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뉴스1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팀’이29일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사무실과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 주거지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대장동 의혹은 복잡한 실타래가 뒤엉켜 있다. 그 의혹의 중심에는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가 어떻게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 이 회사와 관련해 거론되는 정·관계 인사가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이 있다.
그 중 사업적인 측면에서 핵심 쟁점 중의 하나가 민간회사인 화천대유가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다. 지난2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 측이 내놓은 설명 자료에는 “(대장동 사업은)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특혜를 환수한 것이 핵심”이라며 “민간사업자는 모든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다. ‘위험은 민간이, 수익은 공공 우선’이 실질에 맞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성남시 산하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사업자인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각각 지분 ‘50%+1주’와 ‘50%-1주’를 소유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의뜰’을 만들었고 사업의 수익 크기와 무관하게 성남도시개발공사가5503억원을 환수하게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컨소시엄에 포함된 화천대유는 지분 ‘1%-1주’를 가졌다. 결국 사업이 성공하면 민간사업자는 큰 이득을 보지만 실패하게 되면 빚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캠프 측 자료는 이를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riskhighreturn·고위험 고수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천대유와 그 대표가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에 기반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 대출금7000억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상환을 부담해야 한다. 개발사업이 잘 안되면, 본인도 망해서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정도 망가지게 된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2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진상조사를 위해 판교 대장동 일대를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그런데 대장동210번지 등기부등본과 신탁원부에 따르면 성남의뜰은2017년 1월 4일 토지를 취득한 뒤 1월10일 하나자산신탁에 소유권을 넘긴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부동산 신탁을 한 것이다. 그런 뒤10개월 뒤인2017년11월 7일 신탁계약을 변경하고 이튿날 이를 신탁원부에 반영하게 된다.
변경된 내용은 ‘우선수익자’ 공동 3순위에 모두24개(중복 포함) 법인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우선수익자는 위탁자(성남의뜰)의 채권자들인데, 사업 도중 문제가 생겨 강제집행절차 등이 진행되면 수탁자(하나자산신탁)에게 신탁수익의 배분을 요구하는 권리를 갖는다. 이들24개 법인(중복 포함)에게 빚을 진 채무자는 성남대장제일차(주), 성남대장제이차(주), 성남대장제삼차(주)이며 각각1176억5000만원,1017억9000만원,1019억2000만원 등 모두3213억6000만원이 수익권증서금액의 총합이다.
그렇다면 성남대장제일차는 어떤 회사일까. 한국기업평가의 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차주(돈을 빌리는 측) 성남대장제일차는 화천대유자산관리(사업주)에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설립된 특별목적회사(SPC)로 돼 있고 ‘사업주는 대장동A1BL(블록) 일원에서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을 토지신탁(신탁회사: 하나자산신탁) 방식으로 진행 중’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결국 성남대장제일차·제이차·제삼차는 각각 공동주택 분양용지인A1·A2·A11구역 개발을 위해 화천대유에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인 셈이다. 실제 신탁원부에는 공동 3순위 우선수익자 추가 설정을 위한 신탁보수8000만원의 부담주체로 화천대유를 명시하고 있다.
종합하면 ‘성남의뜰이 개발용지를 사들여 공공용지를 조성하기 위해 그 땅을 하나자산신탁에 맡기는 신탁계약을 맺었고, 화천대유가 돈을 빌릴 때 신탁된 땅을 담보로 쓸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수익권증서금액의 총합인3213억6000만원이 일종의 빚 보증인 셈이다.
이는 “민간사업자는 모든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라는 이 지사 측 캠프 설명 자료와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화천대유와 성남의뜰이 개발용지 분양 계약을 맺었더라도 등기부등본을 보면2017년11월엔 화천대유가 아직 소유권을 갖지 못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쉽게 말해 땅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담보를 미리 제공한 것으로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라며 “왜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보증을 서주냐”고 했다.
야권에선 “화천대유와 성남의뜰이 이러한 거래를 하게 된 이유가 뭔지, 또한 주택용지 계약을 하면서 별도의 특약을 맺었는지 등을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본지는 이날 성남의뜰과 화천대유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