 뒤였다.
項羽가 정작 늪 속으로 뛰어들고 보니, 과연 물 밑은 무서운 수렁이어서 몸이 자꾸만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 발을 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항우는 키가 여덞 자가 넘는 데다가, 힘이 천하 장사라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몸을 혼신의 힘으로 솥뚜껑 같은 두 손바닥을 벌려 한 번 씩 늪의 표면을 내려치며 몸을 솟구쳐 올려서, 한 발씩 人馬에 다가갔다.
"말은 이미 힘이 지쳤는지 물 위에 머리만 내밀고 허덕거리고, 처녀는 말갈기를 움켜잡은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항우는 이렇게 수렁 속을 한 발씩 다가가, 먼저 말 잔등에서 말갈기를 붙잡고있는 처녀의 몸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말의 엉덩이를 세차게 후려쳤다.
"이 못난 짐승아 ! 빠져 나오지도 못할 거면 왜 늪 속으로 뛰어들었냐?! "
하고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말이 경풍(驚風)이라도 일으키듯이 별안간 몸을 세차게 솟구치더니 나는 듯이 뭍으로 헤엄쳐 나가는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항우는 처녀를 허공에 높이 치켜 들고 늪을 헤치고 뭍으로 올라오니,
桓楚와 于英을 비롯하여 가슴을 졸이며 구경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장군님의 超人的인 勇力에는 오직 경탄이 있을 뿐이옵니다."
"장군님이 아니었던들 우희(虞姬) 아가씨는 꼼짝없이 저승으로 갔을 것입니다."
항우는 처녀를 땅에 내려 놓으며 나무라듯 말했다.
"어쩌자고 말 장난을 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한거요 ?"
처녀는 얼굴을 붉히더니, 머리를 정중하게 수그리며 대답한다.
"소녀의 목숨을 구해 주신 은혜는 평생을 두고 잊지않겠나이다."
"원, 별소리를! 어쨌든 죽지 않고 살아나온 것이 천만다행이오."
그렇게 말하며 처녀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니, 나이는 십팔구세 가량 되었을까!?.. 얼굴은 갸름하고
눈은 서글서글 빛나는 것이 어느 모로 보아도 절세의 미인이었다.
項羽는 자신이 아직 미혼인 것을 불현듯 깨닫자 가슴이 쿵쾅거려,
"낭자는 어느 댁 규수이시오 ?"
하고,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소녀는 산 너머 마을에 사는 우일공(虞一公)의 딸이옵니다."
"그렇다면 명문가의 규수인 것 같은데, 탈 줄도 모르면서 어쩌자고 함부로 말을 타신게요 ?"
처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다.
"소녀는 승마는 잘 하옵니다. 그런데 마침 어떤 분이 말 한 필을 아버님께 선물로 보내 주셨기에, 소녀가 자신이 있어서 타 보았사온데 말이 워낙 사나워, 부끄러운 추태를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허어 ! 娘子의 몸으로 승마에 그렇게 자신이 있었단 말이오 ? 그리고 저 말이 그렇게 사납더란
거요 ?"
"예, 그러하옵니다. 이름이 <烏騅>라고 부르는 名馬이온데, 너무도 사납습니다."
項羽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뭐요? ! <烏騅馬>는 天下에 하나밖에 없는 名馬로 일러 오는데 娘子가 타고 있던 저 말이 바로 <烏騅馬>란 말인가 ?"
하고 말하면서 항우는 어느새 말이 서 있는 곳으로 다가 가고 있었다.
항우가 <烏騅馬>에게 다가서자 虞姬(우희)가 황급히 쫒아오면서,
"장군님 ! 烏騅는 낯선 사람을 물고 차는 고약한 버릇이 있사오니, 조심하시옵소서."
하고 주의를 준다.
項羽는 그 소리를 듣고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 걱정 마시오. 제아무리 짐승이기로 사람을 몰라 볼라구!?."
항우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烏騅馬는 과연 천하의 명마답게 몸매가 날렵할뿐 아니라, 전신에 까만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있었다.
"음, 과연 명마가 틀림없구나."
항우가 탐나게 바라보며 고삐를 잡으려 하자, 烏騅는 두 귀를 쫑긋 세우며 항우를 노려보다가, 별안간
뒤로 돌아서며 항우에게 뒷발질을 하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순식간에 말 뒷발에 걷어채어 사정없이 나가떨어졌을 것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번개처럼 날아오는 말의 뒷발을 한 손으로 후려쳐서 거대한 烏騅를 땅바닥에 동댕이치면서 벼락 같은 호통을 쳤다.
"이 미련한 놈아 ! 네가 사람을 몰라 보아도 분수가 있지, 내가 누구라고 감히 못된 버릇을 하느냐 ! "
이렇게 項羽와 名馬 烏騅와의 승강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가 나버렸다.
烏騅는 조금 전까지도 기승을 부리던 기세가 어디로 갔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서더니, 두 귀를 축
늘어뜨리고 얼굴을 수그렸다.
"흐음, 이제야 네가 사람을 알아 보는 모양이로구나 ! 아하하."
項羽가 가까이 다가가서 烏騅馬의 이마를 툭툭 두드려 주니, 말은 금세 기분이 좋아진 듯 얼굴을 힘차게 들며 "어호오홍 ! " 하고 코를 들어 올리며 반기는 것이었다.
이런 너무도
뜻밖의 광경에 우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고로 名馬는 제 주인을 알아 본다고 하더니, 오추가 장군님을 알아보고 있는가 보옵니다."
"거드름을 부리지 않는 것을 보면 나를 알아본 모양이오. 하하하. 자고로 명마는 오기(傲氣)가 강해서
웬만한 사람은 다루기가 어려운 법이오."
우희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렇다면 烏騅馬가 저를 태우고 늪 속으로 뛰어 든 것은, 저를 골려 주려고 그런가 보옵니다."
"하하하,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겠소. 타지 않아야 할 사람이 탔기 때문에 烏騅馬가 화를 낸 것인지도 모르오."
그러자 우희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가 무엇인가 결심한듯,
"장군님 ! 물필 유주(物必有主)라는 말이 있사옵니다. 烏騅馬의 주인은 제가 아니고 장군님인 것 같사옵니다."
項羽는 귀가 번쩍 뜨였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
우희는 얼굴을 다소곳이 들어 항우를 정면으로 바라 보며 말을 잇는다.
"아무리 보아도 烏騅馬의 주인은 제가 아니고 장군님이신 것 같사옵니다. 소녀의 목숨을 구해 주신 정표로 오추를 장군님께 드리고자 하오니 장군께서는 기쁘게 받아 주시옵소서."
項羽는 내심 탐나던 烏騅馬를 虞姬가 주겠다고 하자 뛸듯이 기뻤다.
"저렇게 좋은 말을 나에게 주겠다는 말이오 ?"
"장군님께 드린다기보다는 , 주인을 찾아 드린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사양
마시고 받아 주시옵소서."
"고맙소. 그렇지 않아도 나는 진작부터 좋은 말을 한 필 구하고 있던 중이었소. 낭자가 선물로 준다면 감사히 받겠소. 그래서 오추를 나의 생명처럼 아껴 탈 것은 물론이고, 烏騅馬를 탈 때마다 반드시 娘子를 생각하겠소."
虞姬는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장군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소녀는 다시 없는 영광이옵니다."
항우는 너무도 기뻐서 烏騅馬의 콧등을 새삼스럽게 두드려 주며 말했다.
"너와 나는 오늘부터 戰野萬里를 함께 달리며, 생사 고락을 함께 하게 되었구나 ! "
오추는 항우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앞발로 땅을 툭툭 차더니 먼 하늘을 바라보며,
"어호오홍 ! "
하고 기쁨에 겨운 소리를 울어댄다.
우희는 이 광경을 보고 감격어린 듯 소근거렸다.
"역시 烏騅馬의 주인은 장군님이 분명하시옵니다."
항우는 뜻하지 않았던 선물을 얻어 가지고 虞姬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환초 우영등과 함께 다시 귀로에 올랐다.
烏騅馬를 타고 돌아오는 항우의 마음은 오늘따라 한량없이 기뻤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무언가 未盡한 기분이 없지 않았다.
환초가 그러한 기미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항우에게 말했다.
"장군은 오늘 烏騅馬라는 명마를 귀한 선물로 받으시기는 했지만, 그보다도 더욱 귀중한 선물 하나를 놓쳐 버리셨습니다."
"烏騅馬보다 더 소중한 선물이라니 ? 그것이 무어란 말인가 ?"
"생각해 보십시오. 虞姬라는 娘子까지 동반해 오셨더라면 더욱 기쁘셨을 게 아닙니까 ? 제가 보기에는 그 낭자는 장군께 뜨거운 戀情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자 , 별안간 말을 멈추었다.
"아차 ! 나도 그 娘子를 마음 속으로 좋아했으면서도 미처 거기까지는 용기를 내지 못했구나 ! 이 일을 어떻게하지 ?"
"그 낭자가 장군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자기 입으로 분명히 말했으니, 일간 저 쪽에서 좋은 기별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그것을 기다릴 수 밖에요."
그러자 성미가 급한 項羽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매사에는 기회라는 것이 있는 법이오. 상대방의 좋은 소식을 기다릴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씨댁(虞氏宅)으로 찾아가 청혼을 해야겠소."
한번 말하면 물러설 줄 모르는 것이 항우의 고집이었다.
항우가 말 머리를 돌려 우씨댁을 찾아가니, 마침 虞姬는 아버지에게 <죽을 뻔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던지 항우를 반색하며 맞아들였다.
우희의 아버지 우일공(虞一公)은 70이 다 된 志士型의 노인이었다.
항우는 虞 노인에게 큰절을 올리며 단도 직입적으로 말했다.
"小生은 楚나라의 비장 項羽라 하옵니다. 조금 전에 <魔의 늪>에서 虞娘을 구해 드린 일이 있사옵는데,
그것은 필연코 전생의 인연이 아닐까 싶어서 청혼을 하려고 찾아왔사옵니다."
虞一公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의 이야기를 지금 딸아이를 통해 자세히 듣고 있던 중이네. 자네는 지금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가 ?"
"스물네 살이옵니다."
"물론 결혼은 안 했겠지 ?"
"결혼을 했다면 어찌 청혼을 할 수 있겠습니까 ?"
"자네는 장차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가 ?"
"義兵을 널리 규합하여 포악 무도한 秦나라를 쳐부수고, 그 옛날 楚나라를 다시 일으켜 보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사옵니다. 이 일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내고야 말 것입니다."
"으음 ...그 포부가 장하구만."
虞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는 안 사람이 일찍 죽고, 딸 하나를 정성을 다해 키워 왔네. 다행히 머리가 총명하고 經書에도 밝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아이라네. 이런 아이가 오늘 죽게 된 것을 자네가 살려 주어서 본인도 자네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어찌 자네의 청혼을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 다만 아비로서 자네에게 다짐 하나만은 받아 두고 싶네."
"허락만 하신다면 무슨 다짐이라도 하겠습니다."
"부부란 일련 탁생(一蓮托生)이라고,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 하는 법이네,
자네가 영광스럽게 되었을 때에 그 영광을 같이 누려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死境에
처했을 때에는 죽음조차도 같이해야 할 터인데, 자네는 그런 각오가 되어 있는가 ?"
"생사 고락과 일생의 운명을 같이 할 것을 거듭 다짐합니다."
우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딸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가 ! 이 젊은이의 다짐을 분명히 들었으니, 너는 오늘부터 項羽의 배필이 되거라."
虞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項羽에게 머리를 숙이며, 무언의 미소를 지었다.
이리하여 虞姬는 그날로 항우와 천생연분을 맺게 되니, 이 여인이야 말로 후일, 항우와 죽음을 같이한
우미인(虞美人)이었던 것이다.
項羽가 혼례식을 올리고 신부와 함께 회계성으로 돌아가려는데, 虞一公 노인이 사위에게 말한다.
"내가 자네에게 딸 하나만 주어 보내기는 너무도 섭해서 좋은 선물을 하나 곁들여 주고 싶네."
"선물이라니 어떤 것을 이르는 것이옵니까 ?"
"우리 가문에 우자기(虞子期)라는 志士가 한 사람 있네. 이 사람은 武藝가 출중하여 능히
대장이 될 만한 인물일세. 게다가 그는 평소에 많은 의병들을 길러 오고 있으니 자네가 그 사람도 같이 데려가 주게. 그러면 자네가 장차 大事를 도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걸세."
項羽는 그 말을 듣고 기쁜 마음에 다시 한 번 큰 절을 올리며,
"장인 어른 ! 그렇지 않아도 저는 전국 각지에서 영웅 호걸을 모두 규합하고 있는 중이옵니다. '虞子期'라는 虞氏家의 장수도 크게 쓰임받을 수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項羽는 <虞子期>라는 장수도 함께 데리고 가게 되었다.
虞子期는 평소에 젊은이들에게 많은 신임을 받아 왔기에, 그가 항우를 따라 간다고하자, 사방에서 백여 명의 젊은이들도 함께 따라나섰다.
말하자면 항우는 途山으로 義賊 두목을 만나러 갔다가, 于英, 桓楚, 두 장수와 8 千여 명의 부하를 얻었고 우연한 일로 名馬 烏騅를 얻은 데다가, 우미인(虞美人)을 아내로 맞았는데, 이제는 虞子期라는 장수
까지 얻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로또 1등을 3회 연속으로 당첨되고 연금복권까지 연속으로 1등에 당첨된' 재수가 날개붙은 억세게 재수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재수는 이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일행이 會稽로 돌아오는데, 깊은 산중에서 돌연 한 무리의 軍馬가 길을 막으며 위풍 당당한 대장이
項羽에게 외쳤다.
"네놈들은 어떤 놈들이기에 남의 領內를 함부로 지나가느냐?!"
桓楚가 깜짝 놀라며 바라보니, 그는 친구인 英布였다.
"이 사람아 ! 자네는 六安의 英布가 아닌가 ? 나는 途山의 桓楚일세 ! 지금 내가 모시고 가는 이 분은 力拔山 氣蓋世의 영웅, 項羽 장군이시네. 자네도 나와 함께 항우 장군을 따라 큰일을 같이 도모하면 어떻겠는가 ?"
六安의 의병 대장 英布는<項羽>라는 말을 듣더니, 말에서 뛰어 내려 허리를 굽혀 禮를 갖춘뒤,
"장군을 몰라 뵙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바라옵건데, 소장도 함께 데려가 주시옵소서."
이리하여 항우는 돌아오는 길에 또 한사람의 장수를 얻게 되었다.
*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으로부터 연통이 왔다.
자신은 어려서부터 項羽 장군을 師父로 모시고있다며
南星의 친구 여러분들께 꼭 좀 전해달라고...^^
# 列國誌 47
** 軍師 范增(범증)
회계성에 도착한 項羽는 于英, 桓楚, 虞子期, 英布 等, 네 장수를 項梁에게 인사를 올리게 하였다.
항량은 네 장수에게 성대한 환영연을 베풀어 주며 말했다.
"千軍을 얻기는 쉬워도 쓸만한 장수 한 사람을 구하기는 더 어렵다고 하는데, 그대들 네 장수를 한꺼번에
얻게 되었으니 이런 기쁨이 어디 있겠소. 이제 우리 군사가 20 萬에 가까웠으니, 秦나라를 쳐부수기에
충분할 것 같소이다. 가까운 시일에 군사를 일으켜 함양으로 쳐들어 가는 것이 어떠하겠소 ?"
項羽가 즉석에서 대답한다.
"좋습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저희들은 언제든지 咸陽으로 쳐들어 가겠습니다. 우리 군사가 물경 20 萬에 이르렀으니, 썩어빠진 秦나라 군사가 百萬이기로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
그로부터 얼마 후 項梁이 秦나라를 치고자 大軍을 이끌고 회계 땅을 떠나려고 하자 백성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사정하듯 말한다.
"저희들은 오랫동안 秦나라의 학정에 시달려 오다가 城主님의 덕택으로 이제야 겨우 마음놓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주님께서 떠나가시면, 저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성주님께서 이곳을 떠나시려거든 차라리 저희들을 죽이고 가시옵소서."
항량은 백성들의 호소에 크게 감동하였다.
"내가 이곳을 떠나기로 어찌 그대들을 버리겠소. 나는 秦나라를 쳐서 만천하의 백성들을
구하고자 장도에 오르는 것이니 앞으로의 일은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천하를 평정하고 나면 회계 고을에는 특별히 덕망있는 太守를 보낼 것이고 이 고을 백성 들에게는 10년 동안 모든 組稅를 면제해 줄 것이오. 그러니 이만 들 돌아가기바라오."
이렇게 항량은 백성들을 가까스로 달래 주고 征途에 오르는데, 그 威容이 장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제부터는 대군을 거느리고 江東을 거쳐 秦나라 수도인 咸陽으로 쳐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일행이 회양(淮陽) 땅에 이르자, 대장 季布가 項梁에게 아뢴다.
"우리 軍에는 項羽 장군을 비롯하여 실전에 능한 맹장들이 여러 분 계시오나, 정작 軍師의 역활을 맡아 주실 어른은 한 분도 계시지 않습니다. 다행히 여기서 멀지 않은 산중에 범증(范增)이라는
志士 한 분이 계시오니, 그분을 우리들의 軍師로 모셔 오면 어떻겠습니까 ?"
항량이 대답했다.
"그런 분이 계시다면 꼭 軍師로 모시고 싶소이다.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좀더 자세히 말해 보시오."
"범증은 古稀를 넘은 노인이기는 하오나 그의 智謨는 옛날의 孫子나 吳子를 능가하는 분이옵니다. 그분을 군사로 모셔올 수만 있으면 우리는 천하를 쉽게 평정할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項梁이 더욱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회양 땅에 <范增>이라는 高士가 칩거하고 있다는 소문은 듣고 있었소.
지금이 좋은 기회이니 계포 장군은 폐백(幣帛)을 갖춰 찾아뵙고 그분을 모셔 오도록 하시오."
계포는 즉시 폐백을 준비하여 범증이 칩거한다는 기고산(旗鼓山)으로 찾아나섰다.
그러나 워낙 험한 山이어서 범증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 나무꾼을 만나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그 어른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여 여기서도 30리쯤 떨어진 토굴 속에 살고 계십니다. 설혹 찾아 가시더라도 만나 주지도 않을실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계포가 다시 30 里쯤 산속으로 찾아 들어가니 어느 토굴 속에서 거문고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옳지 ! 范增 선생이 저 토굴 속에 계시는 게 분명하구나 ! )
이윽고 계포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토굴 안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혼자서 거문고를 타고 있었는데, 첫 눈에 보아도 고결한 기품이 범증 선생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하여 계포가 인기척을 해 보이니, 백발의 노인은 거문고를 뜯던 손을 멈추고 계포를 쳐다보며 조용히 묻는다.
"그대는 무슨 일로 왔는고 ?"
季布는 우선 범증에게 큰절을 올린다음, 폐백을 조심스럽게 내놓으며 말했다.
"소생은 楚國 대장 項梁 장군의 휘하에 있는 季布라 하옵니다. 지금 秦나라의 학정이 잔학무도하여 항량 장군께서는 秦나라를 平定하여 백성들을 구하고자 군사를 일으켰사온데 선생을 軍師로 모시고자하여 소생이 命을 받고 찾아왔사옵니다."
"나같은 쓸모없는 늙은이를 軍師로 쓰시겠다고 ? 하하하."
범증은 고개를 들어 크게 웃고 나서,
"項梁이란 사람은 어떤 분인가 ?"
하고 묻는다.
"項梁 장군은 일찍이 楚나라의 명장이셨던 項燕 장군의 아드님이시옵니다."
"으음 ....楚나라의 項燕 장군에게 그런 아들이 있었던가 ? 어쨌거나 나 같은 늙은이를 데려가 보았자 쓸모가 없을 것 이니 이 폐백들은 가지고 그냥 돌아가시게 !"
하며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는 것이었다.
季布는 머리를 조아리며 간곡히 설득한다.
"지금 천하가 너무나도 어지러워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힘을 합쳐 秦나라를 쳐 없애야 할 때이옵니다. 하물며 선생께서는 孫子와 吳子를 능가하는 智略을 가지고 계실 뿐만 아니라 춘추도 이미 古稀를 넘기셨사오니 經世濟民을 위하여 마지막 奉公을 하셔야 할 때라 사료되옵니다.
그 옛날 姜太公이 周의 文王을 만나 세상을 도모한 故事도 있지 않사옵니까? 선생께서는 사양치 마시옵고 부디 項梁장군을 도와주시옵소서."
范增은 季布의 간곡한 설득에 감명받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나 역시 秦始皇의 잔혹한 虐政에 분노하여 세상을 바로잡아 줄 인물이 없을까? 하고 일찍부터 생각하고 있었네. 자네가 項梁 장군의 命을 받고 나를 데리러 왔다니 나도 자네를 따라 나설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네. 그러나 세상 만사에는 天數라는 것이 있네. 내가 자네를 따라 내려갈 것인지의 여부는 오늘 밤 천수를 점쳐 보아 내일 아침에 결정할 테니 이 폐백은 내일 아침까지 보류해 두시게."
그러나 계포는 폐백을 범증에게 억지로 안겨주며 간곡히 사정한다.
"선생님께서 오늘 밤에 천수를 점쳐 보시고, 내일 아침에 마음이 달라지실지도 모르오니 저희들의 성의는 지금 받아 주시지요."
범증은 마지못해 폐백을 받으며 말했다.
"그대가 義를 위해 이처럼 정성을 다하여 권하니, 나도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네 그려. 그러면 내일 아침에 자네와 산을 내려가기로 하세."
이날 밤 , 범증은 밤이 깊기를 기다려 하늘을 우러러 천수를 점쳐 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歎息을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項梁은 천하의 주인이 될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가 그를 따라가기로 약속한 것은 커다란 실책이었구나. 그러나 男兒一言 重千金이니, 폐백까지 받은 이상 이제는 어쩔 수 없이 項梁을 도와야겠다")
다음날 범증은 계포의 인도로 항량을 찾아오니, 항량은 陣門 밖까지 영접을 나와 범증을 上座에 모시며,
"선생께서 우리들을 위해 이처럼 下山해 주시니 고맙기 그지없사옵니다. 바라건데, 오늘부터는 軍師로서 많은 지침을 주소서."
范增이 두 번 절하며 말한다.
"장군께서 천하를 義로써 구하시겠다고 하시니, 노구(老軀)는 王業을 이루어가시는데 犬馬之勞를 다하겠사옵니다.
項梁은 范增을 軍師로 모신다는 命을 각 장수에게 하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상의한다.
"우리는 곧 江東을 거쳐 함양으로 쳐들어갈 계획인데, 선생은 이 계획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범증은 한참 동안 숙고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전체의 판세를 헤아리지 않고 무조건 함양으로 쳐들어가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최근에 패현(沛縣)에서 劉邦이라는 인물도 봉기했다고 합니다. 또 오래 전부터 반기를 들고 일어난 陳勝, 吳廣등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들에 대한 정보도 시급히 알아볼 필요가 있사옵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함양으로 쳐들어가면 될 게 아닙니까 ? 진승과 오광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
범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天下는 나 혼자만의 천하가 아니옵니다. 그들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 그들과도 손을 잡고 咸陽을 공동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옵니다. 만약 그들이 몰락했다면,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우리가 같은 전철(前轍)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진승, 오광등과 섣불리 연합했다가 이용만 당하고 배신당하는 신세가 되면 어떡하지요 ?"
범증은 그 말을 듣고 破顔大笑 하면서 말했다.
"하하하, 세상이란 결국, 먹느냐 먹히는냐의 싸움 이옵니다. 큰 고기는 작은 고기를 잡아먹어야만 살아가게 되므로, 우리가 그들에게 잡아먹히느냐 또는 그들이 우리에게 잡아먹히느냐 하는 문제는, 누가 큰 고기이고 작은 고기냐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옵니다.
項梁은 范增의 말이 옳다고 여겨, 사람을 사방으로 보내 진승과 오광의 소식을 소상하게 알아보았다.
그 결과, 진승과 오광은 어처구니없게 몰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승은 몇 개의 고을을 점령하고 나자 스스로 楚王을 자처하고 많은 미녀들을 거느리고 주색에 탐닉하였다. 張耳와 陳餘 等, 두 장수가 눈물로 諫言하였으나, 진승은 끝내 듣지 않고 주색에 미쳐 돌아가다가, 결국에는 秦의 將軍 장한의 손에 어이없게 죽어 버렸다는 것이었다.
范增은 이 소식을 듣고 항량에게 물었다.
"진승이 왜 어이없게 亡해버렸는지 그 원인을 알고 계시옵니까 ?"
"목전의 小慾에 눈이 어두워 酒色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
"물론 그 점도 있사옵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項梁은 바로 그 뜻을 알 수가 없어서 즉석에서 반문했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원인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
范增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한다.
"진승은 대의 명분을 내세울 줄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진승도 처음에는 秦나라를 징벌하여 백성들을 도탄 속에서 구한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세력이 커지자 楚나라의 王孫을 王으로 옹립할 생각은 아니 하고 자신이 스스로 王이 되었기 때문에 백성들은 아무도 그를 따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진승이 亡하게 된 원인은 바로 그점에 있었던 것이옵니다."
項梁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러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겠소이까 ?"
"公께서 군사를 일으켜 陣을 친다는 소문을 듣고 각처에서 장수들과 백성들이 앞 다투어 몰려드는 것은, 公이 楚나라의 충신이셨던 項燕 장군의 후손이기 때문인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公께서도 天下를 잡고자 하신다면, 楚나라의 王孫을 楚王으로 옹립해 놓고 활동하셔야 하옵니다.
# 列國誌 48
**軍師 범증 2
"듣고 보니 과연 옳으신 말씀이시오. 그러나 楚나라의 왕손들은 진시황에 의해 모두가 몰살을 당했는데 어디서 그런 사람을 구해 올 수 있겠소 ?"
"그래도 어딘가에 한 사람쯤 남아 있을지 모르오니, 그런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셔야 합니다."
項梁은 그 말을 옳게 여겨 대장 鍾離昧에게 命을 내린다.
"그대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楚나라 王孫을 한 사람 찾아 오도록 하시오. 촌수(寸數)는 멀어도 상관없으니 楚王의 후예이기만 하면 되오."
종리매는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 바닷가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楚王의 王孫이라는 23 살 된 청년 하나를 찾아 데리고 왔다.
이름이 미심(米心)이라고 하는 그 청년을 보자, 항량과 범증은 크게 기뻐하면서 그 청년을 <초회왕(楚懷王)> 으로 옹립한다.
그리고 범증이 말한다.
"王을 새로이 모셨으니, 이제는 조정의 기틀을 갖추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항량은 국가의 진용을 다음과 같이 편성, 임명한다.
초회왕(楚懷王) 미심(米心).
무신군(武信君) 항량(項梁).
대사마부장군(大司馬副將軍) 항우 (項羽).
군사(軍師) 범증 (范增).
군기장군(軍騎將軍)계포(系布).
同...종리매(鍾離昧).
편장군(偏將軍) 영포(英布).
산기장군(散騎將軍)환초(桓楚).
同 ... 우영(于英)
同 ... 우자기(虞子期).
이상과 같이 楚나라 진용을 세상에 널리 공포하니 그 옛날 楚나라 백성들은 저마다 새 나라에 대한 기대를 갖고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렇게 軍師 范增의 지혜로 楚나라의 기틀이 잡혀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楚군이 함양으로 出擊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 갑자기 白髮을 휘날리며 웬 老 장수가 數萬의 군사를 거느리고 楚軍 진영으로 달려 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散騎 將軍 桓楚가 말을 몰아 달려나가며,
"그대는 누구인데, 남의 營內에 함부로 들어오는가?!
그 자리에 정지하고 이름을 밝혀라 ! "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백발이 성성한 老 장수는 그 자리에 말을 멈추더니 큰소리로 대답한다.
"나는 예전의 楚나라 대장 송의(宋義)라는 사람이요. 그동안 楚國을 재건하려고 3 萬여 명의 군사를 양성해 오고 있었는데, 項梁 장군이 楚王을 새로 옹립하고 咸陽으로 쳐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힘을 보태고자 군사를 이끌고 찾아오는 길이오."
항량은 그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며 宋義를 영내로 불러들여 이렇게 말했다.
"장군이 데리고 오신 군사는 특별히 경자 관군(卿子冠軍)으로 부르기로 하십시다."
宋義가 항량에게 건의한다.
"이곳을 都邑으로 정하시기에는 땅이 너무 협소합니다. 여기서 백 리쯤 떨어진 우소(旴昭)라는 지역에는 楚나라 시절에 대장을 지낸 <진영>이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으니, 진영 장군과 상의하여 그곳을 도읍으로 정하심이 어떠하겠나이까 ?"
"진영 장군은 나도 아는 분이니, 그 분과 제휴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소이다.
그러나 <旴昭>라는 곳이 과연 새로운 楚나라의 도읍으로 적당한 곳일까요 ?"
"우소는 지형적으로 난공 불락(難攻不落)의 要塞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項梁과 項羽 范增은 宋義의 말을 옳게 여겨 大軍을 우소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얼마를 행군하다 보니, 멀리서 붉은 깃발을 펄럭이며 수많은 군사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었다.
"저게 웬 군사들이냐 ! 내가 직접 나가 알아보리라."
軍師 范增이 말을 달려 나가 알아 보니, 창검을 번득이며 달려온 수만 군사들 선두에는 미목(眉目)이 수려한 장수 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귀장(貴將)은 뉘시오. 성명을 밝히시오."
그 장수는 범증 앞으로 한걸음 나오면서 대답한다.
"나는 패현에 있는 유방(劉邦)이라는 사람이오. 항량 장군이 대군을 일으켜 秦나라를 친다고 하기에, 나도 楚軍을 돕고자 하후영(夏侯英), 번쾌등의 장수와 함께 10 萬의 군사를 이끌고 왔소이다."
"옛?! 劉邦 將軍이시라구요? "
范增은 깜짝 놀라며 유방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의 얼굴에는 제왕의 기상(帝王之氣象)이 넘쳐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범증은 자기도 모르게,
(아 !, 내가 주인으로 모셔야 할 사람을 잘못 선택했구나.! )
하고 내심으로 크게 탄식하였다.
범증이 유방을 안내하여 돌아와 항량에게 인사를 시키니 항량은 크게 기뻐하면서 劉邦에게 말한다.
"유방 장군이 나를 돕기 위해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오셨다니 이처럼 고마운 일이 없구려. 이제 우리들 모두가 힘을 합하여 秦나라를 쳐 없애고 楚나라를 세우기로 하십시다."
그렇게 도착한 우소(旴昭)에서 항량은 유방, 진영과 함께 함양으로 쳐들어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 즈음,
회음(淮陰)땅에 산다는 韓信이라는 젊은이가 항량을 찾아와,
"咸陽으로 쳐들어가려면 많은 장수가 필요하실텐데, 저도 兵學을 연구한 사람이니, 이 사람을 장수로 기용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
하고 장수가 되기를 자원하고 나왔다.
項梁이 보니, 韓信은 풍채가 초라하여 장수 깜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자네처럼 초라한 사람이 무슨 장수가 되겠다는 말인가 ?"
항량이 일언지하에 퇴짜를 놓아 버리자, 범증이 급히 달려와 항량에게 귀뜸을 한다.
"저 사람은 행색은 초라하지만, 觀相學상으로 보아 장차 큰 인물이 될 相 입니다. 그대로 쫒아 버리면 후일에 큰 禍를 입게 될지 모르니, 장군으로 기용하여 붙잡아 두도록 하소서."
"에이, 여보시오. 저런 볼품 없는 위인을 무슨 장군으로 기용하란 말씀이오 ?"
"그런게 아니옵니다. 저 사람을그냥 쫒아 버렸다가는 후일에 반드시 후회하게 되실 것이옵니다. 그러니 어떤 명목으로든지 붙잡아 두셔야 합니다."
"軍師께서 아무리 말씀하셔도 저런 인물을 장군으로 기용할 수는 없소이다. 軍師께서 이처럼 말씀하시니 집극 랑(執戟郎 : 현재의 軍 계급으로 치면 위관장교 급)으로나 쓰도록 하지요."
軍師 范增은 항량의 앞을 물러나오며 혼자 개탄해 마지않았다.
아! 武信君(項梁)이 이토록 사람을 몰라보니 어찌 大業을
이룰 수가 있을 것인가 ?)
그렇다면 韓信은 어떤 사람인가 ?
한신은 회음(淮陰)의 몹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는 거지노릇까지 하였고, 성장해서도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지금도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아 팔아 서 살아오는 궁핍한 처지에 있었다.
그러면서도 포부만은 크기가 이를데 없어서,
(사나이로 태어난 이상 나도 언젠가는 천하를 호령하는 인물이 되리라!.)
라는 생각을 품고, 자나깨나 長劍을 허리에 차고 다녔고 틈만 있으면 武藝를 연마하고
兵書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었다. 이러기를 장장 10여 년, 이제는 武人으로서는 자신이 섰지만 생활이 쪼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韓信이 어느 날 개울가를 지나는데 빨래를 하던 아낙네가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한신은 하얀 쌀밥을 보자 시장기가 더한지라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낙네의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밥을 먹던 아낙네는 그 모양이 무척 측은하게 여겨졌는지
"배가 몹시 고픈 모양이니 먹다 남은 밥이라도 들고 가시오."
하고 말하며 반 사발쯤 되는 찬밥을 한신에게 내밀었다.
한신은 아낙이 주는 남은 밥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단숨에 먹어치우고 아낙에게 빈 그릇을 돌려주며 공손히
머리를 숙여 말했다.
"후일 제가 出世를 하면 오늘의 은혜는 반드시 갚아 드리겠습니다."
아낙은 그 말을 듣고 화를 발칵 내며 한신을 호되게 꾸짖었다.
"사내 자식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주제에 무슨 은혜를 갚겠다는 거요?! 나는 젊은이가 하도 측은해서 밥을 주었을 뿐이지 은혜를 갚으라고 준 것은 아니오 !"
한신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한신은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팔려고 장 거리로 들고 나갔다. 그러자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한신이 허리에 차고 있는 장검을 보고 놀려대기 시작한다.
"이 자식아 ! 너는 허리에 검을 차고 다니기는 하지만, 천하에 못나 보이는 놈이다. 네가 용기가 있거든 그 검으로 나를 한 번 찔러 보거라. 나를 한 번 찔러 봐 ... ! "
한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더욱 신바람을 나서,
"나를 찌를 용기가 없거든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가라 ! "
하고 떠들어 대는 것이었다.
그러자 한신은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고 땅바닥을 기어 그 소년 들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 나왔다.
그 광경을 보자 구경꾼들조차,
"허리에 장검을 차고만 다녔지 , 너야말로 천하의 졸장부요 용기도 없는 겁장이로구나 ! "
하고 한신을 크게 조롱하며 웃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이 광경을 끝까지 지켜 보던 허부(許負)라는 노인은 한신 앞으로 다가와 어깨를 다정히 두드리며 이렇게 위로해 주었다.
"자네가 지금 비록 겁쟁이라고 조롱을 당하고 있지만, 관상학상으로 보면 자네는 장차 큰 인물이 될 걸세. 지금처럼 매사를 묵묵히 참아가면서 자중하시게. 그러면 자네에게 반드시 때가 오게 될 것이야."
그러자 한신은 빙긋 웃으며 돌아서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은 몇해 후 楚軍이 咸陽으로 진격해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신은 항량을 찾아와 장수로 써 줄 것을 자원한 것이었다.
그러나 項梁은 韓信의 외모만 보고 겨우 <집극랑>이란 위관급 장교의 직위만 주었는데, 바로 이 韓信이 후일 劉邦을 도와, 天下를 평정하는 역사상 위대한 장군이 되었던 것이다.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공의롭게 판단하라" )
<요한 7/24>
# 列國誌 49
** 項梁의 戰死
秦始皇 死後, 승상 李斯와 함께 太子 扶蘇와 夢焰을 제거한 趙高는 진시황의 둘째 아들 胡亥를 황제로 추대한 후, 승상 李斯를 이용하여 반대 세력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드디어는 李斯까지 逆謨罪로 몰아 제거해버린다.
그런 후, 불알도 없는 내시인 趙高가 승상의 자리에 올라 秦나라의 권력을 한 손에 장악한다.
형식상으로는 <二世 황제>가 번듯이 존재했지만, 胡亥는 날이면 날마다 酒色에 빠져 있어 사실상 趙高가 황제나 다름없었다.
그 무렵,
각 지방의 수령들은 승상 조고에게,
"지금 우리 지방에서는 자칭 義兵들이 궐기하여 백성들을 심히 괴롭히고 있사옵니다. 승상께서는 군사를 파견하시어 逆徒들을 속히 평정해 주소서."
하고 장계(狀啓)를 빗발치듯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權力을 휘두르는 맛에 취해있는 趙高는 그러한 장계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도둑떼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이런 것을 가지고 왜들 이렇게 야단들이냐. 도둑을 다스리는 것은 지방관들의 책임이니 전국 각처의 지방관리는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지방관은 가차없이 그 罪를 물을 것이다."
趙高는 군사를 보내 反軍을 평정할 생각은 않고 이처럼 지방관들에게 엄포를 놓기만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회서 군수(淮西郡守) 진염(陳炎)이 함양으로 달려와 승상 조고에게 보고한다.
"前 楚나라 장수 項梁이 회왕(懷王)을 옹립하고, 우소(旴昭)에 도읍을 정한 뒤 項羽, 劉邦 等, 수많은 장수와 함께
30 萬 대군으로 咸陽까지 쳐올라올 기세를 보이고 있사옵니다. 승상께서는 시급히 군사를 파견하시어
그들을 속히 토벌하도록 하시옵소서. 그렇지 않으면 함양이 위태롭게 될 것이옵니다."
趙高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장군 장한(章悍)을 불러 命했다.
"요즈음,
각 지방에서 도둑의 무리들이 들끓어 백성들을 몹시 괴롭힌다고 하는데, 특히 옛날 楚國 장수 項梁이란 자는 楚王을 새로 옹립하고 함양으로 쳐들어올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하니, 장군은 신속히 출전하여 그 자들을 토벌하도록 하시오."
대장군 章悍이 승상 조고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淮西(회서) 지방에서 항량이라는 자가 수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함양을 넘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걱정을 하고 있던 중이옵니다. 命을 받들어 도적의 무리들을 지체 없이 토벌하고 돌아오겠습니다."
秦나라 大將軍 章悍은 30 萬의 대군을 이끌고 이유(李由), 사마흔(司馬欣), 동예 등의 대장들과 함께 초군박멸(楚軍撲滅)의 장도에 올랐다.
그런데 회서 부근에는 齊나라와 魏나라의 義兵들이 별도로 준동하고 있어서, 그들을 먼저 정벌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었다.
그리하여 장한이 齊軍과 魏軍을 치고 있을 즈음, 그 소식을 들은 항량은 項明에게 兵力 3 萬을 주어 齊와 魏軍을 돕도록 하였다.
이로써 兩 軍 間에 일대 혈전이 벌어졌는데, 義兵들은 정예 秦軍을 당해 낼 힘과 역량이 부족하여 自稱 齊王과 魏王은 모두 전사하고, 지원을 갔던 項明마저 전사함으로써 秦軍이 크게 승리하였다.
秦軍이 동아(東阿)에 까지 진출하여 楚軍을 본격적으로 공격할 태세를 갖추자, 항량은 사태의 위급함을 보고받고 회왕에게 아뢴다.
"臣이 직접 나가 적장 장한을 한칼에 베고 秦軍의 항복을 받아오겠습니다."
그러자 軍師 范增이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장한은 소문난 맹장이므로 혼자 나가시면 위험합니다. 項羽 장군을 선봉장으로 내세우시옵소서.
저도 함께 따라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楚군이 진영을 갖추고 秦군과 마주하게 되자 항우는 단기필마로 질풍같이 달려나가며 적진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楚군 대사마 항우로다. 장한은 어디 있느냐. 장한에게 할 말이 있으니 앞으로 나오라."
그러자 장한이 말을 달려나오며 항우를 조롱한다.
"내가 바로 장한이다, 너는 싸우러 왔느냐? 주둥이 질을 하러 왔느냐? 글 못쓰는 선비가 붓타령을 한다더니 싸우러 왔으면 싸우기나 할 일이지 무슨 놈의 할 말이 있다는 거냐 ! "
항우가 다시 큰 소리로 외친다.
"장한은 내 말을 똑똑히 들어라. 너희들의 二世 황제는 무도하기 짝이 없는 데다가 간신 趙高는 불알도 없는 환관으로 간악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인데 너는 그런 놈 밑에서 딱가리 하는 짓이 그토록 좋으냐? 秦나라 민심은 완전히 이반되어 버렸다. 그대는 그러한 실정도 모르면서 정의의 기치를 들고 일어선 우리와 싸우려 하고 있으니, 그것은 물고기가 끓는 가마솥으로 뛰어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
그대는 목숨을 구하고 싶거든 지금 이 자리에서 곱게 항복하라 !"
章悍은 그 말을 듣자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적반 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란 말이 있느니라.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큰소리를 치느냐. 우리 秦軍은 천하 무적의 强軍이요, 그대는 이미 망해 버린 楚國의 쥐새끼에 불과하다. 네 놈이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더니 감히 나에게 덤벼드는걸 보니 오늘이야 말로 너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 "
항우는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장창을 꼰아쥐고, 질풍같은 속도로 장한을 향해 달려나갔다.
장한은 한평생을 전쟁으로 살아온 백전 노장이었다. 그러나 폭풍처럼 달려드는 항우를 당해 내기는
나이도 너무 많았고 힘도 역부족이었다. 그런대로 10합 20 합까지는 항우와 대등하게 싸웠지만, 30합이 넘어서자 숨이 가빠지면서 결국은 말머리를 돌려 도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장 이유가 싸움을 가로막고 나섰다.
"요 쥐새끼 같은 놈아 ! 너는 뭐냐 ! "
항우가 벼락 같은 고함을 지르며 장창으로 이유의 가슴을 찌르려고 달려드니 이유는 혼비 백산
秦中으로 줄행랑을 치고만다.
사마흔과 동예가 그 광경을 보고 한꺼번에 달려나오며 싸움을 가로막았다.
1대 2의 유리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누구인가?
사마흔과 동예는 항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항우는 싸울수록 몸이 날래지고 힘이 솟구쳐 오르는지, 좌충 우돌로 사마흔과 동예를 공격하니 사마흔과 동예도 마침내 말머리를 돌려 삼십육계를 놓았다.
" 이 쥐새끼 같은 놈들아 ! 어디로 도망을 가느냐 ! "
항우는 두 적장을 맹렬하게 추격하였다.
項梁이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英布, 桓楚, 于英 등 세 장수를 급히 불러 명한다.
"항우가 저렇듯이 무모하게 적진 깊숙한 곳으로 쳐들어가면, 후방이 차단될까 두렵다. 그대들은 군사 5천씩을 거느리고 급히 달려나가 항우 장군을 도와라."
이렇게 秦軍은 80 여 리나 쫒겨가서야 간신히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敗將 章悍은 절치 부심을 하면서 막료들에게 말했다.
"적의 세력이 워낙 막강하여 지금 싸워서는 승리할 가망이 전혀 없다. 그러하니 우리는 완병지계(緩兵之計)를 쓰기로 하겠다."
"완병지계란 어떤 계략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敵陣에는 장수다운 장수는 항우 하나가 있을 뿐인데, 항우는 初戰에 대승하여 매우 교만해졌을 것이다. 장수가 교만해지면 병사들이 수비를 게을리하게 되는 법이다. 우리가 지금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병사의 손실만 생길 뿐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이니, 당분간은 이곳에 수비를 견고하게 하고 머물러 있다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최후의 승리를 거둘 것이다."
과연 백전 노장다운 심계(深計)였다.
한편, 항우는 초전에서 크게 승리하고 본진으로 돌아와 항량에게 고한다.
"내일은 우리 군사를 총동원하여 적을 송두리째 때려부수기로 하겠습니다."
"장한은 천하의 명장이라고 들었는데, 네가 그만한 자신이 있느냐."
"직접 싸워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내일은 아예 뿌리를 뽑아 버려라."
다음날, 항우는 中軍이 되고, 영포는 右軍, 유방은 左軍이 되어, 진고(陳鼓)를 크게 울리며 30 萬 대군이 일시에 적진을 향하여 휘몰아쳐 나아가니 그 기세가 하늘을 덮을 듯 당당하였다.
이에 장한은 형세가 불리한 것을 깨닫고 긴급 군령을 내렸다.
"우리가 지금 싸워서는 승리할 가망이 없으니, 눈물을 머금고 일시 후퇴를 해야 하겠다. 그러나 모든 군사가 한 곳으로 일시에 후퇴하면 적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니, 각 부대는 방향을 달리하여 후퇴하라. 나는 정도(定陶)로 갈 것인즉, 사마흔과 동예 부대는 복양으로 후퇴하고, 이유 부대는 옹구(壅丘)로 후퇴하라. 분명히 말해 두거니와 오늘의 퇴각은 二步 전진을 위한 一步 후퇴라는 것을 명심하라."
秦軍이 세 갈래로 분산 후퇴하자, 항우는 壅丘(옹구)로 추격하여 대장 이유를 한칼에 베어버리고, 유방은 사마흔과 동예 부대를 백 여리나 추격하여 성양(城陽)이라는 곳에 도달하였다.
유방이 거기서 계속 추격하려고 하자, 모사(謀士) 소하(蕭何)가 말린다.
"적을 막다른 궁지(窮地)로 몰고 가서는 안 되옵니다. 도중에 복병(伏兵)이라도 있으면 낭패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추격을 멈추도록 하시옵소서."
유방은 그 말을 옳게 여겨 일단 성양에 머물렀다.
한편, 英布는 장한을 맹렬히 추격해 갔으나, 재빨리 후퇴한 장한은 정도성(定陶城) 성문을 굳게 잠그고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영포는 그곳에 陣을 치고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을 걸어 보았으나 장한은 일체 응전하지 않았다.
마침 그때, 항량이 後軍을 거느리고 정도에 당도하여 전황을 살펴본 後 영포에게 말했다.
"秦軍이 싸우려 들지 않는 것을 보면 몹시 피폐한 모양이니, 그들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지금 때려부숴야 할 것이 아닌가 ?"
영포가 대답한다.
"장한이 지금 성안에 갇혀 있기는 하오나, 그의 병력은 아직도 막강하여 함부로 때려부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항량은 그 말을 듣고 꾸짖는다.
"성안에 갇혀 있는 적을 때려부수기가 뭐가 어렵다는 말인가 ? 내가 대군을 거느리고 왔으니, 오늘 당장 돌격전을 감행하여 아예 끝장을 내버리기로 하세."
"그것은 장한을 너무 만만하게 보시는 무리한 작전인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 ! 이것은 軍令이다. 오늘 밤 子時 (밤 11시 ~1시 사이)를 기하여 총 공격을 감행하라."
영포는 항량의 군령이라는 말에 무리한 작전인 줄 알면서도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리하여 楚軍은 秦軍 총사령관인 장한이 농성(籠城)중인 정도성에 子時를 기하여 총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초군 병사들은 성안으로 빗발치듯 쏘아대는 화살의 엄호를 받아가며, 나무사다리를 성벽에 걸치고
개미떼처럼 기어올랐다. 성채(城砦)를 人海 戰術로 일거에 점령하려는 야심찬 작전이었다.
그러나, 그대로 보고만 있을 秦軍이 아니었다. 돌덩이는 물론이고 끓는 물과 기름을 성벽을 기어 오르는 楚軍에게 쏟아 부으며, 화전(火箭 = 불화살)을 빗발치듯 쏘아댄다.
그리하여 성벽을 기어오르던 楚兵들은 돌덩이에 맞아 떨어져 죽고, 나무사다리에 불이 붙어 땅에 떨어져 죽고, 화살에 맞아 죽고 ....
죽어가는 병사들의 비명으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아군의 불리함을 목격한 항량은 분노로 몸을 떨며,
"충차(衝車)를 만들어 城門을 깨부수어라."
하고 비상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무리한 명령이었다.
어느 세월에 <충차>를 만들 것이며, 충차로 성문을 부수려 한들 敵이 보고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군사들이 충차를 만들고자 통나무를 베어 오니, 城 안에서는 기름부은 불덩이를 계속 아래로 퍼부어대니 애써 모아 온 통나무들이 모두 불에 타 버릴 뿐이었다.
항량은 희생이 커질 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이 놈들아 ! 성벽을 기어 올라갈 생각은 아니하고 왜들 꽁무니만 빼느냐 ! "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집극랑(執戟郞) 韓信이 항량의 동태를 보다 못해 간한다.
"공격을 퍼부울수록 아군의 피해만 심해질 뿐이오니, 오늘은 공격을 일단 중지하고 수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그러자 항량이 벼락 같은 고함을 지른다.
"너는 무슨 돼먹지 않은 소리를 씨부려대고 있느냐 ? 나는 군사를 일으켜 한 번도 져 본 일이 없었다. 이따위 성채 하나를 공략하지 못하고서야 장차 어떻게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겠느냐? ! "
그 말에 卿子冠軍大將 송의(宋義)가 다가와 충고한다.
"우리가 初戰에 승리하여 적을 너무도 가볍게 보고 있었습니다. 敵은 초전에 패한 관계로 정신적으로 오히려 굳게 결속되어 있어서 쉽게 무너뜨리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장한은 소문난 명장이니 오늘 밤으로 승부를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韓信의 말대로 공격을 일단 중지하고 수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좋다 ! 오늘 밤은 공격을 일단 중지했다가 내일 밤 子時를 기하여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장한 따위를 두려워할 내가 아니로다."
마음이 교만해진 항량은 장한을 깔보고 있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잠언 16 / 18)
항량은 정도성 공략에 실패하고 本營에 돌아오자, 북받쳐 오르는 울분을 참을 수가 없는지 혼자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집극랑 韓信이 그 광경을 보고 또다시 간한다.
"군사는 싸울 때보다도 휴전했을 때, 더욱 경계해야 하옵니다. 적이 오늘 밤에 반격을 해 올지도 모르오니 장군께서는 술을 삼가하시옵소서."
그러자 항량은 또다시 고함을 지른다.
"너같은 조무라기가 무슨 잔소리가 이리도 많으냐 ! 내일 밤은 적을 뿌리째 뽑아 버릴 것이니 두고 보아라 ! "
그리고 술을 대접으로 계속 들이키는 것이었다.
韓信은 속으로,
(아 !...항량은 兵事를 논할 그릇이 못되는구나 ! )
하고 탄식을 하며 그 자리를 물러나와 버렸다.
그로부터 몇 시각이 지난 뒤, 병사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먼동이 틀 무렵, 별안간 어디선가 일발 포성이 울리더니 수만의 秦軍이 함성을 울리며 楚軍 진지로 물밀듯이 쳐들어 왔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楚軍은 우왕좌왕하며 어둠 속에서 槍 劍을 찾느라고 야단법석이었다.
秦軍은 그 기회를 놓치지않고 창과 칼로 찌르고 철퇴로 내려치며 楚軍을 짓밟았다. 어둠 속에서 비명이 난무하였고 동이 틀 무렵에는 楚軍의 시체가 땅을 덮었고 그들이 흘린 피는 바다를 이루었다.
술에 곯아 떨어진 항량은 호위병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시 피하기는 했으나 때마침 대장군 항량을 찾아다니던 秦將 孫勝에게 발견되어 접전 끝에 뜻밖에도 전사하고 만다.
일찍이 雄志를 품고 亡해버린 楚나라를 재건하려던 항량의 뜻은 이렇게 허무하게도 꺾여버렸다.
(술! ~
자신을 이기지 못한 사람 들이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과음하는 술 ~
이것이 지나치면 어떻게 되는지를 項梁이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긴,
三國誌에서도 천하의 호걸 張飛도 술에 취해 부하들을 매질한 뒤, 곯아 떨어지자 두 명의 부하에게 목이 잘리고 만 사실이 있음을 독자 제위께서는 기억하시리라...)
이렇게 總 사령관 項梁이 戰死하자 살아남은 병사들은 저마다 도망치기에 바빴다.
宋義와 英布, 두 장수가 가까스로 남은 병사 들을 규합하여 陳留에 새로이 陣을 구축하고있을 때, 城陽에 주둔하던 劉邦이 급보를 듣고 달려왔다.
그러나 병사들의 사기가 워낙 떨어져 있어 반격할 상황이 아니었다.
劉邦은 패전한 병사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위로한다.
전쟁에서
"一勝一敗는 兵家之常事"다. 오늘의 패전은 후일에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니, 모두들 낙심 말고 더욱 분발하라."
병사들은 劉邦의 따듯한 위로에 감격했다.
한편,
宋義 장군은 壅丘(옹구)로 달려가 項梁의 戰死를 알리니, 항우는 그 자리에 쓰러져 울부짖는다.
"나는 어려서부터 숙부님 슬하에서 자랐고 兵學도 숙부님으로부터 배워 왔다. 그러나 숙부님께서 大義를 세우고 의병을 일으켜 大事를 도모하는 도중, 홀연히 가셨으니 이를 어쩌라는 말이오 !"
항우의 통곡이 어찌나 통절했던지 이를 듣고있던 부하 장병들도 하나 같이 눈물을 흘렸다.
軍師 范增이 항우의 슬픔을 위로하며,
"새로운 楚나라를 일으켜 보려던 武信君이 비록 돌아가셨지만, 楚나라의 大業은 성취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우리를 따르는 군사들이 30 萬에 이르니, 그 어찌 장래가 밝다고 하지 않을 수 있으오리까? 바라옵건데, 장군께서는 눈물을 거두시고 武信君의 遺志를 계승하여, 하루속히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소서."
항우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대답한다.
"무신군께서 성업의 결과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니 이처럼 슬픈 일이 어디 있단 말이오."
범증이 다시 말한다.
"무신군의 공적은 크오나 이미 돌아가신 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오니 대업을 완수한 후,
묘당(廟堂)을 새로 지어 해마다 제사를 크게 지내 드리셔야 하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옵니다. 장군께서 무신군께 진정으로 효도를 하시는 길은 무신군의 뜻을 이어받으시어 하루속히 秦나라를 정벌하고 楚나라를 재건하셔야 합니다."
"너무나 원통하여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어찌하오."
"아녀자 들처럼 울기만 하시는 것은 오히려 孝뿐만 아니라 大業의 장도에도 누가 되는 일입니다. 냉정함을 되찾아 하루속히 대업을 이루는 것만이 진정한 孝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항우는 그제서야 눈물을 거두고 결연히 말한다.
"軍師의 말씀, 잘 알아들었소이다. 그러면 일단 진류로 돌아가 무신군의 영결식을 치룬 다음 그 어른의 뒤를 물려받도록 하겠소.
項羽는 모든 군사들을 거두어 일단 陣留로 퇴각했다.
그리하여 劉邦을 비롯한 모든 장수들과 함께 項梁의 葬禮식을 엄숙하게 치루고 바로 그 자리에서 項梁의 지위를 이어 받은 項羽는 楚軍의 최고 사령관이 된다.
# 列國誌 50
** 패기의 項羽
秦나라 大將軍 張悍은 百戰老將이었다.
그는 기습으로 楚軍을 대파한 뒤, 즉시 군사를 돌려 옛 趙나라 땅에서 궐기하고 있는 또 다른 義兵을 치기 시작하였다. 舊 趙나라에서는 장이 (張耳), 진여(陳餘)등의 장수들이 趙王 헐(歇)을 받들어 古土 회복을 명분으로 군사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趙王 歇(헐)은 秦군이 쳐들어오자 장이, 진여 등으로
秦군을 맞아 싸우게 하였다.
그러나 훈련이 덜된 趙軍은 秦軍의 상대가 되지못했다. 이에 趙王은 거록성(鉅鹿城)으로 후퇴하여
項羽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급서를 보낸다.
陣留에 머물러 있던 항우는 급보를 받고 范增, 宋義 장군과 상의 한다.
"우리는 지금 喪 中이라 싸울 경황이 없는데 趙王이 구원병을 요청해 왔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지금 旴昭에 계시는 대왕께서도 秦軍의 공격을 받을 우려도 있지 않소이까? 그러니 우리는 먼저 우소로 가 대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일 것 같구려."
범증이 그 말을 듣고 말한다.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우소는 지리적으로 秦軍에게 공격을 받기 쉬운 곳이니 우리는 차제에 도읍을 팽성(彭城)으로 옮기는 것이 어떠실지요?"
"그 말씀에 나도 동감이오. 대왕의 윤허를 얻어 도읍을 옮기기로 하십시다."
項羽는 군사를 거느리고 旴昭로 달려와 懷王에게 武信君의 戰死부터 보고하였다.
회왕은 너무도 비통하여 목놓아 울기만 할 뿐 입도 열지 못한다.
항우는 오히려 회왕을 위로하며 품한다.
"우리 군사들은 武信君의 전사로 사기가 몹시 떨어져 있는 형편이온데, 秦軍은 趙軍을 친 後, 우리를 공격해 올 것이 분명하옵니다. 하오니 도읍을 彭城으로 옮긴 後, 후일을 도모함이 마땅할 것 같사오니 대왕께서는 천도(遷都)를 윤허해주시옵소서."
"여러분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과인이 어찌 그것을 마다고 하겠소."
이리하여 팽성으로 천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또다시 趙王으로 부터 구원을 請하는
急使가 달려왔다.
"우리는 秦軍에게 한 달이 넘도록 포위되어, 군량이 바닥나 가고있어 모두가 떼죽음을 당할 위급한 사정이오니 대왕께서는 시급히 구원의 손길을 베풀어주시옵소서."
라는 절박한 사정의 急書를 보내왔다.
懷王은 어떻게하든지 趙王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項羽, 宋義, 范增 等 을 긴급 소집하여 상의한다.
"지금 秦군에게 포위당한 趙군을 꼭 도와주고 싶은데, 여러분 들 생각은 어떻소 ?"
項羽와 范增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지금 저희들 또한 타국을 도와줄 형편은 아니오나 대왕께서 命을 내리시면 저희들은
命을 따를 것이옵니다."
"형편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아오. 그러나 趙나라와의 신뢰관계도 있으니 지금 곧 군사를 파견하여 趙國을 도와주기로 합시다. 宋義 장군이 총사령관이 되고, 項羽 장군은 副將이 되어, 范增 軍師와 함께 출전한다면 秦군을 무난히 격파할 수가 있을 것이오."
大司馬였던 項羽를 제쳐놓고 宋義를 최고 사령관으로 임명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宋義는 項羽보다 나이도 많았을뿐 아니라 <卿子冠軍>이라는 별동 부대의 總 대장이었던 터라 예우 차원의 의미였던 것이다.
세 장수는 趙나라를 돕기 위해 20만 군사를 거느리고 안양(安陽)이라는 곳에 陣을 쳤다.
그런데 일단 陣을 치고 난뒤 宋義는 무슨 까닭인지 며칠이 지나도 싸울 생각을 보이지 않았다.
項羽는 의아하여 宋義에게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어찌하여 秦군과 싸울 생각을 아니 하시오 ?"
그러자 宋義는
"秦군은 趙군을 포위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지쳐 있어 싸울 기력이 없는 형편이오. 그러므로 저들이 기진 맥진해졌을 때를 기다려 단 한 판의 싸움으로 章悍을 생포해 버릴 계획이오."
宋義는 이렇게 말을 해 놓고도 보름이 다 되도록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슬그머니 화가 난 항우가 송의에게 따지고 들었다.
"趙군이 城안에 갇혀 굶어 죽어 가고있는데 그들을 도와주러 온 우리가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작정이오 ? 우리가 밖에서 공격하고 趙군이 안에서 호응하면, 秦군을 간단히 격파할 수가 있는데 어찌하여 허송 세월만 하고 있느냐 이 말씀이오."
宋義가 대답한다.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고 했소. 장군은 어찌하여 이처럼 서두르시오? 싸움에는 장군이 나보다 나을지 몰라도 戰略에 있어서는 장군이 나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오. 싸우지 않고서도 승리할 수 있는데 장군은 어찌하여 굳이 피를 흘리자고 덤비느냐 말이오."
그리고 나서 三軍에게,
"누구를 막론하고 나의 허락 없이 군사를 움직이는 자는 斬刑에 처한다."는 엄명을 내리는게 아닌가?!..
그런데 그 즈음,
項羽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아낸다.
그것은 宋義가 자신의 장남인 송양(宋襄)을 제(齊)나라에 밀파하여 재상(宰相)에 앉히려는 술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항우는 宋義의 謀叛 사실을 알자 모골이 송연하였다.
(宋義가 齊王과 짜고 楚軍을 송두리째 말아먹을 음모를 꾸미고 있다니, 이런 者는 살려 둘 수 없다.)
이에 항우가 혼자서 송의를 찾아가, 때마침 美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宋義의 목을 한칼에 베어버린다.
그리고 <卿子冠軍> 소속 모든 將卒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宋義를 처치한 사유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대들의 주인은 이미 죽어 없어졌으니, 그대들은 장차 어찌할 것인가 ? 이제부터라도 우리에게 힘을 합치겠다는 자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 않겠다는 자는 이곳을 떠나더라도 붙잡지않을 것이다."
卿子 冠軍의 장수들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主公으로 모시던 宋義 장군이 反逆을 도모했다니, 그의 부하였던 저희들로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옵니다. 秦國을 滅하고 새나라를 건설할 나라는 역시 楚國밖에 없으니, 저희들은 다같이 장군님의 휘하에 남 겠습니다."
이리하여 宋義가 거느리고 있던 3 萬 여 명의 <卿子冠軍>은 고스란히 項羽의 楚軍에 편입하게 된다.
項羽는 副將 桓楚를 懷王에게 보내 모든 사실을 보고하니, 회왕은 크게 놀라고 또한 크게 기뻐하며 鍾離昧를 특사로 보내 項羽를 大將軍에 封하는 동시에 秦군을 속히 쳐서 趙군을 求하라는 御命을 내렸다.
항우는 英布를 선봉장으로 삼아, 정병 2만을 주면서 강을 건너 秦군을 치도록 명령하였다. 영포가 강을 건너려 하자 章悍이 楚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사마흔과 동예에게 군사 3만을 주어 渡江하는 楚군을 막아내라고 命한다.
江건너 눈 앞에 敵을 두고 강을 건너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위험한 작전이었다. 그러기에 영포는 강 건너 敵陣을 바라보며 항우에게 묻는다.
"敵前에서 渡江은 아군에게 피해가 막심할 것 같은데 다른 작전을 써보심이 어떻겠습니까 ?"
이에 項羽는 英布와 무언가 귀엣말을 나누더니,
"작전도 하나의 사술(詐術)이니, 다소간 피해를 보더라도 오늘 밤 축시(丑時)를 기해 도강을 감행하도록 하오. 그래야만 적의 선봉 부대를 내일 아침에 괴멸 시킬 수 있을 것이오."
하고 웃으며 말하였다.
그리하여,
이날 밤 축시에 英布의 2萬 군사는 암흑을 뚫고 강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秦군은 楚군이 강을 건너지 못하게 하려고 어둠 속에서 화살을 빗발치듯 퍼부었다.그러나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영포는 渡江하는게 아니라 강가에서 군사들을 강물 속으로 들어 갔다 나왔다만 반복하도록 하며 秦군의 화살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이윽고,
秦군의 화살이 바닥이 나 주춤하는 사이 楚군이 강을 건너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5만에 달하는 秦楚 兩軍은 일대혼전을 벌인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워, 무조건 찌르고 베는 무서운 혼전이었다.
그런데 날이 밝아 올 무렵이 되었을 때, 秦군의 背後로 부터 3만여 명의 大軍이 나타나더니 그 가운데 秦군을 마치 풀베기라도 하듯이 모조리 쓸어버리는 장수가 있었다.
秦장 司馬欣과 동예가 소스라치게 놀라 살펴보니, 秦군 속에서 좌충우돌 질풍같이 휩쓸고 돌아다니는 장수는 다름 아닌 항우가 아닌가?
이때, 항우가 탄 말이 천하의 명마 烏騅馬인 것을 독자 여러분은 잘 아시리라.
"앗 ! 項羽다 .... ! "
司馬欣과 동예는 소스라치게 놀라 말머리를 돌려 秦군에게 외쳤다.
"항우가 왔다 ! 모두들 후퇴하라 ! "
그러나 秦군은 후퇴할 퇴로를 이미 항우에게 차단 당하고 앞에서는 英布의 군사가 휘몰아 쳐들어오니
秦군은 秋風落葉처럼 쓰러져 죽어갔다. 사마흔과 동예가 가까스로 도망을 쳐 河北의 陳地로 달려왔으나 그곳도 이미 항우에게 점령되어 있는 게 아닌가 ?
"아니, 항우가 어느 틈에 .. ! "
사마흔과 동예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면 항우는 어느 틈에 강을 건너와 秦군 후방의 진지를 이처럼 쉽게 점령할 수가 있었던 것일까!?.
항우는 영포에게 渡江 명령을 내린 뒤, 英布의 軍이 도강을 시도하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3 萬의 군사를 거느리고 방비가 소홀한 上流로 올라가 강을 쉽게 건넜다. 그리하여 경비가 소홀한 적의 하북 진지를 단숨에 점령해 버리고 다시 渡江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강변으로 달려가, 司馬欣과 동예의 군사를 뒤에서 협공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항우는 적의 虛를 찌르는 작전을 감행하여 적의 전후방 진지를 모조리 격파해 버린 것이다. 그로인해 군량을 비롯한 무기도 산더미처럼 획득하였다.
항우는 적진 점령이 마무리 되자 전군에 명령을 내렸다.
"敵이 다시 준동하지 못하도록 船舶과 幕舍 등을 모조리 불태워 버려라. 이제부터 사흘 안에 章悍의 군사까지 모조리 쓸어 없앨 것이니, 군량도 사흘분만 남겨 놓고 모조리 불태워 버려라."
이런 명령을 받고 英布가 반문한다.
"장군 ! 군량을 사흘분만 남겨 두고, 불태워 버리란 것은 무슨 뜻이옵니까 ?"
"秦군은 장기간 주둔에 지쳐 있기 때문에 넉넉잡고 사흘이면 우리가 충분히 격파할 수 있소. 불필요한 군량을 끌고 다니는 부담도 줄이고 장한의 진지를 점령해 버리면 거기서도 군량을 노획할 수가 있으니 굳이 군량미의 운송과 보관에 많은 인력을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
모든 병사는 그 말을 듣고 사기가 크게 앙양되었다.
그러나 軍師 范增만은 項羽의 명령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사흘 분의 군량미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워 버리라는 항우의 명령은 너무도 우직(愚直)한 명령으로 본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항우의 不退轉의 결의와 覇氣를 엿볼 수 있는 상황이긴 하였다.
또 어쩌면 항우는 모든 장병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하여 일부러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다양한 경험이 풍부한 軍師 范增의 눈에는 , 愚者의 傲氣로 밖에 보이지않았다.
항우 말대로 사흘 안에 完勝을 거두더라도 일년을 공들여야 수확할 수 있는 귀중한 쌀을 무엇 때문에 불태워 버린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라 항우의 豪言대로 사흘 안에 끝낼 전쟁이 그 이상 계속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싸우려면 먹어야한다. 싸우지 않을 수는 있어도 먹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범증이 항우의 명령을 심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점은 바로 이 점에 있었다.
그러나 최고 사령관의 명령을 정면으로 반대할 수는 없어 범증은 鐘離昧 장군을 불러 말한다.
"항우 장군이 진군을 사흘 안에 섬멸시킬 결심에서 노획한 선박과 장비를 모두 파괴해 버리고 군량미도 사흘분만 남기고 모두 태워 버리라고 명령했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군량미까지 태워버리라는 것은 크게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하는데 장군의 생각은 어떠하오 ?"
종리매가 대답한다.
"그것은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이로 인해 장병들의 사기가 크게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범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시 말한다.
"물론 나도 항우 장군의 그러한 계략을 모르는 바가 아니오. 그러나 전쟁이란 반드시 자신의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않소. 만약에 전쟁이 사흘 안에 끝나지 않고 더 오래 끌게 된다면 군량미 문제는 어찌할 것이오 ?"
종리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軍師의 말씀을 들어 보니, 그때에는 군량미 문제로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게 되겠군요."
"내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오. 설령 사흘 안에 결판이 난다 해도 군량미만은 그 이상의 대비가 필요한 법이오. 그러니 장군은 항우 장군 모르게 소량의 군량미만 태우는 모습을 보이고 남은 군량미를 河南으로 이송시켜 위급시에 쓸 수 있도록 해 주시오."
"軍師의 세밀한 지략에는 오직 감탄만 있을 뿐이옵니다. 그러면 軍師의 명령대로 河南에 軍糧米를 별도로 비치해 두도록하겠습니다."
鐘離昧는 크게 감탄하며 하남으로 군량미를 이송하여 따로 비치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