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의 ‘한글 현판 추가’ 토론회가 열리면서 광화문 현판을 두고 수십 년간 되풀이된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이번 논란에서 ‘한자냐 한글이냐’ 공방이 아니고 지금 있는 한자 현판 아래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쌍현판’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부착하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며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시작되었고 광화문이 역대 정권의 성격과 문화 유산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에 따라 국가의 유산을 두고 벌이는 논쟁이다.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 이른바 ‘쌍현판’ 설치를 놓고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고 100여 명이 객석을 메웠다.
한글 현판 설치 옹호측인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한글은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의 기본인데도 국가 상징 공간인 광화문에 한자만 있고 한글은 없다”며 “우리가 한자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니고 130년 동안 한글이라는 나랏글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세계인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은 “한글은 우리 민족을 오늘날 여기까지 있게 한 혁신의 산물”이라며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며, 그 혁신 중 하나가 바로 광화문 한글 현판 달기”라고 했다.
반면 반대측인 최종덕 전 국립문화유산연구소장은 “없었던 과거를 창조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과거에 개입하고 옛 사람의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자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과거가 당시 사회와 문화를 스스로 증언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했고 홍석주 서일대 건축과 교수는 “그 어떤 고증 기록에도 없는 한글 현판을 다는 순간, ‘원형에 최대한 가까운 복원’이라는 기준과 복원에 의한 성과물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원형 복원을 부정하는 순간, 2045년까지 계속될 경복궁 복원도 방향을 잃고, 다른 국가유산에도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 전체가 소실되었다가 고종 때 중건된 광화문은 질곡의 역사를 겪었다. 일제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궁의 동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세웠다. 6·25 때는 광화문이 불타면서 현판도 전소했다가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광화문을 원래의 위치에 재건하면서 친필로 쓴 한글 현판을 달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박정희의 ‘친필’이 문제가 되어 2005년 문화재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한글 현판을 교체하고, 정조 임금의 글씨를 집자해 현판을 바꾸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정조 때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타고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실현되지 못하였다. 2006년 ‘광화문 제자리 찾기’ 사업으로 박정희 정부 시절 만든 철근 콘크리트 광화문은 철거됐고, 2010년 광화문이 복원되면서 현판도 1865년 경복궁 중건 시 공사 책임자였던 훈련대장 임태영의 한자 글씨로 교체됐다. 하지만 석 달 만에 현판에 균열이 생기면서 부실 제작 논란이 제기되었고 한글 단체를 중심으로 “한글 현판을 달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010년 복원 당시 현판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를 사용했는데, 2016년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소장된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로 쓴 광화문 현판 사진(1893년 이전 촬영)이 공개되면서 2018년 문화재청이 오류를 인정하고 잘못 사용했던 바탕색과 글씨색을 수정해 2023년 10월 새롭게 내건 것이 현재 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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