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이 동령관의 공수를 베고 낙양성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은 빠르게 전파되어 태수 한복에게 전해졌죠.
여기에서 <한복>은 기주를 원소에게 빼앗긴 전 기주자사 <한복>과 동명이인입니다.
낙양성엔 전군 비상이 걸리고 갑자기 분주해집니다.
"자 지금부터 대책회의를 시작하겠소.
관우가 이쪽으로 오고 있소.
그는 원소의 두 맹장 안량, 문추를 베었을 뿐 아니라 동령관의 공수를 단칼에 베어 버린 무서운 장수요.
어찌하면 좋겠소?"
이때 한복의 오른팔이며 낙양의 <수석 부태수> 맹탄이 일어서서 작전을 제시합니다.
"태수님, 걱정할 거 없습니다.
우리에겐 1,000여명의 경비병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먼저 나가 운장과 싸우겠습니다.
그러다 패한 척하며 성안으로 도망해 올테니 그때 태수님께서 매복해 계시다 운장을 사로 잡으십시오.
아마 조승상께서 큰 상을 내리실겁니다."
"맹탄...좋은 생각이다. 네 작전대로 하자. "
한복은 골짜기에 군사를 숨겨 매복하고 맹탄은 운장을 맞으러 나갑니다.
한편 관우 일행은 낙양성을 향해 가고 있는데....
숲에서 갑자기 10여명의 산적들이 뛰어나와 앞을 가로막습니다.
"모두 거기 서라.
나는 황건적의 창시자 장각 어르신이다.
너희가 가진 재물과 여자들을 모두 내놔라.
재물과 여자들만 내 놓으면 죽이지는 않겠다."
"너흰 누구냐?
보아하니 산적들 같은데....
왜 이런 나쁜짓을 하고 사느냐?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나 짓도록 해라."
"어쭈 저 수염 긴 놈이 우리에게 훈계를 하는구나.
넌 장각 이름도 못 들어봤느냐?
난 비바람을 마음대로 부르며 ....
옥황상제와 벗질하는 황건적의 두령 장각이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숲속에서 관우 앞으로 한 남자가 뛰어 나오더니 산적들을 가로막습니다.
"장각은 죽은지 오래되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너희는 거지떼가 분명하구나."
"어쭈 이건 어디에서 나타난 개뼈따구냐?
황건적 두령에게 거지떼라니?
저놈부터 손을 봐줘라."
산적들이 남자에게 우루르 달려들자....
수염이 거칠게 자란 그 사나이는 산적들을 향해 번개처럼 칼을 휘두릅니다.
"너흰 사람되기는 틀려먹은 놈들이구나.
모두 황천으로 보내줄테니....
옥황상제와 벗질을 하든...
염라대왕과 벗질을 하든 알아서 해라."
야합!
기합소리와 함께 번개처럼 휘두르는 칼에...
산적들은 순식간에 쓰러져 나뒹굴기 시작합니다.
이 모양을 바라보던 관우가 마음 속으로...
(쓸만한 칼 솜씨다. 단칼에 산적 10명을 베어 버리다니.....
꼭 장비를 보는 것 같구나.)
"이것 보시오. 젊은이...
그대의 칼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려.
난 운장 관우라는 사람이오.
그대는 이름이 무엇이오?"
"정말로 관운장 이십니까?
관공...제 절을 받으십시오.
저는 <주창>이라는 사람입니다.
평소 관공의 명성을 듣고 마음속으로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종으로 써주십시오.
평생 관공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대 무술솜씨가 마음에 드는데 정말 나를 따르겠느냐?"
"예...장군....저는 무예를 연마한 후....
마땅한 주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늘 관공을 만났으니 주인으로 모시며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여 섬기겠습니다."
그날부터 주창은 관우의 심복이 되어 평생을 그림자 처럼 따르게 됩니다.
"자 오늘 훌륭한 부하를 얻었구나.
갈 길이 바쁜데 어서 낙양을 향해 가자."
관우 일행이 낙양성문 앞에 이르자....
맹탄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운장...거기 서라.
그대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
그러나 통행증을 제시해라.
통행증이 없다면 이곳을 통과하지 못한다."
"급히 출발하느라 미처 발급받지 못했소.
부디 우리 일행을 통과시켜주시오."
"어림없는 소리다.
지금부터 어르신께서 수염긴 너를 상대해주겠다."
"허어. 나는 싸우고 싶지는 않소만....
굳이 덤비겠다면 상대해주겠소.
그러나 당신은 약해 보이니 내가 3초식을 양보 하겠소. 덤벼보시오."
"좋다. 내칼을 받아라. 야합! 이얍! 허업!"
기합과 함께 세번 선제 공격하였으나 운장은 마상에서 몸을 비틀어 이리저리 피한 후,
"자 그럼 내 청롱언월도를 받아 봐라."
멏 차례 공격하니 맹탄이 말을 돌려 달아납니다.
그러나 맹탄 역시 문추처럼 한가지 실수한 게 있으니
그건 바로 운장의 말이 바람처럼 빠른 적토마란 사실입니다.
맹탄이 등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쫒아온다고 느끼는 순간 ....
목에서 뭔가 섬뜻한 걸 느끼죠.
그리고 목은 뒤로...
몸뚱이는 앞으로 나누어 지죠.
이때 함성이 일어나며 한복이 또 앞을 가로막습니다.
"운장 네가 감히 내 부하장수를 베다니.
군사들은 저 놈을 놓치지 마라."
"넌 또 누구냐.
난 통성명 중엔 사람을 베지 않는다.
이름을 끝까지 말해라.
그리고 너에게도 3초식을 양보해주마."
"난 낙양성을 지키는 태수 한복이다.
잔말말고 칼 받아라. 야합! 이얍! 어헙!
호오 그대는 칼 솜씨가 나쁘지만 운은 더 나쁘구나.
운장이 휘두른 칼에 <한벌의 한복(?)이 두벌>로 나뉘고 맙니다.
장수를 잃은 병졸들을 운장이 풀 베듯 베고 나가자 1,000여명의 장졸들은 앞다투어 도망합니다.
관우의 5관 돌파를 다른 말로 5관6참(五關六斬)
이라고도 합니다.
즉 다섯 관문을 통과하며 여섯 장수를 베었단 뜻이죠.
두 장수(한복과 맹탄)를 벤 곳이 유일하게 낙양성입니다.
관우 일행은 여행을 계속하여 세번째 관문인 기수관에 도착합니다.
기수관엔 철퇴를 잘쓰는 변희라는 장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수관 태수 변희는 황건적 출신으로
과거 본업은 도적이었습니다.
<유성추라는 철퇴>의 달인으로....
조조와 맞서 싸우다 투항하여 기수관의 태수로 임명된 자입니다.
운장이 동령관을 지나 낙양성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변희는
한참 고민을 하다 한가지 묘책을 생각해 냈지요.
기수관에는 진국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이 절에 도부수 (칼과 도끼를 든 암살단) 200명을 배치한 후...
운장과 술을 마시다 변희가 신호를 하면일제히 뛰어나와 암살하기로
계략을 세웠습니다.
"부하들아....알겠지?
내가 술을 마시다 관우와 러브샷을 하면
그걸 신호로 모두 작전을 개시하는거다.
알겠나?"
"Yes sir (예썰) ...."
운장이 기수관에 도착하자 변희는 성문밖까지 나가 얼굴에 비굴한
웃음을 머금고 허리 굽혀 영접합니다.
"관공, 어서오십시오.
장군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태수께서 직접 영접해주니 고맙구려."
"관공, 이곳에 진국사라는 경치 좋은 절이 있는데
그 곳에 조촐한 환영연을 마련하였습니다.
가서 한잔 하시지요."
"허~어. 뭐 그렇게까지....
여하튼 가봅시다."
이렇게 되어 운장은 아무 의심없이 진국사에 도착하였는데
그곳 주지 보정스님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스님이 관공을 바라보며...
"장군께선 혹시 포동사람 아니십니까?
그리고 포동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셨는지?"
"예.. 제가 그곳 27회 출신입니다"
"소승이 포동초등학교 25회이니 ....제가 2년 선배로군요."
"그렇습니까? 여기에서 선배님을 뵙게 되었군요. 반갑습니다."
"장군께서 바쁘지 않으시면 제 방에서 차라도 한 잔 하시지요."
"그러시죠 선배님."
변희는 못마땅하였지만 운장이 혹시 눈치라도 챌까봐 말도 못하고 함께
보정스님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차를 마시다 변희가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보정스님이 눈을 깜박이더니
오른손으로 자기 목을 긋는 시늉을 합니다.
운장이 눈치를 채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알겠소.)
운장의 청룡언월도를 주창이 받쳐들고 연회장에 따라들어와 관공의 뒤에 시립하고 섰습니다.
주창은 바로 어제 관우를 만나 충성을 맹세한 사람입니다.
"술자리인데 저 무서운 청룡언월도를 든 하인을 내보내시지요"
"칼을 손에서 놓지 않는게 무사의 본분이요. 자아 신경쓰지 말고 태수께서 폭탄주나 한 잔 말아보시오."
몇 잔의 술이 돌자 변희가 운장에게 제안을 합니다.
"관공, 분위기도 좋은데 우리 러브샷이나 한번 하시지요."
"그거 좋지..."
하더니 갑자기 운장이 오른손으로 변희의 목을 움켜쥡니다.
"켁...켁... 장군 왜 이러십니까?"
"이 쥐새끼 같은 놈. 나를 죽이려고 도부수들을 배치해? 어디 모두 덤벼봐라."
운장이 변희를 방바닥에 집어던지자 매복하고 있던 군졸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어 나옵니다.
기세 좋게 뛰어 나온 군졸들은 운장의 상대가 안되죠.
군사들의 칼은 겨우 3~5Kg 남짓이지만 청룡언월도는 50Kg이니 운장이 괴력으로 내리치면 방어가 안됩니다.
거기에다 새로 가세한 주창이 종횡무진 누비며 도부수들을 베어 넘기자 뛰쳐나온 군사들이 어지럽게 쓰러집니다.
암살단들이 두 장수를 당해내지 못하자 변희가 맨 먼저 도망을 칩니다.
"변희 이놈 거기 서라."
운장이 변희를 따라가자....
진각사 마당에 내려선 변희가 유성처럼 생긴 철퇴를 꺼내 빙빙돌리기 시작합니다.
"관우.... 내 묘기를 똑똑히 보아라. 내 유성추에 맞고 살아난 사람이 없다."
"왼손으로 돌리고"..... 윙윙
"오른손으로 돌리고"..... 윙윙
"양손으로 돌리는 묘기도 있겠구나."
"그렇다. 내 묘기의 절정은 유성추 양손 돌리기이다." 윙윙....
"관우.... 내 유성추를 받아라."
"고철 덩어리가 꽤 거추장스럽구나. 내 청룡언월도를 받아라."
야합!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한 운장이 청룡언월도로 내리칩니다.
그런데 대웅전에서 이 싸움을 내려다 보고 계시는 분이 있죠.
바로 부처님입니다. 부처님께서 두 장수의 결투 장면을 보시더니....
"변희야... 기특하구나........ 그런데 네 유성추 솜씨로는
관우의 상대가 안되는구나. 고생이 많았으니....
내가 극락행 특급열차 티켓을 공짜로 주마. 어서 가 보아라"
변희는 부처님의 배려에 은혜를 입어 극락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나무관세음 보살.)
운장 일행은 여행을 계속하여 네번째 관문인 형양관에 도착합니다.
형양관은 왕식이라는 태수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형양관을 지키는 태수 왕식은 낙양태수 한복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생입니다.
"고교시절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 한복이 운장에게 당했으니 꼭 복수하겠다.
운장은 무서운 장수이니 힘으로 제압하기 보다는 꾀를 써서 죽여야 한다."
왕식 역시 계략으로 운장을 제압하기 위해 준비를 마쳤습니다.
운장이 성문에 다다르자 변희처럼 직접 입구에 나가 굽신거리며 영접을 합니다.
"관공,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피곤하실테니 역관에 들어가 쉬고 내일 떠나시지요."
"통행증이 없어도 통과 시켜 주시겠소?"
"물론입니다. 아무 걱정 마십시오. 운장은 두 분 형수님을 모시고 역관에 짐을 풀었습니다.
"형수님들! 잠시 후 이곳 태수 왕식이 음식을 보내올 것 입니다. 많이 드시고 푹 쉬었다가 내일 출발하시지요."
"아주버님 잘 알겠습니다."
(운장의 실 나이가 유비보다 많아 두 분 형수는 항상 운장을 아주버님으로 호칭하였죠) 왕식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헝수와 시동생이 한 역관에 들었으니 꼴 좋구나."
생각하고 부하 장수 호반을 불러 지시합니다.
"음식과 좋은 술을 잔뜩 갖다 주어라. 특히 바렌타인 30년 산 양주를 아끼지 말고 갖다 주거라.
운장이 술에 취해 잠이 들면 역관에 불을 질러 모조리 태워 죽인다. 한 사람도 살려 보내서는 안된다. 알겠느냐?"
"예 태수님 잘 알겠습니다. 지시 대로 하겠습니다."
호반은 호화로운 음식과 술을 잔뜩 준비하여 역관으로 실어 날랐죠. 형양관의 밤은 깊어 새벽 4시가 되었습니다.
호반은 운장이 깊은 잠이 든 줄 알고 행동을 개시합니다.
"우린 지금부터 역관을 기습한다. 역관 주변에 짚단을 쌓아 불을 질러 모두 태워 죽이고 빠져나오는 자가 있으면 베어야 한다.
자! 행동개시."
검은 옷을 입은 호반과 무사들이 역관으로 스며 들었는데...
거기에는 믿지 못할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죠. 역관 입구에 청룡언월도를 든 관운장이 두 눈을 부릅뜨고
부동자세로 지키고 서 있는 겁니다. 두분 형수님들과 차마 한 역관에 들 수 없고,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몰라 입구를 막고
서 있는 거죠.
"이...이럴 수가... 먼 길을 여행하여 고달프기도 할텐데 밤샘을 하며 서있다니.."
호반은 겁이 나기도 했지만 운장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났습니다.
"장군..."
"거기 누구냐?"
"저는 왕식 태수의 부하인 호반입니다."
"호반이라? 혹시 그대 아버지의 존함이 <호화> 아니신가?"
"예 맞습니다. 허도에 살고 계시는 <호화>어른이 제 부친입니다."
"난 그대의 부친과 허도에서 교분을 쌓은 적이 있다."
"그렇군요. 이것도 큰 인연입니다. 그런데 왕식 태수께서 지금 숙소에 불을 질러 장군과 두 분 부인을
태워 죽이려고 합니다. 제가 뒷문을 열어 드릴테니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십시오."
"알겠네. 이 은혜 잊지 않겠네."
운장은 자고 있는 두 분 형수님과 일행들을 급히 깨워 호반이 미리 열어 놓은 뒷문으로 형양성을
빠져 나갑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왕식이 군사들을 이끌고 추적해 옵니다.
"운장은 거기 섰거라. 내 칼을 받아라."
"왕식 이 비겁한 놈. 너는 나와 원수진 일이 없거늘 어찌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닥쳐라. 네 손에 죽은 한복이 나와 절친이다. 그 원수를 갚아 주겠다."
"그래? 한복이 혼자 외로울테니 길동무로 함께 보내주마.
저승에 가서 동창회라도 열거라."
제법 호기있게 덤비는 왕식을 시퍼런 언월도로 맞받아 칩니다.
왕식은 목 주변이 허전한데 주변이 갑자기 어두어집니다. 그러더니 개량 한복을 멋지게 차려 입은
낙양 태수 <한복>이 검정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과 걸어옵니다.
"아니 자넨 한복 아닌가?"
"그렇다네. 여기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네."
"옆에 서있는 검정 두루마기를 입은 어르신은 누구인가?"
"인사 드리게... 염라학교 교장선생님이시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염라학교 교장입니다. 왕식 태수께서 승마에 탁월한 소질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우리 학교에 특례 입학을 시켜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어서 가시죠."
이렇게 되어 왕식은 친구 한복과 어깨동무를 나란히 하고 염라학교로 떠났습니다.
관우 일행은 행군을 계속하여 활주관에 도착하였습니다. 활주관은 태수 유연이 지키는곳입니다.
운장일행이 활주관에 도착하자 태수 유연이 미리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연은 과거 원소군과 싸울 때 안량에게 죽을 뻔 한 적이 있는데 그를 구해준 사람이 운장입니다.
"유연 태수 오랜만에 뵙습니다."
"관공, 어서오십시오."
"제가 급히 길을 떠나다 보니 통행증을 발급 받지 못했습니다. 태수께서 과거의 정을 생각해 길을 열어주시죠."
"관공께서 안량, 문추를 벤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데 통행증이 굳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통과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하북으로 가기 위해선 황하를 건너야 하는데 나루터엔 진기라는 장수가 지키고 있습니다.
그자가 순수히 장군을 통과시켜줄 지 모르겠습니다."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면 제 스스로 길을 열고 나가야지요."
활주를 지나 강가에 도착하니 진기가 군사들을 이끌고 길을 막아섭니다.
"장군...유연 태수께서 통과를 허락하셨소.
길을 비켜주시오."
"난 유연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
내가 모시는 상관은 하후돈이다.
하후돈 장군은 너를 통과시키지 말라 하셨다."
"장군이 나와 상대가 되겠소?
나는 무고한 사람을 더 이상 죽이고 싶지않소.
배를 타게 해 주시오."
"그래?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야합...내 칼을 받아라."
진기가 불을 뿜는 듯한 기세로 말을 몰아 덤벼들었으나
기세는.... 기세로 그쳤고..
몸을 피하며 번개처럼 휘두른 운장의 언월도에 진기의 목은 날아갔고....
진기가 탄 말은 ...
주인의 목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진기의 몸뚱이만 싣고 황하의 모래톱을 한없이 달려 사라졌다 합니다.
이때 등뒤에서 함성소리가 들리며 한떼의 군마가 추적해옵니다.
"운장 거기 서라! 나는 하후돈이다."
하후돈은 과거 여포와 전투를 벌이다 화살이 눈에 박힌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하후돈은 그 화살을 뽑아,
"이것은 어머니가 주신 귀한 눈이다. 어찌 버리겠느냐?" 하면서 씹어 삼켜버린 무서운 장수임을 기억하시죠?
"호오... 하후돈 다시 만났구나.
하비성에서는 겁을 먹고 도망치더니....
오늘도 또 도망칠테냐?
그리고 네 솜씨는 안량, 문추와 비교하면 어떤가?"
"안량, 문추는 쥐새끼에 지나지 않는다.
운장...오늘 나와 다시 한번 겨뤄보자.
내 부하들에게 나서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정 그렇다면 내 청룡언월도 맛을 정식으로 보여주겠다. 덤벼라."
"자 간다. 받아라..."
두 장수는 말을 달리며 넓은 황하의 모래톱에서 수십 합을 주고 받습니다.
관우의 언월도를 맞받아 치며 싸우던 하후돈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말에서 굴러떨어집니다.
"자! 내 청룡도가 무정하다 탓하지 말고 황천길로 잘 가거라."
운장이 하후돈의 목을 막 치려는순간
장료가 말을 타고 뛰어옵니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두분 장수는 싸움을 멈추시오.
승상께서 통행증을 발급하셨소.
모든게 통행증을 늦게 발급한 승상의 탓이라며 누구든지 관공의 앞을 막지 말라고 하였소."
운장은 마상에서 하후돈을 내려다 보며
"후돈아...너는 창솜씨가 좋지만 운도 좋구나.
내 너를 베지 않겠다."
(참고로 하후돈은 성이 <하후>씨 입니다. 하후연과 형제 장수이지요.)
"하후... 고맙소. 내 패배를 인정하겠소."
이렇게 되어 관우는 다섯 관문을 통과하며 여섯 장수를 베고 황하를 건넜습니다.
"형수님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유비님이 계시는 하북땅 입니다.
조금만 더 기운을 내시기 바랍니다."
"아주버님...너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길을 재촉하여 조그만 산성앞에 도착하였습니다.
"저기가 어딘가?"
"저 성은 <고성>이라 하는데 몇일 전 덩치가 산만하고 온 몸이 털로 뒤덥힌 괴물이 현령을 내쫒고 산성을 차지하였습니다."
"괴물이라니?"
"장비라고 하는 장수인데 어찌나 무섭던지 사람들이 그를 괴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장비? 장비라면 내 아우다.
주창....네가 빨리 가서 형 관우가 왔다고 알려라."
운장은 장비를 만날 생각에 기뻐 어쩔 줄 모르며 기다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성문이 열리며 장비가 고리눈을 부릅뜨고 뛰어나옵니다.
"관우! 관우! 이 비겁한 놈 내 장팔사모를 받아라."
"장비야.. 왜 그러느냐? 나 형 관우다. 나를 벌써 잊었단 말이냐?"
"닥쳐라. 너는 의리를 저버리고 조조에게 투항한 놈이다.
내가 오늘 너를 죽이고 말겠다."
장비가 고리눈을 부릅뜨며 다짜고짜 공격해 들어옵니다.
"장비야.. 그건 오해다. 형님의 소식을 몰라 잠시 조조에게 몸을 의탁한 것 뿐이다. 오해를 풀어라."
"닥쳐라. 거짓말 하지마라.
그리고 네 등 뒤에 오는 저 군사들은 뭐냐?
나를 잡으러 오는 조조의 군사들이 아니냐?"
그 말에 관공이 돌아보니 정말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채양이 한떼의 군마를 이끌고 짓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장비야. 내가 저 놈의 목을 베어 내 진심을 보여주겠다".
"좋다. 내가 북을 칠테니 세번 북소리가 울릴 때까지 저놈을 죽여라."
장비는 손수 북채를 잡고 북을 치기 시작합니다.
"채양... 너는 조조 승상곁에서 항상 나를 비웃고 못마땅해 하더니 오늘은 또 무엇 때문에 나를 쫓아온 것이냐?"
"잘 알고 있구나. 네가 승상에게 후한 대접을 받는게 항상 배가 아프고 못마땅 하였다.
더구나 너는 황하 강변에서 내 조카 <진기>를 죽였으니 오늘 그 복수를 해주마."
장비가 두번째 북을 울립니다.
관우가 청룡도를 번쩍 들었다 내리치자 기세좋게 덤벼들던 채양이 피를 흘리며 말에서 굴러 떨어집니다.
일전에 장료가 말한대로 채양의
칼 솜씨는 운장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형님! 이 장비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
"아우야! 괜찮다."
두 형제는 얼싸안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이제 우리 형제가 만났으니 큰 형님을 찾아 빨리 떠나자."
손책은 강동을 동생 손권에게 물려주고
활에 맞아 말에서 굴러떨어진 손책의 왼쪽 다리를 자객이 칼로 찌릅니다.
으....윽...
손책이 이를 악물고 칼을 빼어 자객을 베어 넘기자...
다른 자객이 손책의 오른쪽 옆구리를 찌릅니다.
"너흰 누구냐?
나완 무슨 원한으로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손책...우리 주군 허공의 원수를 갚는 것이다.
너도 빨리 허공속으로 사라져라."
둘은 이렇게 소리치며 함부로 손책을 찌르고 벱니다.
그대로 가면 손책의 목숨이 끊어질 위기의 순간...
정보가 뛰어들었습니다.
"너흰 왠놈들이냐?
감히 주공께 활과 칼을 쓰다니...."
"장군...빨리 저 도적들을 죽이시오."
손책이 간신히 힘을 모아 소리치자...,
정보는 이들이 자객임을 알고 분노에 차 칼로 베어 넘깁니다.
"이놈들...감히 누구를 죽이려 했느냐?"
야합...
정보가 휘두르는 칼에 나머지 두 자객도 목이 달아났습니다.
정보는 입고있던 옷을 찢어 손책의 흐르는 피를 지혈시킨 후 급히 사람들을 불러 본진으로 옮겨갔습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손책을 여러 명의들이 정성을 다해 치료하기 시작했죠.
닷새 후 손책이 깨어났습니다.
손책이 눈을 떠보니 어머니 오태부인이 눈이 퉁퉁 부은채 옆에 앉아 계십니다.
"책아...이제 깨어났구나.
제발 죽지 마라...
네 아버지를 잃은지 겨우 10년이다.
그때 네 나이 열여섯이었다."
"그 10년 세월을 눈물을 삼키며 너만 믿고 살았는데..
이제 너까지 잃는다면 이 어미도 더 이상 살지 못한다."
"어머니...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어머니 홀로 남기고 싶진 않지만...
제 상처가 너무 심하군요."
"장수들과 문무관원들을 모두 불러주세요.
그리고 동생 손권을 부르세요."
잠시 후 모든 장수들과 신하들이 모였습니다.
손책이 또렷한 목소리로 유언을 남깁니다.
"천하가 어지러우나 내가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먼저 떠납니다.
난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그들은 아직 어립니다.
그래서 내 아우 손권에게 내 뒤를 잇게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내 아우를 도와 강동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권아...."
"예...형님..."
"강동은 아버지가 피로서 일구고 내가 땀으로 넓힌 땅이다.
이제 너에게 물려줄테니....
네가 다스리고 백성들을 편안케 하여라.
어려운 일이 있을때....
나라 안의 일(내정)은 장소에게 묻고...
나라 밖의 일(외교와 국방)은 주유에게 물어라."
손책은 여러가지 당부를 끝내고 눈을 감으니...
이때가 서기 200년.....
손책의 나이 스물 여섯....
한참 피어날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신하들과 손권은 오열합니다.
아버지처럼 따른던 형 손책이 죽고나자 18세의 어린 군주 손권은 형의 장례를 마친 후 강동을 이끌기 시작합니다.
손권은 신하들을 불러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논의 합니다.
"지금 천하는 조조와 원소가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소.
우린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하오?"
"주공....조조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어정쩡한 양다리 외교를 버리고 원소와는 단호히 관계를 끊으십시오."
"나도 같은 생각이오.
조만간 조조와 원소가 격돌할텐데....
원소는 조조를 이기지 못할 것이오."
손권은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지도자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뛰어난 인재입니다.
조조에겐 저자세의 외교로 사신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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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조승상.
모든게 부족한 제가 강동을 맡았습니다.
잘 보살펴 주십시오.
약소하지만 여기 약간의 재물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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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권의 저자세에 조조는 크게 만족합니다.
"손권은 현명한 사람이다.
그를 잘 다독여 놓아야 한다."
"이제 조만간 원소와 내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데...
손권을 잘 다독여 놓는다면....
내가 출병한 사이에 그가 허도를 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조조는 손권에게 장군의 벼슬과 태수의 벼슬을 내리고 많은 답례품을 보냅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원소가 크게 화를 내며 전쟁 준비를 하는군요.
손권이 조조에게만 사신을 보내고 자신을 외면하자 원소는 크게 화를 냅니다.
"입에서 젖 비린내 가시지 않은 어린애라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
"하북의 원소를 몰라보고 저런 쪼잔한 조조 따위에게 굽신거리다니.
내 먼저 조조를 쳐서 허도를 정복한 다음....
반드시 손권 너도 손봐주겠다."
원소가 군사를 정비하여 조조를 치려하자 모사 전풍이 반대합니다.
"주공...시기상조 입니다.
좀 더 군사를 조련하고 군량미를 보충한 다음 하늘이 주시는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자 원소가 벌컥 역정을 내며 고함을 지릅니다.
"시끄럽다. 네가 뭘 안다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
전쟁을 시작도 하기전에 군심을 어지럽게 했으니 저놈을 옥에 가두어라."
전풍이 옥에 갇히자 더 이상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삼국지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 중에서 대규모 전쟁이 세번 있습니다.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이 그것이죠.
이제 원소가 70만 대군을 일으켜 조조를 치기 위하여 허도로 군사를 몰아가니 이것이 바로 <관도대전>입니다.
원소의 근거지는 하북이며 조조의 근거지는 허도입니다.
하북에서 허도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쳐야 할 곳이 관도(官渡) 라는 요충지입니다.
서기 200년 이 관도에서 원소와 조조의 대규모 군사 충돌이 시작 되는거죠.
원소의 70만 대군이 성난 물결처럼 밀려온다는 보고를 받은 조조는 신속하게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군사를 모두 집결시켜라.
몇명이나 되느냐?"
"7만명 가량 됩니다."
"우린 원소 군사의 1/10 밖에 안되는데 이길 수 있을까요?"
부하들이 걱정하지만 조조는 단호히 말합니다.
"전쟁은 쪽수가 많다고 꼭 이기는게 아니다.
장졸들의 강한 정신력과 하늘의 도움이 있으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순욱은 남아서 허도를 지켜라.
나머지 장수들은 모두 나와 함께 관도로 나가자."
조조가 이끄는 군사 7만명은 관도에서 가장 지형이 험한 <애구>에 영채를 짓고 방어에 들어갔습니다.
원소가 조조군의 영채를 바라보고는 껄껄 웃더니...
"조조의 영채 앞에 토산을 쌓아라.
토산위에서 내려다 보며 활을 쏘면 조조는 견디지 못하고 영채를 버리고 달아날것이다."
군사 수가 워낙 많은지라 삽으로 흙을 파서 자루에 담은 후 쌓아 올리니 순식간에 작은 산이 생겼죠.
열흘만에 토산 50개가 만들어지자 그 꼭대기에 다락을 만들고, 그 다락 위에서 영채안으로 활을 쏘아댑니다.
"승상...화살이 소나기처럼 하늘을 뒤덮고 날아듭니다.
우리 군사들은 방패로 몸을 가리고 땅 바닥에 납작 업드려 있지만 무수한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빨리 영채를 버리고 후퇴해야 합니다."
"아니다. 저 토산의 다락을 자세히 보면 약점이 보일것이다."
"약점이라니요?"
"저 다락은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표적이다.
고정된 표적을 거대하게 큰 새총을 만들어 큰 돌을 쏜다고 가정해보아라."
"승상...좋은 의견입니다.
거대한 새총이라면 발석거를 말씀하시는군요.
당장 100대를 만들겠습니다."
발석거란 거대한 돌맹이를 쏘아 붙이는 고대사회의 대포와 같은 무기입니다.
몇일 후....그날도 윈소의 군사들이 조조의 영채를 내려다보며 활을 쏘기 시작했죠.
그런데 갑자기 굵은 박덩이 만한 돌들이 날아들더니
토산위의 다락을 때립니다.
"이건 뮈냐?
갑자기 하늘에서 바윗돌이 날아 들다니?"
다락에서 활을 쏘던 궁수들의 머리가 터지고 배가 터져 순식간에 괴멸되고 말았습니다.
이 광경을 바리보던 원소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저..저게 말로만 듣던 <ICBM>이구나.
우...우린...저것에 대응할 <싸드>는 없느냐?"
"<싸드>는 없습니다.
토산을 포기하시고 우리도 땅굴을 팝시다."
"땅굴이라니?"
"몰래 땅굴을 판 후....
야밤에 군사들이 영채안를 기습하는거죠."
"좋다...우린 쪽수가 많으니 한번 파보자."
원소의 군사들은 그날부터 땅굴을 파기 시작합니다.
"제길...우리가 두더쥐야 뭐야?
땅굴은 주로 북한놈들이 써먹던 수법 아니야?"
그러나 조조가 곧 알아차리고 영채를 빙 둘러 참호를 파니 땅굴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죠.
"뭐야? 땅굴을 파고 나가면 적들의 참호속에 갇히게 된다고?
큰일 날 짓이구나. 중단해라."
토산을 쌓고, 땅굴을 파고...
이러다 보니 2~3달이 훌쩍 넘어가고 전쟁이 장기화 되는군요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자 원소, 조조 양진영 모두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합니다.
수만 또는 수십만 명의 병사를 동원하여 전쟁을 할 때 식량과 보급품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원소의 모사 중 허유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원래 조조와 어린시절 친구지만....
지금은 원소를 모시고 있습니다.
그 허유가 원소에게 작전제의를 합니다.
"주공....지금 전쟁이 장기화되니 조조군에 식량이 부족할 것입니다.
조조의 식량은 허도에 남아있는 순욱이 보급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군사의 절반은 이곳에 남겨두고...
절반을 빼서 허도를 급습합시다.
허도를 공격하면 조조에게 가는 식량이 끊기게 되어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조조가 관도를 저렇게 틀어막고 있는데 어떻게 허도로 간단 말인가?"
"군사를 빼어 남쪽으로 빙빙돌면 길이 있습니다.
시간은 다소 소요 되겠지만 조조에게 타격을 가하고 허도도 손쉽게 정복할 수 있습니다."
허도는 원소로부터 크게 칭찬 받을 걸로 기대하고 군사작전을 제의 했는데 원소의 반응이 뜻밖입니다.
"허유....헛소리좀 작작해라.
우리가 허도로 군사를 돌리다가 조조가 눈치 채고 후미를 급습하면 우린 다 죽게된다.
그리고 자네가 어떻게 조조의 식량 사정까지 잘 알고 있나?
조조와 어려서부터 친분이 있다더니....
설마 지금도 조조와 내통하는 건 아니지?"
윈소로부터 뜻밖에 핀찬을 들은 허유는 낙담하게 되죠.
"내가 주인을 잘못 만났구나.
원소 밑에 있어봐야 별 비젼이 없다."
허유는 그날 밤 야음을 틈타서 조조진영으로 투항합니다.
조조가 잠자려고 옷을 모두 벗고 마악 잠자리에 들었는데....
"승상...허유라는 사람이 승상을 뵙겠다고 투항해 왔습니다."
"뭐? 허유가 왔어?"
조조는 잠옷 바람으로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가 허유의 손을 덥석 잡습니다
"허유...이게 왠일인가?
어서오게...어서와...반갑구만...반가워...."
뜻밖의 조조의 환대에 허유의 입이 귀에 걸립니다.
"아만(조조의 어릴적 이름) 오랜만일세.
내가 심야에 찾아와 잠자는 걸 방해하지 않았나?"
"방해라니...그깟 잠좀 설치면 어떻나?
자자...추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
"자 여기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술을 따끈하게 뎁혀오고 좋은 안주를 내와라."
"자.....자 앉게...자네와 난 죽마고우 아닌가?
오늘 밤새도록 마셔보세."
"좋네...승상과 한잔 하는것도 영광일세."
두 사람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도도하게 흥이 올랐습니다.
"조승상...자네 군영에 식랑사정은 어떤가?"
"우린 식량이 풍부하여 아무 걱정이 없네.
이대로 가도 1년은 넉넉히 버틸 수 있네."
"조승상...거짓말 말게...
자넨 아직 나를 안믿는군."
"허허...사실은 한달 치 식량밖에 없네."
"조승상...역시 거짓말이야."
"알겠네...알겠어.
사실 열흘 정도 먹을 식량 밖에 없네.
나도 식량 때문에 큰 고민일세."
"조승상...내가 이번 전쟁을 단번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네."
"허유....제발 알려주시게...좋은 방법이 있는가?"
"원소는 1만대의 수레에 가득 실을 수 있는 식량을 오소(烏巢)에 쌓아 두고 있네.
거기를 지키는 장수는 순우경인데 ....
이 사람은 술을 몹시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이네.
만약 자네가 날랜 군사들을 보내 기습을 하여
식량을 불태운다면 사흘 안에 원소의 군대는 달아날 것이네.”
"허유...그게 사실인가? 후유...난 이제 살았네. 고맙네 고마워....
내 이 은혜는 꼭 갚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