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楚漢誌 21
※ 三秦王의 制壓
章悍은 廢丘城으로 가까스로 돌아왔지만, 몸과 마음에는 지난 전투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싸울 의욕이 전혀 없었다.
그리하여 全軍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我軍은 敵과 일체 응전하지 말고, 성문을 굳게 닫고 오직 수비만 하라. 조만간 적이
대거 공격해 올 것이나, 우리의 성은 워낙 鐵壁이라 그냥 두어도 결코 함락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왕년에 천하를 주름잡던 章悍이 내린 명령치고는 너무도 굴욕적인 대응책이었다.
바로 그 다음날, 漢나라 군사들은 廢丘城을 겹겹히 포위하고 본격적으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공격은 치열하였다.
그러나 폐구성은 사방이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白水 大江이 폐구성을 둘러싸고 있어서, 단순한 무력 공격만으로는 도저히 함락시킬 수가 없었다.
한군 대장 叔孫通과 張倉 등은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효과가 없자, 大元帥 韓信에게 품한다.
"지금처럼 廢丘城을 공격해서는 성을 함락시킬 가망이 없사옵니다. 게다가 司馬欣과 동예의 지원군까지 몰려온다면, 우리가 점점 불리해질 것입니다. 元帥께서는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 주시옵소서."
韓信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지않아도 지금 새로운 계책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오. 폐구성을 닷새 안에 함락시킬 전략을 구상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시오."
그리고 韓信은 大將 曺參을 아무도 모르게 廢丘城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산 위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리하여 멀리 바라다보이는 廢丘城을 손으로 가리키며 曺參에게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바라보는 바와 같이, 폐구성은 白水 大江의 두 江으로 둘려싸여 있소. 산에서 흘러 내려오던 강물이 두 줄기로 갈리면서, 한 쪽 물은 폐구성의 東쪽으로 흘러가고 있고, 다른 한 가닥 물은 폐구성 西쪽으로 흘러가고 있단 말이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소 ?"
"예, 알겠습니다."
韓信은 계속한다.
"우리가 단순한 무력 공격만으로는 廢丘城을 함락시킬 수가 없는바, 이제는 水攻으로 敵을 함몰시켜야겠소. 장군에게 군사 3 千을 줄 테니, 장군은 지금부터 그들로 하여금 모래주머니를 만들게 하여, 東西의 江 물줄기를 막는 보(洑)를 높이 쌓아 올리도록 하시오. 마침 장마 직후라 물이 무척 풍부하니 보를 높이 쌓았다가 일거에 터뜨려 버리면, 모든 물이 폐구성으로 휘몰아쳐 들어가, 우리는 싸우지 않고도 敵을 순식간에 水葬시켜 버릴 수가 있을 것이오."
韓信은 曺參에게 白水 大江 源流에 洑를 쌓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번에는 叔孫通에게,
"장군은 廢丘城을 포위하고 있는 군사들에게 앞으로 닷새 동안 계속 공격을 하도록 하시오. 그런 후, 닷새째 되는 날 자시(子時 : 자정 전후) 부터 군사들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두 山上으로 철수시키시오.
한신은 水攻作戰의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서 물맊이 洑를 쌓는 동안 공격을 계속하도록 僞裝戰術을 지시하는 것이었다.
한편, 章悍은 일체 싸울 생각은 않고 성안에만 틀어밖혀 있었다. 그러나 적의 화살이 공중에서 빗발처럼 계속 쏟아져 내려오는 데는 불안하지 않을 수없었다.
그런데 엿새째 되는 날 새벽이 되자, 갑자기 그렇게 날아오던 화살이 단 한 개도 날아오지 않고 敵陣은 쥐죽은 듯이 고요한 것이 아닌가 ?
章悍은 무척 의심스러웠다.
"敵陣이 별안간 조용해졌으니, 이게 웬일이냐 ?"
"적은 화살이 떨어져서 아에 철수를 해버린 것이 아닐까요 ?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장수 하나가 망루에 올라가 적정을 살펴보고 오더니,
"개미떼처럼 들끓던 그 많은 漢나라 군사들이 밤 사이에 모두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한 놈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며, 한마디 덧붙여 말한다.
"아무리 공격을 해도 우리가 일체 반응이 없으니까, 기진 맥진하여 깨끗이 철수해 버린 것이 확실합니다."
章悍은 그 보고를 듣고 무릎을 치며,
"그러면 그렇지 ! 제까짓 것들이 제아무리 공격을 해보았자 결코 함락될 우리의 城이 아니다. 이제는 마음놓고 편히 쉬도록 하여라."
章悍의 입에서 그런 말이 떨어지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거대한 물소리와 함께 江물이 노도처럼 휘몰아쳐 오기 시작하더니, 성안이 삽시간에 물바다가 되어 버리는게 아닌가?
"이게 웬 물이냐 ?! "
군사들은 난데없는 물난리에 허우적거리며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랐다.
江물은 시시 각각으로 불어나 넘쳐 쏟아져 들어오는 물길에 人馬가 떠내려갈 지경이 되다보니, 城안은 그야말로 물 지옥을 방불케하였다.
하늘은 맑게 개어 있는데, 난데없는 江물이 휘몰아쳐 오고 있는 현상 ! 그것은 白水 大江의 물을 닷새 동안이나 가두어 두었다가 한꺼번에 洑를 터뜨려 놓은데서 온 인위적인 물난리였지만 章悍은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쨌거나 章悍은 영문도 모르는 물난리를 피해 몇 명의 장수들과 함께 북문으로 빠져나와 桃林城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韓信은 山위에 몸을 숨기고, 章悍이 도망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曺參에게 命한다.
"章悍이 廢丘城을 버리고 桃林城으로 쫒겨갔으니, 이제는 城안의 물을 빨리 빼도록하고 城內 정리를 신속히 하도록 하시오. 정리가 끝나면 大王 殿下를 廢丘城으로 모셔 와야 하오."
이와같이 韓信은 廢丘城을 水攻 작전으로 점령한 後, 漢王을 모시고 창고에 쌓여 있던 곡식을 城안의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오랫동안 가혹한 收奪에 시달려 오던 백성들은 漢王을 입을 모아 칭송한다.
한편,
櫟陽城(역양성 : 2020년 현재 陝西省 臨潼縣 北東에 위치)에 있는 색왕(塞王) 司馬欣은 章悍이 廢丘城을 빼앗기고 도림성으로 쫒겨 갔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리하여 대장 李芝를 불러 긴급 대책을 논의하였다.
"韓信이 廢丘城을 점령했다니, 이제는 우리에게 쳐들어 올 게 아닌가? 저들은 우리보다 軍事力이 앞서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李芝가 대답한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니, 高奴城으로 사람을 보내 적왕(翟王 : 동예)과 합동 작전을 펴면서, 項王께 구원병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사옵니다."
그리하여 司馬欣은 동예와 項羽에게 사람을 보내놓고 희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돌연 飛馬가 달려오더니,
"漢나라 군사들이 지금 劉家鎭으로 진격해 오고 있사옵니다."
하고 告하는 것이 아닌가?
司馬欣은 크게 놀라며,
"漢나라 軍사들이 벌써 劉家鎭까지 진격해 왔다는 말이냐 ? 여기서 유가진까지는 몇 里나 되느냐?"
"百 里 거리밖에 안 되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앉아서 당할 수만 없으니, 달려나가 중도에서 막아내야 겠다."
司馬欣은 대장 경창(耿昌)과 오륜(吳倫)을 선봉장으로, 1만 군사를 거느리고 櫟陽城 50 里 밖에 陣을 치도록 하고, 자신도 1萬의 군사를 이끌고 30리 밖에 後陳을 치고 있었다.
한편, 韓信은 대군을 이끌고 櫟陽城으로 진격 하다보니, 멀리 山中에 敵軍이 陣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이 치려는 司馬欣의 군사가 분명하였다.
韓信은 前進을 멈추고 陣頭로 나와, 敵陣을 향하여 외쳤다.
"司馬欣 장군은 들으시오. 漢나라 군사는 天兵이외다. 따라서 우리가 가는 곳에는 敵이 없소이다. 그런데 장군은 어찌하여 순순히 항복할 생각은 하지않고, 우리와 싸우려 하고 있소? 이는 天命에 어긋나는 일임을 모르시오?"
그야말로 말로써 적의 기세를 꺾어 버리려는 모욕적인 공갈 협박이었다.
사마흔은 후방에 있었기 때문에 한신의 言動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선봉 대장 耿昌과 吳倫은 그 말에 크게 분노하여, 韓信에게 덤벼들었다.
韓信이 4~5합을 싸우다가 몸을 뒤로 빼니, 번쾌와 주발이 번개처럼 달려나와 싸움을 가로맡았다.
경창과 오륜도 녹록치 않은 장수들인지라, 네 장수의 싸움은 불을 뿜듯이 격렬하였다.
쫒고 쫒는 격렬한 싸움이 30 여 합쯤 계속 되었을 무렵, 번쾌가 長劍을 크게 휘두르자 경창의 목이 피를 뿌리며 굴러떨어졌다. 이에 오륜이 크게 놀라 말머리를 돌려 도망을 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도망가는 敵을 그냥 둘 韓信이 아니었다.
"敵을 가차없이 처단하라."
韓信이 대군을 이끌고 30리를 추격하는데, 司馬欣이 1만 騎兵을 이끌고 달려나오며,
"韓信은 듣거라, 雍王이 어쩌다가 너에게 廢丘城을 빼앗겼지만, 너 에게 櫟陽城을 뺏길 내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너 같은 者는 당장이라도 사로 잡을 수 있다."
韓信이 웃으며,
"너는 章悍의 쫄다구가 아니냐?! 나는 네가 우러러보는 章悍을 단 한 번에 괴멸시켜 버렸거늘, 너는 그 무슨 주제넘는 소리를 그렇게 까고 있느냐 ?"
韓信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司馬欣은 長槍을 꼰아잡으며 韓信에게 달려든다.
韓信이 司馬欣을 상대로 5~6합을 싸우고 있는데, 번쾌와 주발이 또다시 말을 달려나와 싸움을 가로맡는다. 10여 합을 더 겨루다가, 司馬欣이 힘에 겨워 도망을 치고 있는데, 돌연 어디선가 大將 신기와 관영이 튀어나와 또다시 앞을 가로막는다.
혼비 백산한 司馬欣이 포위망을 간신히 뚫고 城門 앞까지는 무사히 왔는데...
어느 새 漢나라 군사들이 城을 점령해 버렸는지, 그들은 사마흔을 보자, 성벽 위에서 입을 모아 이렇게 조롱하는 것이었다.
"櫟陽城은 이미 우리가 잘 다스리고 있으니, 城主께서는 빨리 항복이나 하고 오시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司馬欣은 四枝의 힘이 쭉 빠져버려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만다.
"아!, 나도 여기서 끝나고 마는가 !? "
사마흔의 입에서 그와 같은 恨嘆이 나오자마자, 漢나라 군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사마흔의 몸을 묶어버렸다.
그리고 韓信 앞에 데려와 꿇어앉혀 놓았는데, 韓信이 司馬欣의 결박을 손수 풀어 주며 將卒들에게,
"이 분을 나와 똑같은 上座로 모셔라 ! "
하며 정중히 對하 는 것이 아닌가!?
司馬欣은 敗軍之將인 자신을 이처럼 깍듯이 대해 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하여 韓信에게 拜伏(배복 : 엎드려 절하는 것)하며 말한다.
" 포로인 나를 무슨 까닭으로 이처럼 정중히 예우해 주십니까 ?"
韓信은 司馬欣을 상좌로 오르게하여 동등하게 對坐하며 조용히 말을 잇는다.
"將軍은 秦나라 때부터 名將으로서, 지금은 諸侯에까지 오르신 분이오. 장군이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우리에게 귀순 해오신다면, 그로서 전쟁도 피할 수 있고, 백성들도 고통받지 않게 될 것이오. 만약 장군께서 우리와 협력하실 수만 있다면, 장군과 나 사이에 신분의 高下가 어찌 있을 수 있겠소이까 ?"
司馬欣이 韓信의 설득에 크게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답한다.
"元帥께서 나를 이처럼 厚대해 주시니, 내 어찌 답이 없을 수 있으오리까? 이제부터는 楚를 버리고 漢王을 위해 元帥의 命에 따르기로 하겠나이다."
韓信은 크게 기뻐, 사마흔의 손을 마주 잡으며,
"將軍이 이제부터 漢王을 위해 功을 세우신다면, 후일 다시 王位에도 오르실 수 있으오리다."
"이제부터는 漢王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다할 결심이니, 元帥께서는 명령만 내려주소서."
"고맙소이다. 나는 앞으로 장군의 활약에 많은 기대를 하겠습니다."
한신은 이렇게 말한 뒤, 잠시 숨을 고른 후 이번에는 사마흔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말했다.
"우리가 역양성을 점령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아직 정식으로 입성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미 뜻을 같이하기로 맹세 하였으니 ,우리 사이에 勝者와 敗者의 구별이 어찌 있으오리까? 櫟陽城 주인은 어디까지나 장군이었으니, 오늘 入城式에는 將軍도 나와 함께 자리해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
너무도 뜻밖의 요청에 司馬欣은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를 몰랐다.
그러자 韓信이 다시 말한다.
"역양성은 이미 漢나라의 영토요. 우리 두 사람은 모두가 漢王의 臣下이니, 조금도 거북하게 여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군께서는 부디 나의 請을 들어주소서."
韓信은 司馬欣이 漢나라에 귀순한 사실을 널리 알리는 한편, 司馬欣의 위신도 세워 주고자 일부러 이같은 제안을 한 것이었다.
** 楚漢誌 23
※ 章悍, 最後의 날
漢王은 高奴城에 入城하자, 韓信의 전공을 크게 치하하며 말한다.
"三秦王의 거점인 廢丘, 역양, 高奴의 세 城을 단시일에 모두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大元帥의 탁월한 智略 덕분이었소. 내가 워낙 불민하여 元帥의 그릇을 미처 모르고 있었던 데다가, 丞相의 천거도 제 때 받아들이지 못 하였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오."
韓信이 허리를 굽히며,
"우리가 三秦을 쉽게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이 어찌 臣의 功勞라 할 수 있사옵니까?
모든 것은 大王 전하의 聖德인 줄로 아옵니다."
"무슨 말씀을 ! 元帥의 겸허하신 마음가짐에 거듭 감탄만이 있을 뿐이오."
그리고 漢王은 말머리를 돌려,
"우리가 三秦을 평정하였으니, 이제는 咸陽을 도모해야 하지않겠소? 함양은 언제쯤 공략하시려오 ?"
하고 물었다.
"咸陽을 醉하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옵니다. 그러나 章悍이 廢丘城을 버리고 지금은 桃林城으로 쫒겨가 칩거중이므로, 우리가 군사를 모두 이끌고 함양으로 가게 되면, 장한은 폐구성을 다시 奪換하여 우리의 보급로를 차단할 위험성이 크옵니다. 그렇게 되면 咸陽城 공략도 차질을 빗게 될 것이오니, 大王께서는 당분간 이곳에 머물러 계시면서 民心을 수습해 주시옵소서. 그러면 臣이 桃林에 은거중인 章悍을 먼저 치고 난 뒤, 咸陽으로 갈 것이옵니다."
다음날 韓信은 曺參, 周勃, 柴武(시무), 신기 等, 네 명의 大將과 1萬의 군사를 이끌고 도림성 공략에 나섰다.
이때, 章悍은 도림성에서 戰傷을 치료하면서, 彭城에서 지원군이 오면 廢丘城을 탈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돌연 韓信이 1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직접 쳐들어 온다는 소식이 들리는게 아닌가?
章悍은 순간 당황하다가 이내 분노를 표출하며,
"남의 사타구니 밑이나 기어 다니던 韓信이라는 者가 廢丘城을 수중에 넣더니 기고 만장하여, 이곳까지 쳐들어 온다고?! 이번만은 그대들이 힘을 모아 설욕을 해줘야 하겠소."
그러자 대장 孫安이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우리는 군사력이 劣勢고 지난 번의 전투로 인하여 피해가 지대하오니, 彭城에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守城만 하고있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섣불리 맞서 싸우려다가 오히려 적의 술책에 말려들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손안의 말은 옳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彭城에 여러차례 지원군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원군이 언제 도착할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장한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숙고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며,
"지원군을 급히 보내 주도록 彭城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고 있소. 어쩌면 거리가 먼 관계로 지원군이 지금 오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그들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오. 왜냐하면 그들이 오기 전에 우리가 敵에게 포위를 당하게 되면, 우리는 軍糧 부족으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오. 그러니 우리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가능한 빨리 승부를 보아야만 할것이오."
이리하여 章悍은 여마통, 계포, 계향, 손안 等, 네 장수와 함께 5천 밖에 안 되는 군사를 거느리고 비장한 각오로 城을 나와 敵陣을 향하여 출동한다.
韓信은 장한을 보자, 가까이 다가가서 큰소리로 외쳤다.
"장한 장군은 廢丘城을 빼앗기고서도 아직도 싸울 용기가 남아 있소이까? !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니, 이제는 순순히 항복하는게 어땋겠소이까?! "
조롱을 당한 章悍은 화가 머리긑까지 치밀어 올라,
" 남의 가랭이 밑이나 기어다닌 놈아 ! 용기가 있거든 우리끼리 겨뤄보자"
하고 외치며 韓信을 향하여 질풍같이 덤벼들었다.
그러자 曺參과 周勃이 등 뒤에서 번개같이 달려나가 싸움을 가로맡아 양군 사이에 치열한 격전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衆寡不敵 ! 병력의 숫자에서 밀리다 보니, 싸움이 오래 계속될수록 장한의 군사들 숫자가 줄어들게 되자, 모두가 말머리를 돌려 桃林城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韓信이 그 광경을 보고 붉은 깃발을 높이 흔들자, 뒤에서는 曺參과 周勃이 장한을 맹렬히 추격해 오는데, 돌연 전방에서는 辛奇와 柴武(=陣武)가 많은 군사를 이끌고 퇴로를 막고 나서는 게 아닌가!?
'독 안에 든 쥐의 신세'가 되어 버린 장한은 계포, 계향과 함께 결사적으로 싸웠다.
그러나 싸우면 싸울수록 만신창이가 되어, 마침내 몸을 가누기 조차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 !..
모든 것이 이렇게 끝난단 말인가 ! "
하늘을 우러러 장탄식을 내 뱉은 章悍은 자신을 향하여 점점 조여오는 포위망을 도저히 뚫을 엄두가 나지 않자,..
순간 그는 자신의 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비장하게 自盡하고 만 것이었다.
실로 武將다운 최후였다.
이로써 秦始皇때 부터 군인의 길로 들어선 이래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奸臣 趙高에게 모함을 받게되자 項羽에게 투항하여 자신의 故鄕인 秦나라를 멸망 시키는데 先鋒을 섰으며, 항우에 의해 옹왕(壅王)으로 봉해졌던 章悍은 韓信과의 전투에서 두번이나 大敗를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生을 마감하고만 것이었다.
장한이 죽고 나자 季布와 계향은 최후까지 싸움을 계속하였지만 漢나라 군사들에 의해 목이 잘려나갔고, 여마통과 孫安은 白旗를 들고 항복하였다.
이에, 한신은 전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여마통과 孫安을 가까이 불러 말한다.
"그대들은 하늘의 뜻을 알고 순순히 항복해 주어서 고맙소. 장한 장군도 항복을 했더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는데 .... 참 안타까운 일이오."
孫安이 대답한다.
"장한 장군은 자신을 너무도 과신한 탓에 오늘의 비운을 초래하게 된 것 이옵니다."
["사람의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니라"(잠언18 : 12 )]
韓信이 여마통에게 물었다.
"도림성을 지키는 병력은 얼마나 남았소 ?"
여마통이 대답한다.
"城의 수비 병력은 4~5백 정도이옵니다. 그러나 그들도 군량 부족으로 모두가 굶주려 있기 때문에, 제가 大元帥를 모시고 가면 모두가 저항없이 대원수께 항복할 것이옵니다."
한신이 여마통과 손안을 앞세우고 붉은 깃발을 들고 桃林城으로 다가가니, 과연 군사들은 성문을 활짝 열어 놓고 韓信의 입성을 雙手를 들고 환영하는 것이었다.
한신은 성안으로 들어오자 굶주린 백성과 군인들에게 救恤米를 골고루 나눠주어 민심을 안정시킨 뒤, 高奴城으로 다시 돌아와 漢王에게 아뢴다.
"章悍을 처치함으로써 후환을 없앴사오니, 이제는 안심하고 咸陽으로 進軍할까 하옵니다. 그런데 출전하기에 앞서 大王전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漢王은 장한을 제거하였다는 소식에 크게 기뻐 놀라면서,
"무슨 일인지 어서 말씀해 보시오. 원수의 부탁이라면 내 어찌 마다하겠소."
"聖恩이 망극하옵니다. 실은 이번에 저에게 항복해 온 여마통과 孫安은 비록 敵將 이기는 하오나, 그들은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大王에 대한 충성심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사옵니다.
하여, 그들 두 사람을 특별히 大將으로 발탁했으면 하오니 대왕께서 윤허를 내려 주시옵소서."
한왕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포로로 잡아 온 敵將을 大將으로 발탁하다니오? 그게 무슨 말씀이오 ? 지난번, 章平과의 大散關 전투때 장평이 우리의 가짜 귀순병을 호위 대장으로 썼다가 우리에게 完敗당한 일이 있었는데, 元帥께서는 그 일을 잊으셨단 말씀이오 ?"
적의 포로를 곧바로 대장으로 쓰자는 것을 漢王이 반대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韓信은 자신감을 가지고,
"그 일을 臣이 어찌 잊엊겠사옵니까? 그러나 그 때의 그 일과 이번의 경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옵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는 말씀이오 ?"
"예, 그것은 章平과 臣을 같은 반열에 놓으시고 하시는 말씀이 아니신지요?!..
또한 咸陽을 공략하려면 그들을 꼭 이용하지 않고서는 안 될 일이 있사와 특별히 稟하는 것이오니, 臣을 믿으시고 윤허해주시옵소서."
漢王은 그제서야 아차! 싶었는지
"元帥께서 그처럼 말씀하시니, 내 어찌 끝까지 반대 하리오?. 元帥만 믿으니 원수가 알아서 하시기바라오."
이리하여 한신은 여마통과 孫安을 그날부로 漢나라 大將으로 임명하였다.
포로로 잡은 敵將을 將軍으로 발탁하여 어떻게 쓰려는지, 그것은 오직 韓信만이 알고 있을뿐이었다.
** 楚漢誌 24
※ 劉邦의 咸陽 入城
咸陽은 秦나라의 都邑地로 關中의 중요한 要塞였다.
그런고로 "함양을 점유하는 자만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다"는 말이 옛부터 傳해올 정도였다.
그러나 楚覇王 項羽는 오로지 錦衣還鄕만 생각하여 范增의 간곡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彭城으로 首都를 옮겼다.
통치자 항우가 멀고 먼 彭城으로 떠나가고 말았으니, 咸陽의 방위 태세가 소홀해 질 것은 明若觀火한 일이었다. 함양은 국가 안보상으로도 절대적인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司馬移와 呂臣, 두 장수가 겨우 一萬 의 군사로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飛馬가 달려오더니,
"漢나라가 어느 새 三秦을 평정하고, 이제는 함양으로 쳐들어 올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라는 보고를 하는 게 아닌가?
司馬移와 呂臣은 크게 놀라, 그 사실을 彭城에 급히 보고하면서, 지원군 파견을 거듭 요청하였다.
그러나 咸陽에서 彭城까지는 머나먼 2 千里 길,
파발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가는데만 보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러기에 지원군이 신속히 도착하기만을 학수 고대하고 있던 어느 날 飛馬가 다시 달려오더니,
"漢나라의 10 萬 군사가 扶風을 지나 30 里 밖까지 진격해 오고 있는 중"이라고
보고하는 것이었다.
司馬移와 呂臣은 크게 당황하며,
"우리가 일萬 밖에 안 되는 병력으로 10 萬 대군과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
"누가 아니라는가 ! 더구나 韓信은 빼어난 전술로, 三秦王들을 차례로 격파해 버리지 않았나? ! "
"어디 그뿐인가 ? 咸陽 백성들은 漢王이 온다는 말을 듣고, 저마다 漢王을 환영하는 기색을 역력히 보이고 있거든."
"그러니까 우리들은 彭城에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는 성문을 굳게 걸어 닫고 수비만 해야할거야. 그렇다보면, 范增 軍師께서 무슨 비상 대책을 강구해 주시겠지."
사마이와 여신은 그날부터 성문을 굳게 닫고, 오직 수비 태세만 갖추고 있었다.
한편,
韓信은 咸陽城을 눈앞에 두고, 정찰병 들을 통하여 敵情을 소상히 알아 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함양성은 워낙 난공 불락의 철옹성이라 오직 무력만으로 공략하고자 하다가는 우리쪽 희생자만 늘어날 뿐, 승리를 거두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략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이렇게 판단한 한신은,
"여마통 장군을 이리로 불러라"
하고 명했다.
잠시후 여마통이 달려오자, 한신은 조용히 말한다.
"장군이 아니면 안 될 긴급한 일이 하나 생겼소."
여마통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감격한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모르오나, 小將이 필요한 일 이라면 목숨을 걸고 완수하겠사오니 元帥께서는 명령만 내려주시옵소서."
"고마운 말씀이오."
"솔직히 말씀드리면, 小將은 귀순해 온 이후로 元帥님의 각별한 배려를 받아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功을 세우지 못하여 심히 괴롭게 여기고있던 중이었사옵니다. 그러니 小將에게 어떤 명령을 내려 주시더라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책임을 다하겠사옵니다."
韓信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장군은 廢丘城에 부임해 올 때, 항우의 이름으로 발행한 兵符를 받아 가지고 왔을텐데, 그 병부를 아직도 가지고 있소 ?"
하고 물었다.
여마통이 대답한다.
"이제는 필요치 않은 것이오나, 혹 쓸데가 있을지 몰라 아직 가지고 있기는 하옵니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그렇다면 그 兵符를 이용하여 장군에게 중대한 사명을 맡겨야 하겠소."
"무슨 일이든지 명령만 내려 주옵소서."
"장군은 이제부터 함께 귀순해 온 부하들과 함께 楚軍 兵士의 옷으로 갈아 입고, 咸陽城으로 가 수문장에게 兵符를 보여주면서, ' 우리는 項王께서 보내신 지원군이다' 라고 속이시오. 그러면 그들은 城門을 열고 맞이할 것이 분명한데, 우리 군사들이 그 부근에 미리 잠복해 있다가, 城門이 열림과 동시에 성안으로 쳐들어가 咸陽城을 일거에 점령할 생각이오. 만약 이 일이 성공하게 되면, 모든 功은 장군에게 돌릴 것이니, 최선을 다해 주시오."
실로 교묘하기 이를 데 없는 僞計戰術이었다.
여마통은 크게 기뻐하며 대답한다.
"소장, 맹세코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여마통은 재삼 다짐을 하다가, 문득 얼굴에 실망한 빛을 띄며,
"그런데 병부를 가지고 저들을 속이는데는 문제 점이 하나 있사옵니다."
하고 말을 한다.
"兵符를 보여 주기만 하면 될 텐데,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오 ?"
"元帥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모든 병부에는 그것이 발행된 날짜가 기록되어 있사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병부에는 3년 전의 날짜가 찍혀있사오니, 그런 병부를 가지고 저들을 속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아차, 내가 거기까지 미처 생각을 못하였소. 그야말로 큰 실수를 할 뻔 하였소.... 그 문제는 나름대로 내가 해결할 방도를 찾을것이니, 장군은 그 兵符를 가져오도록 하시오."
여마통이 숙소로 달려가 병부를 가져 왔는데, 그 병부의 발행 일자는 <大楚王 二年 三月 十日>이라는 3 년 前의 날짜가 쓰여있었다.
한신은 병부를 찬찬히 들여다 보고 나서,
"음 .... 날짜가 이렇게 틀리는 兵符로 저들을 속이려고 했으니, 하마터라면 큰일날 뻔했소."
그리고 골똘히 생각 하다가, 문득 副官을 불러 명한다.
"우리 군사중에 李昞이라는 技士가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을 곧 이리 불러오도록하라."
李昞이라는 사람은, 문서를 변조하는 데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다.
("옥스포드에 '문서위조학과'가 있는지"!?...영화 <기생충>의 臺辭에서, 또한 자기 자녀를 위하여 전직 고위관료들이 그 것(문서위조)때문에 재판을 받고있는 현실이 떠오른다.^^)
韓信은 李昞을 불러,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난 後,
"<大楚王 二年 三月 十日>을 <大楚王 五年 五月 十七日>로 감쪽같이 고치고 싶은데 가능하겠는가 ?"
하고 물었다.
"그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옵니다."
李昞은 그렇게 대답을 한 뒤, 몇가지 약물을 사용하여 글자를 변조해 놓았는데, 그야말로 누가 보아도 속지 않을 수 없도록 감쪽 같았다.
한신은 크게 기뻐하면서, 변조된 兵符를 여마통에게 내주며 군령을 내린다.
"이 兵符를 가져가면 귀신도 속일 수가 있을 것이니, 呂 장군은 이제부터 覇陵을 돌아서 咸陽城으로 가도록 하오. 그동안에 우리는 번쾌, 주발, 근흠, 시무 等, 네 장수로 하여금 성밖에 은밀히 잠복하고 있다가, 성문이 열림과 동시에 3만 군사가 일시에 쳐 들어가, 함양성을 순식간에 점령하도록 할 것이오."
여마통은 군령을 받고 나자, 비밀리에 涇水를 건너 覇陵으로 돌아나왔다. 彭城에서 咸陽으로 오려면 覇陵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필히 그곳을 거쳐와야 했던 것이다.
여마통이 이끄는 가짜 지원부대는 覇陵에서부터는 楚나라의 검은 깃발을 드높이 휘날리며 당당하게 함양성을 향하여 진군해 갔다.
함양성의 정찰병들이 그 광경을 목도하고 司馬移와 呂臣에게,
"彭城에서 지금 지원군이 오고 있사옵니다."
하고 알리니, 사마이와 여신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城의 망루에 직접 올라가 확인해보기까지 하였다.
이윽고 여마통이 城門 앞에 당도하여 성안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項王殿下의 명령을 받고, 范增 軍師의 지시에 따라 彭城에서 함양을 구하러 온 선발 부대요 ! 성문을 열어 주시오."
"彭城에서 왔다면 項王의 兵符를 가지고 왔을 것이니, 병부를 보여 주시오."
"항왕께서 내려주신 병부가 여기 있으니, 보시고 확인되는대로 빨리 성문을 열어 주시오."
여마통은 자신 만만하게 말하며, 문틈으로 문제의 변조된 가짜 병부를 들여보내 주었다.
사마이와 여신은 여마통의 병부를 면밀하게 살펴 보았다. 병부에 찍혀 있는 楚覇王 項羽의 옥새(玉璽)와 발부 날짜 등이 조금도 하자(瑕疵)가 없었다.
이에 사마이와 여신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성문을 활짝 열어주며,
"어서 오십시오.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먼 길을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고, 여마통과 그의 수행 부대를 반갑게 맞아들였다.
여마통은 성안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들어오며, 사마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선발 부대로 후속 부대가 곧 도착할 것이니, 성문을 닫지 말고 기다려 주시오."
"아니, 성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
"후속 부대가 이제 곧 도착하니, 문을 활짝 열어두고 환영준비나 잘 하고 계시라는 말씀이오."
여마통의 입에서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숲속에 잠복해 있던 번쾌, 주발, 근흠, 시무가 3만 군사를 휘몰아, 물밀 듯이 성안으로 쳐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여마통과 그가 이끌어온 군사들은 깜짝 놀란 司馬移와 呂臣을 순식간에 포박하고, 성루에 붉은 깃발을 드높이 계양하고 모든 秦나라 군사들에게 선포하였다.
"우리는 漢나라 大將軍 번쾌와 주발이다. 누구든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는 자는 살려줄 것이고 저항하는 자는 가차없이 목을 벨 것이니, 모두들 알아서 처신하라 ! "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楚나라의 군사들은 氣가 질려, 손에 든 무기를 내던지고 땅에 엎드려 살려 주기를 간청한다.
이리하여,
한신은 關中의 요충인 함양성을 피 한방울, 화살 한발 쏘지 않고 거짓말 같이 쉽게 점령해 버렸다.
韓信은 그날로 漢王에게 특사를 보내 함양성 함락을 알렸다.
한왕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그 다음날 바로 함양으로 달려왔다. 그러자 한왕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백성들이 모두 거리로 몰려나와 <漢王 萬世 ! 萬萬世 !>를 소리높이 외쳐댔다.
漢왕은 유서 깊은 함양 성내를 두루 돌아보며, 수행한 문무 백관들을 향하여 감격에 겨워 말했다.
"나는 일찍이 關中王이 되었을 것인데, 항우가 義帝의 뜻을 거역하는 바람에 함양 입성이 이렇게도 늦어졌소이다.
오늘 이렇게 감격스러운 날을 맞게되다 보니, 事必歸正이라는 말이 결코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소."
秦나라 시절부터 사용되던 궁전을 깨끗이 수리하고, 漢王이 궁전으로 처소를 옮기자,
韓信은 문무 백관을 대동하고 입궐하여 賀禮를 올리니, 漢王은 하례를 받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 오늘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大元帥를 비롯한 심혈을 다한 文武 百官 여러분 들의 보필 덕분이오. 오늘은 연회를 크게 열어, 그간 여러분의 노고를 성심껏 위로해 드리겠소이다."
이리하여 이날 밤의 연회는 과거의 어떤 연회보다도 성대하게 열리게되었다.
** 楚漢誌 25
※ 張良과의 再會
그로부터 며칠 후,
한신은 어느 날 朝會席上에서 한왕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우리가 함양성을 점령했사옵니다만, 서쪽에는 西魏王 위표가 平陽에 버티고 있고, 남쪽에는 河南王 신양이 洛陽에 자리잡고 있사옵니다. 그 두 사람은 항우와 가까운 사람들로써, 만약 항우가 군사를 일으켜 함양성을 탈환하고자 한다면 두 사람은 항우와 합동 작전으로 우리를 공격해 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세 방면의 敵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게 됩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자 크게 걱정스러웠다. 한왕 도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을 해오던 참이었는데, 정작 韓信으로부터 확실한 상황설명을 듣고나니 더욱 불안해진 것이다.
이에 한왕은 침통한 모습으로,
"咸陽이 우리 손에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항우가 군사를 일으켜 올 것은 분명한 일이오. 그렇게 되면 적을 三面으로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텐데, 그것을 미연에 방지할 무슨 방도는 없겠소 ?"
"글쎄올시다. 楚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齊나라가 근래에 급속도로 强해지고 있사오니, 항우가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하려면, 누군가 나서서 항우로 하여금 齊나라를 치게 만들고, 우리는 그 사이에 위표와 신양을 우리 편으로 만들면 좋을 것 이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그거 참 묘안이오. 그러면 항우로 하여금 齊나라를 먼저 치도록 할 사람은 누가 있겠소.?"
하고 물었다.
韓信이,
"항우로 하여금 齊나라를 먼저 치게 할 지혜를 가진 사람은, 오직 張良 선생 한 분이 계실 뿐이옵니다."
"오!, 張子房 선생 ! 그 분이라면 그 일을 슬기롭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그 분은 천하를 周遊中이어서, 지금 어디에 계신지 알아야 말이지요."
"비밀리에 여러방면으로 사람을 놓아서 알아보면,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면 당장이라도 장량 선생이 계시는 곳을 알아보도록 하십시다."
漢王은 張良에게 보내는 간곡한 친서를 여러장 써서, 많은 사람을 놓아 장량의 행방을 수소문하게 하였다.
다행히도 장량의 행방은 의외로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張良은 漢王의 친서를 받고, 人便에 다음과 같은 회신을 보내왔다.
<臣 張良은 하늘 아래 어디에 있더라도 대왕 전하에 대한 사모의 情에는 추호의 변함도 없사옵니다. 더구나 臣을 찾으시는 간곡한 親筆를 받자오니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오나, 부득이한 일로 藍田에서 新豊을 거쳐 열흘쯤 후에나 알현하고자 하오니 널리 헤아려 주시옵소서.>
漢王은 張良의 回信을 받아보고 어쩔 줄 모르며 기뻐하였다.
한왕이 이같은 소식을 알리며 한신에게 편지를 보여 주자, 한신도 크게 기뻐하였다.
"장량 선생이 오시려면 아직도 10여 일은 더 기다려야 하므로, 그동안 하남왕 신양에게 사람을 보내, 그가 우리에게 협력해 오도록 설득 시켜 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남왕 신양과 서위왕 위표만 우리 편으로 돌려놓으면, 설령 항우가 쳐들어 오더라도 염려할 것은 없사옵니다."
한왕은 즉석에서 찬성한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누구를 보내 신양을 설득시키는 것이 좋겠소 ?"
"中大夫 陸賈는 본래가 위나라 태생인데다가 辯舌도 능하려니와, 하남왕과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사람입니다. 그러하니 陸賈를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그리하여 즉석에서 육가를 불러 하남왕을 설득시키도록 부탁하자, 陸賈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지난날 대왕께서 秦나라를 평정하셨을 때, 臣은 함양에서 대왕을 처음 만나 뵈옵고 오늘날까지 3 년 동안, 부모님과 처자식을 버려둔 채 줄곧 大王만 따라다녔습니다. 다행히 부모님과 처자식들이 아직 낙양에 그냥 살고 계시니, 臣이 낙양에 가서 신양을 설득하는 것은 물론이옵고, 가능하면 서위왕 위표도 설득해 우리와 뜻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힘써보겠습니다."
漢王은 陸賈의 충정을 고맙게 여겨, 황금 10근을 하사하며 잘 다녀오도록 간곡히 당부하였다.
육가가 함양을 떠나 낙양에 있는 옛집으로 찾아가니, 부모와 처자들이 너무도 기뻐한다.
육가는 부모님에게 큰절을 올리며,
"小子 불효 막심하여 오랫동안 부모님을 모시지 못했사온데, 그간 고초가 얼마나 크셨습니까 ?"
하고 사죄를 하니 늙은 아버지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네가 집을 떠난 그날부터 우리 집안은 끼니 잇기가 어렵도록 곤궁했었다. 다행히 하남왕께서 그런 사정을 아시고 고맙게도 매달 곡식 等을 보내주셔서 지금까지 아무 걱정 없이 지내오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하남왕의 은혜가 매우 크니, 너는 지금 당장 하남왕을 찾아뵙고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도록 하여라."
陸賈가 옷을 갈아입고 하남왕을 찾아가 인사를 올리니, 신양은 크게 기뻐하면서, 육가에게 묻는다.
"陸大夫가 한왕을 따라가신 이후, 나는 세상사를 같이 의논할 사람이 없어 얼마나 쓸쓸했는지 몰랐다오. 다행히 貴公이 돌아와 주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구려. 귀공이 3년 동안이나 가족을 버리고 한왕만 따라 다닌 것을 보면, 한왕이라는 사람이 보통 인물이 아닌 모양인데, 귀공이 보시기에 한왕은 어떤 인물입디까 ?"
육가가 대답한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한왕은 仁德이 넘쳐서 한 번 만나 보면 발길을 돌리기가 어려운 분이시옵니다."
신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왕이 덕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은 나도 많이 들어 왔지만, 그토록 인덕이 후한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구려."
육가가 다시 말한다.
"한왕은 얼마 전에 삼진을 평정하고 함양성까지 점령했사온데, 어디를 가나 한왕이 나타나기만 하시면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기쁨으로 그분을 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한왕 휘하에는 만고의 명장인 韓信 장군을 비롯하여, 번쾌, 曺參, 주발등 기라성 같은 맹장이 즐비하여 한왕은 머지않아 천하의 주인이 되실 것이 분명합니다."
신양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을 크게 움직인 듯, 육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실상인즉, 나도 한왕을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오래 전부터 한왕에게 귀순해 볼까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오."
육가는 그 말을 듣고 신바람이 나서,
"참으로 잘 생각하셨습니다. 평소부터 그런 생각을 품고 계셨다면, 차제에 한나라의 귀순을 단행하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
하고 확답을 재촉한다.
그러나 신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가 아무리 한나라에 귀순하고 싶어도, 당장은 안 되오."
하고 명백하게 거절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생각을 품고 계시다면서 단행하지 못 할 이유는 무슨 연유입니까 ?"
"생각해 보시오. 楚覇王 항우라는 사람은 성미가 워낙 포악한 사람이 아니오. 그런 그가 내가 자기를 버리고 한왕에게 귀순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가만 있겠소 ? 모르긴 몰라도 그날부로 대군을 몰고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여지없이 유린해 버릴 것이오. 그러니 내가 어떻게 지금 당장 한왕에게 귀순할 수가 있겠소. 나는 죽으나 사나 당장은 항우를 배신하기는 어려울 것이오."
사정을 들어 보니 신양에게 무리하게 귀순권고를 할 수 없게되자, 陸賈는 말머리를 돌렸다.
"사정이 그러시다면, ㄴ귀순까지는 못 하시더라도, 만약 漢나라가 쳐들어 오더라도 정면으로 싸우지는 마시옵소서."
"글쎄, 그런 일은 그때 가서 처신할 일이지, 지금 뭐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소?"
陸賈는 신양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함양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한사코 붙잡는 바람에 지체하면서 낙양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알 턱 없는 한왕은, 육가가 열흘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자, 몹시 걱정이 되었다.
(육가가 하남왕을 설득시키려고 떠난 지가 열흘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으니, 혹시 무슨 불상사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
이런렇게 걱정하고 있는 어느 날, 돌연 <張良 선생이 오늘 중으로 돌아오신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어쩔 줄 모르게 기뻐하면서 만조에 긴급 명령을 내린다.
"장량 선생을 정중히 영접할 수 있도록 , 만조 백관들은 모두 긴급히 출두하라."
그리하여 문무 백관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入朝하자, 한왕은 장량을 영접할 절차를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장량 선생이 지금 新豊으로부터 돌아오시는 중이라고 하니, 曺參과 관영은 수레를 가지고 20리 밖까지 마중을 나가고, 韓信 장군은 설구, 진패 등과 함께 酒肴床을 차려서 5理 밖까지 영접을 나가도록 하오. 영접 절차에 예절을 벗어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오. 나는 여타 백관들과 함께 承德門 앞에서 장량 선생을 몸소 맞기로 하겠소."
영접 절차 하나만 보아도 한왕이 장량을 얼마나 존경하고 있는지를 가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이윽고 장량이 탄 수례가 승덕문 가까이 다가오니, 한왕은 두 손을 벌리고 달려오며 말한다.
"張良 선생 ! 어서 오십시오. 선생과 헤어진 이후로, 나는 선생과의 재회를 학수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장량은 수레에서 내려 땅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臣 張梁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랫동안 宸襟을 어지럽게 해드리어 죄송망극하옵니다."
"선생께서는 무슨 말씀을 ! 원로에 오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으니, 어서 대전으로 오르십시다."
한왕이 친히 장량의 손을 잡고 대전으로 이끌어 올랐다.
한왕이 용상에 좌정하자, 장량은 새삼스럽게 큰절을 올리며, 그간의 사정을 稟告하였다.
"대왕 전하 ! 臣은, 몸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었사오나 마음만은 항상 대왕을 지척에 모시고 있었사옵니다. 지난날 파촉으로 들어가시는 노상에서 대왕 전하에게 작별을 고할 때, 신은 세가지 중대한 약속을 드린 바가 있사옵니다. 첫째는 항왕으로 하여금 도읍을 팽성으로 옮기도록 꾸미는 일이었사옵고, 둘째는 六國으로 하여금 楚나라를 등지게 만드는 일이었사옵고, 셋째는 楚나라를 격파할 大元帥깜의 인재를 물색하여 보내 드리는 일이었사옵니다. 이제 그 세 가지일을 모두 실현시키고, 이미 약속드린 대로 함양에서 다시 만나ㅂ 뵙게되오니 臣은 무한히 기쁘옵니다."
한왕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우리가 함양으로 돌아와 이렇게 선생과 재회하게 된 것은 모두가 선생의 덕택입니다. 이 공훈을 金石에 새겨서 대대로 전해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황공하옵게도 과찬의 말씀을 내리시어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장량이 대왕에 대한 귀환 인사를 끝내고 대궐을 물러나오니, 韓信이 모든 장수들을 원수부에 대기시켜 놓고 장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韓信은 將帥들과 함께 張良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小將이 선생의 천거로 한왕께 발탁되와 다소의 공적을 이루게 된 것은 모두가 선생의 은총 덕분이옵니다."
장량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元帥가 이 나라의 威德을 만천하에 떨치게 해주신 것은 대왕의 洪福이시오."
다음날 아침 어전 회의에서, 陸賈가 낙양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장량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육가가 낙양에 간 목적은 신양을 설득시키려는 것 보다, 가족을 만나려는 데 있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신양은 콧대가 높은 인물이라, 육가가 그를 석득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듣고 걱정한다.
"그러면 선생은 이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십니까 ?"
"신양과 위표는 臣이 직접 찾아가서, 우리에게 귀순해 올 수 있도록 힘써 보겠사옵니다. 그들을 귀순시켜 놓은 뒤에, 韓信 元帥가 군사를 몰고 東進하면 천하 대사는 순조롭게 풀려 나갈 것이옵니다."
그러자 한신이 즉석에서 찬성하며 말한다.
"육가는 부모 처자를 만나 보고 싶어 낙양에 돌아갔을 뿐, 선생이 아니시면 신양과 위표를 도저히 우리 편으로 끌어 들일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듣자 탄식하면서,
"선생은 바로 어제 돌아오셨는데, 어찌 또다시 먼 곳으로 떠나시라고 할 수 있겠소이까 ?"
그러자 장량이 허리를 굽히며 아뢴다.
"천하의 형세가 방향을 가르는 혼돈의 시기에 臣이 어찌 일신의 안일만 도모하고 있을 수 있으오리까? 대왕을 만나 뵙자마자 또다시 작별을 고하기가 저 역시 안타깝기는 하오나, 매사에는 때가 있는 법이오니, 대왕께서는 먼 장래를 생각하시어 쾌히 윤허를 내려 주시옵소서."
"선생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선생을 끝까지 붙잡을 수는 없구려. 그러면 앞으로 선생께서는 어떤 계략을 쓰시려는지, 떠나시기 전에 선생의 계략이나마 알려 주시고 떠나시면 고맙겠소이다."
장량은 머리를 숙이며 대답한다.
"臣에게는 지금 두 가지의 계략이 있사옵니다. 첫째는 六國을 부추겨 楚나라를 등지도록 만드는 일이옵고, 둘째는 항우에게 그럴듯한 表文을 보내 항우로 하여금 齊나라를 치도록 하는 것이옵니다. 齊나라는 항우가 눈엣가시처럼 고깝게 여기는 강대국인 까닭에 조금만 부추기면 항우는 우리를 겨누던 칼을 돌려 齊나라를 치게 될 것이옵니다. 그러면 그들이 전쟁으로 힘을 쏟는 기회를 이용하여, 臣이 가 서 평양의 위표와 낙양의 신양을 利害관계로 설득하여 모두 우리 편으로 돌려놓을 생각이옵니다."
한왕은 장량의 깊은 計略을 듣고 거듭 감탄한다.
그리하여 장량은 즉석에서 항우에게 올리는 표문을 작성하여 팽성으로 보내고, 자신은 5~6명의 從者만 거느리고 비밀리에 西魏王 魏豹가 있는 平陽으로 떠난다.
* 이제 머지않아 項羽와 劉邦 간의 피튀기는 血戰이 시작됩니다.
** 楚漢誌 26
※ 張良의 智略
그즈음,
도읍을 彭城으로 옮긴 楚覇王 항우는 자신을 <皇帝 陛下>로 자칭하며, 날마다 술과 계집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내 손으로, 超强國 秦을 멸망시키지 않았던가? 이런 나에게 이제 어느 놈이 감히 덤벼 올 것인가 ?"
이같은 自尊感에 빠져 버린 항우인지라, 그때부터 그가 매일 하는 일과는 오직 술과 계집 뿐이었다.
그리하여 楚나라 대궐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酒宴과 歌舞가 끊일 날이 없었다.
軍師 范增은 그 점을 매우 못마땅히 여겨, 여러차례 諫言을 올렸지만 항우는 그때마다 코웃음을 치며,
"때가 태평 성대인데, 어찌 인생을 즐기지 않을 수 있으리오. 丞相은 쓸데없는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고, 나처럼 즐기도록 해보시오."
하고 오히려 향락을 권장하고있었는데,.
이렇게 정신없이 보내던 어느 날, 시종이 황급히 달려 들어오더니,
"황제 폐하 ! 한왕 유방이 포증(褒中)에서 군사를 일으켜 오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사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항우는 때마침 계집들과 더불어 주연을 즐기고 있던 중이라, 그와 같은 보고를 귓등으로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소리 작작 하거라. 巴蜀에서 나오는 棧道를 모조리 불살라 버렸는데, 제까짓게 무슨 재주로 군사를 일으켜 온다는 말이냐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자 三秦王들로부터,
"漢王 유방이 대군을 거느리고 공격을 해 오고 있으니, 지원군을 급히 보내 주시옵소서."
하는 요청이 날아오지 않는가?
그리하여 지원군을 보내 주고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飛馬가 달려오더니,
"三秦성은 말할 것도 없고 咸陽도, 韓信에게 모두 점령당했다고 하옵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계속 東進해 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하고 알려 왔다.
楚覇王 항우는 그 보고를 받자, 크게 놀라며 大怒하였다. 그러면서 큰소리로,
"한신이라는 놈이 무슨 재주로 삼진과 함양을 모두 점령했다는 말이냐 ? 도대체 章悍은 무얼 하고 있었으며, 동예, 사마흔은 뭣들하는 작자란 말인가 ? 내 당장 달려가 劉邦을 생포하고, 韓信이라는 놈의 목을 베어 나의 울분을 풀어버릴 것이다.
여봐라!
곧 출전할 것이니, 출동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라 ! "
項羽가 급작스럽게 出兵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范增이 부리나케 달려와 아뢴다.
"皇帝 폐하 !
韓信은 결코 얕잡아 볼 인물이 아니옵니다. 그러기에 臣이 일찍이 <韓信을 重用하시거나, 그렇지 않으시려거든 죽여 버리자>고 進言했던 것이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韓信을 그대로 두셨다가 결국 이처럼 커다란 우환을 당하시게 된 것이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들어내며.
"丞相은 韓信 따위에게 왜 이처럼 겁을 내시오? 三秦王들이 한신에게 성을 빼앗긴 것은, 한신의 지략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三秦王 들이 무능했기 때문이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직접 출전하여 劉邦과 韓信을 모두 다 쳐 없애버릴 것이니, 丞相은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항우가 이같이 호언 장담을 하고, 出征준비를 하고있는데,
"韓나라의 張良 선생으로부터 편지가 왔사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뭐 ? 張良이 편지를 보내왔다고 ? 그 편지를 어서 가져오너라."
항우가 장량의 편지를 즉석에서 뜯어 보니,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韓나라 愚生 張良은, 삼가 楚皇帝 폐하께 글월을 올리옵니다.
우생은 지난날 폐하의 은덕으로 故國에 무사히 돌아와, 국왕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할 일 없이 名山大川으로 떠돌아다니고 있으니, 이 또한 황제 폐하께서 염려해 주신 은덕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근자에 漢王이 愚生과 더불어 천하를 도모해 보자고 부른 일이 있었사오나, 저는 그 부름에 응하지 않았사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齊나라가 천하를 도모해 볼 생각으로 齊王이 저에게 사람을 보내왔사옵니다.
물론 저는 그 부름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황제 폐하를 위해 愚生이 생각해 보옵건대, 漢王 劉邦은 원래 야망이 작은 사람이기에, 그는 함양을 수중에 넣는 것으로 만족해 하겠지만, 齊王은 워낙 野望이 큰 관계로 반드시 楚나라까지 넘겨다볼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는 이같은 우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곧 군대를 일으켜 帝나라를 완전히 제압해 버리시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齊王은 원대한 야망을 소신대로 펴나가기 위해 六國의 王 들에게 檄文을 돌린 일이 있사온데, 다행히 그 격문의 사본이 愚生에게 입수되었기에 참고로 봉송하오니, 폐하께서는 일독하시고 楚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과감한 조치를 취하시도록 하시옵소서. 폐하의 武運長久를 빌며 이만 줄이옵니다.
<韓國 流客 張良 上書>
장량이 항우에게 이와 같은 편지를 보낸 목적은, 항우로 하여금 한나라를 치려던 칼 끝을 齊를 치도록 하려는데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장량이 편지속에 <漢王은 야망이 작은 사람>이라고 쓴 것은
평소에 항우가 유방을 과소평가하는 데 촛점을 맞춰 그의 생각을 부추킨 것이었고, <齊王은 원대한 야망가이기 때문에 반드시 楚나라를 치게 되리라> 말하여 줌으로써, 항우의 경계심을 그쪽으로 돌려놓으려는 계략이었다.
그러나 强暴하기만 할 뿐, 성격이 단순하고 지혜가 부족한 항우는 장량의 편지를 읽어 보고, 장량의 忠心을 오히려 고맙게 여기기까지 하였다.
(장량이 아니면 누가 나에게 이처럼 중대한 정보를 말해 줄 것인가 ?)
항우는 장량의 忠心을 고맙게 여기며, 이번에는 그가 보내 온 <齊王의 격문>을 읽어 본다.
齊王이 각국의 王 들에게 보냈다는 檄文은 다음과 같다.
"齊王 田榮은, 梁王 陣勝을 비롯하여 六國諸王 휘하에 글월을 드리오.
옛날부터 이르기를 <사람이 황제의 지위에 오르려면 무엇보다도 德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소이다.
그런데 자칭 <皇帝 陛下>라고 稱하는 項羽는, 일찍이 義帝와의 약속을 어기고 劉邦에게서 <關中王>의 자리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는 義帝까지 弑害하였소. 이는 天道에 反하는 행위이니, 어찌 천벌이 없을 수 있으리오. 이에 本人은 項羽를 징벌하여 天道를 바로잡고자 하는 바이니, 六國의 諸王 들께서도 모두 다 한마음으로 군사를 일으켜 聖業完遂에 적극 협력하여주시기를 간곡히 바라오.
항우는 제왕의 격문을 읽어 보고 주먹으로 용상을 치며 大怒한다.
"내 일찍이 田榮이라는 자를 齊王에 封해 주었고, 陳勝이라는 자를 梁王에 봉해 주었거늘, 그놈들이 배은 망덕하게도 천하를 도모하겠다고 나서다니, 이는 그냥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고로 劉邦을 치기 전에 그놈들부터 쳐부셔버려야 겠다."
자신이 키워 놓은 侯伯들에게 배반을 당하게 된 셈이니, 항우가 大怒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범증이 침착히 아뢴다.
"폐하 ! 장량이 간곡한 편지와 함께 이런 격문을 보내 온 것은 그의 僞計임이 분명하옵니다. 유방과 장량은 둘도 없는 心友之間이라 할 수 있사옵니다. 장량은 지난날 폐하의 은총을 입었다고는 하오나, 그때도 그의 마음은 유방에게 있었던 것이옵니다. 지금 劉邦은 함양을 점령중이온데, 폐하께서 함양으로 쳐들어가려는 것을 알고, 폐하의 공격을 齊나라에게 돌리게 하고자 이런 위계의 편지를 보내 온 것이 분명하옵니다. 하오니 齊나라를 먼저 치시는 것은 再考하셔야 마땅 하다할 것이옵니다."
范增은 당대의 지략가인지라, 장량의 위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항우가 지혜로운 군주였다면, 범증의 諫言대로 장량의 편지를 재검토해 보았어야 옳을 일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워낙 우직하고 급한 성격을 가진 자였던지라, 대뜸 이렇게 말했다.
"亞父는 모르시는 말씀이오. 장량은 본시 나에게 뜻이 있었던 사람이오. 그는 몸이 허약하여 수양을 하느라고 명산 대천을 떠돌아 다니지만, 그가 어찌 나를 버리고 소심한 유방을 따라 가겠소. 그가 오늘 같이 중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만 보아도, 그의 충정을 알 만한 일이 아니오 ? 그러니까 나는 지금부터 齊와 梁을 먼저 토벌하고, 유방은 그 다음에 정벌하기로 하겠소."
범증이 한숨을 쉬며 다시 말한다.
"장량은 워낙 위계에 능한 자이므로, 그자를 믿으시면 아니 되시옵니다. 유방을 먼저 평정해 놓으시고, 齊나라와 梁나라는 그다음에 치시는 것이 순서일 줄로 아뢰옵니다."
그러나 항우는 NO! 하고 고개를 젓는다.
"齊나라와 漢나라를 모두 정벌할 것인데, 거기에 무슨 순서가 있겠소. 내 생각대로 우선 齊나라를 치고 나서, 漢나라는 그 다음에 치도록 하겠소이다."
그리하여 항우는 우선 제나라를 치려고 대군을 일으켰다.
한편, 장량은 항우가 대군을 일으켜 제나라로 출병했다는 정보를 받고 나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즉시 魏나라로 달려가 西魏王 魏豹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위표는 장량의 면담 요청을 받고, 大夫 周淑과 상의한다.
"장량이 나를 만나자고 하는데, 무슨 일로 찾아왔을 것 같소 ?"
"장량은 유명한 說客입니다. 그는 옛날에 蘇秦이나 張儀보다도 더욱 뛰어난 변설가라 들었습니다. 그는 필시 漢王을 위해, 대왕을 설득하려고 왔음이 분명합니다."
"만약 장량이 그런 일로 나를 설득하려 한다면, 그 순간 나의 劒으로 단번에 목을 쳐버리면 어떻겠소 ?"
주숙이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한다.
"장량은 워낙 출중한 인물이기에, 항우 조차도 함부로 죽이지 못하였습니다. 하오니 대왕께서는 장량을 어디까지나 정중히 대해 주시되, 그가 무슨 소리를 하던 간에 들어 주지는 마시옵소서."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장량을 그냥 만나 보기만 하겠소."
위표는 장량을 불러들여 修人事를 나누고 나자, 대뜸 이렇게 물었다.
"선생은 漢王의 신하인 줄로 알고 있는데, 무슨 용무로 나를 찾아오셨소 ?"
장량이 침착하게 대답한다.
"저는 漢王의 신하가 아니옵고, 韓王의 신하이옵니다."
그러자 위표가 따지듯이 다시 물었다.
"선생이 韓나라 사람인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이다. 그러나 선생은 오래 전부터 漢王과 가까이 지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소."
장량이 대답한다.
"漢王이 秦나라를 정벌할 때, 제가 韓 大王의 命을 받고 漢王을 도와 드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秦나라를 평정하고 난뒤, 저는 즉시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분이 오늘은 어떤 일로 나를 찾아오셨소이까 ?"
이에 장량은 정중히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大王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漢王은 지금 함양을 점령하고 있으면서, 사람을 보내어 저를 여러 차례 부르셨습니다. 저는 세상을 등지고 살아오는 까닭에 한왕의 부름에 응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사오나, 옛날의 은총을 저버릴 수가 없어 咸陽에 잠깐 들러 인사만 여쭙고 다시 본국으러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다 보니, 모든 백성들이 대왕의 聖德을 극구 찬양하고 있는지라, 저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잠깐 敬意라도 표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된 것이옵니다."
위표는 그 말을 듣자 크게 기뻐하며
주안상을 내오게 하여 장량을 정중히 대접하며 물었다.
"오늘날의 천하의 대세를 관망하건대, 六國이 난립해 있는데다가 양대 강국인 楚나라와 漢나라가 제각기 封疆統一의 야망을 품고 분쟁을 거듭해 오고 있는데, 선생은 장차 어느 나라가 천하통일의 大業을 완수하리라 보시오 ?"
** 楚漢誌 27
※ 張良의 智略 2
張良은 잠시 숙고하다가,
"天下 大勢를 누가 감히 예언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모든 정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漢나라는 興하고 楚나라는 亡할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는 무슨 이유라도 있소 ?"
"漢王 劉邦은 성품이 寬仁厚德한데다가, 天文學상으로도 五星이 漢나라에 相聚하고 있으니, 그것은 하늘도 그를 돕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漢王은 이미 三秦을 평정하고 咸陽까지 점령하였는데, 제가 이번에 함양에 잠깐 들렀는데, 인근 각지에서 제후들이 앞다투어 귀순해 오고 있었습니다. 齊나라와 梁나라는 세력이 강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머지않아 漢나라와 손을 잡을 기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齊나라와 梁나라조차도 이런 데, 그 밖의 국가들이야 天下 大勢의 흐름에 어찌 순응하지 않을 수있사오리까?"
魏豹는 張良의 말을 듣고 저으기 놀라며, 다시 묻는다.
"만약 漢나라가 그처럼 興하게 되면, 楚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리라고 생각하시오 ?"
張良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楚나라의 項王은 성품이 우직하고 강포하여 <關中王>의 자리를 억지로 빼앗더니 義帝까지 죽이고 자신을 <皇帝 陛下>로 자칭하는 바람에, 천하의 民心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 대왕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민심이 떠나버린 始皇帝를 보면, 민심을 잃어버린 君主의 末路가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실 것입니다."
魏豹는 그 말에 흠칫하면서,
"선생께서는 민심의 흐름을 예리하게 꿰뚫어보고 계시는구려. 그렇다면 선생의 말씀대로라면 장차 漢王이 천하의 군주가 되실 것은 틀림이 없을 것 같구려. 나는 항우로부터 官爵을 받기는 했지만 항우의 그늘을 떠나 독립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소. 천하 대세가 漢王에게 기울어졌다면 나 역시 한왕의 그늘로 들어갔으면 싶은데, 선생은 나를 위해 그 길로 인도해 주실 수는 있겠소 ?"
"대왕께서 만약 漢王에게 귀순하신 다면, 漢王은 대왕을 무겁게 쓰시는 것은 물론, 항우로 부터 위협 받고있는 지금의 지위나 영토 보존이 뜻대로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小生은 大王의 聖德을 흠모하고 있는 만큼, 그런 일이라면 기꺼이 도움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아까부터 병풍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大夫 周淑이 두 사람 앞으로 나오며
큰소리로 외친다.
"大王께서는 張良의 궤변에 넘어가셔서는 아니 되시옵니다. 만약 지금 하신 말씀이 누설되면, 項王은 대군을 일으켜 우리 나라를 쑥밭으로 만들고자 달려올 것입니다."
張良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周淑 大夫께서는 병풍뒤에서 지금 대화를 엿듣고 계시었소 ?"
그러자 주숙은 무안하기도 해서 장량에게 정면으로 맞선다.
"貴公은 방금 무슨 까닭으로 웃으셨소 ?"
장량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大夫는 어찌하여 천하 대세와 强弱의 흐름에 그렇게도 어두우시오 ? 항우의 성품을 이토록 모르시는 데는 정말로 놀랐소이다."
"천하 대세와 强弱의 흐름이란 무엇을 말하는것이오 ?"
"천하대세의 흐름을 모르신다니, 내가 설명을 해드리지요. 일찍이 秦나라의 명장이었던 雍王 章悍은 20 萬의 大 병력으로 咸陽을 지키고 있었으니, 귀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군사력을 가진 장수였었소. 그렇지만 韓信 장군은 단 한번의 싸움으로 廢丘城을 빼앗고, 章悍의 목을 베어 버렸소. 그 옛날 항우는 장한과 아홉 번이나 싸워서 간신히 이겼는데 그 둘을 비교해보면,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 것인지는 한 번에 판별되는 것이 아니오 ?"
周淑은 다시 묻는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천하의 정세에 어둡다고 하셨는데 무엇이 어둡다는 게요 ?"
"말씀드리지요. 무릇 천하의 大勢가 변화하려면 <때(時)와 세(勢)> 라는 두 가지의 원리가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법이오. 그런데 지금은 "때"와 "세" 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해, 모두가 유동적이오. 다시 말해서 누가 천하의 주인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은 유동적이란 말씀이오."
그 말에 대해 周淑이 즉각 반박하고 나온다.
"선생의 말씀대로 천하의 대세가 유동적이라면, 力拔山氣蓋世의 項王을 도와서 그를 천하의 주인으로 받들면 될 게 아니오 ?"
장량이 대답한다.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소. 허나 項王을 천하의 주인으로 받들고 따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면이 많소. 항우는 스스로 자신의 용맹만을 믿고 天命을 깨닫지 못한 사람임을 알아야하오. 그는 천하를 도모하려는 野望은 있어도 智略이 없는 것이 첫번째 결점이오.
두번째,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하는 사람은 백성을 사랑하는 愛民정신, 즉 德望이 있어야 하는데, 항우는 일찍이 자신에게 항복한 秦나라 군사 20 萬名을 모반의 염려가 있다고 전원 생매장시켜버리는 극악무도한 사건을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또한 項羽는 關中을 버리고 도읍을 彭城으로 옮겨 감으로써 국가의 중심에서 완전히 벗어나버리는 사람이 되었소."
"그러면 선생은 關中(咸陽)을 차지한 漢王이 천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오 ?"
周淑의 감정적인 반격에, 張良은 조용히 손을 저으며 다시 말한다.
"大夫께서는 나의 말에 오해를 하고 계시는구려. 나는 다만 천하의 추세를 객관적으로 설명했을 뿐이지, 누가 천하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니, 그 점은 오해가 없기 바라오."
그러자 이번에는 西魏王 魏豹가 장량에게 물었다.
"선생이 한왕 유방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선생의 견해를 듣고 싶소이다."
"대왕께서 물어오시니, 모든 것을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제가 보기에는 漢王은 觀相學상으로도 帝王의 相을 타고나신 분이오. 게다가 인품이 寬仁大度하여, 이르는 곳 마다 민심이 그분한테 몰립니다. 함양을 점령할 때에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入城하였으며, 함양성 백성들이 한왕을 "千世 千世 萬萬世"를 외치며 맞아들였다고 하니, 그 어찌 그 분을 <때>와 <세>를 얻은 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사오리까 ?"
周淑은 아직도 반발심이 남아있는지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나 軍勢에 있어서는 楚나라가 漢나라에 비해 우세하지 않소 ?"
장량이 웃으면서,
"물론 지금으로 보아서는 漢나라보다 楚나라가 훨씬 우세한 편이지요. 그러나 項王은 남의 작은 잘못까지 책망할 줄은 알아도 커다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오. 齊나라와 梁나라가 지금까지 項王을 많이 도와 왔건만, 項王은 지난날에 지내온 의리를 팽개치고 大軍을 일으켜 齊와 梁을 치고 있는 중이오. 항왕은 그 두나라를 정벌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이 나라로 쳐들어 올 텐데, 그때는 무슨 힘으로 항우를 막아낼 수 있겠소?"
마침내 장량은 서위왕 위표의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말을 吐해 놓는다.
위표는 청천 벽력 같은 장량의 말을 듣고, 주숙과 함께 소스라치게 놀란다.
"항왕이 대군을 일으켜, 齊나라와 梁나라로 쳐들어가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
장량은 눈을 크게 뜨며,
"大王께서는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계셨습니까 ? 두고 보십시오. 齊나라와 梁나라는 머지않아 항우의 손에 쑥밭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貴國 차례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선생은 무슨 얼토당토않은 엄포의 말씀을 ...."
西 魏王 魏豹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감에 휩쌓였다.
바로 그때, 장수 하나가 급히 달려오더니 큰소리로 이렇게 아뢰는 것이었다.
"대왕 마마 큰일났습니다. 楚覇王이 大軍을 일으켜 齊나라와 梁나라로 쳐들어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하옵니다."
"무어라 ? 그러면 장량 선생의 말씀이 모두 사실이란 말이 아닌가 ?"
魏豹는 몹시 당황하며 장량의 손을 붙잡으며 간청하듯 말한다.
"張良 선생 ! 우리가 漢王에게 귀순하게 되면, 한왕은 어떤 경우라도 우리를 지켜줄 수있을까요?"
장량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한왕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不義를 징벌하는 기치를 내 걸고 항우와 천하를 겨루고 있는 분이시오. 그와같이 정의로운 분께서 어찌 자신에게 귀순해 온 선량한 나라를 전력을 다해 도와주지 아니하겠소이까? 귀순하시면 漢王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그때부터는 귀국의 어떤 고난이라도 함께하실 것입니다."
위표는 그 말에 구세주를 만난 듯이 기뻐하며,
"그러면 한왕 앞으로 降表를 써드리고, 貢物도 적지않게 보내 드릴 테니, 張良 선생이 수고스러우시겠지만 漢王 전하께 직접 전해 주실 수는 없겠소이까 ?"
장량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나라를 求하시겠다는데, 제가 어찌 도와드리지 못 하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중대한 문제는 第 三者인 제가 나서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 周淑 大夫가 가신다면, 저도 동행하여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도록 助言은 해드리겠습니다."
張良은 周淑의 마음까지 돌려놓으려고 일부러 周淑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리하여 周淑은 降表와 많은 공물을 가지고 장량과 함께 함양으로 한왕을 만나러 떠난다.
일행이 함양에 도착하자, 장량은 漢王을 먼저 만나 지금까지의 경과를 상세히 보고하니, 한왕은 크게 기뻐하며,
"선생이 아니면 이처럼 어려운 일을 누가 성사시킬 수가 있었겠소이까? 周淑이라는 사람이 魏王의 降表를 가지고 왔다니 지금 곧 만나보기로 하지요."
周淑은 대궐로 들어와 漢王에게 큰절을 올리다가 바라보니 漢王의 얼굴이 신선처럼 자애스럽고도 우아함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과연 漢王은 張良 선생의 말대로 帝王之相이 분명하구나. 項王을 만났을 때는 공포감에 온 몸이 떨려왔었는데, 漢王은 인자하게만 느껴지니, 천하의 주인은 저런 분이 되어야 하겠구나!.. )
주숙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西魏王 魏豹의 降表를 내놓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西 魏王 豹는, 삼가 漢나라 大王 殿下께 降表를 올리옵니다.>
대왕께서는 워낙 寬仁厚德하시와 三秦을 평정하시자, 인근의 諸侯들이 모두가 楚覇王을 등지고 대왕 앞으로 귀순해 왔다 하오니, 진실로 축하의 말씀을 올리옵니다. 모든 물줄기는 江으로 흘러 결국에는 드넓은 바다로 들어가듯이, 본인도 이제부터는 대왕을 충실히 받들고자 하오며, 대왕전에 약간의 공물을 헌상하오니, 이를 기회로 앞으로 대왕께서 본인과 魏나라 民草들의 정성을 기꺼이 받아들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西 魏王 魏豹 上書.
漢王이 魏豹의 降標를 읽어 보고 무척 기뻐하니, 周淑이 揖(읍)하며 아뢴다.
"대왕께서 말(馬)을 좋아하신다 하옵기에 <白壁>이라는 이름의 명마도 한 필 가져왔사온데, 마음에 드실지, 한번 試乘해 주시옵소서."
한왕은 워낙 말을 좋아하는지라, 주숙과 함께 밖으로 나와 말을 보니, 온 몸이 눈처럼 하얀 <백벽>이란 말은 과연 명마 중 명마였다.
한왕은 너무도 기뻐하며, 주숙에게 융숭한 酒宴을 베풀었다.
그리고 다음날 주숙이 돌아가려고 하자, 서위왕 위표에게 보내는 答信을 손수 써주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漢王은 書魏王 足下에게 기쁜 마음으로 親書를 보내오.
나는 貴王의 명성을 들어 온지 이미 오래요. 貴王은 周王의 후예로서, 魏나라 백성들에게 많은 인덕을 베풀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소이다. 그러나 처음에 길을 잘못 들어, 楚覇王 항우와 손을 잡았다기에 매우 유감스럽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제 지난날의 잘못을 깨닫고 우리와 생사를 함께하겠다고 하니, 진실로 고맙고도 기쁜 일이오.
이제부터 우리는 咸陽을 중심으로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여, 생사 고락을 같이하고 부귀와 영화를 함께 누려 가도록 합시다. 우리가 머지않은 장래에 한자리에서 만나, 이 기쁨을 나눌 날이 있기를 바라오.
실로 친밀감이 넘치는 친서였다.
西魏王 魏豹는 한왕의 친서를 읽어 보고 춤이라도 출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아 !
漢王이 이처럼 큰 분이라는 것을 나는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 楚漢誌 28
※ 하늘도 감탄할 張良의 智略 3
(河南王 申陽과 陸賈를 가지고 놀다)
張良은 西 魏王 魏豹를 漢王에게 귀순시키고 나니, 이제는 河南王 申陽을 귀순시켜야 할 차례였다.
위표는 성품이 단순하고 고지식하여 설득시키는데 수월하였으사, 河南王 申陽은 약삭빠른데다가 이해관계에 밝아서, 위표처럼 쉽게 귀순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게다가 申陽의 측근에는 陸賈라는 모사꾼이 붙어 있어, 장량은 신양을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어쨌든, 河南王까지 우리편으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장차 항우의 공격으로부터 한왕이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지라 장량은 한왕에게,
"臣은 河南王 申陽을 귀순시키기 위해, 오늘 다시 떠날까하옵니다."
하고 인사를 올린다.
漢王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는 언제까지나 선생과 함께 있고 싶은데, 이번에도 오시자마자 또다시 떠나셔야만 합니까 ?"
"臣 역시 大王 殿下를 항상 곁에서 모시고 싶사오나, 天下 大事를 위해서는 한 곳에 安住할 수없는 없는 형편이옵니다."
그러자 漢王은 張良의 두 손을 꼭 잡고,
"내가 선생과 함께하게된 것은 하늘이 주신 은덕이오. 우리가 천하를 도모하고 나면 선생은 언제까지나 내 곁을 떠나지 말아 주소서."
張良은 두 번 절하고 漢王 앞을 물러나온 뒤, 곧 번쾌와 관영 두 장군을 불러 命한다.
"나는 이제 河南王 申陽을 설득하러 떠나오. 申陽은 利害관계에 밝을 뿐만 아니라 몹시 약삭빠른사람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내가 그들에게 붙잡혀 彭城으로 끌려가게 될지도 모르오.
그러니, 장군들은 각기 군사 3 千 騎를 거느리고, 河南城에서 彭城으로 가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만약 내가 彭城으로 끌려가게 되면 중도에서 나를 求出하도록 하시오."
이것을 보면 張良은 자신이 생포당하여 彭城으로 끌려 갈 것까지 예상하고 떠나는 것이었다.
그러자 번쾌와 관영 은 서로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장량에게,
"小將들이 직접 모시고 가야하지 않겠사옵니까 ?"
"걱정마시고 이르는 대로 해 주시면 되겠소."
장량은 태연스럽게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5~6명의 종자만을 데리고 표표히 洛陽(낙양 : 현재 중국 河南省 서부에 위치해있는 직할시. 과거 韓, 魏, 隋, 唐나라의 首都였으며 중국의 7대 古都) 으로 떠났다.
그로부터 며칠 후, 河南王 申陽은 大夫 陸賈와 함께 국정을 논의하고 있는데, 시종이 들어오더니,
"張良이란 사람이 大王을 만나 뵙겠다고 찾아 왔사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申陽은 이상하게 여기며,
"張良이 나를 만나러 왔다고 ... ? 陸 大夫 !
張良이 무슨 일로 나를 만나러 왔을 것같소 ?"
하고 육가에게 묻는다.
陸賈는 지난 3년 동안 줄곧 漢王을 따라다녔던 고로, 漢王과 張良과의 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자 陸賈는 申陽에게,
"張良은 대왕을 설득하여, 漢王에게 귀순시키려고 온 것이 분명합니다."
"나를 설득하여 漢王에게 귀순시킨다고 ?"
"네 그렇습니다. 張良은 漢王에게는 둘도 없는 충신이라는 사실을 아셔야하옵니다."
"음 ....그렇다면 張良을 만나 어떻게해야 좋겠소 ?"
"글쎄올시다."
陸賈는 바로 대답을 못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陸賈는 잔재주는 뛰어나도, 경솔하고 대세 판단에 안목이 별로 없는 者였다.
陸賈는 일찍이 漢王이 申陽을 귀순시키라고 보낸 사절이었지만 자기 가족을 먼저 생각한 끝에 漢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아예, 申陽의 충복이 되어 버린 그런 인물이었던 것이다.
陸賈는 꽤 오래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고개를 들며,
"大王께서 漢나라 편에 서시느냐 하는 문제는, 대왕께서 친히 결정하실 문제입니다. 漢나라에 가담하실 생각이시면 장량의 말을 무었이든지 들어주시옵소서. 그러나 반대로, 楚나라에 가담할 생각이시거든, 張良을 생포하여 楚覇王에게 갖다 바치도록 하시옵소서.
范增은 옛날부터 張良을 몹시 미워하고 있음으로, 張良을 楚覇王에게 갖다 바치면, 대왕은 커다란 신임을 얻게되실 것이옵니다. 옛부터 <害一人而成大謨 : 해일인비성대모)>라고, <한사람을 죽임으로써 큰 계획을 성공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
역시 눈앞의 잔 재주는 누구보다도 비상한 陸賈의 말이었다.
河南王 申陽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예전부터 楚나라를 섬겨 왔는데, 이제 와서 어찌 漢나라를 섬길 수 있으리오. 내가 생각을 바꿔서 漢나라를 섬기게 되면, 楚覇王이 大怒하여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 와, 우리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 것이오."
"대왕의 결심, 잘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저는 이 자리를 피해 있을 것이오니, 張良을 불러들여 당장 생포해 버리도록 하시옵소서."
그 말을 남기고 陸賈는 뒷문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편,
張良은 申陽에게 면회를 신청해 놓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나절이 지나도 신양에게서 들어오라는 기별이 없었다.
(무엇 때문에 사람을 이토록 기다리게 하는 것일가 ? 신양은 利害得失에 밝은 사람이고, 그의 친구인 陸賈는 잔재주가 뛰어난 인물이니까, 두 사람이 필시 머리를 맞대고 나를 害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 틀림없구나 ! )
張良은 신양과 육가의 사람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음으로 처음부터 이런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기에 번쾌와 관영에게 각 3千 騎의 군사를 준비시키면서 <만약 내가 彭城으로 사로잡혀 가게 되거든 중도에서 구출하라>고 미리 대비책까지 세워 놓고, 申陽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던가?
張良이 신양에게 면회를 신청한 것은 아침 나절이엇다.
그러나 申陽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만나 보겠다는 전갈이 왔다.
그것은 申陽이 陸賈와 공작을 하느라고 시간이 걸린데다가 장량을 생포하기 위한 군사들의 동원도 사전에 미리 지시하고 배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장량은 접견실로 들어와 신양을 보는 순간,
(역시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구나 !)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스쳐갔다.
그런 이유는, 張良을 만나는 申陽의 손에 長劍이 들려 있었고, 장량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殺氣 등등했기 때문이었다.
張良이 申陽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아 잡고 수인사를 올리자, 申陽은 다짜고짜 큰소리로 외친다.
"張良은 듣거라. 그대는 나를 漢王에게 귀순시키려고 온게 아니냐. 얼마 전에 楚覇王께서는 나에게 <張良의 행방을 알고 있거든, 그 자를 잡아 彭城으로 신속히 보내라>는 명령이 계셨다. 그런데 그대가 제 발로 걸어들어왔으니, 나는 그대를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는 일이 아니냐 !"
하면서 左右에 侍立해 있는 군사들에게 명한다.
"여봐라 ! 이 者를 당장 포박하라 ! "
실로 날벼락 같은 일이었지만
張良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대책을 세워 놓았던지라, 오히려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군사들의 결박에 순순히 응해 주었다.
결박이 끝나자, 申陽이 측근에게 명한다.
"이 者를 결박해 놓았으니, 陸大夫를 들어오시라고 하여라."
잠시후에 陸賈가 들어오는데, 陸賈는 張良을 외면하고 있었다.
(年 前까지 같이 漢王을 모시고 있던터라 양심에 찔림이 있었으리라.)
申陽은 陸賈에게 묻는다.
"곽미 장군에게 군사 백 명을 주어, 지금 당장 항왕에게 장량을 갖다 바칠까 하는데, 陸 大夫의 생각은 어떠하오 ?"
陸賈가 대답한다.
"곽미 장군으로서는 項王 殿下를 직접 만나 뵙기가 어려울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내일 아침 일찍, 동이트는 대로 저를 같이 보내 주시옵소서. 項王이 齊나라와 梁나라를 정벌하는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있는지도 알아 보고싶고, 范增 軍師와의 친분도 돈독히 하려면 이 기회에 제가 같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禮物을 마련해 줄 것이니, 내일 아침 陸大夫가 同行하도록 하시오."
이튼날 아침,
陸賈와 곽미는 張良을 압송하고자 백여 명의 군사와 함께 彭城으로 길을 떠났다.
그들이 洛陽을 떠나 50 里쯤 갔을 때 였다.
갑자기 숲속에서 一軍의 군사들이 張良을 호송하는 일행을 향하여 달려오는데, 대장 하나가 선두에서 비호같이 달려나오며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이놈들아! 이분이 감히 누구인 줄 알고 붙잡아 간다는 것이냐 ! 당장 선생을 내놓지 않으면, 한 놈도 살려 두지않고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 "
이렇게 벼락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 드는 장수는 다른 사람이 아닌 漢나라 大將軍 번쾌 였다.
그러나 그 사람이 천하의 맹장인 번쾌임을 알 턱 없는 곽미는 칼을 뽑아 들고 맞서 나가며, 엄포를 놓았다.
"야 이 산적 놈아 ! 너는 내가 <洛陽의 곽미 장군>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나는 張良을 사로잡아 彭城으로 가는 길이니 죽고 싶지 않거든 당장 비켜서거라...."
번쾌는 껄껄껄 웃고나서 외친다.
"네 놈이 낙양의 건달인지 누구인지는 내 알 바 아니다. 살고싶으면 잔소리 말고 빨리 張良 선생이나 내놓아라 ! "
곽미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자, 長劍을 휘두르며 번쾌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곽미는 상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번쾌가 2~3합쯤 몸을 풀더니 곽미의 목을 한칼에 베어 날려 버리니, 뒤에 따라오던 군사들은 張良을 그대로 둔 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모두가 도망쳐버리는 것이었다.
陸賈도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번쾌는 번개같이 陸賈를 추격하여 멱살을 잡자마자 땅바닥에 내동댕이쳐버렸다.
張良은 참선이라도 하듯이 조용히 앉아 있다가, 마빡이 깨지고 코피가 터져 잡혀 온 陸賈를 보고 꾸짖으며,
"漢王에게 지난 3 년간이나 총애를 받아 온 자네가 漢王을 배반한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 게다가 그대는 나까지 생포하여 項王에게 바치려고 하였으니,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
陸賈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오랫동안 꿇어앉아 있더니 , 자기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가 漢王을 따라 다닌 것은 일시적인 客氣에 불과했었소. 선생이 韓나라를 도우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나의 고국인 魏나라를 돕기위해 그랬을 뿐이오."
육가는 꾀가 많은 者인지라, 자기 변명을 위해 장량의 경우를 비유하여 물고 늘어지려는 것이었다.
張良은 육가의 변명을 듣자 너털웃음을 웃었다.
"허허허, 처녀가 아이를 배어도 할말이 있다더니, 자네의 변명은 아주 그럴듯하구만. 그러나 자네 말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은 교언(巧言)일 뿐일세. 어찌 자네는 申陽을 漢나라에 귀순시키지 않고 만고의 역적이자 폭군인 項羽의 그늘로 가려고 했단 말인가 ?"
陸賈가 대답한다.
"申陽은 본시 楚나라에서 관직을 받은 사람이므로, 그의 뜻은 언제나 楚나라에 있었소.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생을 생포하여 項王에게 바침으로써 공을 세워 보려고 했던 것이오."
번쾌가 그 말을 듣고 크게 怒하며,
"네 놈이 장량 선생을 생포해다가 項王에게 바쳐서 공을 세우려고 했다니, 나는 네놈을 잡아다가 漢王에게 바쳐서 功을 세워야겠다."
하고 말하며 陸賈를 포박하여 귀로에 올랐다.
한편, 번쾌에게 쫒겨 도망간 군사들이 본영으로 돌아와서 모든 일을 사실대로 告하니, 申陽이 크게 놀라면서,
"도대체 어떤 놈들이 도중에 나타났기에 張良을 빼앗기고, 곽미 장군까지 戰死했다는 말이냐 ? 그런 놈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내가 직접 나가서 본때를 보여 줘야 하겠다."
라고 말하며 천여 기의 군사를 거느리고 현장으로 달려나왔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했던 현장을 숲속까지 샅샅이 뒤져 보아도,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申陽은 陸賈의 생사가 몹시 걱정스러워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그대들은 혹시 이 부근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저희들은 지금 산을 넘어 오는 길이지만, 아무도 만난 사람은 없사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申陽은 점점 괴이한 생각이 들자,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陸賈의 행방을 열심히 찾고 있는데, 돌연 숲속에서 장수 하나가 횃불을 밝혀 들고 비호같이 나타나더니,
"나는 漢나라의 大將軍 번쾌다. 張良 선생의 특별 지시에 의해, 너를 죽이지는 아니하고, 다만 사로잡아 가겠노라."
하는 외침과 동시에 눈깜짝할 사이에 申陽의 뒷덜미를 나꿔채 공중에서 돌리니 신양의 몸이 2~3차례 공중회전을 하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패대기쳐버려지는것이었다.
이러한 번쾌의 행동이 어떻게나 민첩했던지, 申陽은 비몽사몽간에 포박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윽고 漢나라 군사들이 陣을 치고 있는 곳으로 申陽이 끌려오자, 張良은 촛불을 밝혀 들고 마중을 나와 신양의 결박을 손수 풀어주고, 그에게 큰절을 올리며,
'번쾌 장군이 분별없게도 대왕에게 지은 무례를 용서하소서."하는게 아닌가?
"......"
申陽은 너무도 뜻밖인 장량의 정중한 예의에 어리벙벙하였다.
張良은 申陽을 막사로 모시고 들어와, 자리를 마주하며 말한다.
"실은 漢王께서 天下의 大勢를 貴王과 도모하시고자, 저더러 그 뜻을 전달하라는 분부가 계셔서 제가 대왕을 찾아갔던 것이옵니다. 그러나 대왕께서는 다짜고짜로 저를 생포하여 項王에게 바치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런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도중에 군사들을 미리 매복시켜 놓았던 덕택에, 이렇게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申陽은 張良의 預智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장량이 다시 말한다.
"우리는 지금 陸賈를 生捕해 놓고 있는데, 陸賈는 <河南王을 생포하더라도 제발 죽이지는 말아 달라>는 간청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번쾌 장군에게 <河南王을 생포해 오되 죽이지는 말라>는 특명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렇지않아도 漢王은 인자하신 어른인지라, 貴王이 일시적인 과오를 犯했다 해서 사람을 함부로 해칠 어른은 아니십니다. 貴王이 지금이라도 지난 날의 잘못을 깨닫고 漢나라에 귀순하신다면, 지금까지 누려 오시던 부귀와 영화를 계속 누리실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 그 점은 제가 책임지고 약속할 것이니, 저를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張良은 시종 일관 정중한 어조로 타이르듯 말했다.
申陽은 張良의 의외의 정중한 태도에 크게 감명되어 이렇게 말했다.
"陸 大夫가 어디에 있는지, 陸 大夫를 잠깐 만나게 해주소서. 陸 大夫와 상의하여 결정하겠소이다."
"지당하신 말씀, 陸 大夫를 곧 이 자리에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후에, 陸賈가 들어오더니 申陽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大王께서는 부디 張良 선생의 말씀대로 漢나라에 귀순하시옵소서. 張良 선생은 우리에게 생포되어 彭城으로 끌려갈 것을 미리 알고, 가는 길목에 군사까지 배치시켜 놓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뿐만이 아니라, 主公께서 洛陽城을 나오시자마자, 漢나라 장수 관영 장군이 張良 선생의 命에 의하여 洛陽城을 이미 접수해 버려서 主公께서는 돌아가실 근거지조차 없어진 형편이옵니다. 漢王은 워낙 仁德이 크시므로, 主公께서 지금이라도 귀순을 하시면, 모든 잘못을 깨끗이 용서해 주실 것이옵니다."
申陽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깨닫고 보니, 과연 내가 어리석었소이다. 張良 선생께서는 나의 귀순의사를 漢王殿에 꼭 전달해 주소서."
張良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대왕께서 漢王에게 귀순할 결심을 굳히셨다니, 반갑고도 기쁘옵니다. 그러면 우리가 다 같이 일단 洛陽城으로 돌아가서 陸大夫를 咸陽으로 보내, 漢王에게 그 뜻을 알려 드리기로 하십시다."
세 사람이 서로의 군사들을 이끌고 선두에서 나란히 말을 달려 洛陽城으로 돌아오니, 낙양성 위에는 어느 새 漢나라의 붉은 깃발이 수없이 펄럭이고 있었다.
申陽과 陸賈는 그 광경을 보고, 張良의 '인간을 초월하는 智略'에 새삼 탄복을 금치 못했다.
(東西古今을 통털어보아도 張良과 諸葛亮 같은 천재적인 智略家는 앞으로도 보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 楚漢誌 29
※劉邦의 父母相逢
三秦을 비롯하여 西 魏王 魏豹와 河南王 申양까지 모두 귀순시키니, 漢나라의 세력은 더욱 강대해졌다.
그에 따라 인근 각지의 諸侯들도 앞다투어 한왕의 휘하에 들어올 것을 자진하여 요청해 올 정도였다.
(이제 남은 일은 오직 楚覇王 項羽를 정벌하는 일만 남았는데...)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유방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것은 항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유방 자신의 老 父母들이 항우에게 볼모로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다보니 劉邦이 項羽를 치려다가는 부모님의 생명이 위험할 수있기 때문이었다.
劉邦은 그 문제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하루는 韓信이 입궐하여 아뢴다.
"西 魏王과 河南王을 우리 편으로 만들었사오니, 이제 항우를 쳐도 되겠사옵니다."
그러자 유방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楚나라를 정벌하려 다가 항우에게 억류되어 계시는 부모님의 생명이 위험할 것 같은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
하고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신이 허리를 굽히며,
"臣 등은 대왕 전하의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사옵니다. 그렇기때문에 군사를 일으키기 전에 우선 太公 內外분 一家부터 구출해 올 계획을 세우고 있사옵니다.
漢王은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이는지라,
"고마운 말씀이오. 그러나 항우가 붙잡고있는 부모님을 무슨 수단으로 구출해 올 수 있겠소 ?"
그러자 韓信은 자신에 찬 어조로,
"계획만 치밀하게 세워 실행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옵니다. 외람되오나 臣이 목숨을 걸고 太公 내외분을 이곳으로 모셔 오도록 하겠습니다."
漢王은 韓信의 말이 너무도 고마워, 그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항우에 의해 갖은 고초를 겪고 계실 부모님을 구출해 오신다면, 그 은공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못잊겠소이다."
"염려 마시옵소서. 신이 태공 내외분을 반드시 구출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韓信은 御殿을 물러나오자, 곧 장수들을 한자리에 불러 의견을 물어본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대왕의 兩親은 지금 楚覇王 項羽의 손에 볼모로 잡혀 계시오. 그러기에 태공 내외분을 구출해 오기 전에는, 우리는 항우를 정벌할 수가 없게 되어있소.
그 이유는 섣불리 군사를 일으켰다가는, 태공 내외분의 생명이 위험해질 염려가 매우 크기때문이오.
그래서 태공 내외분을 우리가 먼저 무사히 구출해 내야겠는데, 여러분 들께서 좋은 Idea가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해 보시오."
다른 사람도 아닌 楚覇王 항우의 손에서 유방의 부모를 구출해 온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기에 장수들은 고개를 숙인채 아무도 말이 없었다.
韓信이 다시 말한다.
"우리의 智略 여하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일이란 있을 수 없소. 앞으로 2000년 쯤 후, 나폴레옹이란 인물이 태어나 지금의 내 말을 인용하여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고 말할 것이오.^^
물론, 항우가 억류하고 있는 사람을 빼앗아 온다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나 우리 손으로 직접 빼오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第 三者의 힘을 빌리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 오. 그런 방법을 한번 강구해 보기 바라오."
그때, 말석에 있던 王陵이라는 젊은 장수가 손을 들고 일어나 말한다.
"小將은 일찍이 南陽에 있을 때 周吉과 周利이라는 두 義士들과 가깝게 지낸 일이 있습니다. 그들 형제는 2 千 여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良民들을 보호하며 농사를 짓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부하가 2 萬 여 명으로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들 두 형제에게 태공을 구출해 오는 일을 부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韓信은 王陵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거 참 매우 좋은 착상이오. 그들이 王 장군의 부탁을 틀림없이 들어줄 것 같소 ?"
왕릉이 대답한다.
"그들 형제는 원래 의협심이 강하여 義로운 일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옵니다. 게다가 小將과는 오랬동안 친분을 쌓아왔기 때문에, 제가 부탁하면 결코 거절은 아니 할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되었소. 王 장군이 그 일을 꼭 성사시키도록 해보시오."
韓信이 특별히 부탁하자, 왕릉은,
"小將이 출발하기에 앞서 大元帥께 부탁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무슨 얘기인지 말씀해 보시오."
"周吉과 周利 형제가 할 수있는 수단과 방법으로 태공 내외분을 구출하게 되면, 항우는 반드시 군사들로 하여금 맹렬히 추격해 올 것입니다. 그들 형제의 병력만으로는 항우의 군사를 막아 낼 수 없을 것이므로, 大元帥께서는 그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주시기 바라옵니다."
"당연한 말씀이오. 그러지않아도 나는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5 萬의 군사를 요소에 미리 배치할 생각이었소. 만약 이번 일이 성공하면, 王 장군은 일등 공신이 될 것이오. 王 장군은 지금 나와 함게 입궐하여 대왕께 보고하도록 하십시다."
그리하여 韓信은 王陵과 함께 입궐하여
<太公 구출>에 관한 작전계획을 보고 하니 漢王은 뛸 듯이 기뻐하며 말한다.
"내가 그동안 부모님을 뵙지 못한지 3 년이 넘었소. 연노하신 부모님이 그동안 얼마나 고초를 겪고 계실지,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잠을 이루지 못하오. 왕 장군은 나의 부모님을 꼭 구출해 주기 바라오.
부모님만 무사히 모셔오게되면, 나는 마음놓고 楚나라를 칠 수가 있을 것이오."
왕릉이 아뢴다.
"聖恩이 망극하옵나이다. 臣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太公 내외분을 무사히 모셔 오겠사오니, 대왕께서는 태공 앞으로 보내시는 親筆 서신 한 장만 써주시옵소서. 그래야만 태공께서 신을 믿으시고 따라오실 것이옵니다."
"오, 참! 그렇구려. 부모님께서 나의 친필을 알아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시겠소. 그 일을 생각하니 내 감정을 억제할 길이 없구려."
漢王은 즉석에서 親書를 써주었다.
王陵은 그날로 장사꾼으로 변장하고, 彭城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한편,
楚覇王 項羽는 군사를 일으켜 齊와 梁을 먼저 정벌하려고 출전을 서두르고 있는데, 때마침 飛馬가 달려오더니,
"황제 폐하 !
西 魏王 魏豹와 河南王 申陽이 모두 漢나라로 귀순했다고 하옵니다."
하고 傳하는 게 아닌가?
"뭐라구 ?
魏豹와 申陽이 漢나라에 귀순을 하였다고 ? 그놈들은 내가 직접 키워 놓은 놈들인데 배은 망덕한 놈들 같으니라고! 이놈들이 이럴 수가 있는가 ?! "
항우는 大怒하여 주먹으로 용상을 치다가, 軍師 范增을 불러 상의한다.
"서 위왕 위표와 하남왕 신양이 근자에 와서 나의 명령을 가끔 거역하기에, 이들의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해 조만간 손좀 보아주려고 했는데, 그놈들이 모두 한꺼번에 漢나라에 귀순해버렸다니, 이를 어찌했으면 좋겠소!?
더구나 韓信이란 놈은 巴蜀에서 나와서 우리 영토를 7천 여리나 점령해버렸으므로, 나는 그놈들을 한꺼번에 쳐 없앨까 하는데, 亞父께서는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
范增이 심사 숙고하다가 대답한다.
"漢나라에 귀순한 사람은 위표와 신양만이 아니옵고, 지금 모든 民心이 하나같이 漢나라 劉邦에게 기울어 가고 있사옵니다. 天下가 이처럼 변해가고 있는 이때에, 彭城을 비워 두고 원정 길에 오르셨다가, 만약 敵이 彭城을 공략해 오면 어떻게 그들을 막아낼 수가 있겠습니까? 하온바 지금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은 豊沛에 억류중인 劉邦의 父母와 그 일족들을 彭城으로 모두 옮겨, 人質로 잡아 두셔야하옵니다. 그러면 韓信은 절대로 우리를 공격해 오지 못할 것이니, 우리는 그들 인질을 잘 이용해가며 때를 보아 일거에 쳐부수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항우는 범증의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그거 참 절묘한 計略이오. 劉邦의 부모와 그들의 일가족을 몽땅 볼모로 끌어다 놓으면, 유방은 지 父母가 죽을까 염려하여 함부로 덤벼오지 못할 것이오. 그렇다면 빨리 볼모들을 붙잡아다가 놓고 저들을 근본적으로 때려잡을 계획을 세우기로 합시다."
이리하여 항우는 즉석에서 대장 劉信에게 긴급 명령을 내린다.
"유신 장군은 군사 1천 명을 거느리고 沛縣으로 달려가, 유방의 애비 에미를 비롯하여 유씨 劉氏一門을 모조리 잡아 오도록하라. 劉氏 姓을 가진 놈은 단 한 놈이라도 남겨 두어서는 안된다."
劉信은 1천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沛縣으로 달려가, 豊沛라는 마을을 포위하고 劉氏 姓을 가진 사람을 모조리 붙잡으니, 유방의 친척은 무려 120여 명이나 되었다. 유신은 그들을 굴비 엮듯이 오라를 만들어, 묶어 가지고 彭城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들이 豊沛를 떠나 30여 리쯤 왔을 때, 별안간 우거진 숲속에서 일발의 鐵砲 소리가 나더니, 구렛 나루가 무성한 건장한 장사 세 명이 긴 칼을 빼들고 숲속에서 달려나오며,
"漢王의 宗親들을 모두 우리에게 넘겨라 ! 그렇지 않으면 네놈들은 한 놈도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
하고 벼락같은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劉信은 앞으로 달려나가 엄포를 논다.
"우리들은 項王의 명령을 받고, 太公 일족을 잡아가는 길이다. 도대체 네놈들은 어떤 놈들이기에 우리의 앞길을 막는 것이냐 ?"
그러자 한 장수가 벼락같이 달려오며,
"이놈아 ! 말로 타일러서 모르겠으면 죽어 봐야 알겠다는 말이냐 ?"
하고 외치는 동시에, 劉信의 목을 한칼에 베어 버리는 것이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남은 군사들은 유씨 일족을 그냥 내버려둔 채 사방으로 줄행랑을 쳤다.
세 장수는 오라에 묶여 있는 사람들을 모두 풀어 주고, 太公 내외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태공 내외분께서는 이제 안심하소서. 저희들이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큰일 날 뻔 하셨습니다. 모두가 漢王 殿下의 홍복인 줄로 아옵니다."
老부부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며 반문한다.
"세 분 장수들은 어떤 분들이기에, 우리 두 늙은이를 고맙게도 이렇게 구출해 주시오 ?"
그러자 세 장수중에 젊은 장수 하나가 앞으로 다가와 대답한다.
"저는 漢王 휘하에 근무하는 王陵이라는 장수이옵고, 이 두 사람은 남양에 사는 周吉과 周利라는 두 義士 들이옵니다. 우리 세 사람이 太公을 모시러 왔사오니, 이곳을 빨리 떠나셔야 하옵니다."
太公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구출해 준 세명의 장수들은 모두 다 고마운 사람임에는 틀림 없지만 생면 부지의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들을 구해 줄 리도 만무하려니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조차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닌가 ?
물론 왕릉이라는 장수는 <한왕 휘하에 근무하는 장수>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세상이 하도 어지러우니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태공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세 분은 우리 일행을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것인지 행방이나 좀 알고 갑시다."
王陵은 태공이 불안해 하는 심정을 그제서야 깨닫고, 품속에서 <漢王의 親書>를 꺼내 주며 말한다.
"저희들이 漢王 전하의 親書를 가지고 왔사오니, 이 친서를 보시면 아시게 되실 것이옵니다.."
태공은 아들의 친서를 읽어 보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오!, 이 편지는 틀림없는 내 아들 邦의 필적이오. 세 분은 나의 아들의 부탁을 받고 나를 구하러 오셨음이 분명하니, 우리 일행은 당신네를 믿고 어디든지 따라가겠소."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敵이 언제 어디로부터 추격해 올지 모르니, 이곳을 신속히 뜨셔야 합니다."
일행은 함양을 향하여 길을 재촉하였다.
한편,
楚軍 대장 유신이 전사하자, 그의 부하들은 彭城으로 급히 돌아가, 項王에게 보고하였다.
"저희들이 태공 일가족을 압송해 오다가 산중에서 산적들을 만나 유신 장군이 전사하는 바람에 태공 일가족을 모두 산적들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項羽는 그 소리를 듣고 길길이 뛰며 소리친다.
"沛縣에 무슨 山賊이 있다는 말이냐 ! ?그놈들 劉邦이 보낸 漢나라 군사가 틀림없다. 그놈들은 咸陽으로 갈 것이 분명하니, 지금 곧 군사를 동원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劉氏 일족들을 붙잡아 와야 한다."
그리고 즉시 대장 英布와 鐘離昧를 불러 軍令을 내렸다.
"군사 3 千 騎를 이끌고 가서, 咸陽으로 도망가고 있는 劉氏 일족을 모조리 잡아 오라."
한편,
王陵은 敵의 추격이 반드시 있을 것을 예상하여 밤에도 이들을 태운 수레를 멈추지 않고 함양으로의 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유씨 일문중에는 부녀자와 노약자도 많이 섞여있는지라, 빨리 가고싶어도 빨리 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길을 재촉하며 가다가, 河南땅을 지날 무렵, 문득 뒤를 돌아보니 지평선 저편에서 먼지 구름이 자욱하게 일어나며 한떼의 군마들이 질풍같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확인 하나마나, 그들은 楚軍의 추격대가 분명하므로, 왕릉은 주길과 주리에게 말한다.
"楚軍 추격대가 지금 우리 뒤를 바짝 뒤쫒아 따라오고 있는 중이오. 부득이 나는 먼저 태공 내외분과 일족을 모시고 먼저 달아날 테니, 두 분은 이곳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가 저들을 저지시켜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주길과 주리가 한 소리로 대답한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우리가 여기서 추격대를 저지할 것이니, 장군은 태공을 모시고 어서 빨리 가시오."
왕릉이 태공과 그 일족을 모시고 떠난 지 얼마 되지않아, 楚軍 추격대가 바짝 뒤따라왔다.
英布와 鐘離昧가 장검을 휘두르며, 큰소리로 외친다.
"야, 이 도둑놈들아 ! 태공을 어서 내놓아라 !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周吉과 周利가 당당하게 말을 달려나오며 맞선다.
"우리들은 漢王의 命을 받들어 태공을 모시러 온 漢나라 군사들이다. 네놈들은 무슨 권리로 우리에게 태공을 내놓으라고 하냐? 너희들이 태공을 데려가고자 한다면 네놈들의 목을 날려버리는 수밖에 없구나! "
英布가 달려나오며,
"이놈들아 ! 누가 누구의 목을 날려 버린다는 말이냐 ! "
이리하여 피아간에 드디어 싸움이 벌어졌다.
英布는 천하의 맹장이었다. 그러나 주길과 주리 형제도 결코 만만치가 않아서, 1대 2의 치열한 싸움이 50여 합이나 계속되어도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마침 그때, 楚軍 진지에서 후퇴를 명령하는 징소리가 계속 울려 왔다. 영포는 하는수없이 싸움을 거두고 돌아와, 대장 종리매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놈들을 모조리 죽여 없앨 생각이었는데, 장군은 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리셨소 ?"
종리매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적의 후방을 가르키며,
"적의 후방에서 굉장한 먼지구름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적은 후방에 많은 伏兵을 대기시켜 놓은 것이 분영하오. 그렇다면 우리 병력으로 적을 당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런것이니, 오늘은 일단 이 근처에서 야영을 하고 밤새 지원 병력을 보충 받아, 다시 추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그 말에 영포는 화를 벌컥 내며,
"에이 여보시오. 여기까지 왔다가, 적을 눈앞에 두고 싸움을 멈추자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요 ? 나는 저놈들을 죽여 버리고, 볼모들을 기어코 빼앗아 오고야 말겠소."
그리고 말머리를 돌려 주길과 주리 형제의 뒤를 다시 추격해가기 시작하니, 鐘離昧도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라나선다.
영포가 주길과 주리 형제의 뒤를 쫒자, 그들 형제도 말머리를 돌려 영포와 대적하였는데,
영포가 주길과의 1:1 접전에서 기회를 잡아 周吉의 목을 치니, 周利가 크게 怒하여 단독으로 英布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周利도 1:1 상황에서는 영포의 상대는 되지못했다.
영포는 7~8 합쯤 싸우다가 周利 역시 베어버리고, 그때부터는 3천 군사를 치기 시작하였다.
영포가 完勝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하는수없이 영포가 산기슭에 陣을 친 뒤 군사들을 쉬게 하고 있는데, 鐘離昧가 달려와 말한다.
"과연, 장군은 천하무적이오. 장군이 아니었으면 누가 저들 두 장수를 한꺼번에 베어 버릴 수가 있었겠소이까?."
영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장군이 뒤에서 지원을 해주었기때문에 가능했지, 나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완승을 할 수가 있었겠소."
종리매가 다시 말한다.
"저 멀리서 먼지 구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적의 복병이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소이다. 오늘 밤에는 경계를 엄하게 하여야 하겠소."
"물론 그래야 겠지요. 오늘 밤만 아무 일이 없이 지나가게 되면 내일 새벽, 우리가 다시 추격을 해야 하지않겠소?"
한편, 다음날에도 王陵은 太公을 모시고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후 소식을 듣고 보니, 주길과 주리 두 형제가 모두 다 전사했다는 게 아닌가 ?
왕릉은 크게 놀라며 더욱 갈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英布와 鐘離昧가 어느덧 바짝 뒤따라 오고 있었다.
"이제는 죽을지모르겠구나 ! "
왕릉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필사적으로 태공 내외와 유씨 일가족을 태운 수레를 호위하여 도망가고 있는데,
그때였다.
갑자기 좌,우편의 숲속에서 수萬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나오더니, 수레를 추격해 오는 楚나라 군사들을 사정없이 쳐죽이는 게 아닌가 ?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붉은 깃발을 휘두르며, 楚軍을 풀베듯 베어버리는 장수는 다름 아닌 漢나라의 周발과 陣武 장군이었다. 이들은 韓信의 지시에 따라 숲속에 매복해 있다가, 맹열히 추격해 오는 영포와 종리매의 楚軍들을 마치 풀 베듯이 후려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王陵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太公 내외분과 劉氏 일족을 함양으로 무사히 모시고 오자, 漢王은 문무 백관들을 거느리고 성문 밖까지 마중을 나와 눈물로 태공에게 아뢴다.
"불효 막심한 小子가 項羽의 계략을 막지 못하여, 늙으신 부모님께 수많은 고초를 끼쳐드리게 되어 여쭐 말씀이 없사옵니다."
하고 말을 하니, 태공 내외는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오히려 위로해준다.
"영웅답지 못하게 무슨 못난 소리를 하고 있느냐, 네가 天下를 얻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다 같이 겪어야 할 일,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으냐 ?"
실로 그 아들에 그 아버지였다.
** 楚漢誌 30
※河內城의 점령
항우의 손에 인질로 잡혀 있던 부모를 무사히 구출해 온 劉邦은, 이제는 한시름 놓고 楚나라를 공략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하여 문무 백관들을 모아 놓고 앞으로의 계획을 선언한다.
"우리가 함양에 입성하여 민심을 잘 수습한 덕분에, 이제는 인근 諸侯 들까지 우리에게 충성을 다짐해 오고 있는데, 이것은 여러분 모두의 공로요.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대군을 일으켜 楚를 정벌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든지 거기에 대한 좋은 책략이 있으면 서슴치 말고 의견을 말해주기 바라오."
대원수 한신이 제일 먼저 말한다.
"지금 대왕 전하의 위세는 천하에 떨치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東쪽에는 殷나라의 司馬공이 버티고 있사온데, 그는 결코 가볍게 볼 자가 아니옵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臣이 天文을 보오니, 지금은 楚나라를 정벌할 시기가 아닌 듯 하옵니다. 하오니, 우리는 당분간 隱忍自重하면서 각처로부터 세력을 더 규합하고, 한편으로는 養兵과 훈련을 철저히 해 둔다음 내년쯤 군사를 일으켰으면 어떨까 하옵니다."
그러나 漢王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지 위신만 생각하여 X고집을 부림.^^)
"大元帥의 말씀은 충분히 이해하오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도 있지않소?. 지금은 우리 군사들의 사기가 어느 때보다 왕성하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군량과 무기도 과거 어느 때보다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음으로 이런 절호의 기회를 그냥 놓치고 싶지 않구려."
그러자 한신이 다시 대답한다.
"대왕께서 꼭 군사를 일으키시려거든 우선 殷王 司馬공을 치는 것이 좋을 줄로 아옵니다. 사마공은 예전부터 항우의 휘하로 우리가 군사를 일으켜 楚를 치게 되면 우리의 배후를 위태롭게 할 수 있으니 그를 토벌하여 河內를 우리 수중에 넣게 되면, 장차 楚나라를 치는데도 뒷걱정이 없을 것이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만족스러운듯,
"그거 매우 현명한 생각이오. 그러면 금년에는 殷나라만 평정토록 하고, 楚나라는 내년에 치기로 합시다."
그리하여 韓信은 3 萬의 군사를 거느리고 다시 河內 정복 길에 올랐다.
司馬공은 본래 항우의 밑에서 자란 장수로, 그가 통치하고 있는 殷나라는 항우로 부터 제수 받은 조그만 小國 이었다.
한신이 대군을 이끌고 殷나라 50 里 부근까지 접근하여 陣을 치니,
司馬공은 全軍에 총동원령을 내려 河內城의 경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모든 장수들과 함께 긴급 회의를 열었다.
"지금 漢나라의 韓信이 3 萬의 군사를 이끌고 우리나라를 쳐들어 오고 있소. 한신은 병법에 도통한 명장이라고 들었는데, 저들에게 대처할 무슨 묘책은 없겠소 ?"
사마공이 매우 걱정스러운 말로 긴급 대책을 논의하자, 謨士 도만달이 대답한다.
"韓信은 보통의 名將이 아니므로 싸워서 이기려고 하다가는 반드시 실패합니다. 하오니 우리는 성문을 굳게 닫고 수비만 하면서, 彭城으로 사람을 급파하여 項王에게 구원병을 요청하는 것이 상책일 줄로 아뢰옵니다."
그러자 대장 孫寅이 도달만의 의견에 반대하고 나섰다.
"小將은 그와 같은 소극적인 대책에는 찬성할 수가 없사옵니다. 韓信의 군사가 비록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지난 여러번의 전투로 심신이 피로해진 데다가 먼 길을 달려왔기 때문에 모두들 지쳐있을 것이니, 우리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쳐부술 수가 있사옵니다. 그런데 싸워 보지도 않고 수비 일변도로 나간다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사옵니까 ?"
사마공은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孫寅 장군의 의견은 대단히 고무적인 말씀이오. 그러면 손인 장군을 총사령관에 임명할 것이니, 孫 장군은 위형 장군과 함께 군사를 몰고 나가 漢나라 군사들을 격파하시오. 그리고 왕유 장군을 彭城으로 보내 구원병을 속히 파견해주도록 요청하겠소."
이리하여 漢나라 군사와 殷나라 사마공의 군사 사이에 정면대결이 이루어지게 된다.
孫寅이 군사를 몰고 나오자, 韓信은 선두로 말을 달려나오며 손인에게 꾸짖듯이 말했다.
"한나라 군사는 正義의 旗幟를 높이 들고 싸움에 나서는 까닭에, 가는 곳마다 제후들이 귀순해 오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역적의 무리를 돕기 위해 天兵에게 항거하는가?, 지금이라도 항복을 하면 목숨을 살려주겠거니와, 끝까지 반항해 온다면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손인이 大怒하여 장검을 빼어들고 덤벼오며 갖은 욕설을 해댄다.
"漢王이라는 者는 함양을 점령했으면 그로써 만족할 것이지, 욕심이 지나쳐 너 같은 못난 놈을 여기까지 보내 쳐들어 온단 말이냐? 나는 너 같은 놈은 결코 살려 보내지 아니할 것이다."
그러자 번쾌가 눈알을 부라리며 나는 듯이 달려 나가 싸움을 가로맡았다.
두 장수가 1:1 접전으로 싸우기를 무려 50여 합,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자 손인 측에서는 위형이 가세 해오고, 번쾌 측에서는 薛毆(설구)와 陣覇가 가세해와 싸움은 언제 끝날지 모를 상황이되었다. 그러나 실은, 번쾌의 실력으로는 손인의 목을 간단히 날려버릴 수가 있었지만, 韓信의 계략에 따라 번쾌는 사마공을 유인해 내기 위해 일부러 싸움을 길게 끌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계략을 알 턱이 없는 사마공은 아군 대장들이 격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직접 군사를 이끌고 일선으로 달려나왔다.
사마공은 손인과 위형을 도우려고 일선으로 달려나오기는 했으나, 적의 세력이 너무도 강하여 쉽게 승리할 가망이 없어 보였다. 더구나 번쾌를 비롯하여 周拔, 陣武, 盧琯 같은 漢나라의 장수들은 사마공을 보자마자 일제히 집중 공격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사마공은 勢 不利를 깨닫고 손인, 위형등과 함께 급히 퇴각하여 성문을 굳게 닫고 彭城에 또다시 구원병을 요청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殷王 司馬공은 項王 陛下께 글월을 올리옵니다.
漢王 劉邦이 三秦을 평정하고 咸陽을 점령한 뒤에 西魏王과 河南王까지 자기 편으로 귀순시킨 뒤,
이번에는 臣의 영토인 河內까지 손을 뻗어 왔사옵니다.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河內로 말하면 西楚로 들어가는 關門이나 다름없는 요새이옵니다. 만약 河內를 유방에게 빼앗기는 날이면 폐하의 領土의 태반이 유방에게 빼앗겨 버리는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齊나라와 梁나라를 공략중이라고 하오나, 河內는 그보다도 더욱 중요하오니 구원병을 속히 보내 주시옵소서. 만약 구원병이 제때 오지 않으면 저희들은 저들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오니, 폐하의 통촉이 있으시기를 바라옵니다."
그 무렵 彭城을 떠나 齊나라와 梁나라를 공략중에 있던 항우는 陣中에서 사마공의 서한을 받아 보고 크게 걱정하였다. 漢王 유방이 설마 楚나라의 관문인 河內까지 손을 뻗어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항우는 范增에게 사마공의 서한을 보이며 물었다.
"유방이 河內를 침범해 온 모양인데,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 ?"
범증이 대답한다.
"이 문제는 폐하께서 친히 출진하시기 전에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하오니 齊나라와 梁나라를 신속히 평정하신 뒤에 河內로 가시도록 하시옵소서."
"사마공의 서한에 의하면, 河內城이 당장 위급한 모양인데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
"그렇게 생각되시면 먼저 項莊(~鴻門宴 연회때, 범증의 지시로 칼춤을 추다가 劉邦을 죽이려 했으나 9척 거구의 번쾌가 등장함으로써 실패했던 項羽의 사촌 동생) 季布 두 장수를 보내 하내성을 수비만 하도록 하였다가 폐하께서 직접 대군을 이끌고 가셔서 적을 멸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하옵니다."
항우는 범증의 말을 옳게 여겨 項莊과 季布에게 군사 3 萬을 주면서,
"그대들은 河內로 급히 달려가 사마공과 함께 河內城을 굳게 지키고만 있어라. 머지않아 내가 대군을 거느리고 가서 漢나라 군사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테니, 그때까지는 싸우지 말고 수비만 하고 있으라."
하고 명했다.
*조그만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데도 項羽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萬機親覽 : 만기친람)이 楚나라의 근본적인 약점이자 문제였으나, 항우와 범증은 그 점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있었다.)
한편,
한신은 하내성을 포위하고 10여 일 동안 공격을 퍼부었으나
그러나 사마공은 죽은 듯이 성안에 隱居한 채 일체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項莊과 季布가 3萬 군사를 이끌고 곧 온다는 기별이 있었으므로,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는 수비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韓信은 장고끝에 장수들을 불러 놓고,
"우리가 성과 없는 공격을 퍼부으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다가, 정작 항우가 대군을 몰고 오면 큰 낭패를 당하게 될지도 모르오. 그러니 이제는 우리도 작전 계획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하겠소. 모든 군사는 이 시간부터 공격을 일체 중지하고, 지금 있는 위치에서 각각 10리씩 후퇴하여, 모두들 깊은 숲속에 죽은 듯이 잠복해 경계를 하면서 , 다음 전투를 위한 준비겸 휴식을 취하고 있으시오. 그 후의 행동에 대해서는 별도로 지시하겠소."
한나라 군사들은 대원수 한신의 명에 따라 공격을 멈추고 각각 10리씩 후퇴하여 깊은 숲속에 죽은 듯이 숨어 있었다.
그러자 사마공은 적의 공격이 갑자기 중지된 것을 이상하게 여겨 성루에 올라가서 敵陣을 살펴보니, 적의 군사들이 한 명도 없는게 아닌가 ?
사마공은 그 광경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대장들에게 말한다.
"敵들은 項王께서 대군을 몰고 오는 줄 알고 겁에 질려 깨끗이 퇴각해 버린 것이 분명하오. 우리는 이 기회에 적을 추격하여 섬멸시켜 버렸으면 싶은데, 여러 대장들의 생각은 어떠하오 ?"
그러자 謀士 도만달이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韓信은 僞計가 누구보다도 능한 장수입니다. 그는 후퇴하는 척 하면서 군사들을 잠복시켜 놓고 있는지 모르니, 우선 첩자들을 보내서 후퇴 여부를 확인한 후에 추격하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사마공은 도만달의 말을 옳게 여겨 10여 명의 첩자를 차출하여 적정을 상세하게 살펴보게 하였다.
10여 명의 첩자들은 장사꾼과 농군 차림으로 변복을 하고 일선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하여 얼마를 가다 보니, 행길가에 酒幕에서 10여 명의 漢나라 군사들이 술을 마시며 다음과 같은 소리를 지껄여대고 있었다.
"韓信 장군은 項羽가 대군을 이끌고 온다는 소문을 듣고 겁에 질려 줄행랑을 치고 있으니, 이럴 바에는 애시당초 무엇 때문에 우리들을 여기까지 끌고 왔더란 말인가?"
"누가 아니라는가? 도망을 가도 우리와 함께 가는게 아니라, 자기는 7~80리나 먼저 도망가면서 우리에게는 뒤늦게야 퇴각 명령을 내리니, 그런 겁쟁이가 어디 있느냔 말일세."
"그러나저러나 우리도 술은 이제 그만 하고 후퇴하는 일행의 뒤나 열심히 따라가세."
하면서 부지런히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저쪽으로 갈길을 재촉하는 것이 아닌가!?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韓信이 병사들을 시켜 계획적으로 꾸며 놓은 연극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한신의 술책임을 알 턱 없는 殷나라 첩자들은 漢나라 병사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본영으로 돌아왔다.
첩자들이 본영에 돌아와 사마공에게 급히 아뢴다.
"韓信은 項王이 大軍을 몰고 온다는 소문을 듣고 도망친 것이 분명하옵니다."
"너는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런 보고를 하느냐?"
첩자들은 주막에서 들은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사마공은,
"하하하, 韓信이라는 자는 듣던 바대로 천하의 겁쟁이가 틀림없구나 ! 그런 못난 者라면 당장 추격을 해서 물고를 내야겠다 ! "
하고 즉시 다음과 같은 추격령을 내렸다.
"손인 장군과 위형 장군은 군사 1萬 씩을 거느리고 韓信을 당장 추격하라. 나는 군사 2萬 5千을 거느리고 뒤따라 갈 것이다." 그리고 도만달은 5천의 군사로 城을 지키고 있으라."
손인과 위형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한신을 맹렬하게 추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30 여 里를 쫒아가도 적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적의 복병이 있을지 모르니, 오늘 밤은 여기서 야영을 하기로 합시다."
손인과 위형은 陣을 새로 치고 野營준비를 서둘렀다.
바로 그날 밤, 군사들이 막 잠들었을 때, 돌연 숲속에서 일발의 砲소리가 나더니, 난데없이 漢나라 군사들이 야영지를 급습해 오는게 아닌가?
손인이 황급히 창을 들고 나오니, 漢나라 장수 周발과 柴武(陣武)가 칼을 휘두르며 孫寅과 위형에게
덤벼오고 있었다. 위형과 손인은 변변히 싸워 보지도 못하고 주발과 시무(=陣武)의 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한편, 후속 부대로 따라오고 있던 사마공은 선발 부대가 전멸한 줄도 모르고 10여 명의 호위병들과 함께 선봉 부대로 순시를 나오고 있었는데, 돌연 숲속에서 호랑이 같은 거구의 장수 하나가 번개처럼 튀어나와 밧줄로 올가미를 걸어 사마공을 단 한 번에 말에서 끌어내린 後, 순식간에 묶어버리는 것이었다.
"꼼짝마라 ! 나는 漢나라 舞陽侯 번쾌 장군이다."
이렇게 순식간에 세 장수를 모두 생포해버리자, 韓信은 번쾌와 함께 河內성으로 달려가 城을 수비하고 있던 도달만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나는 破楚 大元帥 韓信 장군이다. 사마공을 비롯하여 손인과 위형은 이미 나의 손에 생포되었다. 승부는 이미 끝났으니, 도만달 장군은 공연히 싸우려 하지 말고, 순순히 성문을 열고 항복하라."
도만달은 한신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신이 제마무리 재주가 비상하기로, 단 하룻밤 사이에 사마공과 손인,위형과 같은 세 명의 장수를 어떻게 사로잡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기에 도만달은 성루에 올라서서 韓信을 바라보며 소리 친다.
"천하의 거짓말쟁이 한신은 듣거라. 그대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내가 아니다. 主公께서 지금 그대를 잡으러 나가셨으니, 그대는 사로잡히고 싶지 않거든 지금 빨리 도망치거라."
한신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그대의 城主를 생포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이냐 ? 그렇다면 실물을 보여 주면 될 게 아니냐 ?"
그리고 옆에 있는 번쾌를 돌아다 보며 말했다.
"세 명의 포로를 모두 이 자리에 데려다가 도만달에게 직접 보여 주도록 하오."
잠시 후, 번쾌가 세 명의 포로를 생선 엮듯 하나의 오랏줄에 묶은채로 끌고 오는데, 횃불에 비춰 보인 그들은 사마공과 손인, 위형이 틀림 없었다.
도만달은 한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자, 즉시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한신 앞에 엎드리며 사정하듯 말한다.
"사태가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小將 도달만, 순순히 항복하옵니다. 韓信 장군께오서는 河內城을 즉시 접수하시옵소서. 하오나 바라옵건대, 세 분 어른들의 목숨만은 제발 살려 주시옵소서."
한신이 대답하는데,
"나는 하늘의 뜻을 저버린 무리를 평정하러 왔을 뿐이지,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오."
한신은 막료들과 함께 성안으로 들어와 간단한 入城式을 거행하고, 세 명의 포로들과 도달만을 모두 그 자리에 데려오게 하였다.
세명의 포로와 도달만이 함께 壇下에 꿇어 엎드리자 한신은 번쾌를 돌아보며 명한다.
"저들의 결박을 모두 풀어주고, 사마공 장군은 단상으로 정중하게 모셔 오도록 하오."
막료들이 단하로 내려가 네 사람의 결박을 모두 풀어 주고 사마공을 단상으로 정중하게 모시니, 사마공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韓信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저희들은 모두가 亡國之將이라 마땅히 죽음을 당할 몸이온데, 장군께서는 어인 일로 저희들에게 이처럼 관대하게 예우해 주시옵니까?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그러자 단하에 있던 손인, 위형, 도달만도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어인 일로 이처럼 관대히 대해 주시는지 영문을 모르기는 小將들도 主公과 같사옵니다."
사마공과 손인 등은 한신에게 생포되자 필연코 죽게될 것으로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신은 자기들을 죽이기는 커녕, 깍듯이 禮遇해 주고있는 것이 아닌가 ?
사마공 등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어 어리둥절하였다.
한신은 네 사람의 그러한 심리를 빠르게 알아채고 웃으면서 말한다.
"여러분들은 漢王 전하의 고매하신 정치 이념을 잘 모르시는 모양이니, 내가 거기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소이다. 한왕 전하는 본래 仁義의 情이 깊은 분이신 까닭에 正義의 군사로서 不義를 징벌하실 뿐이지,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그런 어른은 아니시오.
일찍이 西 魏王 魏豹와 河南王 申陽을 생포하셨을 때도 그들을 죽이지 않으셨소. 아니, 그들을 죽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진심으로 항복해 오자, 오히려 과거보다도 더욱 높은 자리에 올려 주셨소. 그러므로 여러분도 마음을 돌려 漢나라에 충성을 다한다면, 여러분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분의 후손들도 자손 만대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누릴 것이오. 項羽는 자신의 이익만 알고 부하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지만, 漢王께서는 부하들을 위해 당신의 희생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시는 분이시오. 그 점이 바로 漢王이 項羽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아셔야 하오."
사마공은 그 말을 듣고 무한이 감격하며,
"저희들은 漢王께서 그정도로 慈愛로운 어른이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들도 오늘부터 漢王 전하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인근 제후들도 우리가 설득하여 모두 漢나라에 귀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렇게 사마공을 완전히 설득시키고 나자, 韓信은 漢王의 이름으로 河內城 백성들에게 求恤米를 후하게 베풀었다.
그러니 하내성 백성들은 입을 모아 한왕의 성덕을 칭송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신은 하내성의 민심을 완전히 수숩해 놓고, 그제서야 하내성을 점령한 사실을 한왕에게 소상하게 보고하였다.
한편,
楚軍 대장 項莊과 季布는 項王의 명령에 따라 3萬의 군사를 이끌고 하내성을 향하여 떠났다.
그러나 이들이 하내성으로 오는 도중에 城主 司馬공이 이미 韓信에게 사로잡힌 뒤 귀순하였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河內城이 이미, 韓信에 의해 함락되고 사마공이 漢나라에 귀순하였다면 우리가 하내성으로 가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항장과 계포는 그렇게 판단하고 도중에 아예 回軍 하고 말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