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61-70
列國誌 61
** 賂物作戰
劉邦은 武關을 점령하고자 총 공격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秦軍의 수비가 워낙 철통 같아서 총공격을 해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영(韓榮)과 경패(耿沛)가 咸陽에서 10 萬의 지원군까지 이끌고 오자, 오히려 이쪽이 劣勢에 몰리게 되는 형국이 되었다.
劉邦은 張良을 불러 탄식한다.
"武關을 함락하지 못하면 함양으로 갈 수가 없는데, 지금 상태로는 武關을 점령할 수 없어 보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張良은 한참동안 숙고한 끝에 대답한다.
"敵의 勢가 워낙 强하여 무력만으로 함락시키기는 어려울 듯 하옵니다."
"武力으로 안 된다면, 어떤 다른 방도가 있겠습니까 ?
張良이 조용히 입을 열어 대답한다.
"兵法에 <智將은 싸우지 않고 敵을 굴복시켜 城을 取한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그럼으로 우리도 공격 일변도로 城을 빼앗으려 할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計略으로 城을 점령할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옵니다."
劉邦은 張良의 말을 듣자 갑자기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는 것만 같았다.
"싸우지 않고 城을 取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소이까? 선생께서는 그 방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소서."
張良이 대답한다.
"자고로 <전쟁은 상대방을 속이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으로 우리 또한 敵을 속여 승리할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첫째로 우리의 병력이 막강한 것처럼 속여서 적에 게 겁을 주고, 둘째는, 敵將들을 財物로 회유하여 敵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아야 합니다."
** 잠시 막간을 이용하여,
일찍이 張良은 兵者詭道也 (병자궤도야 : 전쟁은 속이는 것)라고 하였다.
역사가 기록되기 前부터 전쟁을 정직하게 치뤄 승리한 예는 없었다.
1967년,
"6일 전쟁"을 보자. 이스라엘은 상대적으로 劣勢인 병력과 무기로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차례로 공격하여 大勝을 거두었는데 그 裏面에는 적극적인 공격과 기습작전의 수행 속도, 制空權과 우수한 지휘관들의 작전 능력, 빈틈없는 병참지원,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협력과 상대방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퇴전의 정신력에서 대승의 요인을 찾을 수가 있다.
이런 기막힌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집단이 今세기에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북한이다.
북한의 김정은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속임수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성과를 내는 꾀돌이라할 만 하다.
그는 수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한 ICBM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
까지 보란듯이 공개하고, 국제사회에는 이미 그 수명을 다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를 미국의 정찰 위성이 촬영할 수있는 시간에 폭파했고, 西方의 언론사 기자들을 불러놓고 역시 그 임무를 다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시킴으로써, 더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향후에는 없을 것처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그들은 비밀리에 핵 물질을 계속 생산해온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 "북한의 핵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 이라고 우리의 국정 최고 지도자가 평가했다고한다.
( 2018년 7월 27일 조선일보 A31면 사설)
脫北한 前 駐英 북한 총영사 태영호 씨에 의하면 "북한은 절대로 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는데, 현재 그의 말이 사실로 들어나고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우한<武漢>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을 보면 할 말을 잊게한다.
전 세계 67 개 국에서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중국발 민항기의 입국을 불허하고 있는데도 이미 500 萬 名 이상이 四方 八方으로 武漢을 탈출한 상황에서 武漢이 속한 후베이 省이 발급한 여권 소지자의 입국만 不許한다고 하니 소가 배꼽을 잡고 자빠져 웃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결코 쓰고싶지 않지만 쓸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애송이같이 對해온 북한의 김정은이는 武漢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가 터지자마자 그토록 갈망하던 중국 관광객의 북한 입국중지는 물론 국경까지 폐쇄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行 열차도 중단시켜버림으로써 북한 주민을 위한 그의 지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에 비하여 우리 정부는 어떤가?
중국의 시진핑의 訪韓을 어떻게 해서든지 총선 前, 3 ~ 4 월 방문을 성사시키고자(소위 中國風을 기대하고)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하는 꼴은 구역질이 날 정도이고 아직
신임장도 제출하지 않은 駐韓 中國 大使라는 者가 우리 기자들을 불러놓고 自國의 입장을 강변하는 모습을 보면, 秦나라의 二世 皇帝 胡亥가 목숨을 구걸하고자 臣下 앞에 무릅꿇고 비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오버랩된다.
으휴! ~)
"참으로 신통한 작전입니다. 저들에게 우리 병력이 막강한 것처럼 속이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겠습니까 ?"
"우리 병력이 막강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山과 들, 東西南北 四方에 수많은 깃발을 꽂아, 兵力이 수십만에 달하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 놓으면 저들은 겁에 질려 마음이 동요될 것이 분명하니, 그때에 가서 육가(陸賈)와 여이기 같은 능변가(能辯家)를 보내 설득하면서 많은 금은 보화로 저들을 매수 공작을 전개하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될 것이옵니다."
그러나 劉邦은 그 말을 그대로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금은 보화로써 저들이 쉽게 매수되겠습니까 ?"
張良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물론 금은 보화를 주면서 설득한다고 저들이 쉽게 매수되리라고는 저 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들에게는 기본적인 약점이 있어서, 우리가 매수 공작을 펼치면 마음이 흔들려서 수비가 소홀하게 될 것만은 틀림이 없사옵니다. 그러면 그때에 총공격을 가한다면 승리할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劉邦은 張良의 말을 자르며 묻는다.
"선생께서는 지금 '그들에게 기본적인 약점'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들의 기본적인 약점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
張良이 웃으며 대답한다.
"적의 지휘관은 韓榮, 耿沛, 주괴 等, 세 사람뿐이옵니다. 그런데 제가 그동안 이들 세 사람의 출신 성분을 면밀하게 조사해 보았더니, 이들은 모두가 장사꾼의 아들이었습니다. 장사꾼의 아들들이란 利를 탐하는 근성이 어릴적 부터 몸에 배어 많은 財物을 보면 마음이 반드시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들의 本性에 접근하여 정신적으로 혼란을 일으켜 놓으면, 승리할 수있는 기회가 절로 생기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劉邦은 張良의 말을 듣고 탄복했다.
"선생은 어느 틈에 敵將들의 출신 성분까지 이처럼 소상히 조사해 놓으셨습니까 ?"
"싸움에는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 불패한다고 하였습니다.
(知彼知己는 百戰 不敗라)
敵將들에 관한 신상을 모르고 어떻게 승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세 사람의 적장들이 한결같이 장사꾼의 아들이라는 점이 우리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옵니다.'
"선생이 아니면 누가 그런점에 착안할 수가 있었겠소이까? 아무튼 선생의 계략을 곧 실천에 옮겨 나가기로 하십시다."
劉邦은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병력이 대단히 많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敵들이 쉽게 볼 수있는 곳에 수많은 軍旗를 세워 놓았다. 그리고 나서 육가와 여이기에게 많은 재화를 주면서 秦將들을 만나러 가게 하였다.
육가와 여이기는 '講和特使'라는 명목으로 秦將 주괴와 한영을 찾아가 당당한 변론을 펴 나갔다.
"당신네들도 잘 알고 있다시피, 秦皇은 워낙 포악하여 만천하의 백성들이 한결같이 도탄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중이오. 이에 沛公은 백성들을 求하려고 大軍을 일으켜 秦나라를 정벌하려고 왔소이다. 우리는 50 萬 대군을 거느리고 왔기 때문에, 오늘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武關을 함락시켜 버릴 수가 있소. 그러나 그렇게 되면 애꿎은 백성들 상당수가 희생되겠기에 여러분들과 협상을 하고자 온 것이오.
만약 여러분 들이 武關을 곱게 내 준다면 沛公은 당신들에게 萬金의 賞을 내림과 동시에 만호후(萬戶侯)에 封하도록 할 것이니, 당신네들은 이점을 깊이 고려해 주기 바라오."
한영과 주괴는 <武關城을 곱게 내주기만 하면 만호후에 봉해 주겠다>는 말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張良의 예측대로 그들은 장사꾼의 아들이어서 이해 타산에는 누구보다도 밝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지키던 성을 곱게 내준다는 것은 너무도 중대한 일이므로 한영은 머리를 가로 저으며,
"그것은 안 될 말이오. 우리는 오늘날까지 秦나라의 녹을 먹고 살아왔는데, 내가 지켜 오던 城을 싸워보지도 아니하고 어찌 貴國에게 내줄 수가 있단 말이오 ?"
하며 강경하게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이기 노인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당신네들은 생각하는 바가 왜 이다지도 어리석소. 沛公이 천하를 바로잡기 위해 일단 군사를 일으킨 이상, 秦나라는 조만간에 亡해 버릴 나라요. 萬戶侯의 영화를 마다하고, 어차피 亡해 버릴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다가 戰場의 孤魂이 되겠다니, 세상에 이런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단 말이오."
한영과 주괴는 일면 수긍되는 점이 있는지 고개만 갸웃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않는다. 대답을 안 한다는 것은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여이기는 그런 눈치를 간파하고 짐짓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폭탄 선언을 한다.
"나는 그대들의 영화를 도와주기 위하여 일부러 교섭을 하러 왔는데, 여러분들이 끝까지 싸울 각오라면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소. 이제는 戰場에서나 다시 보기로 합시다."
그러자 한영과 주괴가 크게 당황하면서 여이기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황급한 어조로 말한다.
"선생이 제안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오늘 밤 상의를 해보겠으니, 선생은 여기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떠나도록 하시오."
"당신네들의 소원이 그렇다면 하룻밤 묵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오. 그러면 오늘 밤 여러분이 충분히 상의해 보시오."
그날 밤 한영과 주괴, 경패는 副將들과 한자리에 모여 앉아 그 문제를 토의했다.
사실, 한영, 주괴, 경패 等 세 장수는 武關을 내주고 萬戶侯가 되어 평생 영화를 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속마음을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 장수들 앞에서 감히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목전의 공격을 당할 싯점이라, 고심끝에 <敵과 타협 하는 것이 어떠하겠나 ?>는 말을 조심스레 꺼내보았다.
그러자 젊은 부장들은 펄쩍 놀라며,
"우리가 지켜 오던 武關을 敵에게 그냥 내주다니, 그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립니까?
劉邦이란 자가 뭐가 두려워 싸워 보지도 않고 城을 고스란히 내준다는 말입니까? 사령관님들이 싸우시지 않으신다면 저희들이 대신 끝까지 싸워 이겨 보겠습니다."
하고 핏대를 올리며 반대를 하고 나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젊은 장수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오니, 노장들로서는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한영은 여이기 숙소로 찾아와 말한다.
"어젯밤 장수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의논해 보았으나. 武關城을 그냥 내주는 데는 모두가 반대를 하였소이다."
여이기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나는 그만 돌아가겠소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문득 생각이 난듯이,
"아 참, 내가 잊어버린 것이 있군."
하고 혼자말로 중얼 거리며, 허리에 차고있는 전대(纏帶) 속에서 값진 패물(佩物)을 꺼내 한영에게 주며 말했다.
"이것은 沛公께서 장군에게 특별히 드리는 선물이니, 받아주시오."
韓榮은 패물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한다.
"패공과 나는 敵對之間인데, 어째서 나에게 이런 선물은 보내 주신다는 말이오 ?"
"장군은 沛公이라는 인물을 너무도 모르시는구려. 패공은 비록 敵將일지라도 뛰어난 인물에 대해서는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성품이시오. 이 선물은 그런 뜻에서 장군에게 특별히 보내 드리는것이니 아무 말씀 마시고 받아 주시오."
그러나 한영은 敵으로부터 선물을 받기가 매우 난처하였다.
"이 선물만은 못 받겠으니, 沛公에게 돌려드리도록 하시오."
이에 여이기는 숙연한 얼굴로 怒氣에 넘친 어조로 한영을 꾸짖듯이 나무란다.
"沛公께서 情誼로 보내 주신 선물을 거절한다는 것은 絶交를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오. 지금 절교를 선언해 놓았다가 후일, 沛公이 天下를 장악하게 되면, 장군은 무슨 면목으로 沛公을 대할 것이오 ? 그때에 이르러 오늘의 절교를 패공이 기억하게 되면, 장군이 무사할 것 같소 ?"
韓榮은 그 말을 듣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하여 안색이 변하며 반복해서 말한다.
"선물을 받지 않은 것을 절교로 오해하신다면, 이 선물은 일단 받아두겠소이다. 沛公께서 나에게 이처럼 호의를 베풀어주시니, 나도 패공에게 응분의 보답을 해 드리기로 하지요."
"무슨 보답을 .... ?"
"동료들과 다시 상의하여, 가능하면 전쟁을 피하고 타협하는 길을 모색해 보기로 하지요."
"고맙소이다. 장군이 그렇게 노력해 주시면, 沛公께서도 장군의 은공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이렇게 여이기는 韓榮에게 뇌물을 주는 데 기어코 성공을 하였다.
이러한 뇌물 작전의 성공은 여이기만이 아니었다.
여이기 노인과 함
께 武關城에 동행한 육가(陸賈)도 주괴와 경패(耿沛), 두 장수를 개별적으로 만나, 여 노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뇌물을 안겨주는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張良의 예측대로 장사꾼의 아들들은 財物을 보면 사족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 列國誌 62
** 大秦帝國 滅亡
여이기와 陸賈가 秦나라 장수들에게 비밀리에 뇌물을 주고 돌아오자, 劉邦은 크게 기뻐하며 張良을 불러 상의한다.
"敵將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까지 성공했으니, 이제는 어떤 수순을 밟아가면 좋겠소이까 ?"
張良이 대답한다.
"저들이 賂物을 받았으니, 머지않아 반드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옵니다. 우리는 그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면 됩니다."
"뇌물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난다는 말씀이오 ?
"지금까지는 敵의 수비가 매우 깐깐했지만, 이제 머지 않아 적의 수비가 허술해질 것이옵니다. 그것이 바로 뇌물의 효과이옵니다."
劉邦은 張良의 말이 쉽게 와닿지 않아서인지 다시 묻는다.
"賂物을 받았다고 철통같던 수비가 과연 허술해질까요 ?"
"賂物이란 상상 외로 무서운 작용을 하는 법이옵니다. 그러기에 예로부터 "쇠 먹은 똥 식지 않는다"란 말이 있지 않사옵니까? 저들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우리와 內通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설사 우리에게 城을 빼앗기더라도 자기만은 결코 죽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고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들의 수비가 허술해질 것은 분명한 일이옵니다.
지휘관이 決死的으로 싸울 각오가 없는데, 부하 병사들이 결사적으로 싸우려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저들의 수비가 느슨해지면, 그때에 총공격을 가하여 武關을 일거에 점령해 버려야 합니다."
"선생의 計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헌데 이왕 賂物作戰을 썼는데, 싸우지 않고 무혈 점령할 방도는 없겠소이까 ?"
그러자 張良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그것만은 불가능할 것이옵니다. 왜냐하면 저들은 비록 뇌물을 받기는 하였지만, 세 장수가 모두 비밀리에 받았기 때문에 城을 그냥 내주자는 말은 아무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가 이름 깨나 알려진 武將 들인지라, 자신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자진하여 항복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저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피다가 수비가 허술해졌을때 武力으로 탈취하는 수밖에 없사옵니다."
劉邦은 들을수록 신통한 張良의 계략에 탄복하였다.
그리하여 그날부터는 군사 행동을 일체 중지하고, 많은 첩자들을 보내 敵의 동태만 살피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뇌물의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날 때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武關城을 굳게 지키고 있는 韓榮, 耿沛, 주괴 等은 劉邦의 '선물'을 자신만 받은 줄 알고 저마다 마음이 흐믓하였다. 그리고 세 장수는 제각기 속으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내 대장부는 義理에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劉邦이 나를 특별히 생각하고 선물을 보내주며, '자신이 天下를 호령하게 되면 나를 萬戶侯에 봉해 주겠노라'고 했 으니, 나는 그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에게 맞설 필요는 없지않은가?)
뇌물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어서, 이것을 받은 세 장수의 마음 속에는 저마다 邪心이 넘쳐나 그들의 방어 태세는 날이 갈수록 해이해 질 수밖에 없었다.
뇌물을 준 이후 ,武關城은 단순히 방어 태세만 소홀하게 된 것이 아니라, 세 장수 모두의 마음속에는,
(劉邦이 武關으로 쳐들어왔을 때, 그에게 敵對行爲만 하지 않으면 나는 머지않아 萬戶侯가 될수도
있지 않은가 ?)
라는 생각까지 들어 그들은 각자 自祝의 술잔까지 들고 있었다.
張良은 첩자들의 보고를 통해 세 장수의 이러한 동태를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敵의 방비가 완전히 해이해졌다고 판단되자, 劉邦에게 다음과 같이 건의한다.
"뇌물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武關을 쉽게 함락시킬 수가 있으니, 출동
명령을 내려 주소서."
劉邦이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어떤 방법으로 쳐들어가는 것이 좋을지, 선생께서 작전 계획을 직접 설명해 주시지요."
"먼저 설구(薛歐)와 진패(陳沛)를 적의 후방으로 깊숙히 잠입시켜 불을 놓아 적을 놀라게 만든 후, 沛公께서 大軍을 휘몰아 정면으로 쳐들어 가시면 武關은 어렵지 않게 함락 시킬 수 있을 것이옵니다."
"참으로 좋은 作戰이외다. 그러나 武關의 지세가 워낙 험준하여 後方으로 잠입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같은데, 그 점은 어떻게 하면 되겠소 ?"
"지세가 험하여 후방으로 잠입하기가 어려운 것은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번 우리에게 귀순해 온 灌英이 武關의 지리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한 바 있으니, 그를 앞장세워 길을 인도케하면 무난히 잠입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관영을 이 자리에 불러 직접 물어 보겠습니다."
張良은 즉석에서 관영을 불러 , 武關의 후방으로 잠입할 길을 물어 보니, 관영은 자신있게 대답한다.
"지형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후방으로 직접 잠입할 길은 없사옵니다. 그러나 동쪽으로 70 里만 돌아서 가면 地勢가 비교적 순탄하므로, 그곳을 통하여 능히 후방으로 침투할 수 있사옵니다.
"그러면 그대가 선봉장이 되어 薛歐(설구), 陣沛(진패) 등과 함께 후방으로 잠입하도록 하라 ! "
드디어 武關 攻略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관영이 설구, 진패 등과 함께 사흘 후, 子時를 기해 敵의 후방의 山野에 불을 놓을 것을 다짐하고 출발하자, 劉邦은 번쾌 등과 함께 총공격으로 武關을 일거에 점령할 준비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로부터 사흘 후 약속한 시각, 劉邦은 번쾌를 선봉장으로 10萬 大軍을 거느리고 노도처럼 무관으로 쳐들어갔다.
子時는 모든 군사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시각이었다. 이런 시각에 劉邦의 군사들이 성벽을 넘어 구름떼처럼 쳐들어가니, 잠들었던 秦軍들은 크게 당황하여 싸우기 보다 도망치기에 바빴다.
대장 주괴와 耿沛는 劉邦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일이 있는지라 그들은 아예 抗戰할 생각조차 않고 白旗를 들고 나와,
"나는 秦將 주괴입니다."
"나는 진장 경패입니다."
하고 자기 이름을 소리 높이 알리는 것이었다.
劉邦에게 귀순하여 萬戶侯가 되고자 하는 뜻이 분명하였다.
선봉장 번쾌가 그런 모습을 보고 크게 웃다가,
"이 놈들아 ! 뇌물을 받고 나라를 팔아먹는 놈들을 어디에 쓰려고 살려둔다는 말이냐?!"
하고 호통을 치며 말을 달려가 두 장수를 한칼에 베어 버렸다.
멀리서 그 광경을 목격한 敵將 韓榮은 크게 당황하였다.
(나도 항복을 해보았자, 결국에는 저 꼴이 될 게 아닌가 ! )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한영은 남은 병사들을 수습하여 결사적으로 싸우고자 하는데, 갑자기 후방으로부터 누군가가,
"적의 선봉이 이미 후방 깊숙히 침투하여 산과 들에 불을 질러놓고 공격해오고 있다."
하고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
그리하여, 戰勢가 기울었다고 판단한 한영은 남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황급히 咸陽으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劉邦은 武關을 점령하고 나자 그 여세를 몰아 하후영(夏侯英)을 선봉장으로 삼아 咸陽을 향해 노도와 같이 쳐들어갔다.
때는 한겨울인 12월 초순 새벽, 초겨울의 칼바람이 살을 에이는 듯 차가웠다. 그러나 승리에 승리를 거듭한 유방의 군사는 추운 줄도 모르고 破竹之勢로 전진하여, 함양이 바로 눈앞에 굽어 보이는 패상(覇上)이라는 곳까지 당도하였다.
劉邦은 일단 그곳에서 戰列을 가다듬으며,
"저기 내려다 보이는 곳이 秦나라의 도읍인 咸陽 關中이다. 최후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으니 모든 將卒들은 끝까지 분전해 주기 바란다."며 사기를 돋우며 독전을 계속한다.
한편, 咸陽으로 쫒겨 돌아온 한영은 三世 황제에게 급히 아뢴다.
"황제 폐하 ! 큰일났사옵니다. 劉邦이 武關을 점령하고 파죽지세로 함양으로 쳐들어오고 있는 중이옵니다."
삼세 황제는 기절 초풍을 할 듯이 놀라며,
"뭐라고 ? 劉邦이 咸陽으로 쳐들어온다고 ? 그렇다면 어서 중신들을 급히 불러라."
중신들이 급히 대궐로 몰려 들어왔다.
그러나 國政에 밝은 중신들은 趙高와 함께 이미 목이 달아났고, 새로 부임한 重臣들은 한결같이 국정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 들뿐이었다.
"劉邦이 咸陽으로 쳐들어오는 중이라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卿들은 대책을 급히 말해 보오."
그러나 중신들은 벙어리 처럼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國政에 어두운 그들에게 신통한 계책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 위기를 맞아 어찌 대책이 하나도 없단 말이오 ? 경들은 빨리 대책을 말해 보시오."
그러자 上太夫 부필(孚畢)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지금 우리의 형편으로 승승 장구해 오는 劉邦의 大軍을 막아낼 길은 없사옵니다. 그러므로 폐하와 폐하의 尊族의 尊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 폐하께서 白旗를 들고 劉邦을 직접 영접하시어 항복하시는 길밖에 없는 줄로 아뢰옵니다."
"뭐요 ? 朕이 白旗를 들고 나가 항복을 하라는 말이오 ?"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어찌 존명을 보존하실 수 있으며, 어찌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가 있사옵니까 ? "
그 소리를 듣자 三世 황제는 목을 놓아 통곡하며 탄식한다.
"아!, 朕은 황제로 등극한 지 두 달도 못 되어 始皇帝께서 이루어 놓으신 大秦帝國을 亡하게 하였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
그러나 통곡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三世 皇帝 '자영'이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만 있는데, 侍臣이 급히 달려오더니,
"폐하 ! 劉邦의 군사가 關中으로 물밀 듯이 몰려 들어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하고 급히 아뢰는 것이었다.
三世 황제도 이제는 죽지 않으려면 항복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백성을 求하기 爲해서라도 항복을 할 것이니 수레를 급히 대령하여라 ! "
三世 황제는 마침내 '백성을 求하기 위해서'라는 대의 명분을 내세워, 항복할 것을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옥새(玉璽)를 가슴에 안고, 하얀 수레에 올라 白旗를 들고 劉邦을 영접하려고 원문(轅門)밖으로 마중을 나왔다.
원문 밖에서는 劉邦의 군사가 노도처럼 몰려오고 있는데, 선봉장 번쾌가 白旗를 먼저 보고,
"秦皇帝가 白旗를 들고 항복하러 나오니, 모든 장병들은 공격을 멈춰라 !"
하고 큰소리로 令을 내린다.
번쾌가 三世 황제를 劉邦 앞으로 인도해 오자 三世 황제는 땅에 꿇어앉아 劉邦에게,
"나는 帝位에 오르기는했으나 德이 없어, 장군에게 항복하여 만 백성들을 求하고자 합니다. 장군께서는 이 옥새를 받아 주소서."
하고 말하며 유방에게 옥새를 두 손으로 받들어 올렸다.
劉邦은 玉璽를 받아 들고 크게 기뻐하며,
"그대가 항복을 청해 왔으니, 나는 楚王 전하에게 말씀드려 그대의 목숨은 구해 드리도록 하겠소.
그리고 토지 等도 많이 하사케 하여 여생을 불편없이 지내시도록 해드리겠소."
유방은 즉석에서 번쾌에게 命하여 秦皇과 皇族들을 모두 한곳에 모이게 하였다. 이렇듯 유방의 처분은 어디까지나 관대하였다.
그러나 유방의 관대한 처분을 대장들 모두가 반대하고 나온다.
"秦皇 일가는 오늘날까지 대대로 백성들을 괴롭혀 왔는데, 沛公께서는 그런 놈을 어찌하여 살려 두려고 하시옵니까 ?"
劉邦이 웃으며 대답한다.
"楚王께서 나를 사령관으로 임명하여 秦을 치게 하신 것은, 내가 寬仁을 베풀 줄 아시기 때문이었소. 그런데 내가 만약 항복해 온 秦皇을 죽인다면, 그것은 대왕 전하의 御意에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오."
그리하여 劉邦은 入城式을 거행하는 자리에서 모든 장병에게 논공행상을 후하게 내린 다음, 학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었다.
이로써 大秦帝國은 완전히 멸망하게 되었다.
일찍이 秦王 조정(趙政 : 실제는 呂불위의 아들 呂政)이 6國을 통일하여 大秦帝國을 건립하고 자기 스스로를 <始皇帝>로 칭하게 하면서 二世 황제, 三世 황제로 이름하여 자손 만대로 계승해 나가고자 했었다.
그러나 그의 웅대한 꿈도 內部의 부패와 奸臣의 횡포를 막지못하고 기울어가기 시작하니 始皇帝가 BC 221년, 大秦帝國을 건립한 지 불과 14년 만인 乙未年 10월에, 그의 長孫 <자영>이 三世 황제로 등극한지 43일 만에 대진제국은 劉邦에 의해 깨끗이 亡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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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秦帝國의 滅亡을 보고,
史家들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강조한다.
철권통치로 천하를 호령하던 秦始皇이 건국 14년 만에 멸망하리라고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秦 帝國은 亡했다. 그것도 천하를 통일한지 불과 14년만에..
여기에서 우리는 '他山之石'이라는 말의 뜻을 깊이 음미하여야한다.
爲政者 들, 특히 執權勢力은 "20년, 100년 집권"을 운운하며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지 모르겠으나
옛날의 100년은 지금의 10년도 안 된다.
꼼수로 집권 연장을 위하여 무리수를 둔다거나
시대착오적인 이념대결로 국민을 분열시켜 자신 들만의 지지기반을 넓히고자 해서도 안된다.
청와대에 예스맨이 넘쳐나는 것 같다.
'아니오' 할 수있는 참모나 장관이 몇이나 있는가?
또한 대통령이 私的인 일을 거론하며 "빚을 졌으니 그만 놓아주자"고 한다거나 예전의 친분때문에 위법부당한 지시를 내려서는 더욱 안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도 세계 각 국이 시행하고있는 중국 관광객의 입국 불허를 허용해줌으로써 더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直視, 더 이상 중국 눈치보기를 중단하고 즉각적인 불허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
政權은 有限하나 내 나라 大韓民國과 우리 民族은 영원하다.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熱國誌 63
** 英雄 好色
일찍이 楚懷王이 劉邦과 項羽에게 秦나라를 정벌하라는 命을 내릴 때,
"두 장군 중에서 누구든지 咸陽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을 關中王으로 삼고, 後에 들어간 사람은 그의 臣下로 삼게 하겠소."
라고 선언을 한 바 있었다.
그러므로 項羽에 앞서서 함양을 먼저 점령한 劉邦이 <關中王>이 되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劉方은 함양에 먼저 입성하자 關中王의 자격으로 모든 將卒에게 아래와 같은 포고령을 내렸다.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점령국 백성의 재물을 약탈하거나 부녀자를 겁탈하는 자는 용서 없이 엄벌에 처한다."
그것은 지극히 시의 적절한 포고령이었다. 이런 소식을 들은 咸陽의 백성들은 劉邦의 처사에 크게 감동하면서 유방을 慈父처럼 우러러 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勝戰國의 군대는 敗戰國의 財物을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것을 당연시 해왔기 때문이었다.
劉邦은 그러한 폐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入城式을 끝내자마자 동시에 그와같은 포고령을 내려 백성들의 피해를 사전에 막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咸陽城 의 질서는 단시일 내에 확립되었고, 백성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劉邦은 함양성의 치안을 확립하고 나자, 장수들과 함께 秦皇帝가 거처하던 궁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유방은 秦나라 황제들이 사용하던 궁전을 둘러보며, 그 규모의 방대하고 장엄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秦나라의 궁전은, 始皇帝가 지어 놓은 阿房宮을 비롯하여 金銀 寶貨로 장식된 궁전이 무려 36 개에 달하였고, 황제가 노닐기 위해 만들어 놓은 遊園만도 24 곳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 중 어느 것 하나 호화롭고 수려하지 않은 것이 없어 돌아 보던 劉邦과 장수들 모두가 정신을 빼앗길 정도로 황홀하였다.
게다가 대궐 안에 있는 창고들을 열어 보니, 그 많은 창고 안에 수많은 금은 보화가 가득히 쌓여 있는 것이었다.
"전국 각지의 백성 들로부터 저렇게 많은 금은 보화를 수탈해 왔으니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일 수밖에 없지 !?"...
劉邦의 입에서는 역대 秦 황제들의 죄악상에 대한 성토가 절로 튀어 나왔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엄청난 보물들이 이제부터는 <關中王>인 자신에게 귀속되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자못 흐뭇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유방은 불현듯 秦 황제들이 거느리던 <3 千 宮女>의 존재가 떠오르자,
"秦황제는 3천 궁녀를 거느리고 있다고 했는데, 그 아이들은 어인 일로 한 명도 보이지 않느냐 ?"
하고 宮지기에게 물었다.
그러자 宮지기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3千 궁녀들이 거처하는 초방(椒房)은 대궐 後園에 따로 있사옵니다. 3천 궁녀들은 한 명도 도망가지 않았사오니, 초방도 한번 돌아보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흐음, 3千 궁녀를 구경한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로구나. 그러면 그 곳으로 안내하라."
劉邦은 <3千 궁녀>라는 말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劉邦이 오늘에 이르기 전, 閑良 생활을 할 때에 만났던 수 많은 여인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들에 비하면 이곳 궁녀들은 수 많은 여인들 중에서도 뽑혀서 화려한 옷과 아름다운 화장을 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니 한시바삐 3천 궁녀가 거처하는 椒房에 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대궐문을 통해 後園으로 나오니, 그곳에는 궁녀들이 거처하는 椒房 수 백채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난실 초방(蘭室椒房), 경옥 초방(瓊玉椒房), 국화 초방(菊花椒房) 等, 아담한 궁전 뜰에는 미모의 궁녀들이 제각기 4~ 5 명씩 늘어서서 미소띤 얼굴로 다소곳이 유방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미소띤 얼굴로 오늘의 영웅을 맞이하고 있는 궁녀들 ! 그녀들은 하나같이 20 세 안팍의 절세 미인 들뿐이었는데, 그녀들의 말없는 미소는 丈夫의 간담을 녹여 내릴 듯이 매혹적이었다. 이를 본 劉邦은 너무도 아름답고 고혹적이라 걷는 걸음걸이조차 제 정신이 아닌듯 황홀경에 빠져오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날 아침에 劉邦 자신이 예하 將卒들에게 자기 입으로,
"누구를 막론하고 부녀자를 겁탈한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엄명을 내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삼천 궁녀들의 아름다움에 현혹된 유방은 그같은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니, 3천 궁녀들을 차례로 불러 모조리 즐겨 보고 싶은 욕망이 가슴속으로부터 뜨겁게 타올라왔다.
그래서인지,
<나는 關中王이 되지 않았는가 ? 그렇다면 나는 저 아이들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당당한 권리가 있지 않은가? ! >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 올랐다.
그리하여 궁지기에게,
"나는 오늘부터 내가 거처할 숙소를 이곳 阿房宮으로 定한다 !"
는 기막힌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수행하던 樊쾌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즉석에서,
"主公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옵니까 ? 秦나라가 亡한 것은 화려한 궁전과 아리따운 美姬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主公께서 그들의 전철을 밟아 화려한 궁전과 아름다운 궁녀들에게 현혹되신다면, 그간의 秦帝 들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앞으로 어찌 천하를 取하시려 합니까 ?"
동행하던 소하(簫何)도 옷깃을 바로잡으며,
"번쾌 장군의 諫言은 지당한 말씀인 줄로 아뢰옵니다. 主公께서는 이곳에 머물러 계실 일이 아니라, 일단 패상(覇上)에 陣을 치고 項羽의 군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옵니다."
하고 간곡하게 諫言한다.
그러나 劉邦은 고개를 저으며,
"내 이미 咸陽을 먼저 점령하였으니, 궁전과 궁녀들은 모두가 내것이 아니오 ?"
하면서 아방궁으로 들어와 龍床위에 털썩 걸터앉는 것이었다.
簫何와 번쾌는 氣가 막혔다. 지금까지 전쟁을 수행하는 중에 누구보다도 荒淫無道함을 경계하고 절제해 온 沛公이었건만, 3 千 宮女를 보고난 後, 이렇게도 태도가 돌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簫何와 樊쾌는 너무도 걱정되자, 張良에게 급히 사람을 보내 그 사실을 알렸다.
그 소식을 들은 張良이 황급히 달려와 劉邦에게 신랄하게 비판하듯 말했다.
"沛公께서는 어인 일로 阿房宮에 머물러 계시옵니까 ? 예로부터 부귀영화와 美色에 현혹되면 신세를 亡치게 되는 법이옵니다. 沛公께서 이곳에 오신 것도 秦나라의 학정을 제거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求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沛公께서 秦帝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와 酒色에 현혹되신다면, 秦나라의 황제들과 무엇이 다르오리까 ? 忠言이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利로운 법이고, 良藥은 입에 쓰오나 몸에는 좋은 법이옵니다.
하오니 沛公께서는 모든 부고(府庫: 관청의 창고)와 宮門을 굳게 걸어 잠그고, 簫何와 樊쾌의 諫言대로 군사를 覇上으로 이동시켜 項羽가 오기를 기다리셔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시면, 항우 장군에 빌미를 주어 돌이키기 어려운 불행을 맞게 될 것입니다."
거침없는 張良의 충고를 들은 劉邦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項羽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면 어떤 불행이 초래될 지 모른다'는 말에 유방은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큰 충격을 느꼈다.
咸陽을 먼저 점령한 사람은 유방이었다. 따라서 關中王의 자리는 응당 劉邦이 차지하여야 옳을 일이다.
그러나 자만심이 强하고 성미가 急하며 강포한 항우가 과연 關中王의 자리를 劉邦에게 곱게 내줄지는 유방 자신으로서도 크게 염려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
유방은 그제서야 자신의 경솔함을 깨닫고,
"子房 선생의 말씀을 들어 보니, 과연 내가 잘못했소이다. 그러면 군사를 覇上으로 이동시켜 놓고 項羽 장군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하겠소이다."
하고 군사들을 그날부로 패상으로 이동시켜 놓았다.
覇上에 陣을 치고 나자, 소하가 다시 諫한다.
"백성들이 오랫동안 秦나라의 학정에 시달려 왔으니, 주공께서는 노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위안 잔치를 크게 베풀어 주소서. 그리고 主公의 시정 방침인 <約法三章>도 그 자리에서 널리 선포하시옵소서. 그리하면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어 앞으로의 통치가 수월하게 될 것이옵니다."
劉邦은 소하의 忠言대로 咸陽城 안의 60세 이상 노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서 約法 三章까지 선포하니 백성들이 크게 감동하며,
"바라옵건대, 沛公께서는 부디 이 나라의 임금님이 되어 주시옵소서."
하고 축원을 하며 유방을 에워싼 채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않는 것이었다.
# 列國誌 64
** 范增의 計略
范增은 項羽의 허락을 받고 첩자 들을 보내 , 咸陽에서의 劉邦의 행적을 자세히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유방은 함양을 점령하고 나서 백성들에게 눈부신 선정을 베풀고 있음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劉邦이 이처럼 선정을 베풀고 있음은 관중왕이 되고자하는 마음의 준비가 틀림없구나 ! )
이렇게 판단한 범증은 항우에게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劉邦이 고향에 있을 때에는 財物을 몹시 탐냈을 뿐만 아니라, 계집이라면 사족을 못쓸 정도로 色을 탐했습니다. 그런데 함양을 점령하고 부터는 재물은 물론, 아방궁에 있는 3천 궁녀들 조차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유방이 관중왕이 되려는 준비를 착착 진행해 오고 있음이 분명하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치면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로구먼. 하하하 ....허나 누가 무어라 해도 關中王은 반드시 내가 차지하고야 말겠소."
하고 예사롭게 흘려넘기려고 하였다.
범증은 항우가 여유를 부릴 수록, 걱정이 앞섰다.
"이 문제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옵니다."
"가볍게 보아 넘기지 않으면, 유방이 나에게 어쩔 거란 말이오 ? 아무튼 劉邦이 關中王 자리 내놓기가 섭섭해 한다면, 어느 변방에 王 자리를 하나 만들어 보내버리면 될 게 아니오 ?"
항우는 유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범증은 결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항우의 답변이 자신의 생각에 비하여 워낙 가벼운 지라, 당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范增은 그날 밤 항우의 숙부인 항백(項伯)을 찾아가 이 문제를 상의한다.
"魯公께서 반드시 關中王이 되셔야 하겠는데, 劉邦이 그 자리를 양보할 것 같지 않으니 이 일을 어찌 하면 좋겠소이까 ?"
項佰이 대답한다.
"내 조카가 關中王이 된다면 난들 얼마나 좋겠소?! 그러나 <王>이란 天運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면 못 되는 법이오. 내 일찍이 張良 선생으로부터 天文을 배운 일이 있으니, 오늘 밤 軍師와 함께 천문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십시다."
이날 밤 范增은 項佰과 함께 天文을 살펴보았다.
대지가 고요히 잠든 구적(俱寂)한 밤에 산에 올라 星座를 살펴보니, 항우가 陣을 치고 있는 동쪽 하늘에는 殺氣가 감돌고 있는데, 저 멀리 劉邦이 陣치고 있는 서쪽 하늘에서는 帝王星이 찬란히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으으! , 이럴 수가!? .....,)
范增은 탄식해 마지않으며,
"項佰 公께서는 天文을 어찌 읽으셨습니까 ?"
하고 항백의 의견을 물어 보았다.
항백은 아무런 대꾸도 아니 하고 하늘의 별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범증은 그럴수록 불안스러워,
"公께서는 天運을 어떻게 보셨는지, 솔직하게 말씀해 주소서."
하고 대답을 재촉하였다.
그러자 항백은 가벼운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沛公이 陣치고 있는 서쪽 하늘에는 帝王星이 찬란히 빛나고 있는데, 魯公이 陣치고 있는 동쪽 하늘에는 殺氣만 충만하니, 天運은 沛公에게로 기울고 있음이 확실한 것 같구려."
천문을 살펴본 두 사람의 견해는 완전히 일치하였다.
(天運이 그렇다면 關中王의 자리를 劉邦에게 빼앗기고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 )
全心全力을 다하여 항우를 보좌해 온 범증으로서는 슬프고 허탈하기 그지없는 노릇이었다.
항백은 범증의 그러한 심정을 눈치채고 넌즈시 물어 본다.
"천수로 보아서는 관중왕의 자리를 유방이 꿰찰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軍師는 장차 어떻게 하시려오 ?"
范增이 결의에찬 어조로 대답한다.
"천수로 보아서는 관중왕의 자리를 유방에게 빼앗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盛衰의 운이란, 반드시 천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옵니다.
일찍이 帝나라의 신포서라는 사람은
天定固能勝人
(하늘이 정한 운수는 사람을 이긴다)한다고 하였으나, 또한 노력의 여하에 따라서는 人定赤能勝天이라(천운을 능히 이길 수도 있다)고도 말한 바가 있습니다. 나는 이미 身命을 다해 항우 장군을 보필하기로 결심한 몸이므로, 天運이 어찌 되었든 나의 생각에는 추호의 변함이 없사옵니다. 그러므로 主公이 關中王에 추대 되도록 전력을 다 할 것이옵니다. 다만 公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늘 밤 우리가 천문을 살펴본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말씀드리는 바이옵니다."
백발이 성성한 범증의 결심은 이토록 비장하게 확고 부동 하였다.
項佰과 范增은 산에서 내려와 함께 항우를 찾아가 한담을 나누고 있을때, 劉邦의 부하인 曺無傷이라는 者로부터 항우에게 한 통의 밀서가 도착했다.
밀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劉邦은 關中王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秦皇이었던 '자영'을 宰相으로 발탁하여, 대각(臺閣)의 모습을 착착 굳혀가고 있사오니 魯公께서는 시급히 대책을 강구하시옵소서. 小生은 魯公을 진심으로 仰慕하는 까닭에 급히 알려 드리는 바이옵니다.>
조무상이라는 者는 항우와 내통하여 크게 출세를 해 보려고 그런 밀서를 보내 왔던 것이다.
항우는 그 밀서를 받아 보고 크게 怒했다.
"劉邦이란 놈이 분수도 모르고 이처럼 방자하게 나온다면,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는 일이로다."
항우는 노발 대발하며 당장 군사를 일으켜 유방을 잡아 죽이겠다고 야단 법석이었다.
그러나 范增이 침착하게 말했다.
"劉邦이 財物과 女色을 멀리하는 것을 보면, 그가 關中王의 자리를 노리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사옵니다. 따라서 우리가 손을 빨리 써야 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武力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옵니다."
"劉邦을 잡아 죽이면 끝날 일인데 검토고 자시고가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이오 ?"
범증이 다시 아뢴다.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셨다가는 큰일나시옵니다. 兵法에 <병력이 10배가 되면 포위하고, 5배가 되면 공격하라>는 말이 있사옵니다.
劉邦은 10만 군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30 만의 군사를 가지고 있으니, 병력의 數로만 본다면 우리가 우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유방의 휘하에는 번쾌와 주발 같은 용맹 무쌍한 장수가 50여 명이나 있는 데다가, 張良과 簫何같은 탁월한 책사들도 기라성같이 많사옵니다. 그러므로 싸워서 이긴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그 뿐만 아니라, 劉邦은 咸陽에 먼저 入城하여 민심을 크게 얻어 있는바, 그의 세력을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사옵니다."
"그렇다면 劉邦을 어떤 방법으로 때려잡자는 말이오 ?"
"臣에게 한 가지 計略이 있사옵니다."
"무슨 계략인지 어서 말씀해 보시오."
"내일 밤 삼경에 특공대를 覇上에 침투시켜 劉邦을 사로잡아 오면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사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좋아하였다.
"과연 묘책이오. 그러면 내일 밤 특공대를 보내 유방을 잡아오도록 합시다."
范增이 다시 말한다.
"이왕 특공대를 보낼 바에는 張良도 함께 잡아 오도록 하소서."
"張良은 무엇 때문에 .... ?"
"張良을 그냥 두었다가는 보복을 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면 張良도 함께 잡아다 죽여 버립시다그려."
옆에 앉아 있던 項佰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범증이 항우를 위해 유방을 죽이거나 말거나, 자기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와 막역한 친구인 張良까지 잡아 죽이자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던 것이다.
#列國誌 65
** 項佰의 友情
예로부터 절친한 친구사이를 표현하고자할 때, 管鮑之交나 水魚之交, 또는 金蘭之交나 知己之友 等을 인용하고 있지만 項佰과 張良과의 우정은 그보다는 차원이 다른 刎頸之交(문경지교)가 맞지 않을까한다.
刎頸之友란 친구 대신 자신의 목을 베어가도 좋다는 의미의 友情임에랴!...
項佰은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서도 괴로운 심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張良과 나는 옛날부터 知己之友가 아니었던가? 아니, 내가 張良으로부터 天文學을 배웠으므로 그는 단순히 친구가 아니라 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劉邦이 項羽에게 죽던 말던 그것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張良이 죽게됨을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項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張良이 있는 覇上으로 말을 달리기 시작하였다.
내일 밤이 되기 전에 어떤 수를 쓰지 않으면 張良이 죽음을 免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我軍의 초소를 지날때 마다 경비병이 크게 놀라며 묻는다.
"장군님께서 홀로 이 밤중에 어디를 가시옵니까 ?"
"軍令을 받들고 일선 순찰을 나가 보는 중이네."
項佰이 項羽의 叔父임을 군사들은 다 알고 있었음으로 아군 초소를 통과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劉邦의 陣營으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유방의 경비대장 하후영(夏侯英)은 창검으로 항백의 앞길을 가로 막으며 따지고 들었다.
"이 밤중에 남의 영내로 함부로 들어오는 놈이 누구냐 ? 죽지 않고싶으면 정체를 밝혀라 ! "
項佰은 어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張良 선생에게 급히 알려 드릴 일이 있어서 밤을 무릅쓰고 달려오는 길이오. 張良 선생을 급히
만나게 해 주시오."
그러나 하후영에게 그런 사정이 통할 리가 없었다.
"도데체 당신이 누군데 이 밤중에 張良 선생을 뵙겠다는 것이오 ? 장량 선생을 만나 뵈려거든 당신의 신분을 밝히시오."
"내가 누구인가는 것은 묻지 말고, 張良 선생에게 <어떤 사람이 급한 일로 만나 뵈러왔다> 고만 전해 주시구려."
項佰은 자신의 이름은 절대로 밝히고 싶지 않았다. 만일 그 비밀이 탄로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후영은 그럴수록 의심이 깊어져 경비병에게,
"여봐라 ! 아무래도 이者가 수상하다. 혹시 張良 선생을 해치려는 자객인 줄도 모르니 이자를 당장 결박을 지어라 ! "
하고 추상 같은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항백은 꼼짝 할 수없이 결박을 당하고 나서 다시 사정하듯 말했다.
"결박을 지어도 좋으니 내가 찾아온 사실을 張良 선생에게 급히 알려 주시오. 시간을 지체하면 장량 선생의 신상에 큰일이 일어나게 되오."
하후영은 그 말을 듣고서야 장량의 숙소로 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深夜인데도 불구하고 張良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張良은 이 밤중에 어디로 가고 숙소에 없는 것일까 ?
실상인즉 이날 밤 장량은 잠을 자려고 초저녁부터 자리에 누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날 따라 잠이 오지 않았고, 마음이 까닭없이 심란하였다.
(그것 참 이상하다. 오늘 밤 따라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웬일일까 ?)
장량은 무엇인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이 들어 옷을 추스려 입고 밖으로 나와 天文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 ! "
하고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유는 동쪽 하늘에 험악한 殺氣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東方에 무엇 때문에 살기가 저렇게 감돌고 있을까 ? 혹시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누가 기습이라도 해 올 징조가 아닐까 ?)
장량은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 길로 中軍에 들러보니 劉邦도 아직 자지 않고 兵書를 읽고 있다가 張良을 보고 흠칫 놀란다.
"선생은 웬일로 아직까지 주무시지 않고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
張良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잠이 오지 않기에 밖에 나왔던 길에 天文을 살펴보온즉, 웬일인지 東方에 殺氣가 감돌기에 이곳까지 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새삼 놀라며 묻는다.
"동방에 살기가 충만하다고요 .... ? 여기서 東方이라면 어디가 되겠습니까 ?"
"지금 項羽가 秦을 치고 있는 곳이 홍문(鴻門)이온데, 홍문은 우리에게는 동쪽에 해당하는 곳이옵니다."
그러자 劉邦은 더욱 놀라며 묻는다.
"그러면 項羽가 일간 우리에게 기습이라도 해 올 것 같다는 말씀입니까 ?"
"설마 그렇기야 하겠습니까마는, 項羽가 沛公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경계를 튼튼히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항우는 30만 대군을 거느리고 있어서 그가 쳐들어온다면 우리의 병력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렵겠는데,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이까 ?"
"당장 쳐들어 오는 것은 아니오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천문을 자세히 살펴보온즉, 살기가 충만한 중에도 한 줄기의 星光이 비쳐 있었으니까, 설사 항우가 기습을 해 오더라도 큰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유방과 장량이 이러한 말을 나누고 있을 바로 그때,
문득 문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누군가가 숨가쁜 소리로,
"軍師께서는 이곳에 와 계시옵니까 ?"
하는 張良을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張良은 방문을 열고 어둠 속을 내다보며,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온 사람은 누구요 ?"
"소장, 경비 대장 하후영이옵니다."
하후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경계선을 넘어와 , 張良을 찾는다는 설명해 주었다.
장량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이 夜深한 때에 나를?.... 아무튼 내가 곧 숙소로 돌아갈테니, 그 사람을 나의 숙소로 데리고 오도록 하시오. "
劉邦이 그 말을 듣고 걱정이되어,
"深夜에 찾아왔다는 정체 불명의 인물을 선생이 직접 만나셔도 되겠습니까 ?"
하고 묻는다.
혹시나 자객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張良의 태도는 태연하였다.
"한밤중에 찾아온 것을 보면 急한 일인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 제가 그 사람을 직접 만나 보고서 沛公께 곧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있노라니, 하후영이 문제의 인물을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項佰이 아닌가?
張良이 버선발로 달려나가 項佰을 맞아들이며,
"장군께서 이 밤중에 웬일이시옵니까 ?"
하고 물었다.
項佰은 깊은 밤중에 찾아오게 된 연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나서,
"나는 선생을 求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찾아왔소이다. 내일 밤에 항우의 특공대가 沛公을 생포해 가고자 기습해 올 것이니, 선생은 그들이 오기 전에 나와 함께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십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생의 목숨도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하면서 둘이 함께 도망갈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다.
張良은 項佰이 고맙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자신만 살겠다고 沛公을 배신하고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張良은 항백의 손을 붙잡고 간곡하게 말했다.
"將軍의 우정은 눈물겹도록 고맙소이다. 그러나 沛公은 韓王으로부터 나를 빌려 온 이후, 지금까지 나에게 극진한 대우를 해 주고계시오. 그런 내가 어찌 그 은혜를 배반하고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 갈 수 있겠소이까? 이왕이면 이 사실을 沛公에게도 알려서 다같이 대책을 세우기로 합시다."
項佰은 그 말을 듣고 기절 초풍할 듯이 놀란다.
"나는 선생을 구하러 온 것이지, 沛公을 求하러 온 것은 아니오. 이 사실을 沛公에게 알리면 내 입장이 어떻게 되겠소이까 ?"
項佰으로서는 당연한 얘기였다.
張良은 할 말이 없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項佰은 애원 하듯 張良을 다시 설득한다.
"선생은 여러 생각 마시고 당장 나와 함께 피신하십시다."
그러나 張良은 굳은 결심을 한 듯 項佰의 손을 힘있게 움켜잡으며 말했다.
"내가 살자고 沛公을 배신할 수는 없소이다. 이왕이면 우리 두 사람이 沛公을 직접 만나 세 사람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그러자 項佰은 더욱 놀라며 묻는다.
"이 사실이 項羽에게 알려지면 나는 죽게 되오. 그런데 어쩌자고 沛公을 만나자고 하는 게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시오. 沛公은 후덕하신 長者이시니, 비밀이 탄로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니 한번 만나 뵙고 함께 상의하기로 합시다."
張良은 項佰을 中軍으로 데려와 劉邦에게 소개하였다.
"이 어른은 항우 장군의 叔父 되시는 項佰 장군이온데, 내일 밤 項羽 장군의 특공대가 우리 陣營을 기습해 올지도 모른다고 일부러 알려 주러 오셨습니다."
劉邦이 그 말을 듣고 項佰을 上座에 모시며 말한다.
"나를 도와주시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부러 찾아오셨다니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소이다. 나는 관중에 들어오자, 秦나라의 궁전과 財物들을 소중하게 관리해 오면서 魯公께서 하루속히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오. 그런데 魯公께서 나에 대하여 무슨 오해를 갖고 계신 모양이니, 장군께서는 그 오해를 풀어 주시도록 진력해 주소서."
項佰은 그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劉邦이 項羽에게 이처럼 호의를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劉邦은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부터 우리가 秦나라 정벌길에 오를 때 楚懷王께서는 함양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關中王>이 되라고 분부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魯公은 나의 義兄이시오. 형님께서 關中王이 되기를 원하신다면, 아우인 내가 어찌 그것을 반대할 수가 있으오리까. 장군은 본영에 돌아가시거든 魯公께 그 말씀을 꼭 전해주소서."
劉邦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문득 생각이 난 듯, 항백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참, 내가 듣건데 장군께서는 수년 전에 상처(喪妻)를 하시고 아직도 재취(再娶)를 아니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
여기서 項佰은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劉邦이 자기 자신의 신상 문제까지 이렇게 소상히 알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項佰은 검연쩍게 웃으며 대답한다.
"沛公께서 그런 일까지 알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마누라가 죽고난 뒤 아직 독신으로 살고 있사옵니다."
"아직 再娶(재취)를 하시지 않으셨다면 ....."
유방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장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張良은 劉邦이 무슨 까닭으로 자신을 보고 웃는지 알 수가 없어서,
"저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 계시옵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劉邦은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張良에게 말한다.
"선생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나에게는 과년한 누이동생이 하나 있지않소 ? 項佰 장군께서 그 애를 後娶(후취)로 데려가 주신다면 나로서는 그처럼 고마운 일이 없겠는데,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
유방은 항백을 매제로 삼음으로써 그를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심산이었다.
너무도 뜻밖의 말에 張良과 項白은 다같이 놀랐다.
張良은 즉석에서 劉邦의 意中을 알아채고,
"그것 참 Good Idea이옵니다. 項佰 장군은 부디 沛公의 妹弟가 되어 주소서."
하고 항백을 향하여 동의를 求한다.
項佰도 내심으로는 크게 감동하고 기뻤다. 劉邦이 자기에게 이처럼 호의를 가지고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項佰은 선뜻 청혼에 응할 수가 없었다.
"실로 고마우신 말씀이오나, 저로서는 그 婚事에 응할 수가 없사옵니다. 魯公과 沛公은 지금 대립 상태에서 智勇을 다투고 있는 형편이온데, 이 판국에 제가 沛公과 인척 관계를 맺게 되면 世論이 크게 분분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張良이 나서며 말한다.
"그것은 쓸데 없는 걱정이시오 魯公과 沛公은 義兄弟之間이 아니오 ? 게다가 秦나라를 완전히 평정해 버렸으니, 두 분사이에 이제 무슨 문제가 있겠소이까 ?"
劉邦은 項白의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前生부터의 인연이 분명하니 부디 나의 妹弟가 되어 주소서. 그래서 오늘, 本營에 돌아가시거든 魯公께서 나에 대하여 품고 계신 오해를 풀어지도록 애써 주소서."
하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項佰은 이처럼 간곡한 유방의 부탁을 받고보니 거절하기가 매우 난감하였다.
장량이 그런 눈치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예로부터 <좋은 일은 서두르라>고 하였으니, 두 분께서는 이자리에서 옷고름을 서로 맺어, 결납의식(結納儀式)을 대신하기로 하시지요"
하며 손수 劉邦과 項佰의 옷고름을 묶어 주었다.
이렇게 혼인의 약속이 성립되고 나니 項佰은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면 나는 이제 바로 돌아가 내일 밤 특공대가 기습해 오지 않도록 魯公을 설득해 보겠소이다.
그 대신 沛公께서는 수일 로에 魯公을 직접 찾아오셔서 오해를 깨끗이 풀도록 하소서."
"근일에 틀림없이 魯公을 찾아뵐 터이니, 부디 오해를 풀게 도와주소서."
劉邦은 그렇게 말하며 項佰을 城門 밖까지 정중하게 전송하였다.
# 列國誌 66
** 范增의 計略
한편, 다음날 밤 項羽는 특공대를 보내 劉邦을 체포해 올 시간이 다가오자 모든 장수들 에게 비상 소집령을 내렸다.
모든 장수들이 中軍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러나 項佰이 보이지 않았다.
范增이 좌중을 둘러보며 묻는다.
"項佰 장군이 웬일로 나타나지 않는지, 누구 아시는 분 없소 ?"
그러자 當直將 丁公이 대답한다.
"항백 장군은 어젯밤에 혼자서 覇上 방면으로 말을 달려 나가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范增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항백 장군이 한밤중에 무슨 일로 패상 방면으로 달려가시더란 말인가 ? 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은 아니냐 ?"
"제가 직접 보았으니까 틀림없는 사실이옵니다."
"그래? 그렇다면 항백 장군이 우리의 기습 계획을 劉邦에게 알려 주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렇다면,
오늘 밤의 계획도 중지해야할까 봅니다 ! "
하며 范增이 분노에 찬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項羽는 范增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軍師는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항백 장군은 나의 叔父가 아니오 ? 나의 숙부를 의심하는 것은 너무 심한 말씀인 것 같구려."
그러나 范增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한다.
"項佰 장군이 고의로 배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심결에 軍機를 누설할 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옵니다. 그러니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오늘 밤의 계획은 일단 중지하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이렇게 項羽와 范增이 입씨름을 하고 있는 바로 그때, 項佰이 좌중으로 急히 달려 들어왔다. 張良과 작별을 하고 막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項羽는 項佰을 보자 분노에 찬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叔父께서는 도대체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시는 길이오 ?"
項佰은 머리를 약간 숙이며 말했다.
"나는 나의 친구인 張良을 만나러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이오."
項羽는 그 소리를 듣자 화가 치밀어 올라 허리에 차고 있던 長劍을 한 손으로 움켜 잡으며 벼락같은 큰소리로 외쳤다.
"무슨 까닭으로 張良을 만나러 갔는지 그 이유를 사실대로 밝히시오. 만일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왔다면, 비록 叔父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
項羽가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좌중의 장수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로 인해 좌중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項佰은 침착하게 대답한다.
"나는 張良에게 군사 기밀을 알려 주려고 覇上에 갔다 오는 것은 아니오. 그 점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소."
"그러면 무엇 때문에 張良을 만나고 오느냔 말이오 ?"
項佰이 다시 대답한다.
"主公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지금 劉邦의 휘하에 머물고 있는 張良은 나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요. 오늘 밤 우리가 저들에게 기습을 감행하게 되면 장량이 억울하게 희생될 것 같기에 나는 그 친구를 구하려고 갔던 길이오."
"張良을 求하러 갔다면, 어찌하여 장량을 데리고 오지 않았소 ?"
항우의 추궁은 집요하였다.
項佰이 다시 대답한다.
"나는 張良의 말을 들어 보고, 우리가 劉邦을 크게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그래서 이왕이면 모든 사실을 당사자인 劉邦으로부터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나중에는 유방까지 만나 보았소"
"엣 ? 유방까지 만나 셨다구요 ? 그래서 유방이 뭐라고 합디까 ?"
여기서 項佰은 <劉邦은 關中王이 되려는 의사가 전혀 없더라>는 말과 함께, <劉邦은 秦나라의 대궐과 財物을 고스란히 보존해 오면서 項羽가 하루속히 入城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더라>는 말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유방의 누이동생을 후취로 맞아 오기로 하였다는 사실은 끝까지 비밀에 붙여 두었다.
項羽는 項佰의 말을 듣고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띄며,
"숙부의 말씀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겠지요 ?"
하고 다짐하듯 물었다.
項佰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내가 누구를 위해 이같은 사실을 거짓으로 말하겠소이까? 그렇지 않아도 劉邦은 수 삼일 안으로 主公을 찾아 뵈러 올 테니, 나더러 그 말씀을 꼭 전해 달라고 하더이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한다.
"그러면 그렇지 ! 劉邦이 감히 나에게 그럴 수는 없지 !"
그리고 이번에는 范增을 돌아다보며 말한다.
"지금 숙부의 말씀을 들어 보면, 劉邦이 딴 뜻을 품고 있지 않음이 분명한 것 같구려. 그러니 罪없는 그를 함부로 잡아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 같으니, 오늘 밤의 계획은 취소키로 합시다."
그러나 범증은 항우의 의견에 끝까지 수긍하려고 하지 않았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項佰 장군은 劉邦과 張良의 계략에 속아 넘어가고 있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유방을 지금 없애버리지 않으면, 후일에 반드시 후회를 하시게 될 것이옵니다. 따라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번 기회에 단호하게 처치해 버리셔야 하옵니다."
項羽는 范增의 충고를 웃음으로 들어 넘기며 말한다.
"軍師는 劉邦을 대단한 인물로 생각하고 계시는 모양이지만, 실상인즉 유방은 村뜨기 武士에 불과한 친구요. 그런 친구가 설사 야망을 품고 있기로, 감히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소. 유방이 근일에 인사를 온다고 했다니, 그때 가서 처치를 하든가 어쩌든가 합시다."
項羽는 劉邦을 어디까지나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범증은 더 이상은 어쩔 수가 없어 특공대를 해산하고 숙소로 돌아와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았다. 유방을 지금 처치해 버리지 않으면 후일에 항우가 반드시 유방의 손에 의해 비참하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 안 된다 ! 나는 이미 항우에게 신명을 다해 충성을 다 하기로 결심한 몸이 아닌가 ? 劉邦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項羽가 그로 인하여 반드시 비참하게 될 것을 예측하면서 그냥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
범증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새벽같이 항우를 다시 찾아가 말한다.
"유방을 살려 두면 主公에게 크게 불리할 것이오니, 내일 이라도 그를 이곳으로 불러 없애야 하옵니다."
項羽가 웃으면서 반문한다.
"軍師는 劉邦이 그렇게도 큰 인물이라고 생각하시오 ?"
"유방은 겉으로는 어리석은 듯이 보이고 있으나, 실상인즉 내심은 말할 수 없이 음흉한 인물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회에 반드시 죽이셔야 합니다."
"軍師께서 그렇게까지 걱정되신다면, 내일 이라도 그를 초청하여 없애 버리기로 합시다그려. 죽인다면 어떤 방도로 죽이는 것이 좋겠소 ?"
"유방을 죽이는 데는 세 가지 방도가 있사옵니다. 첫번째는 홍문전(鴻門殿)에 환영연을 베풀어 놓고 유방이 그 자리에 나타나거든 주공께서 몸소 영접을 나가셔서 즉석에서 목을 베어 버리는 것이온데, 그것이 최선의 上策이라고 하겠습니다."
"으음...내 손으로 유방의 목을 직접 치라는 말씀이요 ?"
항우는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또 다른 방법은 ?"
하고 물었다.
范增이 다시 대답한다.
"주공께서 직접 손을 쓰시기가 싫으시면 幕後에 2백 여명의 갑사들을 미리 대기시겨 두었다가 연회가 무르익어 갈 무렵에 그들로 하여금 유방의 목을 치게 하는 것이옵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주공께서 직접 목을 치시는 것처럼 확실하다고는 볼 수가 없겠습니다."
"으음...또 다른 방법은 ?"
項羽는 무엇이 못마땅한지 또다른 방법을 물었다.
"세 번재 방법은 .....,"
범증은 잠시 주저하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세 번째의 방법은 유방을 大醉하게 만든 후에, 그가 취중에 실수를 하는 경우, 말 꼬투리를 잡아 그것을 구실로 유방을 즉석에서 죽여 버리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중에서 最下策이옵니다."
"잘 알았소이다. 그러면 세 가지 중에서 형편에 따라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지금 곧 劉邦에게 초청장을 보내도록 하시오."
범증은 항우의 이름으로 유방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나 魯公은 沛公에게 초청의 글월을 보내오.
우리 두 사람은 懷王의 御命을 받들고 진나라를 정벌하는 길에 올랐건만 沛公이 일찌감치 함양에 들어가 나보다 먼저 개가(凱歌)를 올렸으니, 이는 진실로 만 천하가 다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오. 따라서 본인은 장군을 위해 명일 홍문전에서 축하의 大宴을 베풀어 드리고자 하니, 바쁘시더라도 꼭 왕림해 주기 바라오.>
유방은 항우의 초청장을 받아 보고 수심이 가득해졌다.
그리하여 모든 참모들을 불러 진지하게 상의한다.
"魯公이 나에게 축하연을 베풀어 주겠다고 초청장을 보내 왔는데, 이것은 어쩌면 나를 죽이기 위한 술책일지도 모르오. 섣불리 달려갔다가는 죽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가는 노여움을 사서 더욱 곤란해질 것 같으니, 이 일을 어찌 했으면 좋겠소 ?"
簫何가 먼저 대답한다.
"항우의 세력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막강합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실력으로 겨루다가는 큰일납니다. 그러므로 변설에 능한 廣野君 : 여이기를 보내 關中王의 자리는 일단 항우에게 내주기로 하고 우리는 조그만 고을(郡 :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인 郡과는 차원이 다름. 최소한 남한 절반 정도의 크기가 될 것임)이나 하나 달라고 하면 어떠하겠습니까 ? 그런 연후에 우리가 세력을 키워서 다시 그 자리를 다시 빼앗아 오는 長期政策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하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이기가 簫何의 말을 받아 아뢴다.
"저 역시 소하 선생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항우에게 사람을 보내신다면 저를 보내 주시옵소서."
이 말까지 나왔을때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張良이 갑자기 반대를 하고 나온다.
"심히 외람되오나, 두 분의 의견에 대해 저로서는 찬성을 할 수가 없사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장량이 정면으로 반대를 하고 나오는 바람에 유방은 더욱 불안하였다.
"先生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반대를 하시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소서."
張良이 조용히 입을 열어 答한다.
"만약, 沛公께서 項羽의 초청을 받으시고도 弑害될 것이 두려워 홍문연(鴻門宴)에 참석을 아니 하신다면, 그 자체가 이미 항우의 氣개에 굴복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사옵니다. 이렇게 心的으로 굴복 당한 사람이 再起 또한 쉽겠사옵니까 ?
그러한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으음.... 그러니까 그러한 흉계가 있더라도 項羽의 초청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
"물론입니다. 그 옛날 伍子胥는 秦王의 손에 죽을 것을 각오하면서 平王을 따라 임동회(臨潼會)에 참석했기 때문에 후일에 만천하가 우러러보는 위대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옵니다.
만약 오자서가 죽음이 두려워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회피했다면 오늘날 오자서의 이름을 어느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
"그러니까 선생의 말씀은 어떤 위험이 따르더라도 항우의 초청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
"물론입니다. 패공께서 장차 천하를 도모하실 雄志를 품고 계시다면 항우를 조금도 두려워 마시고 당당하게 만나러 가십시오. 이번 초청 件은 范增이 배후에서 꾸민 謨計임이 분명하온데, 沛公께서는 范增이 세운 모계를 타파해 버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
"선생은 참으로 천금과도 같은 말씀을 해주셨소이다. 그러나 范增은 술수가 대단한 謨士인데 어떻게 해야 그의 술수를 벗어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소이다."
張良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얼굴을 들어 말한다.
"저는 한 대왕(韓 大王)의 御命을 받들고 沛公을 도와 드리고자 온 몸이옵니다. 하오니 홍문연 연회에 참석하실 때에 저를 데리고 가 주시면,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范增의 謨計를 막아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簫何와 여이기가 쌍수를 들며 찬성한다.
"張良 선생께서 동행해 주시기만 한다면, 그보다 더 든든한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劉邦은 그제서야 얼굴에 희색이 돌아오며 말했다.
"그러면 내일 홍문연 연회에 張良 선생과 함께 참석할 것이니, 그 사실을 項羽 장군 측에 급히 알리오."
急使가 달려가 그 사실을 項羽에게 알리니, 范增은 그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였다.
(劉邦이 저 죽을 줄도 모르고 온다니, 이제야 나의 올가미에 걸려들었구나 ! )
이렇게 되고 보니 劉邦의 生死 문제는 오로지 范增과 張良의 지략 싸움에 달려있게 된 셈이었다.
그 두사람 중에 과연 누가 勝者가 되고 敗者로 될지 ? 그 결과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었다.
# 列國誌 67
** 고민하는 項羽
劉邦이 武關을 거쳐 咸陽에 入城하는 동안, 項羽는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
項羽는 章悍과의 싸움에서 九戰九勝을 거둔 것을 비롯하여, 가는 곳마다 싸워 이기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河北 일대를 평정해 가면서 제후들을 모조리 자기 편으로 흡수하였다. 그러면서 咸陽을 향하여 진격을 계속하였다. 劉邦보다 咸陽에 먼저 입성하여 <關中王>이 되려고 무리한 전진을 서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서두른 탓일까?
劉邦은 선무 공작으로 敵과 和合을 이루어가며 전진하는 반면, 항우는 하나에서 열까지 오직 武力으로 싸워 이기며 전진했던터라 秦軍 패잔병들의 抗戰이 끈임없이 반복되어, 전진하는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연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項羽는 부하 군사들의 사기를 알아보려고 변복을 하고 혼자서 陣中을 비밀리에 순찰해보았다. 그리하여 어느 幕舍 앞을 지나가다가, 등불 밑에 모여 앉은 병사들이 얘기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우리가 章悍 장군을 따라서 項羽의 부하가 된 것은 크게 잘못된 거였어. 項羽는 성질이 포악해서 싸움은 잘하지만, 부하들을 사랑할 줄을 모르거든."
"누가 아니래 ?! 劉邦은 寬仁厚德하여 싸우지도 않고 벌써 咸陽에 入城했다고 하는데, 항우는 날마다 싸우기만 하고 있으니 이래 가지고 어느 세월에 함양에 갈 수 있겠나?.. 주인을 잘못 택한 罪로 우리들만 죽도록 고생하게 되었네."
"제기랄 ! 지금이라도 항우를 버리고 유방을 따라갈 수는 없을까 ?"
"이 사람아 ! 項羽와 劉邦은 怏宿之間인데, 될 소리를 하게나."
병사들이 한담삼아 지껄이는 불평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그 말을 엿듣고 속에서 열불이 났다. 자기보다도 유방을 숭배한다는 말도 비위에 거슬렸지만, 劉邦이 이미 咸陽에 入城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듣고 화가 치밀어올랐던 것이다.
(劉邦이 이미 함양에 入城했다면, 關中王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려고 할 게 아닌가? 그 못난 者에게 關中王 자리를 주다니, 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지 !)
項羽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本營으로 돌아오자, 대장 英布를 급히 불러 命한다.
"劉邦이 咸陽에 入城했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급히 알아보시오."
英布가 즉석에서 대답한다.
"잠시 전에 첩자가 알려 온 바에 따르면, 유방이 함양에 입성한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 그자가 먼저 함양에 입성했다고 ?"
項羽는 두 주먹을 불끈쥐며 소리를 지른다.
項羽와 劉邦, 두 사람 중 누구든지 먼저 咸陽에 入城하는 사람이 關中王이 되라고 말한 것은 楚懷王의 御命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설사 유방이 함양에 먼저 入城했다 하더라도, 그에게 <關中王> 자리를 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關中王 자리는 자신이 차지할 속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면 劉邦과의 一戰도 不辭할 각오를 하면서 英布에게 命한다.
"章悍과 함께 투항해 온 秦兵들은 모두가 나에게 逆心을 품고 있소. 그들이 반역 모의를 하는 것을 내 귀로 분명히 들었소. 그러니 그들은 咸陽에 들어가기만 하면 나를 배반하고 劉邦에게로 붙을 것이 분명하니, 그런 일이 생기기 前에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립시다."
英布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란다.
"章悍 장군과 함께 투항해 온 병사가 10만 명이 넘는데, 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자는 말씀입니까 ?"
"10 만 명이 아니라 백만 명이라도 逆心을 품고 있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 없애야 하오. 장군에게 20 萬 명의 군사를 줄 테니, 사흘 안에 산속에 구덩이를 파고 그놈들을 모조리 생매장 시켜 버리도록 하시오. 軍令이오 ! "
項羽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내릴 수 없는 잔학무도한 군령이었다.
軍令이라는 데는 英布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秦軍 출신 병사들을 모조리 죽여 없앤다면 章悍 장군과 사마흔, 동예등도 함께 죽여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
"그들은 유능한 장수이니 그냥 살려두고 병사들만 죽이시오."
軍師 范增이 그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와 諫한다.
"罪없는 부하 병사를 10萬 명씩이나 생매장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主公께서는 軍令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러나 항우는 고개를 저으며,
"逆心을 품고 있는 놈들이 무슨 나의 부하란 말이오. 그런 놈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죽여 없애야 하오."
范增이 눈물을 흘리며 다시 말한다.
"병사들이란 다루기에 따라서 忠臣도 될 수 있고, 逆敵도 되는 것이옵니다. 그들이 主公께 어떤 逆心을 품고 있는지는 모르오나, 관대하게 살려주신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마음을 바로 돌려 놓도록 하겠사오니, 부디 죽이지는 말아 주시옵소서."
그러자 항우는 벌컥 화를 내며 벼락 같은 소리를 지른다.
"軍師는 무슨 말이 이렇게나 많소 ?"
그리고 다시 英布에게 명한다.
"英布 장군은 책임 지고 사흘 안으로 그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 버리시오 ! "
그리하여 영포는 秦軍 출신 10 萬 명의 병사를 사흘에 걸쳐 생매장 시켜버리는 끔찍한 일을 기어코 단행하고야 말았다.
(秦始皇 못지않은 천하의 무뢰한 項羽였다!..)
章悍을 비롯한 사마흔과 동예 등은 자기의 부하들이 사흘 사이에 몽땅 생매장을 당하는 사실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리하여 세 장수는 항우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한다.
"저희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罪가 있사오면, 저희들도 부하들과 함께 처벌해 주십시오."
項羽가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그대들에게는 아무 罪가 없으니, 조금도 두려워 마시오. 실상인즉, 수일 전에 야간 순찰을 하다가 사병들이 역적 모의를 하는 소리를 들었기에 모조리 죽여 버렸을 뿐이오. 그대들만은 끝까지 重用할 것이니 안심하고 충성을 다해 주시오."
이로써 세 장수 모두 목숨은 求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손발이 잘려버린 장수들이 과연 어떤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인가 ?
10 萬 군사를 生매장해 버린 項羽는 全軍에 새로운 군령을 내렸다.
"최후의 관문인 藍田關만 격파하면 咸陽으로 들어가게 될테니, 총력을 다하여 남전관을 격파하라."
항우의 대군은 최후의 관문인 藍田關을 향하여 총공격을 개시하였다.
그런데 항우의 군사들이 藍田關에 총 공격을 가하다 보니, 城안에서 맹렬한 반격을 해 오고 있는 군사들은 秦나라 군사가 아니라, 友軍인 劉邦의 군사들이 아닌가 ?
"어라 ! 성안에서 우리에게 반격해 오고 있는 군사는 秦나라 군사들이 아니고 劉邦의 군사들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
선봉장은 너무도 뜻밖의 일에 놀라서, 그 사실을 즉시 항우에게 알렸다.
그러자 항우는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잘못 보았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
항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심쩍었는지 몸소 일선으로 나와 보니, 성루 위에서 힘차게 휘날리고 있는 軍旗는 모두 劉邦의 군기가 아닌가 ?
그렇다면 劉邦의 군사는 무슨 까닭으로 藍田關에서 항우의 군사들과 맞서게 되었을까 ?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項羽가 秦兵 출신의 10 萬 병사를 생매장하고 藍田關으로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자, 劉邦은 樊噲를 불러 물어 보았다.
"項羽가 藍田關을 점령하고 나면 나에게 關中王의 자리를 내놓으라고 할 텐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겠소 ?"
樊噲가 대답한다.
"咸陽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關中王이 되는 것은 楚懷王의 분명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項羽는 그런 약속을 지킬 인물이 아니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項羽의 횡포를 힘으로 막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방은 樊噲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항우의 횡포를 힘으로 막아내다니 ? 그렇다면 關中王의 자리를 놓고 항우와 싸워야 한다는 말이오 ?"
樊噲(번쾌)가 명쾌하게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項羽가 억지를 부린다고 關中王의 자리를 양보할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 項羽는 藍田關을 점령하고 나면, 關中王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므로, 우리는 항우가 남전관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힘으로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
사실인즉, 유방 자신도 '關中王'의 자리를 項羽에게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劉邦은 樊噲의 말대로 설구(薛歐). 진패(陳沛)의 두 장수로 하여금 藍田關에서 항우의 군사들을 저지하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項羽는 劉邦의 군대가 藍田關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것을 직접 목도하자, 전신을 떨며 이를 갈았다.
(劉邦 이 놈이 關中王이 되려고 이런 수작을 부리고 있는 모양인데, 제 놈이 감히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는가? ! )
項羽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즉시 全軍에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劉邦이 나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 者는 이미 友軍이 아니고 우리의 敵이다. 우리는 30 萬 대군으로 밀어부쳐 劉邦을 단숨에 섬멸시켜 버리자."
그러자 范增이 앞으로 나와 항우에게 아뢴다.
"劉邦이 우리를 城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자기가 關中王이 되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만약 關中王의 자리를 유방에게 빼앗긴다면 主公께서는 천추에 恨을 남기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두 분 사이에는 형제의 結義까지 맺으셨으니, 싸울때 싸우더라도 우선은 書翰을 보내 劉邦을 설득해 보심이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항우는 범증의 충언을 옳게 여겨, 우선 英布로 하여금 藍田關을 포위싸게 하고 劉邦측에게 다음과 같은 書翰을 화살에 매달아 쏘아 보냈다.
<나 魯公 項羽는 義弟인 沛公 劉邦에게 글을 보내오.
公과 나는 지난날 懷王 앞에서 兄弟의 儀를 맺고, 秦나라를 함께 치려고 나섰소. 그 後, 公이 나보다 먼저 함양에 入城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秦將 章悍을 항복시킨 것을 비롯하여 많은 제후들을 굴복시키면서 지금 藍田關에 이르렀소. 그런데 公은 나의 공을 가로채어 關中王이 되고자 나를 이곳에서 저지하려 하고 있으니 이 어찌 대장부가 할 일이겠소. 내가 만약 藍田關을 때려부수고 들어가면 公으로서도 면목없는 일이 될것이니, 關門을 속히 열어 우리 두 사람의 兄弟之誼를 새롭게 합시다.
후일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거듭 선처하기를 바라오.
義兄 魯公 項羽 씀. >
劉邦은 項羽의 書翰을 받아 보고, 즉시 참모회의를 열었다.
"項羽가 이런 글을 보내 왔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소 ?"
張良이 대답한다.
"項羽는 30 萬 대군을 거느리고 있는데 우리 군사는 10 萬에 불과하므로 힘으로는 項羽를 당해내기가 어려울 것이옵니다. 만약 싸우다가 敗하는 날이면 沛公께서 포로의 신세를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니, 저쪽의 요구대로 관문을 순순히 열어 주는 것이 상책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러면 關中王의 자리를 項羽에게 넘겨 주자는 말씀입니까 ?"
"그 문제와는 얘기가 다르옵니다. 關中王은 어디까지나 咸陽에 먼저 入城하신 沛公께서 오르셔야 하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소. 그러나 그 자리를 항우가 빼앗고자 하기 때문에 문제가 이처럼 복잡하게 된 것이 아니겠소 ?"
"그 문제는 그때에 가서 해결해도 될 것입니다. 그 문제가 두려워 처음부터 싸움으로 해결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옵니다."
"그러면 나는 선생만 믿고 藍田關의 관문을 열어 주기로 하겠소이다."
劉邦이 관문을 열어 주라는 명령을 내리자, 대장 설구(薛歐)가 관문을 활짝 열고 항우의 선봉장인 英布를 맞아들이며 말한다.
"우리가 藍田關을 굳게 지켜 온 것은 項羽 장군의 入城을 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秦나라 패잔병들의 난동을 막기위한 처사였소. 沛公께서는 項羽 장군의 서한을 받아 보시고 關門을 속히 열어 項羽 장군을 정중히 영접하라는 命令을 내리셨습니다. 項羽 장군께서는 신속히 入城하시도록 해 주십시오."
英布가 그 말을 項羽에게 傳하니, 項羽는 군사들을 거느리고 藍田關으로 당당하게 입성하면서,
"그러면 그렇지 ! 劉邦이 제아무리 咸陽을 먼저 入城했기로서니 내가 누구라고 감히...."
하고 어디까지나 劉邦을 깔보는 호기를 부리는 것이었다.
그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항우는 남전관에 들어와 홍문(鴻門)에 陣을 치고 나자, 劉邦이 직접 영접하지 않은 것이 매우 못마땅한지,
"劉邦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 보이지 않느냐 ?"
하고 설구에게 물었다.
"沛公께서는 지금 覇上에 계시옵니다."
"음, 알았다. 곧 나를 찾아 오겠지."
項羽의 말은 어디까지나 劉邦을 자신의 부하로 여기는 말투였다.
그러나 范增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項羽에게 귀뜸을 한다.
"劉邦이 직접 영접을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의 태도가 의심스럽습니다. 劉邦이 지금 覇上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동안의 그의 行跡을 소상히 알아 볼 필요가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은 軍師가 알아서 하시오."
# 列國誌 68
** 鴻門宴會
范增은 그간의 劉邦의 행적에 대하여 조사해보았으나 크게 문제될만한 件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더욱이 劉邦이 項羽의 초대를 받고 鴻門殿에 찾아오게 되어 있었음으로 그때를 절호의 기회로 삼기로 하였다.
宴會가 있는 그날, 鴻門殿 大殿閣에는 손님을 맞이할 잔칫상이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范增은 宴會가 벌어질 현장을 상세하게 살펴본 後, 項羽를 찾아와 말한다.
"오늘처럼 좋은 기회는 다시는 없을 것 같사오니, 主公께서는 제가 말씀드린 대로 劉邦을 반드시 죽여 없애도록 하시옵소서. 그래야만 主公께서 天下를 얻게 되시옵니다."
항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았소이다. 劉邦은 틀림없이 죽일 것이니 軍師는 甲士들을 막후에 직접 배치해 놓도록 하시오."
范增은 요소요소에 갑사들을 대기시켜 놓고, 丁公과 옹치(雍齒)등 두 장수로 하여금 출입문을
철통같이 지키도록 지시한다.
이윽고 약속된 시각이 되자, 劉邦은 百 여 騎의 호위 군사를 거느리고 나타나는데, 劉邦의 뒤에는 樊쾌, 근흡, 기신, 등공 等의 장수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항우측에서도 험상궂게 생긴 병사들이 요소요소에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어서 劉邦은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유방을 마중나온 장수는 一騎當千으로 소문이 자자한 英布였다.
劉邦은 英布를 바라보며 수레에서 張良에게 속삭이듯 묻는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그래도 宴會에는 꼭 참석해야 하겠소이까 ?"
張良이 귀엣말로 대답한다.
"저에게 대책이 있사오니, 안심하시옵소서. 다만 項羽가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만 하시면 되옵니다."
이윽고 유방 일행이 원문(轅門)에 당도하니, 대장 陳平이 劉邦을 마중 나와서 말한다.
"宴會場에는 沛公과 張良 선생만 들어오시고, 그 밖의 분들은 場外에서 기다리게 하라는 魯公의 분부가 계셨사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유방이 데리고 온 번쾌, 근흡, 기신, 등공 等은 원문 밖에 대기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宴會場 門전에 도착하니, 주변에는 武裝한 군사들이 곳곳에 도열해 있는게 보였다.
劉邦은 더욱 불안하여 張良에게 다시 묻는다.
"宴會場 분위기가 마치 도살장 같은데, 그래도 들어가야 하겠소이까 ?"
張良이 대답한다.
"이미 이곳에 도착하신 이상 이제는 조금도 물러서서는 아니 되시옵니다. 단 한걸음이라도 뒤로 가는 날에는 저들의 計略에 빠지게 되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엇을 생각했는지.
"여기서 잠시만 계시옵소서. 일단 제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殿內의 사정을 한번 살펴보고 나오겠습니다."
하고 말하며 연회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丁公과 雍齒가 槍劍으로 앞을 가로막으며 제지한다.
"沛公이 들어가시기 前에는 場內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오."
그러자 張良은 수문장 丁公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꾸짖듯이 말한다.
"나는 沛公의 命을 받들고 魯公을 먼저 만나 뵈러 가는 사람이오. 魯公을 먼저 만나 뵈려는 나를 어째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오 ?"
그러나 丁公도 녹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당신 사정이지, 나는 알 바가 아니오. 나는 沛公이 들어오시기 前에는 이 問안으로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命令에 따를 뿐이오."
라며 완강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張良이란 사람이 沛公의 분부를 받들고 魯公을 찾아 뵈러 왔다>는 말씀만이라도 傳해 주시오."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오."
守門將 丁公이 안으로 들어가 項羽에게 그 말을 전하니, 항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좌우를 돌아보고 묻는다.
"張良이 劉邦보다 나를 먼저 만나겠다고 하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
그 자리에는 范增과 項佰등이 함께 앉아 있었다.
范增이 재빨리 입을 열어 말한다.
"張良은 일찍이 韓나라에서 宰相까지 지낸 智謨가 출중한 謨士입니다. 그는 지금 劉邦을 돕기 위해 覇上에 와 있사온데, 張良이 먼저 찾아왔다는 것을 보면, 장량은 필연코 主公을 설득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합니다. 장량은 우리에게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오니 차라리 이 기회에 그자도 없애 버리는 것이 上策이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項佰이 펄쩍 뛸 듯이 놀라며, 范增을 호되게 나무란다.
"主公께서 關中王이 되시려면 지금부터 人心을 너그럽게 베풀어야 할 터인데, 張良같이 어진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 무얼 어쩌자는 것이오. 또한 張良은 나하고는 둘도 없는 친구요. 내가 張良을 설득하여 우리 사람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이니, 절대로 張良을 해쳐서는 안 되오."
項羽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叔父와 張良은 그정도로 가까운 사이요 ?"
項佰이 대답한다.
"우리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막역한 친구사이입니다. 따라서 主公을 도와 달라고 제가 부탁하면 張良은 결코 거절하지 못 할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叔父의 말씀을 믿고 張良을 만나 보기로 합시다. 張良같은 賢士를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소 ?"
그리하여, 張良이 殿內로 들어왔는데, 戰내의 분위기가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먼저 項羽부터 갑옷으로 重武裝을 한데다가, 長劍까지 차고 있지않은가 ? 게다가 완전 무장을 한 병사들이 잔칫상 左右로 도열해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환영연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흡사 도살장 같은 살벌한 분위기여서 이것을 본 張良의 가슴이 서늘해 올 지경이었다.
장량은 항우에게 큰절을 올리고 난 後, 입을 굳게 다문 채 일부러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자 項羽가 궁금한 기색을 보이며 張良에게 말을 먼저 걸어온다.
"張公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어서 말씀을 해보시오."
張良은 그제서야 머리를 조아리며,
"매우 외람된 말씀이오나, 소생은 이곳에 들어와 보고 殿內의 분위기가 매우 못마땅하게 느껴졌사옵니다. 만약 魯公께오서 허락하여 주신다면, 우선 그 점부터 말씀드리고 싶사옵니다."
하고 말했다.
"전내의 분위기가 못마땅하게 느껴진다고.. ? 어떤 점이 못마땅하게 느껴지는지 말해 보시오."
"허락해 주시니 소생이 느낀 바를 기탄없이 여쭙겠습니다. 자고로 明主가 천하를 다스리는 요체(要諦)는 무력으로 위엄을 보이는 데 있지 아니하고, 德으로 慈愛를 베푸는데 있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러기에 참된 巨富는 재산을 믿고 교만하지 아니하고, 참된 强者는 약한 듯이 보여 위력을 과시하지 않는다고 하였사옵니다. 魯公께서 沛公을 초대하여 祝賀宴을 베풀어 주신다고 하옵기에, 그 자리에는 필연코 豊樂과 歌舞가 가득한 분위기가 지극히 和樂하리라고 小生은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온데 정작 이 자리에 와 보오니, 場內에는 重武裝한 병사들이 좌우에 도열해 있어서 분위기가 너무도 살벌하게 느껴지옵니다. 장내의 분위기가 이렇게 살벌해서야 어찌 和樂을 즐길 수 있으오리까? 魯公께서는 章悍과 아홉 번 싸워서 아홉 번을 모두 승리하신 만고의 名將이심은 천하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옵니다. 그러므로 勇猛을 굳이 과장해 보이지 않으시더라도 魯公의 위세를 어느 누가 모르오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魯公께서는 손님을 초대하는 이 자리를 삼엄하게 꾸며 놓으셨으니, 그것은 主人으로서의 禮儀를 벗어나는 일이 아닌가 하옵니다.
이러고서야 겁이 나서 손님이 어찌 마음을 놓고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겠나이까. 현명하신 魯公께서는 再考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張良의 辯論은 침착하고도 논리 정연하였다.그러면서도 항우의 不德함을 신랄하게 쏘아붙이는 말이었다.
張良의 말에 項羽는 크게 느끼는 바가 있었다. 더구나 이제부터 關中王이 되려는 그로서는"明主는 武力으로 위엄을 보이는데 있지 않고 德으로 慈愛를 베푸는데 있다"는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자기는 어디까지나 <명주(明主)>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자 項羽는 즉석에서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武裝한 군사들은 장내에 한 사람도 남지 말고, 모두 물러가 있거라."
그리고 자기 자신도 갑옷을 벗어 버리고 평복으로 갈아입었다.
무장한 군사들이 물러가자 張良은 머리를 조아리며 項羽에게 다시 아뢴다.
"오늘의 행사는 沛公께서 초대를 받고 오시는 것으로 되어 있사오나 실상인즉 진작부터 魯公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했던 것이옵니다. 그러하니 오늘의 會見은 魯公께서 초청하신 것으로 생각지 마시옵고, 沛公이 魯公殿에 인사로 찾아 오신 것으로 생각하여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項羽는 그 말에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沛公의 來訪을 나에 대한 禮訪으로 생각하라니 매우 기쁘오이다. 그러면 沛公을 속히 들어 오라고 하시오."
"沛公이 곧 입장하게 되실 것이옵니다."
張良이 물러 나가자, 옆에 있던 范增이 項羽의 태도에 걱정해 마지않으며 말한다.
"主公께서는 張良의 辯論에 결심이 흔들려서는 아니 되시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당초의 계획대로 유방을 죽이도록 하시옵소서. 그렇지 못하면 후일에 커다란 우환을 초래하게 되시옵니다."
"으음 그래 ? 그렇다면 처음의 방침대로 하겠소."
이윽고 劉邦은 張良을 거느리고 鴻門殿 宴會場에 들어섰다.
劉邦은 項羽와 의형제 결의를 맺은일이 있는지라, 단상에는 올라가지 않고 단하에서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면서 말한다.
"형님을 찾아 뵙는 것이 너무도 늦었사옵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소서."
그러나 항우는 이미 결심한 바가 있는 지라, 단상에서 劉邦을 굽어보며 다짜고짜 사나운 목소리로 따지듯 묻는다.
"그대는 그동안 세 가지 罪를 지었는데 그대는 자기 罪를 알고 있는가 ?"
劉邦은 허리를 정중하게 굽혀 보이며 대답한다.
"小弟는 일찍이 沛縣의 亭長으로 있을 당시 형님 휘하에 들어와, 秦나라를 정벌하는 데 있어서도 모든 일을 형님의 명령대로 거동했을 뿐이온데, 저에게 무슨 죄가 있으오리까. 소제 불민하여 자신의 罪를 잘 모르겠사옵니다."
"그대가 자기의 죄를 모르겠다니, 내가 분명히 일러주리라."
그리고 항우는 범증이 미리 일러준 대로 유방의 죄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첫째, 그대가 咸陽을 먼저 점령한 것은 좋았으나 王命도 없이 秦皇 '자영'을 마음대로 석방해 주었으니 그 죄가 하나요.
둘째, 그대는 민심을 회유하기 위해 秦나라의 법령을 마음대로 철폐하고 約法三章을 임의대로 선포하였으니 그 죄가 둘이요.
셋째, 그대는 군사를 파견하여 내가 藍田關에 입성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놓았으니 그 죄가 셋이다. 그대는 그래도 자기 죄를 모르겠다는 말인가 ?"
항우의 논고는 자못 추상같았다. 이런 항우의 險狀으로 보아 劉邦은 생명이 위태로움을
직감하였다.
그러나 劉邦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온건하고 침착하게 대답한다.
"제가 비록 어리석기는 하오나, 어찌 형님의 명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오리까. 형님께서는 노여움을 푸시고 제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잠깐만 들어 보아 주소서."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어서 말해 보라."
劉邦은 다시금 허리를 굽혀 보이며 말한다.
"첫째는 <秦皇을 석방해 준 데 관한 문제>이온데, 秦皇이 항복을 해 오기는 했으나, 그를 죽이고 살리는 것은 오직 형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지 제가 좌지우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를 붙잡아 놓고 형님이 入城하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지, 그를 석방해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영' 같은 重罪人을 어찌 감히 제 맘대로 석방할 수가 있으오리까.
그 점, 오해를 풀어 주시옵소서."
그 말을 듣고 항우는 수긍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묻는다.
"그 문제는 그렇다 치고, 秦나라 法令을 어째서 마음대로 철폐했으며, 무슨 이유로 約法 三章을 선포했는가?"
유방이 다시 대답한다.
"咸陽에 들어와 보니, 秦나라의 학정이 얼마나 가혹했던지 백성들은 모두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만약 秦나라의 法令을 철폐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이 바뀐 새나라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여길 것 이기에 저는 秦法을 신속히 철폐함과 동시에, 형님의 德을 높여 드리고자 約法三章이라는 것을 선포하였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백성들은 저의 처사를 크게 환영하면서, <先峯將이 이렇게 후덕할진데, 총사령관인 項羽 장군이 入城하시면 우리에게 얼마나 더 크고 많은 덕을 베풀어 주실 것인가?> 하고 백성들은 저마다 형님께서 하루속히 입성해 주시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小弟는 모든 일을 형님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해 처리했을 뿐이지, 그 외에는 다른 뜻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이론이 정연한 대답이었다.
項羽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세번째 罪를 추궁한다.
"그 문제는 그렇다 치고, 藍田關에 군사를 배치하여 나를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무슨 이유였는가 ?"
유방이 다시 대답한다.
"남전관에 군사를 배치했던 것은 형님의 入城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고, 秦나라의 패잔병과 도둑들이 난동을 쳤기 때문에 그들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형님께서는 兄弟간의 정의를 생각하시와 부디 오해를 깨끗이 풀어 주시옵소서."
유방은 어디까지나 情理에 호소하였다.
項羽는 본래 우둔하고 단순한 성품인지라, 유방의 설명을 듣고 보니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어 보였다.
(흐음... 유방이 나를 위해 제딴에는 제법 애를 써왔 구나.)
項羽는 그런 생각이 들자 유방을 의심했던 것이 오히려 미안하기 까지 하였다. 그리하여 몸소 단하로 내려와 유방의 손을 다정히 잡으며 단상까지 끌어올라가며 말한다.
"沛公의 설명을 듣고보니 모든 오해가 깨끗이 풀렸소. 실상인즉, 패공의 휘하에 있는 左司馬 조무상이라는 자가 '劉邦은 모반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다'는 밀서를 보내 왔기로 나는 그 밀서의 내용을 믿고 沛公을 일시나마 의심하게 되었던 것이니 과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오."라고 하는게 아닌가?
# 列國誌 69
** 鴻門宴會 2
劉邦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는 크게 놀랐다. 그러나 겉으로는 태연하게,
"曺無傷이라는 者가 형님에게 어떤 밀서를 보냈는지는 모르오나, 하챦은 자의 밀서로 인해 이 아우에게 일시나마 의혹을 품고 계셨다니 매우 섭섭하옵니다. ! "
하고 일부러 生 쇼(Show)를 벌이기까지 하였다.
項羽도 겸연적은 듯 웃으며 말한다.
"내가 아니어도 나를 배반하는 자가 있다는 密書를 받아 보았다면 누군들 의심을 하지 않으리오.
자, 이제 지난 일은 잊고 오늘은 술이나 마음껏 들기로 합시다."
두 사람이 단상으로 올라와 酒案床 중앙에 좌정하자 范增, 陣平, 張良, 項佰 等도 左右에 배석하였다.
그러자 項羽가 시종을 돌아보며 命한다.
"지금 막사에는 점령지의 諸侯들이 나를 찾아와 기다리고 있으니, 그들도 이 자리로 불러 함께 즐기도록 하라."
명령에 의해 점령 지의 제후들 수십 명이 들어와 宴會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북적이며 성대하게 벌어지게 되었다.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가자, 백여 명의 樂匠들이 동원 되어 三絃 六角의 풍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수십 명의 舞姬들이 나비처럼 춤을 추고 돌아갔다.
그러나 范增만은 마음이 초조하여 술 마실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劉邦의 능수 능란한 言辯에 속아 첫번째의 계략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으니, 이제는 두 번째의 계략으로 劉邦을 죽여 버려야 할텐데, 項羽 장군은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가 ?)
范增이 項羽의 동태를 살펴 보니, 項羽는 술을 계속 들면서 웃고 떠들기만 할 뿐 劉邦을 죽일 기색은 전혀 보이지않았다.
두 번째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는 范增이 술잔으로 식탁을 세 번 두드리면 項羽가 손을 들어 신호를 내리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范增이 아무리 술잔을 두드려도 項羽는 손을 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항우는 왜 范增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손을 들지 않았을까 ?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劉邦을 죽일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項羽 생각으로는 劉邦은 '죽일 가치가 없는' 촌뜨기 武士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范增은 劉邦을 대단한 인물로 보고 있지만 내가 보아서는 보잘것 없는 村夫에 지나지않는다. 제후들이 보는 앞에서 이같은 위인을 줄인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된단 말인가 ?)
항우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范增은 점점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제2의 계략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제는 제3의 계략대로 劉邦을 大醉하게 만들어 죽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자, 范增은 진평에게 눈짓을 보냈다. 劉邦에게 술을 권하는 책임을 陣平에게 맡겨놓았기 때문이었다.
陣平은 곧장 劉邦에게 다가와 커다란 술잔에 술을 따라 올렸다.
"沛公께서는 이 술잔을 받아 주시옵소서. 오늘 宴會에서 본인은 술을 따라 올리는 책임을 맡고 있사옵니다."
陣平이 그렇게 말을 하며 유방을 정면으로 바라보니, 劉邦의 觀相은 첫눈에 보아도 帝王之相이 아닌가 ?
(아 ! 이렇게 훌륭하게 생긴 인물을 죽이는 것은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范增은 사람을 잘못 보고 劉邦을 죽이려고 하는데, 帝王之相의 觀相을 가진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될 일이다 !)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자 진평은 劉邦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하여 유방에게 술을 권하면서도 술의 量을 조절하여 조금씩 따라주었다.
劉邦은 진평의 그러한 뜻을 알아채고, 진평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렇게 술을 마시게된 劉邦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전혀 醉하지 않았다. 마신 술의 양이 정도를 넘어야만 취기로 추태를 보일터인데, 酒席에서의 유방의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의범절이 흐트러짐이 없었다.
范增은 제3의
計略마저 실패로 돌아가게 되자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劉邦을 오늘 죽여 없애지 않으면 후일에 커다란 화근이 될 것이 분명한데, 이제는 별 수 없이 자객을 써야겠구나 ! )
范增은 이렇게 결심하고 하수인을 찾아 밖으로 나왔다.
그리하여 사방을 둘러 보며 적당한 인물을 찾아보고 있노라니, 항우의 從弟인 項莊이 눈에 띄였다.
(옳지! 저 친구라면 무술도 能하고 또 더더구나 항우의 동생이 아닌가 ? 그렇다면 劉邦의 목을 따는 중요한 임무를 성공할 수가 있겠다 ! )
范增은 項莊에게 이날의 계략을 상세하게 알려 주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主公은 인정이 많으셔서 劉邦을 죽이려고 하시지 않으니, 그대가 연회장에서 劒舞를 추다가 기회를 보아 劉邦의 목을 반드시 베어 버리도록 하라. 만약 이 일을 성공시키는 날이면 그대는 1等 功臣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項氏一門은 滅門之禍를 당하게 될 것이다."
項莊이 대답한다.
"劉邦을 죽이는 일은 걱정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리고 項莊은 연회장으로 들어와 項羽에게 절을 올리며 말한다.
"무사들의 술자리에는 劍舞가 따르는 법이온데,이 자리에는 풍악만 있을뿐, 劍舞가 없사옵니다.
제가 검무를 추어 손님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사온데 主公께서는 허락해주시옵소서."
"劍舞?...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로구나. 沛公께서 멀리서 찾아오셨으니, 네가 劍舞를 재주껏 추어 主賓을 즐겁게 해 드리도록 하여라."
항우는 기꺼이 허락해 주었다.
項莊은 그때부터 유방의 앞을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면서 長劍을 뽑아들고 번개치듯 칼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張良은 그 광경을 보고 큰일났다 싶어, 맞은편에 앉아 있는 項佰에게 구원의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項佰이 바로 劍을 들고 나와 項莊과 어울리면서 말한다.
"劍舞에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 법이지, 내가 자네의 상대가 되어줄 것이니, 우리 한바탕 어울려 보자꾸나."
項佰은 그러면서 項莊이 劉邦에게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으며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項佰이 劉邦을 죽이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張良은 아슬아슬한 이 광경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樊噲를 불러오려고 부리나케 밖으로 달려 나오려는데 수문장 丁公과 壅齒가 앞을 가로막으며 외친다.
"윗 분의 분부가 있기 전에는 아무도 이 門을 나가지 못하오."
張良은 일순간 눈앞이 아뜩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재빨리 기지를 발휘했다.
"沛公이 魯公에게 드리려고 秦나라의 옥새(玉璽)를 가지고 오셨소. 그런데 그 옥새를 번쾌 장군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옥새를 가지러 나가는 길이오."
그러나 范增으로부터 지침을 받은 수문장들에게는 그 것조차도 통하지 않았다.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윗분의 분부가 있기 전에는 절대로 내보낼 수 없소."
마침 그때, 조금 前 劉邦에게 호의를 보인 陣平 장군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 陣平 장군 !
魯公에게 바칠 옥새를 가지러 잠깐 밖에 나갔다 와야하는데, 수문장들이 못나가게 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하면 좋겠소 ?"
張良은 陣平에게 큰소리로 호소하였다.
陣平은 張良이 무 때문에 밖으로 나가려는지 그 이유를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張良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수문장에게 큰소리로 지시한다.
"主公께서 옥새를 빨리 가져 오라고 말씀하셨다. 옥새를 가지러 가는 사람을 왜 못 가게 하느냐 ?"
張良은 그 틈에 밖으로 달려나와 번쾌를 붙잡고 宴會場內에서의 긴급 사태를 말한다.
"項莊이 劍舞를 추면서 沛公을 해치려 하고 있으니, 장군이 빨리 들어가 이 사태를 막아야 하겠소."
"알겠습니다. 小將이 목숨을 걸고 沛公을 지키겠습니다."
樊噲가 장내로 들어가려고 하자 또다시 수문장이 앞을 가로막는다.
"저 사람은 魯公에게 옥새를 바치려고 들어가는 사람이오."
樊噲는 張良의 기지로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四大天王처럼 문간에 버티고 서서 항우를 노려보았다.
樊噲는 키가 9척(2m 70cm)인 데다가 얼굴은 온통 시커먼 수염으로 덮여있었고 , 손에는 長劍을 쥐고 項羽를 노려보는 모습이 보기만 하여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項羽는 樊噲를 바라보고 저으기 놀라며 측근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누구냐 ?"
張良이 재빨리 대답을 가로맡는다.
"저 사람은 沛公의 警護將이온데 이름은 樊噲라고 하옵니다."
"아, 그래요 ? 과연 장사다운 풍채로다!.. 여봐라, 저 사람에게 큰 술잔으로 술을 한잔 따라 주도록하여라 ! "
번쾌는 커다란 술잔을 받자 선 자리에서 단숨에 들이켜 버렸다.
항우는 그 광경을 보고 거듭 놀라며 말한다.
"과연 장사로다 ... 더 마시겠는가 ?"
번쾌가 대답한다.
"小將은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각오이온데, 어찌 술을 사양하겠소이까 ?"
項羽가 다시 묻는다.
"죽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무슨 소린가? 누구를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단 말인가 ?"
樊噲가 다시 대답한다.
"일찍이 秦王은 포악하게도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죽였기 때문에 천하가 모두 그를 배반했던 것이옵니다. 楚懷王께서는 咸陽에 먼저 入城한 사람을 關中王으로 封하시겠다고 말씀하신 사실도 있었으나, 沛公은 함양을 먼저 점령하고 나서도 財物과 宮女들에게 일체 손을 대지 아니하고 魯公께서 入城하시기를 고대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魯公께서는 그런 공로에 대한 칭찬은 못해 주시나마, 소인배들의 참소의 말만 듣고 項莊을 내세워 沛公을 해치려고 하고 있으니, 이것은 亡秦의 폭거와 무엇이 다르오리까 ? 만약에 項莊이라는 자가 沛公을 끝까지 해치려고 한다면, 小將이 목숨을 걸고 沛公을 지킬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樊噲의 눈에는 섬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項羽는 樊噲의 항변을 듣고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沛公은 나와 함께 이렇게 情답게 앉아 있는데 누가 沛公을 해치려고 한다는 말인가? 자네는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네그려."
樊噲가 다시 항변한다.
"아니옵니다. 項莊이라는 자가 劍舞를 추다가 沛公을 해치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소장이 어찌 그것을 모르고 함부로 말하겠습니까 ?"
"자네가 그토록 의심스럽다면 劍舞를 더 이상 못 추게 하면 될 게 아닌가 !"
그리고 항우는 項莊을 보며 명령을 내린다.
"너는 당장 劍舞를 중지하고 물러가거라 ! "
그러자 項莊은 劍舞를 중단하고 물러가 버렸다. 항우가 번쾌에게 다시 묻는다.
"項장을 쫒아냈으니 이제는 안심이 되는가 ?"
"예, 이제는 마음이 놓이옵니다."
"그렇다면 이리 와서 나하고 술이나 같이 나누세. 沛公을 위해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하겠다는 자네의 충성심에 감탄해 마지않는 바이네."
이리하여 항우와 樊噲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연달아 퍼 마시는 바람에 항우는 마침내 정신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醉해 버렸다.
張良은 그 틈을 타서 유방을 부추겨 밖으로 빠져 나왔다. 그러나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守門將 丁公과 壅齒가 출입문에 버티고 서서 앞을 가로막는다.
이런 진퇴 양난에 빠져 있을 때, 陣平 장군이 눈치를 채고 뒤로 따라나와 수문장에게 큰소리로 명령한다.
"魯公께서 大醉하셔서 沛公을 돌아가시게 하라는 명령이 계셨으니, 門을 빨리 열어 드려라."
이리하여 張良이 劉邦을 모시고 밖으로 나오니, 문 밖에는 근흠, 기신, 夏侯영 等의 장수들이 유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張良이 그들에게 命한다.
"沛公을 빨리 覇上으로 모시고 돌아가오."
劉邦은 수레에 올라타며 張良에게.
"선생도 나와 함께 돌아가셔야 합니다.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나시오."
張良이 대답한다.
"저까지 돌아가 버리면 후환이 따를것입니다.
저는 남아 있다가 뒷수습을 하고 돌아가야 후환이 없을 것이옵니다."
유방은 뛸 듯이 놀란다.
"이런 위험한 곳에 혼자 남아 계시다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지금 당장 돌아가셔야 합니다."
"제가 뒷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 버리면 큰 탈이 나옵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빨라 돌아가시옵소서. 저도 수일 내로 돌아가겠습니다."
張良은 劉邦을 서둘러 覇上으로 보내놓고 스스로 남았다.
劉邦이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자 范增은 가슴을 치며 탄식을 한다.
<아아, 내가 그처럼 치밀한 계획을 세웠지만 劉邦이 살아서 돌아갔으니, 하늘의 뜻이 그에게 있다는 것인가 ?
아니면 項羽 장군이 너무도 우둔한 탓인가 ! >
# 列國誌 70
** 張良의 起死回生
張良은 劉邦을 먼저 돌려보내고 項羽가 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항우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沛公은 어디 있 느냐 ?"
張良은 항우가 술에서 깨어 劉邦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와 허리를 굽히며 아뢴다.
"沛公은 술이 大醉하여 覇上으로 먼저 돌아가시면서, 저더러 남아 있다가 魯公께 인사를 올리고 돌아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項羽는 그 말을 듣자마자 크게 怒하여 말한다.
"유방이 나에게 인사도 없이 지맘대로 가버렸단 말인가? ! 세상에 그런 무례한 者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 "
范增은 이때다 싶어 항우에게 말한다.
"沛公은 겉으로는 유약한 듯 꾸미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野望을 품고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를 죽여버리고자 세 가지 계략을 세웠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골탕을 먹인 사람은 다름아닌 張良입니다. 이런 괘씸한 者를 지금이라도 斬刑에 처하시옵소서."
項羽는 范增의 말을 듣고 불같이 怒하며, 張良을 노려보며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여봐라 ! 저놈을 당장 끌어내 목을 베어 버려라 !"
명령이 떨어지자 기골이 장대한 호위 병사들 4~5명이 달려들어 張良을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張良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項羽를 바라보며 말한다,
"본인은 죽기 전에 魯公 殿에 충고의 한말씀만 드리고 싶사옵니다. 죽일 때 죽이더라도 魯公의 장래를 위하여 드리는 말씀이오니 꼭 들어 주시옵소서."
"이놈아 ! 죽을놈이 나에게 무슨 할말이 있다는 것이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해보아라 ! "
張良은 단정히 꿇어 앉아 조용히 입을 열어 말한다.
"우선 魯公께서는 저에 대한 오해부터 푸시옵소서. 魯公께서는 저를 沛公의 부하로 알고 계시는 모양이오나 저는 韓나라의 宰相일 뿐, 沛公의 사람이 아니옵니다. 沛公의 부하가 아닌 제가 무엇 때문에 沛公을 위해 魯公을 속이려 하겠습니까 ? 지금 魯公의 權勢가 만 천하에 떨치고 있는 이때, 제가 왜 어리석게 沛公의 편을 들겠습니까?
魯公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沛公을 제거하는 일은 손바닥을 뒤집는 일보다도 쉬운 일이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魯公께서 술자리를 빌어 沛公을 제거하려 하셨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計策이옵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죽이는 데도 명분이 있어야 하는 법이온데, 천하의 대왕이 되실 魯公께서 술자리를 빌어 沛公을 죽였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魯公을 얼마나 비웃겠사옵니까?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다면, 萬人이 우러러 보는 大王이 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바라옵건데 魯公께서는 저를 죽이기보다 저를 覇上으로 보내 주시옵소서. 그러면 제가 秦國의 옥새와 중보(重寶)들을 모두 魯公에게 갖다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玉璽를 손에 넣으셔서 천하의 주인이 되시면 魯公을 우러러 받들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사옵니까? 그러나 지금 저를 죽이시면 옥새는 魯公의 손에 영원히 들어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沛公이 옥새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면 천하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옵니다. 이런 점을 깊이 참작하시기를 바라옵니다."
유유히 흐르는 大河 長江처럼 張良의 유려한 논리에는 한치의 빈틈도 없었다.
항우는 張良의 말을 듣고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더구나 자신이 옥새를 가지지 못하게 되면 天下 大勢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말에는 가슴이 철렁하는 충격을 느꼈다.
항우는 한동안 침묵에 잠겨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들어 張良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 그대를 살려 준다면 秦나라 옥새를 틀림없이 가져 오겠는가 ?"
張良이 대답한다.
"이를 말씀입니까 ! 저를 覇上으로 보내 주시기만 하면 반드시 옥새를 갖다 바치겠습니다."
范增이 옆에서 참고 듣다 못 해 項羽에게 告한다.
"張良은 죽지 않으려고 잔꾀를 부리는 것이옵니다. 그 꾐에 넘어가 저자를 살려 보내서는 아니되옵니다."
그러나 항우는 <옥새를 가져다 바치겠다>는 말에 혹해서 張良을 죽일 생각이 없어져버렸다.
오히려 范增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즉석에서 꾸짖는다.
"軍師의 말대로 鴻門宴 연회에서 劉邦을 죽였더라면 나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오."
그리고 張良에게 다시 말한다.
"그대를 覇上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 秦나라 옥새를 반드시 가져오시오. 약속을 어기면 나는 백만 대군을 일으켜 유방의 군사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이오."
"천지 신명께 맹세코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張良은 다시 한 번 굳은 언약을 한 후, 패상으로 돌아왔다.
劉邦은 張良을 보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내가 죽지 않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선생의 덕택이었습니다. 나는 돌아오자마자 변절자 曺無傷의 목을 베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선생은 어떻게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었습니까 ?"
張良은 그간의 사정을 소상하게 설명을 하고 말한다.
"項羽 장군은 沛公께서 인사도 없이 돌아가셨다고 크게 분노하면서 저의 목을 베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秦나라 옥새와 보물들을 항우 장군에게 갖다 바치기로 약속해서 살아 돌아올 수가 있었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묻는다.
"옥새란 전국(傳國)의 보배요. 그것을 項羽에게 갖다 주면 나는 어쩌란 말씀이오 ? 그 언약은 설마 지키려고 약속하신 언약은 아니겠지요 ?"
"아니옵니다. 일단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옵니다."
劉邦은 장량의 대답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따지듯이 말한다.
"이제 알고 보니, 선생은 나를 위한 사람이 아니라 項羽를 위한 사람이었구려. 옥새를 내준다는 것은 <關中王>의 자리를 내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인데 나더러 어찌 옥새를 項羽에게 내주라는 말씀이오 ?"
劉邦의 불만은 당연히 있을 수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張良의 태도는 어디까지나 침착하였다.
"沛公께서는 분노를 거두시고 이 문제를 좀더 巨視的으로 생각해 보시옵소서."
"玉璽를 내주자면서 무엇을 거시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말씀이오 ?"
劉邦의 분노는 여전하였다.
劉邦이 張良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張良은 다시 설명한다.
"매우 외람된 말씀이오나, 저의 計略을 자세히 들어주소서. 지금 우리가 옥새를 내주지 않으면, 項羽가 백만 대군을 휘몰아 우리에게 쳐들어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玉璽를 빼앗기게 되는 것은 물론, 沛公께서는 포로의 신세를 免하기가 어려우실 것이옵니다. 옥새란 하나의 물건에 불과한 것이지, 그 것으로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옵니다. 명분없이 옥새를 가지고 있더라도 德을 쌓지 못하면 천하를 잃게 되지만, 비록 옥새가 없더라도 德을 쌓아가신다면 천하는 절로 얻게 될 것이옵니다.
그런고로, 沛公께서는 옥새를 미련없이 내주시어 項羽를 기쁘게하여 의구심을 가시게 하 시옵소서. 그리하면 항우의 의심이 자연스레 풀릴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沛公께서는 원대한 포부를 펼치는 기회가 생기게될 것이오니 그 사이에 德을 쌓고 富國强兵策을 펼쳐 지경을 넓혀가시도록 하옵소서. 그러면 옥새가 없더라도 천하는 沛公께 저절로 귀속되어 올 것이옵니다."
劉邦은 張良의 말을 다 듣고나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張良의 손을 힘차게 잡으며 말한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실로 내가 어리석었소이다. 옥새를 미련 없이 내드릴 테니, 오늘이라도 項羽에게 갖다 주소서."
다음날, 張良은 鴻門으로 項羽를 찾아와 玉璽와 重寶를 바치며 말한다.
"약속드린 대로 옥새를 가지고 왔사옵니다. 실은, 沛公께서 직접 가지고 오셔야 옳을 일이오나 어제 대취하셨던 관계로 몸이 불편하시어 제가 대신 가지고 왔사옵니다."
項羽는 크게 기뻐하면서 玉璽와 寶玉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과연 천하의 보물이 틀림없구나 ! "
한점의 티끌도 없는 보옥들은 들여다 볼 수록 영롱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항우는 더할 수 없이 기뻐하다가, 玉으로 된 술잔 하나를 范增에게 집어 주면서,
"이 玉盃를 軍師에게 드릴 터이니, 앞으로는 이 잔으로 술을 드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자 范增은 그 玉盃를 받아들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劍으로 산산조각이 나도록 깨뜨려 버리며,
(아! 項羽는 더불어 천하를 도모할 바가 못 되는구나 ! 장차 천하를 얻을 사람은 沛公이 분명하다. 우리에게는 沛公의 목이 필요하지, 이까짓 술잔 따위가 무슨 보배란 말인가? 우리는 언젠가는 패공에게 포로의 신세를 免하기가 어려우리라.)
하고 혼자말로 탄식을 하고 있었다.
項羽는 范增이 자신이 하사한 玉盃를 깨뜨리는 것을 보고 大怒하였다.
"내가 특별히 내려 준 玉盃를 왜 내동댕이쳐 깨뜨리는게요 ?! "
范增은 눈물을 흘리며 대답한다.
"그 옛날 齊나라의 威王은 魏나라의 惠王이 照車라는 수례를 보배라고 자랑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비웃으면서, <나에게는 네 명의 賢臣이 있으니, 그보다 더 귀한 보배가 어디 있겠느냐> 하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물질적인 보배를 가볍게 여기고, 어진 신하를 귀하게 여겨온 그런 지혜를 主公께서는 본받도록 하소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劉邦의 목일 뿐, 그가 보내 온 옥새나 보물 따위는 아니옵니다.
그런데도 主公은 그가 보내 준 옥새와 보물을 받아 들고 더없이 기뻐하시니, 이 어찌 탄식할 일이 아니오리까? 主公께서 臣에게 玉盃를 하사하신 그 은총은 십분 고맙게 생각하고 있사오나, 지난날의 일들은 너무도 한탄스럽사옵니다."
項羽는 范增의 말을 듣고서야 노여움을 풀고 범증을 달래듯이 말한다.
"劉邦은 사람 됨됨이가 워낙 나약한 까닭에 큰 일을 도모할 인물이 못 되오. 軍師는 무엇이 걱정되어 이토록 겁을 내시오 ?"
范增이 다시 대답한다.
"그 옛날 鄧王은 楚文王을 죽이지 않았다가 楚나라에 亡했고, 楚王은 晋文公을 죽이지 않았다가 秦나라에 亡한 역사가 있사옵니다. 主公께서는 沛公을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내셨사온데, 이것은 마치 龍을 바다에 놓아주고, 호랑이를 산에 놓아준 것과 다름이 없어서 다시는 붙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張良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하여 곧바로 항우에게 말하였다.
"老師께서는 지나친 杞憂를 하고 계시옵니다. 沛公께서는 魯公을 형님으로 받들어 모시고 계시온데, 어찌 다른 뜻이 있으오리까?
부디 지나친 걱정은 거두어 주시옵소서."
項羽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張公의 말씀이 옳소이다. 劉邦처럼 나약한 者가 어찌 감히 내게 항거할 수 있겠소?."
그리고 잠시 말을 중단했다가 張良에게 다시 말한다.
"張公은 劉邦의 그늘에 머물러 있어 보았자 별 볼일이 없을 테니, 이제부터는 그를 떠나 나를 도와주면 어떻겠소 ? "
范增은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놀라며 項羽의 귓가에 입을 갖다 대고 말한다.
"우리는 張良을 죽이려다 실패 하였는데, 이런 자를 붙잡아 두어 무엇에 쓰실 것이옵니까? 내놓고 우리를 해치려는 者는 막아 내기가 쉬워도, 장량처럼 그늘에 숨어서 우리를 해치려는 자는 막아내기가 어려운 법이옵니다."
참으로 옳은 말이었다.
그러나 項羽는 范增의 諫言을 우습게 여기며 대답한다.
"우리에게 갇혀 있는 몸이 무슨 용을 쓴다고 그런 걱정을 하시오 ?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軍師는 조금도 걱정 마시오."
이리하여 張良은 본의 아니게 項羽의 진영에 연금 아닌 軟禁 상태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